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갤러리에서 전시 《숏—폼(Short—Form)》을 2023년 1월 6일부터 2월 11일까지 개최합니다. 전시의 출발은 포스트-펜데믹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비물질화된 전시 형식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예컨대, QR 코드는 전시에 가장 많이 침투한 매개체로 신체와 가상 공간, 그리고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면서 디지털 기술이 보다 용이한 형식으로 일상에 투입되었고, 창작자와 관객은 대상과 이미지를 경계없이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하였습니다. 여기서 전시는 비물질 매개 코드가 담보하고 있는 자기생산적 행위를 스스로 제공하고, 공유하고, 흡수하고, 수용해버린 신체의 연장이자 일부가 되어버린 기술적인 지점을 고려하게 된다. 많은 것들이 물리적으로 단축된 과정에서 우리가 쉽게 놓칠 법한 감각은, 시간성 위에 흩어져 화각에 들어오지 않는 다크 필드(Dark Field)와 분명하게 먼저 인식되는 브라이트 필드(Bright Field)의 영역처럼 전시장에서 관객 주변을 통과합니다. 이때, 신체와 거리를 두는 반면에 신체를 배제하고 대상을 인식할 수 없듯이, 시간을 점유하고 있는 기초적인 요소를 모색한다면 오늘날의 가장 사적이면서 공적인 비물질의 공간 위에 우리의 일상과 혼재된 요소들을 염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2022 페리지 팀프로젝트는 스스로의 감각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노이즈라는 소리 객체의 구조화를 통해 “들려주기 위한 행위”와 “듣게 만들기”를 작업의 주요 맥락으로 가져왔던 작가 전형산의 작업을 기획자 추성아와 함께 유사 맥락 위에 다른 형식으로 발전시켜 보여주는데 주목합니다. 전형산은 심리적, 역사적 맥락을 빌어와 개인의 관습적 혹은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된 소통의 문제를 물리적인 형태와 구조로 대상화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전형산과 추성아의 협업은 물리적인 구조체를 덜어내고, 가장 동시대적인 사운드 소스를 주요 참조점으로 삼아, 구조적으로 분산되고 소리의 ‘형식’이 전환되는 역할을 극대화 하고자 한다. 기획자와 작가가 기준점을 삼았던 것은 노이즈라는 ‘비음악적 소리’의 생산과 구조에 의해 형성되는 관계 속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미디어에 소리와 이미지가 전복되는 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본 전시에서는 사물 내부에 복수의 객체를 포함하고 있는 비물질의 영역에서 앞서 언급한 다크와 브라이트 필드의 장소들이 끝없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운드에 주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