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더북소사이어티와 독립출판사 미디어버스를 운영하는 임경용. 그가 유럽의 주요 서점과 아트북 페어 현장을 방문했다. 국제 독립출판의 생산과 유통, 담론의 형성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그 무대다. 오프프린트 파리에서는 판매자로도 나섰다. 전통적인 출판 강국이자 출판문화가 남다른 유럽의 현장에서 확인한 차이와 연대의 풍경은 어땠을까. 느슨하게 연결된 독립출판의 커뮤니티의 트라이앵글인 서점, 유통사, 아트북 페어의 관계를 조망한다.
책은 단단한 외형과 특유의 질감, 무게, 냄새를 가진 매체지만 내용은 물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자책의 발명과 함께 책은 점점 더 물리적인 속성을 잃어 가면서 하나의 정보이자 이미지로 환원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대상은 물리적인 속성을 요구하는 특정한 종류의 ‘책’이다. 예술가가 기획이나 제작, 심지어 유통의 과정까지 주도하는 ‘책’에서 물질성은 꼭 필요한 조건이다. 나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11월 1일부터 중순까지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를 다니면서 출판사와 서점, 유통사, 그리고 ‘오프프린트 파리(Offprint Paris)’라는 아트북 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아트북이나 독립출판의 생산과 유통, 담론에서 세 지역의 커뮤니티는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작은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출판사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서점과 아트북 페어, 유통사다.
네덜란드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독립출판이나 아트북 시장의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예술 서적 유통의 중심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통적인 출판 강국이자 출판문화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담론을 생산해 낸다. 특히 자국의 풍성한 유산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젊은 출판사가 늘고 있다. 유통사가 흐름이 끊이지 않게 지속적으로 책을 공급한다면, 서점은 지역 커뮤니티에 책을 소개한다. 아트북 페어는 이러한 출판계 사람의 미팅 장소라 할 수 있다. 연구와 프로젝트, 전시, 출판 등을 통해 아티스트북에 관한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도 세 공간의 몫이 크다.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출판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왔다면 책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목적을 가진 세 커뮤니티는 외부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립출판 영역에서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책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계속 이동을 하면서 ‘소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출판 시스템 주변부에 놓인 독립, 예술 출판은 서점과 유통사, 아트북 페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2013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타이포잔치”에 전 세계 독립 서점 열 군데를 초청해서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서점을 대표하는 책을 전시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산세리페(San Serriffe)도 그 중 하나였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에 있는 이 작은 서점은 리트벨트 아카데미 출신인 피에터 베르베커(Pieter Verbeke)와 엘리자베스 클레먼트(Elisabeth Klement)가 운영한다. 이들은 모두 디자이너인데, 특히 피에터는 리트벨트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도서관에 필요한 책들을 선정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이 서점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서점을 시작한 2011년은 암스테르담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였어요. 아트북을 파는 서점은 부키우키(Boekie Woekie) 정도가 유일하게 남아 있었고, 아르티모(Artimo)와 샤신(Shashin), 아트북(Artbook)은 문을 닫았어요.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jk Museum)은 공사 중이었고, 드 아펠은 예산을 축소하고 있었죠. 하지만 당시에 몇 개의 아트북 출판사는 매우 왕성한 활동을 펼쳤는데, 그래픽디자인 전공자를 중심으로 팬 층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당시 저와 엘리자베스는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책을 구입하는 장소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국 책뿐만 아니라 좋은 외국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네덜란드 책을 사기 위해 런던이나 베를린에 가거나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하는 웃기는 상황이었죠. 2011년에 산세리페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산세리페는 공간은 크지 않지만 운영자의 안목과 디자인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암스테르담 디자인 커뮤니티의 중심이 됐다. 산세리페의 배려로 더북소사이어티를 운영하는 나와 구정연은 이곳에서 우리의 활동과 한국의 독립출판 씬을 소개했다. 암스테르담 도심에 있는 부키우키는 아티스트북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1986년 6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설립한 서점으로, 예술가가 만든 책과 레코드, 상품 등을 다양하게 취급한다. 일반적인 서점은 아니지만 카스코(Casco)의 활동도 매우 흥미로웠다. 최빛나 디렉터가 운영하는 카스코는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내부에 도서관 역할을 하는 작은 서점이 있다.
