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2012 키워드로 보는 한국현대미술(7)

posted 2012.06.22

한 나라의 현대미술을 드러내는 키워드라는 것이 있을까? 미술에 대한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다양한 씬이 있기에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지구화나 국제화 시대에 대응해 각 국가나 지역의 미술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21세기에 이러한 키워드를 (무모하지만)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작업일 듯싶다. 중국 현대미술의 경우 거대한 스케일과 구상회화의 강세 등으로 얘기할 수 있고, 영국 현대미술 또한 yBa라는 이름으로 독특한 그들만의 마감을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진'더 아트로'가 창간을 맞아 국내 현대미술의 키워드를 뽑아보는 '무한도전'을 시도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미술계 인사들과 국내 미술계를 관심있게 지켜본 해외 미술인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키워드 세 개를 뽑아달라고 한 것이다. 11인이 생각하는 한국미술 키워드,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고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제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국현대미술 현장과 경쟁력에 대한 소고

아트컨설팅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던 1994년 당시 ㈜로렌스 제프리스를 설립한 이래 18여 년에 걸쳐 많은 국내외 작가들과 함께 정부기관과 대사관, 기업 및 미술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다. 그 동안 시각예술이 국가간 교류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오르고 대규모 국제미술 비엔날레가 지역별, 분야별로 국내에서 대거 발족되면서 이와 함께 미술과 전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역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음을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유학하는 작가의 수가 급증하는 한편, 한국 작가들의 해외 전시 개최 비율 또한 전시 기획자 및 관련 부처의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여왔다. 글로벌 채널의 흐름에 맞추어 국제무대를 향한 한국 미술계가 보여준 열의와 행보를 통해 세계 미술계 흐름을 개방적으로 수용하고 급성장한 것은 해외 문화강대국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그간 본인의 여러 해외 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한국 미술 인프라의 양적 성장과 현대미술에 대한 성숙해진 인식에 비해 ‘현장’에서 보다 보강되어야 할 점에 관하여 세 가지 요점을 단편적이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로, 보다 경쟁력 있는 해외홍보와 영어 네트워크 구축이 현장에서 주력되어야 할 것이다. 매해 국내에서 수많은 국제 미술행사들이 개최되며 유망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디렉터 혹은 참여작가로 초빙되고 있는 반면에, 행사 및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홍보와 네트워킹은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국제 행사에 대한 보다 전략적인 해외 홍보 수립은 국내 대표적인 미술현장의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홍보의 성과 역시 예산과 직결되는 만큼, 주최측 자체 홍보기획력 외에 상위 차원에서의 보다 긴밀한 홍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의 문화경쟁력과 이미지 홍보를 위해 국내의 대표적인 국제 행사만큼은 문화홍보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로 전략이 구성되어야 한다. 정기적인 국제 행사 외에도 상시적으로 개최되는 수많은 기획전과 행사들을 일괄적으로 소개하는 기본 영문 안내지 보급도 절실하다. 20여 년 동안 해외 주요 미술인사들에게 국내 주요 전시와 기관들 방문을 추진해 왔지만 미술관, 갤러리 및 문화현장을 소개하는 기본적인 영문 안내지가 부재하는 실정이다. 서울아트가이드, 네오룩과 같은 대표적인 미술 정보망이 보급되어 종사자들과 관심 있는 국내 대중에게는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미술에 대한 관심도와 교류 비중에 비해 과연 국내 체류 및 방문 외국인들에게 국내작가와 미술 네트워크 및 활동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알리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가는 재고할 부분일 것이다.
둘째, 문화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투자 및 인식의 성숙도에 비례하여 공공기관 및 관련 분야 내 전문인력의 양성과 지원의 폭 또한 깊어져야 할 것이다. 해외 기관처와의 협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문화참사관 및 실무진들의 미술계 현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부지런히 현장을 탐방하는 열성이었다. 이들의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 외에 이를 지원하는 조직 구조와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작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뿐만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해주는 각 소속 별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활동을 장려하는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비단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라 기업, 미술관 등의 각 인력들이 사무 및 행정 업무 외에 다양한 현장을 답사하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이들이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과 구축이 해외 문화 강대국에 비해 약소하기에 이에 대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프로젝트 도전과 이에 대한 수용이 보다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론적인 문제 제기이지만 이는 아트 컨설팅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주최측들을 만나며 가장 절실히 추구하고자 노력한 원칙 중의 하나였다. 한 도시의 문화 경쟁력은 도시의 크기나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문화 전반에 걸쳐 보다 창의적인 사고와 고민들이 제시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성장하게 된다. 이는 대중의 시야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도시와 국가의 경제적인 성장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의 역사와 문화 유산은 자국의 DNA를 구성하게 되며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현대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담론과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주체인 국공립 기관 및 기업 내부에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 구상을 올바른 분별력으로 꾸준히 독려할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확대되고 그 기반이 더욱 확고히 세워져야 할 것이다.


그간 국내외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각 분야 기관 및 전문가들의 노고와 작가들의 열정을 지켜 보았고 나 또한 이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음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짧은 지면을 통해 현장의 발전에 대한 생각을 옮기며 앞으로 한국현대미술이 국내외 창의성과 소통의 중심점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역량 있는 한국작가와 기획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11인이 생각하는 한국현대미술 키워드

글로벌리즘과 차이의 문화정치학
관계성 예술을 통한 공동체적 실어증 극복
한국미술 키워드 3개
예술소곡(藝術小哭)
역동적 자생성을 토대로 성장한 한국 현대미술
과감한 방식으로 예술적 본질을 고찰하는 한국 현대미술
한국현대미술 현장과 경쟁력에 대한 소고
현대 '한국적'인 미술이란 무엇인가
모호한 현실 속 정체성의 탐구
한국 현대미술에 맥락화가 필요한가?
한국 미술에 나타난 변용과 개념적 독립

로렌시나 화란트-리 / (주)로렌스 제프리스 대표이사

로렌시나 화란트-리는 1994년 아트컨설팅사 ㈜로렌스 제프리스 창립자이자 대표이사로, 2003년 《위대한 회화의 시대: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덕수궁미술관)에서 블록버스터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수상 미술전시 《Fluid Artcanal International 아트 카날 해외 교류전》, 한국작가 해외순회전 《Simply Beautiful: Breath of Nature in Korean Contemporary Art》을 비롯해 소마미술관 개관전 《파울 클레: 눈으로 마음으로》 등을 기획하였다. 프라다 트랜스포머(2009) 한국 주관을 맡았으며 2007년부터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한국대표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재)송은문화재단과 협력하여 《프랑소아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등을 비롯하여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www.artconsul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