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프로젝트비아(VIA)는 매년 진행하는 그룹리서치의 주제로 '아카이브'를 설정하고, 국내의 아카이브 전문과들과 함께 런던의 주요 미술기관을 탐방했다. 아직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한국 아트씬에서, 필자는 아트 아카이브의 정의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플랫폼'과 '프랙티스'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그 밖에 세계 곳곳에 특정한 목적을 두고 운영하는 아카이브의 다양한 사례들을 덧붙인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존재 또는 행위와 관련하여 공적 또는 사적으로 생산, 입수한 기록으로서, 직접적인 목적 이상으로 지속적 가치가 있거나 생산자의 기능이나 책임을 입증해 주는 데 있어 의미를 지닌 자료. 통상 출처와 원질서를 존중하고, 집합적 통제에 입각하여 유지된다. (…) 보존기록에는 출처에 해당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일상적 활동을 담은 기록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유기적 특성이 추가되며, 업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쌓인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컬렉션과도 구별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기록학 용어 사전》(한국기록학회, 2008)
‘보존기록’이라고 정의되는 ‘아카이브’의 개념은 출판되지 않은 공공 기록에서 출발했다. 공공 업무 수행 중에 유기적으로 생성된 기록의 속성을 분석하고 물리적, 지적 보존 방식을 도출한 것이 현대 기록 관리의 시작이다. 아카이브는 사회의 기능과 구조를 증거하며 연구 자원으로 활용된다. 아트 아카이브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를 증명하는 하나의 아카이브 유형으로서 예술 활동 과정 중에 생성된 기록 중 영구히 보존할 가치를 지닌 기록을 뜻한다. 아트 아카이브는 기록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 기록학적 측면의 아트 아카이브는 생성된 예술 기록을 내용적 물리적으로 정리해 보존하고, 보존된 예술 기록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과정과 보존하는 기록 결과물 전체를 의미한다. 둘째, 예술적 측면의 아트 아카이브는 예술적 의의가 반영되도록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방식에서, 구축된 아카이브를 예술적으로 응용하는 방식까지 그 의미를 확장한다. 전자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기관에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작업이나 전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트 아카이브의 구축과 확장에 관해 효과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 아트 아카이브에 대한 원칙적 이해를 기초로 한 예술적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플랫폼’으로서의 아트 아카이브는 예술 기록을 기록학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보존기록의 생성과 수집, 아트 아카이브 유형의 특성,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정리 방식과 물리적 보존, 내용적 접근을 위한 이용자 접점 생성 방식 등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예술 관련 활동 중에 생성된 보존기록인 아트 아카이브는 미술관, 극장, 공연장 등의 기관에서 생성한 ‘기관기록(institutional records)’과 개인이나 집단이 생성한 ‘수집/특수기록(manuscript collecti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이 생성한 기록의 경우 ‘컬렉션’이라는 명칭보다 ‘페이퍼’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먼저 기관기록은 생성 주체 자체가 수집 주체가 되는 유형으로서, 각 생성 부서에서 기록으로서의 생애 주기가 끝나 더 이상의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용 기록 중 영구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을 선별해 아카이브로 이관하는 과정을 거친 보존기록이다. 기관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생성된 미술관 건축, 소장품, 전시 등의 기록은 미술관의 과거를 다루고 있어 그 기관의 역사를 보여 줄 수 있는 동시에 미술관이 수행하던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학을 연구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기관기록은 문서로 저장돼 있는 미출판 원자료라는 점에서 공공 기록과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미술관의 각종 위원회 회의록, 내부 보고 문서, 법률 및 회계 서류 등이 일반 아카이브와 공통적인 개체라면, 아트 아카이브에서만 특수하게 볼 수 있는 기관기록은 바로 전시 및 소장품 기록이다. 전시 기획과 관련한 다양한 텍스트, 출품작 목록, 전시장 배치도, 전시장 설치 사진 및 영상, 작가 목록, 작가 포트폴리오, 소장품 구매 및 대여 기록, 소장품 복원 기록, 소장품 고해상도 이미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아트 아카이브 기관기록은 기관에서 출판한 각종 출판물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미출판 자료를 수집 대상으로 삼는 아카이브의 기록적 속성과는 대치되는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아트 아카이브 기관기록은 문서, 사진과 필름, 도면과 모델, 오디오와 비디오 등 다양한 저장 매체에 보관돼 있다.