더북소사이어티를 찾는 많은 사람은 숍에 있는 책을 다 어떻게 선별을 했는지 궁금해 한다. 우리는 책을 공급해 주는 총판을 따로 두지 않고, 대부분의 책은 출판사와 직거래로 입수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해외 책은 아트북 전문 유통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북스(Idea books)는 1976년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예술 도서 유통사로 2008년 아트선재센터 더북스를 운영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어 온 곳이다. 40년 가깝게 미술, 디자인, 건축, 사진,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전 세계 서점과 유통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더치 디자인’이 국제적 관심을 끌면서 동시에 많이 성장했다. 대표인 존 사이먼스(John Simons)는 전 세계의 예술 서적 전문 유통사 20여 개 중 아이디어북스가 중간 정도의 규모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 세계 곳곳에 대표인(representative)을 두고 신간이 나오면 책을 점검하고 적당한 바이어에게 추천한다. “우리는 197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세대를 거쳤어요. 각 세대의 특징은 매우 명확하게 분리됩니다. 1990년대에 엘라인 플라이스(Elein Fleiss)와 올리비에르 잠(Olivier Zahm)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죠. 이들은 [퍼플 프로즈(Purple Prose)]라는 잡지를 만들고 있었어요. 잘 팔리는 잡지는 아니었지만 가능성은 보였습니다. 이후 엘라인이 예술가, 작가, 사진가, 패션, 그래픽 디자이너 등을 동원해서 만든 [퍼플 저널]은 많은 추종자를 만들어 냈죠. 자신의 취향으로 국제적 성공을 거둔 거예요. 10여 년 뒤에는 로허 빌렘(Roger Willems)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당시 그는 로마(Roma)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시작해 소규모 출판물, 작가 마크 맨더스(Mark Manders)의 도록 몇 개를 제작한 상태였어요. 그가 만드는 책의 시장은 아주 작았지만 굉장히 잘 만든 책을 민주적인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죠. 이후 바티아 수터(Batia Suter)나 사진 작가 얀 켐퍼나에르스(Jan Kempenaers)의 책으로 전 세계적인 팬층을 거느리게 됐습니다.”
존 사이먼스의 책상에는 몇백 권에 달하는 책이 쌓여 있지만, 모든 책을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어떤 책은 시장에서 유통되거나 사장될 수도 있다. 그들이 취급하는 아트북은 형식이나 내용이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 논리가 무색해진다. 결국 자신의 감이나 취향에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새로운 출판사를 선택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출판사와 서점을 연결하는 기능적인 역할은 물론 상황을 예측하고 앞서 가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자신의 성공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북스는 항상 새 출판사를 찾고 많은 책을 검토한다. 암스테르담 운하 옆에 있는 사무실엔 1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데 책 창고에 가까워 보였다. 국적 별로 정리된 책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문에 맞춰 포장됐다.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책을 직접 보지 않고 주문하기 때문에 유통사는 검증된 책의 목록을 확보해야 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런던에서 방문한 대부분의 서점은 갤러리나 미술관, 예술학교 등에 붙어 있는 기관 서점이었다. 보유한 책의 종류나 양은 비슷하지만, 각 기관의 성격이나 출판 활동에 따라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상황이 신기했다.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컬렉션을 가진 서점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책보다는 아트 상품에 집중하고 책은 마지못해 들여 놓은 천덕꾸러기일 때가 많다. 런던에 있는 기관 서점 대부분은 각 기관을 위한 아카이브이자 도서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각 기관이 공공성 차원에서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서점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서점이 외부 방문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자체 출판 활동이 왕성한 기관은 서점을 그 목적과 성과를 공유하고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런던의 수많은 서점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X 막스 더 복십(X Marks the B*kship)은 독립 출판사를 위한 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였다. 이곳에서는 매주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가 열린다. 이 서점은 매츠갤러리(Matt's Gallery) 로비에 기생하고 있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서점 입장에서는 런던의 비싼 월세를 피할 수 있으니 서로 이익이 될 것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엘레나 본 브라운(Eleanor Vonne Brown)은 출판 기획, 편집, 서점 운영, 전시 및 프로젝트 기획 등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소화한다. 건축학교인 아키텍쳐 어소시에이션(AA)의 서점은 건축, 어바니즘, 디자인, 예술 관련 서적을 판매한다. AA의 출판물과 함께 베드포드(Bedford) 출판사의 책을 소개한다. 전 세계적으로 필름과 비디오 분야로 유명한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부속 서점은 영화와 비디오 관련 도서 이외에 의외로 많은 독립 출판물과 현대예술 관련 서적을 구비해 놓고 있다. 장식미술과 관련된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V&A의 서점 역시 미술관의 성격을 살려 공예와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컬렉션을 자랑한다. 책뿐만 아니라 소품과 도자기 등의 공예품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에서 서점은 ‘librairie’로 불린다. 영어의 ‘라이브러리’에 익숙한 사람은 이 단어를 도서관과 혼동하기 쉽다. 사전을 찾아보면 인쇄와 판매까지 병행하는 출판업자의 뜻도 있다. 파리의 서점 역시 대부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부속돼 있다. 자체적으로 출판한 도서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전문 분야의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퐁피두센터나 팔레드도쿄 같은 큰 기관은 차치하고, 섹션7북스(Section7Books) 같은 작은 독립 서점도 자체적인 출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섹션7북스는 갤러리인 카스틸로/코랄레스(castillo/corrales)와 함께 공간을 사용한다. 출판과 책 판매, 전시 등의 활동을 함께 한다. 