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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지표와 통계 점검 Ⅱ] 라운드 테이블

posted 2015.09.02

더이트로는 '시각예술 지표와 통계'의 세계를 조명한다. 지표와 통계는 미술인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립의 기초자료가 됨은 물론, 학술 연구, 공간 운영, 전시 기획, 작품 제작 등 미술인들의 다양한 활동의 참고자료가 된다. 더아트로는 시각예술계에서 활용되는 통계 자료를 선별, 소개한데 이어, 시각예술 전문가들이 모여 지표와 통계의 실질적 쓰임에 대해 토론하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다. 지역문화재단의 정책 연구가, 갤러리스트, 독립큐레이터,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현장인들이 바라보는 지표와 통계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본다.




미술 현장에 다가갈 수 있는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

미술 지표 조사, ‘공동의 기준’이 필요하다

더아트로: 시각예술계 지표와 통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오늘 대담을 준비했다. 통계 자료를 제작하거나 접하고 활용하는 현장인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먼저 미술계 전반의 현황을 파악하는 기초 자료인 ‘연감’의 제작과 활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손동혁: 2006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 문화예술 연감을 제작하고 있다. 인천의 예술 전 장르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해 관련된 모든 시설과 활동들을 조사한다. 과거부터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사업 백서’는 많이 있어 왔지만, 특정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연감을 발행하는 일은 당시 인천이 처음이었다. 지금은 타 지역에서도 연감을 제작하고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경기문화재단이 펼치는 사업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인천 문화예술의 모든 사항들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특정 사업 중심의 연감보다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 인천문예연감의 데이터가 매우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초 자료로 이 연감을 활용하고 있다.


채은영: 올해 인천문예연감 자문회의에 참석하면서 다양한 연감을 경험했다. 그런데 각 자료에 있는 조사 기준이 다 다르다. 같은 시각 예술 분야인데도 매체를 구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고 표집 하는 부분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여러 연감을 비교해 보면 문체부, 문화재단, 시에서 낸 갤러리 개수가 다 다르게 나온다. 이럴 때 내 나름대로 표를 만들어서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현장에 있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설문을 여러 곳으로부터 반복해서 받게 되는데, 이때도 질문과 분류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정해진 기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식에 대한 공공기관끼리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외부에 객관화할 수 있는 자료로는 통계가 제일 중요한 자료다. 데이터는 근거나 무기가 된다. 지역과 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사용하면 자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왜곡될 여지가 있다. 정책의 근거가 되는 것이고, 미술계의 성과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지금의 가능한 예산, 인력에서도 맞출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선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현실과의 간극이 더 커질 것이다.


손동혁: 그렇다. 기준은 분명히 만들어져야 한다. 어떤 기본이 되는 형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준을 잡을 때 제일 어려운 건, 이를테면 한국의 모든 장르의 개념을 검증하고 뒤집어야 한다. 하나하나 다 토론을 해야 한다. 사실, 입장이 다 다른데, 오히려 우회 경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공공기관의 사업으로 최소한의 로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정보들의 상당 부분이 공개될 수 있다. 데이터는 비교해 보면 정확한 수치가 가능하다. 하위 단계의 조사를 한 곳에서 정기적으로 해 놓으면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덩어리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것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어떤 영역은 취약하더라도 더 신뢰성을 가질 것이다. 그런 개념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황석권: 좋은 방법이다. 분석은 개인이 알아서 하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집결해 놓고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나. 사실 기사를 쓸 때도 객관적인 자료보다 좋은 것은 없는데도, 신뢰도 면에서 의지할 데이터가 없다.


양아치_GIM Esoo_96.5x121cm_Photograph_2009

데이터의 활용, 미술 현장에서 필요한 것

더아트로: 전반적으로 시각 예술계 지표 통계에 대한 현장의 신뢰도가 낮다. 각 분야에서 보기에, 신뢰도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소미: 미술시장 쪽에서 보자면, 요 근래에 자료집 중 미술시장실태조사가 가장 상세하고 분석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갤러리에서 근무하며 미술시장실태조사를 2009년부터 매년 참여했다. 문제는 매출과 운영비에 대한 내용은 직원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매출에 대한 부분은 갤러리들이 밝히기 꺼려하는 부분이다. 신뢰성 있는 응답을 받기 위해서는 조사 시에 응답자들을 설득하는 작업들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사서는 너무 성실하고 분석적인 도표로까지 만들어져 있지만 실용성 면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 시장은 과거의 지표를 참고하기 보다는 지금의 흐름에 민감하다. 예를 들면 2013년도 실적에 대해 2014년 봄쯤에 설문지가 온다. 그러면 2014년 말에 보고서가 온다. 시기적으로 다음해를 준비하는 타이밍에 지난해 자료 참고는 잘 안 하게 된다. 오히려 해외의 아트 넷, 근래 가장 최근에 있었던 아트 페어, 옥션들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현장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집요한 리서치가 아닌 흐름을 짚는 조사를 신속하게 시행하고, 세부적인 조사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 년 후에 나온다던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채은영: 미술 안에서 수치화된 데이터가 나올 수 있는 건 시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계 조사가 시장 쪽으로 몰린다. 기대는 많이 하지만 말했듯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장과 관련해서 정말 필요하게 해야 할 질문들에만 초점을 맞춰야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개별 갤러리들 입장에서 따진다면, 국가사업의 리서치에 반응 했을 때 지원 받는 것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책이나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황석권: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사실 연감은 훑어보는 정도지 자세하게는 안 보게 된다. 그럼에도 월간미술에서 지난 호에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선과 관련한 설문을 돌리고, 연이어 한국미술에 관련한 연표를 만들다 보니 스스로도 미술계의 수치와 데이터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미술계의 수치화된 자료들이 많은 경우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시장의 판매 금액이 아닌 이상, 예를 들어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의 경우 미술에서 수치화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순위를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또 미술계에서는 설문자 자신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의 비율이 특히 낮다. 기본적으로 미술인들의 성향 자체가 개인적인 습성이 강해서, 표본 집단에 대한 관심이 없고, 표본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사서에 나온 질문들이 현장에서 유효한가? 질문과 답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훑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동떨어진 질문이 많다. 방향 수립을 하는데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설문 내용이 촘촘해야 한다. 신뢰도를 쌓기 위해서라도 조사 기관이 정해지고, 표본이 정례화 되고, 무엇보다 현장 전문가가 직접 들어가서 질문을 세밀하게 만들고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또 의도를 배제하고 대답할 수 있는 항목을 개발해야 한다.