수집/특수기록 혹은 개인 페이퍼는 작가나 예술 집단이 작업의 과정 중에 유기적으로 생성, 수집한 기록으로서 생성자의 생애와 작업을 증명한다. 개인이 생성한 수집/특수기록은 전 생애 혹은 특정 기간 동안 생성한 서신, 일기, 노트, 메모 등의 문서 기록과 사진, 앨범, 영상 등의 이미지 기록, 그리고 오브제 등의 사물 등으로 구성된다. 개인 페이퍼의 경우 생성 주체가 수집한 스크랩 자료나 출판 자료를 포함하기도 한다. 예술 분야의 개인과 집단이 생성한 기록은 아카이브 수집 기관 혹은 미술관 등의 예술 기관에서 수행하는 평가 과정을 거친 뒤 수집된다. 아트 아카이브 수집/특수기록은 스케치, 에스키스, 드로잉, 풋티지 등 작품의 성격을 띤 개체들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아카이브의 개체는 작품과는 다른 기록 개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집/특수기록 역시 다양한 저장 매체에 저장돼 있다.
아트 아카이브는 생성 주체의 활동을 증빙하는 증거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정보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아트 아카이브는 물리적 실물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아트 아카이브는 누가 생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출처와 원질서를 기준으로 삼아 정리하고 활용한다. 아트 아카이브에 포함되는 기록 개체들의 유형은 서신, 메모, 보고서, 사진, 필름, 비디오 및 오디오, 스크랩 등으로 각 개체들은 독립적 의미를 갖기보다 상호 유기적 계층성과 맥락을 지니고 있다. 플랫폼으로서의 아트 아카이브는 이렇듯 유기적으로 생성된 계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기록 개체의 집합을 의미하며, 증거적 정보적 본질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출처와 원질서의 원칙에 근거해 물리적, 내용적 정리를 마친 아카이브 개체들은 저장 매체에 적합한 장소에서 보관된다. 기본적인 보존 처리는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보관 장소의 온습도 및 조도 조절, 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중성 환경 조성, 물리적 접근성의 확보를 위한 라벨링 등이 있다. 비디오 같은 기술 기반 매체에 저장돼 있는 개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매체 자체의 보존과 함께 재생 환경을 보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트 아카이브에 포함돼 있는 기록의 내용과 구조는 이용자 안내문서(finding aid)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안내문서에는 각 컬렉션의 내용과 물리적 정보, 그리고 개체들의 구조가 반영돼 있어 이용자들은 원하는 개체의 내용적 배경과 함께 물리적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트 아카이브에 포함된 기록 개체는 모두 원본이며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열람을 제한할 수도 있다.
플랫폼으로서의 아트 아카이브에서 ‘보존’이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면, 또 하나의 큰 축은 바로 그 ‘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트 아카이브는 전시나 교육을 통해 실물로 공개할 수도 있으며, 홍보나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작가나 연구자가 아카이브에 포함돼 있는 내용을 기초로 예술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컬렉션과 아카이브 개체의 검색이 지원돼야 하며, 하이퍼링크를 활용한 연결 지점을 생성해 관련 전시와 연구 결과물을 연계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아트 아카이브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원본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디지털 사본을 생성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사본은 아날로그 원본을 스캔 등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나 문서로 변환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사본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썸네일 이미지로 제공되거나 소장품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연결돼 내용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며, 디지털 공간에서 기획되는 전시에 활용될 수 있다.
