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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대상 시각예술 지원정보 살펴보기 (4) : 국제교류 전시 지원과 국제 미술상

posted 2017.12.22

더아트로는 해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의 시각예술 관련 기금과 지원정보를 소개한다. 한국 시각예술계에서는 적지 않은 수의 주목할 만한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공적 기금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계가 국제화된 만큼 이 중에는 국제교류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 작가나 전문가들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레지던시, 전시기회 등의 공개 공모 프로그램 뿐 아니라, 공적 기관이나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초청 리서치, 국제 세미나, 출판 지원, 미술상 등 여러 종류의 지원과 기회가 해외를 향해 열려있다. 더아트로는 이렇게 해외를 대상으로 한 한국 공적 기관의 지원 내용을 주제별로 나누어 연재 기사로 준비했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이루어지는 국제교류 전시 및 행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해외 작가에게 열려있는 한국의 미술상 정보도 함께 싣는다.


워싱턴한국문화원의 개인전 〈한글: 선들의 미학〉(2017) 중 강은혜, 'Paris is most beautiful in the rain', 개퍼 테이프, 가변 설치, 2016. (사진:워싱턴 한국문화원) 워싱턴한국문화원의 개인전 〈한글: 선들의 미학〉 (2017) 중 강은혜, 'Paris is most beautiful in the rain', 개퍼 테이프, 가변 설치, 2016. (사진:워싱턴 한국문화원)

오늘날 미술계에는 나라간의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국제전시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공공 혹은 민간이 주최하는 수많은 전시들에서 국제교류의 성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그중 한국의 공적 지원 기관이 지원하거나 주최하는 전시는 일반적인 경우들보다 국가적 정체성이 더 강조되거나 문화외교의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이런 전시들에서 간혹 나라의 이름이 전시 제목의 전면에 등장한다고 해서 꼭 관주도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해 두 나라에서 열린 전시들에서는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양국 최첨단의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처럼 국제교류 전시 지원이 관객들에게 다른 국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창작자에게는 해외를 향해 작업을 선보이며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로 한국국제교류재단해외문화홍보원, 재외공관에서 주최하는, 주로 전시공간 제공을 기본으로 하는 지원을 살펴보고, 뒤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한국 행사의 해외 개최 지원(아웃바운드) 및 해외 행사를 한국에 초청(인바운드)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겠다.


왼쪽) 알렉스 스트라다(Alex Strada), 〈Great Pyramids of Giza. Shenzhen, China〉,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2015 오른쪽) 백병기, 〈Take Me Home〉, 롤스크린에 사진 인쇄, 2015. 모두 뉴욕한국문화원의 〈2017년 공모 당선 작가전: In/visible: Things to be Discussed〉 참여 작품. (사진: 뉴욕 한국문화원) 왼쪽) 알렉스 스트라다(Alex Strada), 'Great Pyramids of Giza. Shenzhen, China',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2015
오른쪽) 백병기, 'Take Me Home', 롤스크린에 사진 인쇄, 2015. 모두 뉴욕한국문화원의 〈2017년 공모 당선 작가전: In/visible: Things to be Discussed〉 참여 작품. (사진: 뉴욕 한국문화원)

전시 공간 지원

먼저 전시공간 제공의 경우, 해외에서는 재외 한국문화원이 운영하는 공간들이 대표적이다. 해외의 한국문화원은 기획전과 비정기 공모를 통해 한국과 관련된 국제교류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근래에는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끈 한국의 단색화 열풍 및 한국 70년대 실험미술을 조명하는 기획전이 문화원을 통해 열리기도 했다. 재외공관의 일차적 성격과 마찬가지로, 해외의 문화원은 한국미술이 해외와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워싱턴 한국문화원,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게시한 공모를 보면, 작가의 국적에 관계없이 전시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작가를 위한 공모 지원을 받고 있다. 전시공간 무료 제공과 리플렛, 보도자료, 오프닝 리셉션을 제공하며, 작품 이미지가 포함된 포트폴리오를 보고 심사한다.


국내의 전시공간으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운영하는 KF 갤러리의 전시 지원이 있다. 개인은 신청할 수 없으며, 주한 외국공관 및 문화원, 국내외 비영리 국제교류 기관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사업의 완성도 및 문화 외교적 기대효과, 우리 국민의 해외문화 이해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심사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대관 및 전시장 내 전시 설치·해체비 및 전시장 관리, 운영비, 홍보물 제작비를 지원한다. 제출 서류로는 전시 참여 작가 리스트와 큐레이터 CV가 포함된 전시 상세 기획안을 받는다. KF 갤러리는 국내 관객들에게 다른 국가의 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얼마 전 한-베트남 수교 25년 기념전으로 열린 ‘정글의 소금’전은 아시아 근현대사의 공통분모를 가진 양국의 젊은 예술가 13팀이 지난 30년간의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작품으로 참여해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한국의 행위 예술을 소개하는 주영 한국문화원의 전시 〈Rehearsals from the Korean Avant-Garde Performance Archive〉2017.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한국의 행위 예술을 소개하는 주영 한국문화원의 전시 〈Rehearsals from the Korean Avant-Garde Performance Archive〉2017.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기관별 국제교류 전시·행사 지원 현황>

