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2012 키워드로 보는 한국현대미술(9)

posted 2012.06.22

한 나라의 현대미술을 드러내는 키워드라는 것이 있을까? 미술에 대한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다양한 씬이 있기에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지구화나 국제화 시대에 대응해 각 국가나 지역의 미술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21세기에 이러한 키워드를 (무모하지만)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작업일 듯싶다. 중국 현대미술의 경우 거대한 스케일과 구상회화의 강세 등으로 얘기할 수 있고, 영국 현대미술 또한 yBa라는 이름으로 독특한 그들만의 마감을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진'더 아트로'가 창간을 맞아 국내 현대미술의 키워드를 뽑아보는 '무한도전'을 시도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미술계 인사들과 국내 미술계를 관심있게 지켜본 해외 미술인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키워드 세 개를 뽑아달라고 한 것이다. 11인이 생각하는 한국미술 키워드,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고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제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모호한 현실 속 정체성의 탐구

작년(2011년)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 머무는 동안, 나는 대만과 한국의 유사성에 놀랐다. 양국은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서 오랫동안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대만과 한국의 현대미술은 모두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동시에 서구 문화의 영향을 열렬히 흡수했다. 하지만 대만과 비교해, 한국의 현대미술은 국제 무대에서 보다 활발하다. 이는 한국은 대규모의 국제적인 미술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를 유치하면서 국제 미술계와 꾸준히 교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전 세계의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을 매혹하고, 한국이 예술계 사람들을 모으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실질적인 이유뿐 아니라, 뛰어난 작품과 기술적 숙달 또한 분명 한국 현대미술을 국제 예술 무대로 진출시키는 역할을 했다. 내가 발견한 한국 현대미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전통의 반영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가 종종 한국 현대회화와 사진에 나타난다. 사람들은 오늘날 자신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그 흔적을 쫓는 듯 한데, 이는 정체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또한 ‘기억’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한국 현대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조덕현의 예)


모호한 현실


많은 젊은 예술가들은 ‘현실’과 ‘거짓’을 같은 차원에 병치시키거나, 환영이 있는 세상을 구축하는 것을 즐긴다. 현실은 정교하고 연출된 장면으로 덮이고, 모호하지만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의 현실과 환영의 경계 탐색은 속도가 빠른 현대와 정보 사회에 존재하는 현상에 대해 관람객들이 생각해보도록 한다. (정연두와 오용석의 예)


다양한 매체의 실험


한국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매체를 잘 사용하고, 이를 엮거나 콜라주하여 예술 작품을 만든다. 패브릭이나 종이, 혹은 심지어 기성품도 매체로 사용한다. 때때로 매체가 예술가의 창조성에서 매우 중요하고, 그들의 창조성을 이끌거나 바꾸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의 실험은 또한 한국의 예술가들이 단일한 매체로도 훌륭한 작품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다. (노상균의 예)


11인이 생각하는 한국현대미술 키워드

글로벌리즘과 차이의 문화정치학
관계성 예술을 통한 공동체적 실어증 극복
한국미술 키워드 3개
예술소곡(藝術小哭)
역동적 자생성을 토대로 성장한 한국 현대미술
과감한 방식으로 예술적 본질을 고찰하는 한국 현대미술
한국현대미술 현장과 경쟁력에 대한 소고
현대 '한국적'인 미술이란 무엇인가
모호한 현실 속 정체성의 탐구
한국 현대미술에 맥락화가 필요한가?
한국 미술에 나타난 변용과 개념적 독립

린 샤오위 / 대만 국립미술관 큐레이터

린 샤오위는 대만 국립미술관의 큐레이터이다. 그녀는 타이난 국립예술대학에서 음향과 이미지 관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에 린 샤오위는 국립현대미술관 국제 전문가 연수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그녀는 현재 타이충에서 활동하고, 연구 분야는 새로운 미디어와 디지털아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