플랫폼으로서의 아트 아카이브는 국내외 미술관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아카이브는 작가 백남준과 그의 작품세계, 그리고 아트센터와 관련한 역사적 기록 및 연구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아 2008년 아트센터 개관과 함께 구축되기 시작했다. 현재 개관 6년차를 맞이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기관기록은 아직 아카이브로 이관되지 않고 현용 기록으로 활용 및 보존되고 있으며, 백남준아트센터아카이브는 수집 기록으로만 구성돼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아카이브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는 작가의 스튜디오 컬렉션이다. 작가의 스튜디오 컬렉션은 ‘싱글 아티스트 뮤지엄’이 소장 가능한 유형의 아카이브 컬렉션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뉴욕 스튜디오 네 군데 중 두 군데의 가구와 기록을 아트센터로 이관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 중 브룸 스트리트(Broome Street)에 있던 스튜디오를 벽면까지 재현해 상설 전시 중이다. 백남준의 스튜디오 컬렉션에 포함된 출판 자료와 스크랩 기록을 통해 백남준의 관심 주제들을 조사할 수 있고, 드로잉 및 사진을 통해 작업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연관 작품들과 미완 작품들의 사례까지 확장 연구할 수 있다. 두 번째 종류로는 일반적인 수집 기록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백남준 아카이브 컬렉션이다. 백남준의 지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백남준 관련 기록의 컬렉션들로, 현재 조직과 보존처리 작업이 완료된 12개의 컬렉션을 열람할 수 있다. 이 컬렉션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백남준과 관련된 서신, 사진, 전시 인쇄물, 도면, 친필 메모, 영상 및 오디오 기록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남준의 작품과 전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전시에 실물로 출품되기도 한다. 세 번째로 백남준이 직접 작업했던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로 구성된 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이 있다. 2,285개의 아날로그 포맷의 비디오로 이루어진 비디오 아카이브는 백남준 비디오테이프 작품의 다양한 편집 버전들, 비디오 조각의 소스 영상들, 직접 녹화하거나 촬영한 풋티지, 동료 작가와 제자들의 비디오테이프 작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디오 아카이브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편집 방식의 패턴과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같은 위성 프로젝트와 〈글로벌 그루브〉와 같은 싱글 채널을 비롯한 백남준 비디오아트의 전반적 연구 자료로 활용된다. 비디오 아카이브에 포함된 다양한 버전의 비디오테이프 작품들은 아트센터의 전시와 교육에도 활용된다. 백남준아트센터아카이브는 백남준과 관련된 원자료들로 그 유일성과 원본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비디오 아카이브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백남준의 원본 비디오테이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아카이브는 개관 이래 이사회 회의록을 비롯한 원본 기관기록을 보존하고 있으며, 기관의 소장품 수집 범위인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를 수놓은 대가의 작품과 관련한 특수기록을 수집해 아카이브로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다. 내셔널갤러리아카이브는 연구센터의 프로그램에 활용돼 소장품이나 전시와 연계되거나, 현대 작가의 커미션 작업에 사용되거나, 대중 프로그램의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내셔널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아카이브를 검색할 수 있으며, 갤러리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아카이브 개체의 디지털 사본은 하이퍼링크를 통해 웹페이지 상에서 내용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은 기관기록과 수집기록을 모두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분류해 보존하고 있으며, 소장 위치 별로 원본 열람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뉴욕에 위치한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 브루클린미술관과 연계해 아카이브, 소장품, 출판자료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세 기관의 아카이브와 예술 자원을 한 번에 열람하고 검색 가능하도록 해 자원의 활용 효과를 증대시키고 있다. 또한 뉴욕현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모두 관장이 남긴 기록물을 기관기록으로 보존하고 있으며, 역대 관장의 기록을 통해 미술관의 변천과 주요한 의사 결정 순간에 대한 사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트 아카이브 ‘프랙티스’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예술적 활동과 예술적 방식을 도입한 아카이빙, 이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예술적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카이브 전시다. 