아트선재센터에서 오형근 개인전 《왼쪽 얼굴》 전시를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 개최합니다. 《왼쪽 얼굴》은 오형근이 2006년부터 진행해온 ‘불안초상(不安肖像, Portraying Anxiety)’ 시리즈를 중간 결산하고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오형근은 주로 거리에서 사회적 풍경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작가로 시작해, 한국 사회의 특정 인물 군의 유형을 보여주는 초상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여년동안 아줌마, 여고생, 군인 등, 한국 사회 특정 인물군의 모습을 초상화하며, 그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불안감과 정서적인 흔들림에 주목해 왔습니다.
‘왼쪽 얼굴(Left face)’은 오형근의 ‘불안초상(不安肖像)’ 연작 중에 하나이며,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이 있었던 이태원을 중심으로 만났던 이들입니다. 그들은 통상 젊은이들이라고 말해지지만, 계층과 직능으로 특정할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그들을 만나고 촬영하면서 그들의 인상과 몸짓에 서려있는 모호한 흔적들을 사진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그의 인물 사진은 정치와 사회, 문화와 역사 등에 존재하는 어떤 관계들을 수면 위로 떠올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기 힘든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등장합니다. 오형근은 이들을 모호하게 외진 경계의 인물들로 바라보며, 그들의 불안을 새로운 징후로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시 제목으로 사용된 ‘왼쪽(left) 얼굴’의 왼쪽(left)은 다른 방향으로써 왼쪽(left)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흔적으로써 쪽(left)이기도 합니다.
한편,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왼쪽 얼굴(Left face)’ 전시와 함께 《아트선재 파일: 오형근》을 프로젝트 스페이스에 마련하여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작품세계를 재발견하고자 합니다. 《아트선재 파일》은 아트선재센터의 컬렉션, 프로그램 히스토리 등을 토대로 아트선재센터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살펴보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며,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1999년 개최되었던 오형근의 《아줌마(1999)》 전시를 23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으로 소환합니다. 《아줌마》는 1999년 당시, 한국 사회의 중년 여성에 위치와 의미를 환기시킨 전시로 작가는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로 일상에서는 항시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부재했던 당시 중년 여성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와 허구라는 두축으로 드러냅니다. 그가 구사한 강렬한 조명은 어두운 배경과 대비해 중년 여성들의 두터운 화장과 의상, 장신구들을 부각시키며, 당시 ‘아저씨들의 나라’에서 느꼈던 아줌마들의 고립감과 격리감을 도드라지게 드러냅니다. 때문에 여성성의 노골적인 대상화와 비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찾아가고자 했던 중년 여성에게 사회적 정체성의 미를 일깨우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