손동혁: 설문조사 항목 공모를 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다.

황석권: 설문조사 질문을 만드는 것이 꽤나 어렵다. 하물며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모여 만들어도 어렵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밝은 사람들이 모여 질문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채은영: 설문 조사에 현장 의견을 반영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2007년에 나온 대안공간실태조사서는 직접 대안공간을 운영해 본 입장에서 봤을 때 잘못 조사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온 지 10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대안공간을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이 레퍼런스를 사용한다. 이런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결국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미술 쪽에서는 미학적인 부분, 비평, 평가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수치와 관련된 것은 정책을 만드는 분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이 있고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효과적이라고 정리가 되지 않는 이상, 현장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양아치_the Support Group for Men with Testicular Cancer_Performance_30m_2012

문화계 인식 개선과 폭넓은 활용을 위해

손동혁: 사례조사는 응용영역이 아니기에 더 투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 문화영역 안에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전반적인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인구센서스를 할 때, 시각예술계에서 가장 전수 조사가 필요한 지표 하나만 넣었으면 좋겠다. 영역과 영역을 비교할 수 있을 때 전체적인 영향 관계, 영향력이 보인다. ‘인구 몇 명당 시설 몇 개’ 기준 잡듯이 가는 게 아니라, 영향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 말이다.


지역차원에서 아쉬운 점은, 지표에서는 늘 비교가 중요한데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지역 연감이 없다보니 사실 만들어 놓고도 우리 지역의 실태가 어떤 수준인지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만약 예를 들어 부산, 대구와 비교할 수 있다 해도 인천은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어서 질적인 비교를 하기 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문화부 연감을 보면 전국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지만, 이 자료로 지역문화에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채은영: 전체적으로 정책의 변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기획 매개자들이 많이 하게 된다. 이것은 작가들의 영역이 아닌 또 다른 전문 영역이다. 새로운 지역 리서치를 할 때 최근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많이 본다. 문화 지표조사를 보니, 여가시간 빈도수가 2010년부터 관광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면 미술 전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없는 것이니 지원이 줄어들 거라 생각하는 식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광, 지역경제 활성화와의 영향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크로스 체크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직접적으로 미학적인 주제는 아니더라도 현재 상황을 파악할 때는 매우 적절하다.


심소미: 미술 시장에서도 홍콩 등 동북아시아 시장과 비교할 수 있는 한국 미술 시장 데이터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들과 갤러리들의 해외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한국 컬렉터들의 자본력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경쟁력을 비교하고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손동혁: 문화 전반적으로 봤을 때, 문화 경영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가 높다. 서양은 문화 진흥 시스템 자체가 국내와는 다르다. 서양은 경영 구조를 통해 미술시장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는 다르다. 경영의 측면보다는 문화 정책의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을 빼고 보면 모든 문화 예술은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경영보다는 문화 정책 시스템이다. 때문에 정책적 방법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양아치_the Support Group for Men with Testicular Cancer_Performance_30m_2012

손동혁주로 문화예술 기획과 정책 영역에서 활동하였으며, 인천민예총 사무처장,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을 거쳐 현재는 인천문화재단에 재직 중이다.
심소미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대 미술과 건축 관련 글을 써오고 있다. 갤러리 스케이프 책임큐레이터, 갤러리킹 공동운영자,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큐레이터 등 갤러리, 대안공간의 경계를 넘어 매개자로서 전시기획, 작가 프로모션을 시도해왔다. "신지도제작자"(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2014) 등의 전시를 기획하며, 현재 신체-공간-도시-사회의 유기적 망에 접근하는 큐레이팅을 연구하고 있다.
채은영인하대학교 통계학과와 경희대학교 예술경영 석사 졸업 후 국민대학교 미술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SDS 퇴직 후, 갤러리 보다와 대안공간 풀 큐레이터, 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을 거쳐 현재 슬로러쉬와 예술과공동체연구소 디렉터로 도시 공간에서 자본과 제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진 시각예술 기획매개 활동을 위한 인터-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황석권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 여러 매체에 미술에 대한 글을 기고해 왔다. 현재 월간미술 수석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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