전시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매개로 아카이브 실물을 사용하는 아카이브 전시는 전시된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장에 일부 자료를 설치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작품과 관련한 서신, 사진, 노트, 드로잉 등의 지류 개체가 전시장에 진열되거나, 작가 및 관련 인물의 인터뷰 영상이나 작품의 제작 영상 등이 모니터를 통해 재생되는 유형이 일반적으로 아카이브가 전시에 활용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아카이브 자체를 전시의 중심에 놓고 기획한 본격적인 아카이브 전시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마술사”전 25주년 기념 전시는 현대미술사의 기념비적인 전시를 재조명하는 장치로 아카이브를 선택했다. 1989년 전시의 설치 기록과 이미지 등을 전시장에 다시 선보여 당시의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역사가 된 기록의 내용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영국의 화이트채플갤러리는 아카이브 전시만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전시의 모티프를 아카이브에서 발견하거나, 작가로 하여금 아카이브를 조사하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역사적 주제나 사회상을 반영한 아카이브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는 더 이상 특정 내용을 전달하는 보조적 매개로 아카이브 실물을 사용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시장에 아카이브를 배치하는 데 있어서 전시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시각적 구현 방식을 고안해 아카이브가 시각적으로 공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거나,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아카이브 실물을 현재의 정치사회적 주제와 연결시켜 내용적 확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기도 한다.
아트 아카이브를 기록학 원칙에 근거해 구축하고 활용하는 방식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적 방식으로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확장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주로 작가가 개입해 수행한다. 작가의 아카이브는 작가의 주관과 의도를 반영해 구축되고, 이 과정에서 기록학적 정리 방식이 아닌 작가의 본능적 정리 방식이 활용된다. 영국 작가 존 래덤(John Latham)은 본인의 작업을 기록하는 방식을 하나의 이벤트로 보고 스튜디오 건물을 포함한 전체 기록을 아카이빙했다. 래덤의 스튜디오 공간은 각각의 공간이 주로 수행하는 기능과 가슴, 뇌 등의 신체 부위가 기능하는 공통 지점을 찾아 연결해 해당 부위 명칭으로 구분된다. 또한 래덤의 스튜디오 내부를 촬영한 이미지를 활용한 가상 체험 공간을 웹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그의 아카이브에 접속하는 방식은 랜덤 이미지로 접근하는 방식, 기록학적 이론에 입각해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본능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이 세 가지 방식의 명칭 역시 작가의 방식대로 명명됐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세 인물의 캐릭터를 반영한 아카이빙 방식으로, 아카이브 접근 방식에 따라 각 인물의 이름을 차용했다. 이러한 창의적 방식의 아카이빙은 중립적 정보 전달 기능보다는 아카이빙 작업 그 자체에 대한 예술적 의미 창출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예술 활동을 증거하는 보존기록인 아트 아카이브는 영구히 보존되고 활용돼야 하는 예술 자원의 한 유형이다. 생성된 맥락을 유지하며 생성 주체가 부여한 의미를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기록 내용을 변화 없이 보존하기 위해 아키비스트는 내용적 정리와 함께 물리적 정리 작업을 수행한다. 아카이브 실물과 아카이브에 포함된 내용은 시각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다양한 담론을 생성해 낼 수 있다. 아카이브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록학 원칙에 근거한 방식이 영구적 보존을 지원하고 중립적 활용을 지원하는 반면, 예술적 관점에서 수행하는 방식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요소와 결합되는 다중의 의미를 생성해 낸다. 기록은 사실 정보 전달을 그 기본 기능으로 한다. 아트 아카이브는 사실 정보의 전달 이외에 시각적으로, 의미론적으로 다양한 맥락을 생성하며 확장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프로젝트 비아
※ 본 기사는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의 지원으로 아트인컬처와 더아트로가 함께 기획·게재하는 글입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국제정치학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프랫인스티튜트 아카이브전공 문헌정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구겐하임미술관 프로젝트 아키비스트로 근무하였고, 현재 백남준아트센터 아키비스트로 백남준 관련 원자료 컬렉션 운영 및 관리와 구술사 프로젝트, 아카이브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