섹션7북스도 2013년 “타이포잔치“에 소개한 서점으로 이번 방문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섹션7북스는 책의 기획과 제작, 판매, 유통이 하나의 기관에서 이뤄진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유통 비용이 높은 유럽에서는 이런 단일 프로세스로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수의 책이 서점을 방문하는 기획자나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이뤄지므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이 내게 이봉랑베르(Yvon Lambert)갤러리의 서점을 추천했다. 이곳은 오래된 아티스트북과 자체적으로 제작한 에디션 등 다양하게 엄선된 책으로 컬렉터를 유혹하고 있었다. 주드폼(Jeu De Paume)의 서점은 주로 사진과 비디오, 뉴미디어 관련 서적을 구비해 놓았다. 갤러리의 성격에 맞는 컬렉션을 갖춰 놓고 전시를 보러 온 관객이 관심을 보일만한 도서와 각종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출판 시장과 작은 서점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작은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서 할인율을 5%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래서 파리에는 작지만 전문적인 서점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젊은 기획자나 편집자들은 이러한 과보호가 프랑스의 출판문화를 지나치게 보수화한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실험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북컬렉터가 시장을 이끌다 보니 서점은 오래된 책, 컬렉터가 관심 있는 책에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결과 전문화된 서점이 많지만 책에 대한 취향이 지나치게 편협해졌다. 컬렉터 문화가 낳은 다양한 양상은 이번 여정의 최종 종착지였던 아트북 페어 오프프린트 파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프린트 파리는 2010년에 시작한 비교적 젊은 아트북 페어지만 사진 전문 페어인 파리 포토(Paris Photo)와 함께 열리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아트북 페어로 성장하고 있다. 참여 출판사의 상당수가 사진 전문 출판사이고 이곳을 찾는 사람도 주로 사진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북페어가 참여자를 공모 형식으로 모집하는 데 반해, 기획자 샤를로트 셰탕(Charlotte Cheetham), 막심 기통(Maxime Guitton), 야닉 부이이스(Yannick Bouillis)가 참여 출판사를 선별한다. 이런 운영 방식은 참여 출판사의 수준을 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새 출판사나 트렌드를 발견할 여지는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오프프린트 파리는 안정감 있는 프로그램과 일정 수준의 참여자 선정에 행사 운영의 방점을 두는 듯했다.
올해는 20개국에서 온 12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했다. 유일한 아시아 참가자였던 더북소사이어티는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독일 출판사 에디션 타우베(Edition Taube)는 카바레 볼테르에서 머문 레닌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문서를 모은 재미있는 책을 출품했다.
오프프린트 파리의 참가자 상당수는 수집한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트북 페어에는 주로 직접 제작한 책을 다루게 마련인데, 이들은 고가의 고서나 희귀 도서를 가지고 나왔다. 관객도 비교적 중장년층 컬렉터가 많았다. 책을 판매하기보다는 ‘전시’한다는 인상이 강했고, 컬렉터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에 치중하는 것 같았다. 다른 아트북 페어처럼 젊은 기운을 느끼기엔 아쉬웠지만, 교육적인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1972년에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도쿠멘타5의 도록이 탐났는데 가격이 무려 500유로(70만 원)이었다. 이외에도 솔 르윗, 로버트 필로우, 클래스 올덴버그 등의 책이 전시돼 있다.
이번 페어의 참가자 중에 소개할 만한 출판사는 아티스트북 연구자로 잘 알려진 아르노 데자르뎅(Arnaud Desjardin)의 에브리데이(Everyday) 출판사다. 이곳은 아예 복간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1970년대 중반 개념미술에 관한 중요 아티클이 발표됐던 잡지 [폭스]의 아티클을 모아 [Re: Fox]라는 이름으로 3권을 출간했다. 데자르뎅은 “잡지 [폭스]에는 지금도 유효한 좋은 글이 많아요. 그게 컬렉터의 손에만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죠. 학생들에게 쉽게 읽히게 하고 싶어서 복간을 결정했어요. 아무 책이나 복사해서 출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왜 그 책이 필요한지 잘 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섹션7북스를 운영하는 벤자민 소렐(Benjamin Thorel)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난 수년 동안 작은 서점은 아트북 세계의 네트워크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 왔어요. 흥미로운 출판사도 많이 생겼고 책의 유통이 잘 이뤄졌죠. 독립출판사가 서점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요. 독립출판의 커뮤니티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제도적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공통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작은 규모의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같은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출판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습니다.” 여기에 한 마디만 더 붙이고 싶다. 내가 방문한 많은 장소에서 수시로 발견했던 문구이다. 토론토의 예술 공동체 아트 메트로폴이 2013년에 주재했던 세미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책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더 많은 것도 아니다.(There's more to life than books, but not much more.)”
※ 본 기사는 프로젝트비아(PROJECT ViA)의 지원으로 아트인컬처와 더아트로가 함께 기획·게재하는 글입니다.
1975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2007년 미디어버스라는 소규모 출판사와 2010년 더 북 소사이어티 서점을 동료와 설립했다. 지금은 합정동에 위치한 작은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다. 2007년 ‘공공도큐멘트’를 기획하고 편집했으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두 번째 ‘공공도큐멘트’ 책자가 2013년 1월 중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2012년에는 ‘템포러리 서비스’라는 예술과 노동에 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올해에는 ‘매체의 기억, 환상의 기념관’이라는 프로젝트를 홍철기, 이행준 작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