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상(Korea Artist Prize)' 과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 무화재단이 주관하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Hermes Foundation Missulsang)' 이 같은 날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예술과 대중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고,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후원한다는 취지의 수상제도 중 국내외를 대표하는 미술상과 각각의 특징을 소개한다.
지난 1995년 제정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상으로 자리잡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Korea Artist Prize)’은 1995년부터 지속되어 온 ‘올해의 작가’전을 새롭게 개편하여 지난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후보자가 4명으로 확대되었다. 10인의 국내외 미술관련 추천단과 5인의 국내외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가 선정된다. 4명의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각각의 개인전 형태의 그룹전을 가지게 되며, 후보자 모두에게는 4천만원의 상금이 신작지원비로 지원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다큐멘터리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 2012년에는 문경원·전준호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올해는 공성훈, 조해준, 신미경, 함양아 작가가 최종 후보자로 선발, 그 중 공성훈 작가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미술상인만큼 대중과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미술계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 문화재단이 주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Hermes Foundation Missulsang)’은 난해한 현대미술과 대중 사이의 거리감을 깨고 한국의 역량있고 재능있는 작가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000년에 제정된 미술상이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5명의 심사위원들이 최종 3인의 후보를 선발, 신작제작을 지원한 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그룹전을 거쳐 최종 1인을 선발한다. 최종 선정자에게는 상패와 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만의 차별성으로는 프랑스의 기업이 주관하는 만큼 심사위원 구성 시 세계적인 큐레이터, 미술관계자 및 평론가들이 직접 참여, 선발하고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국제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신작 제작을 지원하여 신작을 전시하고 그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점 역시 에르메스만이 갖는 특징으로 평가된다. 이 상의 수상자들 역시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동시대미술의 흐름과 비전을 읽을 수 있는 자료로 그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장영혜(2000년), 박이소(2002년), 서도호(2003년), 박찬경(2004년), 구동희(2012년)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동시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작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국내 미술상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제정된 국내 미술상으로 올해 6회째를 맞는 ‘양현미술상(Yang Hyun Prize)’이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의 국내 미술상과도 많은 차별 점을 두고 있다. 해외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국적에 상관없이 선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상금 1억원이 그 해 미술계 발전에 이바지한 중견작가에게 수여된다. 그 외에도 수상된 작가는 3년 내 작가가 원하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 수 있도록 후원한다. 2009년 독일 출신 설치미술가 이자 겐즈켄(Isa Genzken), 2010년에는 이주요를 비롯 2013년에는 브라질 작가 리바니 노이언슈원더(Rivane Neuenschwander)가 선정되었다.
1984년 영국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현대미술상 ‘터너프라이즈(Turner Prize)’는 영국 현대미술을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암 터너(William Turner)의 이름에서 출발하였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인만큼 스스로도 다양한 시스템의 도입과 시도를 거쳐 많은 진화를 거쳤으며, 이는 많은 미술상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다. 터너프라이즈는 영국 테이트 브리튼이 주관하고, 매년 주목할만한 활동을 보여준 50세 미만의 영국 작가(국적의 의미보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작가 및 외국에서 활동하는 영국작가를 모두 포함) 한 명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95년 수상), 안토니 곰리(Anthony Gormley, 1994년),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91년), 트레이시 에민(Tracy Emin, 1999년)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배출한 상이기도 하다. 매년 5월에 후보자 4인을 선정, 영국 전역의 유수한 미술관에서 10월부터 전시를 열고 12월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1991년부터는 영국의 주요 방송채널 ‘채널4(Channel4)’가 터너프라이즈의 주요 후원기관으로 영입되면서 공중파에서 시상식이 30분간 생중계되기 시작하였다. 뉴스에서도 그 후보 소식을 전할 만큼 대중에게나 전세계 미술계에서 중요한 행사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수상자는 £25,000(한화 5천만원 상당)의 상금이, 나머지 3명에게는 각각 £5,000(한화 1000만원 상당)가 수여된다.
1996년에 재정된 ‘휴고 보스 미술상(Hugo Boss Prize, 이하 휴고 보스상)’은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패션 브랜드 휴고 보스가 수여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상으로 2년에 한 번씩 현대 미술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작가에게 주어지며, 수상자에게는 10만달러(한화 1억원 상당)의 상금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회의 기회를 제공한다. 국적이나 나이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상들과 차별성을 갖는 이 수상제도는 6명의 후보자가 발표되고 5명의 미술계 전문 심사위원에 의해 선정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미술사적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은 전 세계의 다양한 작가들이 선정되는데, 역대 수상자로는 매튜바니(Matthew Barney, 1996년)을 시작으로 피에르 헤이그(Pierre Huyghe, 2002년),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2004년)를 비롯 2010년에는 독일 출신의 원로작가 한스 피터 펠드먼(Hans-Peter Feldmann)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1998년에는 우리나라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불이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영국의 터너 프라이즈와 미국 휴고 보스상이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평가받으며 그 해에 가장 우수한 작가를 선정한다는 취지이지만 두 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더글라스 고든(터너 프라이즈 1996년, 휴고 보스상 1998년 수상)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위에서 열거한 수상제도 외에도 1997년에 제정된 ‘중국현대미술시상식(CCAA, Chinese Contemporary Art Award’)나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상(Marcel Duchamp Prize)’등 다양한 미술상들이 존재하지만 미술상이라는 제도가 예술이 지니고 있는 속성과 의미에 부합하지 않고, 각기 다른 맥락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우위를 두고 심사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현대 미술문화의 담론과 호흡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미술상의 존재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도출하지 않고 상금의 액수와 시선끌기용 이벤트로 끝내기보다는 진정한 상의 의미와 쓰임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하는 수상제도의 진화를 기대해본다.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큐레이팅을 공부하였다. 디지털 매체 연구와 동시대 미술의 조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미팅룸에서 큐레이팅팀 디렉터로 활동하며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연구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