기관별 국제교류 전시·행사 지원 현황

다양한 전시, 행사 지원 프로그램

지정된 전시공간 외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면, 국제교류 전시나 행사에 소요되는 직접경비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국제 예술교류 지원’을 통해 국내 개최 사업(인바운드)과 해외 진출 사업(아웃바운드) 양쪽 모두를 지원하고 있다. 인바운드 지원으로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문화예술 교류 사업에 해외 예술가를 초청할 경우 지원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시, 비엔날레, 페스티벌, 행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해외 예술가(단체) 및 기관과 공동(협업) 제작하여 국내에서 발표되는 작업이나 행사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교류 사업에 국내인사가 초청되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국제 네트워크 및 글로벌 역량 강화 활동으로써, 국제기구 총회 및 국제회의 참가 등이 해당된다. 해외 예술가(단체) 및 기관과의 공동(협업) 제작되어 해외에서 발표되는 프로젝트도 역시 지원하고 있다. 국내 및 해외의 초청 사업의 경우에는 직접 경비 지원으로 3백만원에서 3천만원 사이의 지원이, 국제 공동 협업의 경우에는 1천만원에서 6천만원 사이의 지원이 이루어진다. 신청 자격은 시각예술을 포함하여 문학,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분야를 아우르며, 예술단체 및 예술인이 신청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국내 및 해외에서 개최되는 민간 차원의 국제 및 남북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예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제 주요 비엔날레(베니스 비엔날레, 상파울로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의 본 전시 초청 및 주요 미술관 기획전시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운영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해외단체 한국문화예술행사 지원’을 통해 해외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가 개최하는 한국문화예술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전시 및 강연, 워크숍, 세미나를 포함한다. 지원 내용은 작품의 포장료, 국제운송료, 통관 및 보험료, 도록 제작, 전시 직접 관계자의 항공료 일부이며, 해외의 기관 및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기관 초청 협력 전시지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작가(단체)의 초청 및 협력 전시를 개최하는 해외 미술기관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작가나 단체를 초청할 경우 참여자들의 항공비, 숙박비 및 작품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며, 지원규모는 신청 사업 당 최대 2천만원이다. 지원을 받은 작가나 단체는 작품의 판매 실적 및 판매 가격 정보가 포함된 실적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한국 갤러리를 지원하고, 해외 아트페어에서 한국미술을 프로모션하는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한국미술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을 위한 다각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는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 공예 전시와 페어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2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리는 공예아트페어 콜렉트, 시카고 소파(SOFA (Sculpture Objects Functional Art and Design), 프랑스 메종&오브제(Maison and Objet Paris) 전시 참가를 지원한다.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 블라스트 씨어리. (사진:백남준아트센터, Image credit: Andrew Testa). 오른쪽) 2016 양현미술상 수상작가 히토 슈타이얼.(사진:양현재단)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 블라스트 씨어리. (사진:백남준아트센터, Image credit: Andrew Testa).
오른쪽) 2016 양현미술상 수상작가 히토 슈타이얼.(사진:양현재단)

국제 미술상을 통한 국제교류

국제 미술상을 통한 국제교류

한편 한국에서는 국내와 해외 작가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나 미술상도 개최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운영하는 국제공모전은, 대상 작가에게 5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회를 거듭할수록 세계적 작가들이 주목하는 전시로 성장해 왔다. 이밖에도 현대자동차LA카운티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와 함께 운영하는 ‘아트 테크놀로지 랩(Art + Technology Lab) 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1년간 경제적·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간 국제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들이 미술상을 통해 한국에서 수상과 전시 기회를 가지며 또 다른 형태의 국제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산하 백남준아트센터에서 2009년부터 개최 중인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고 통섭하는 백남준의 정신을 이어 받은 예술가와 이론가에게 수여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한화 약 6천만 원(5천 달러)의 상금과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2016년 영국의 작가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가 수상했으며, 역대 수상작가로 이승택, 안은미, 씨엘 플로이에(Ceal Floyer),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Robert Adrian X)(1회), 브뤼노 라투르(Brubo Latour)(2회), 더그 에이트킨(Doug Aitken)(2012), 하룬 미르자(Haroon Mirza)(2014)가 있다. 사립문화재단인 양현재단의 양현미술상은 국제적인 작가를 후원함으로써 미술 분야의 국제교류를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2008년 제정되었으며, 총 1억 원의 상금과 3년 이내 작가가 원하는 시기에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등의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작가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역대 수상자로는 카메론 제이미(Cameron Jamie)(2008), 이자 겐즈켄(Isa Genzken)(2009), 이주요(2010),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2011),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즈(Abraham Cruzvillegas)(2012), 리바니 노이언슈원더(Rivane Neuenschwander)(2013),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2014), 오토봉 엥캉가(Otobong Nkanga)(2015),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2016),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2017)이 있다. 또한 매회 광주비엔날레 참여한 작가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눈 예술상도 빼놓을 수 없다. 각각 중견작가에게 1만 달러, 신진작가에게는 5천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역대 수상작가로는 구스타프 메츠너와 양혜규(2010), 문경원-전준호와 모토유키 시타미치(2012), 이불과 세실리아 벵골레아, 프랑소와 세뇨(2014), 도라 가르시아와 안톤 비도클, 전소정(2016)이 있다. 여기에 더해 단색화 거장 박서보는 직접 만든 서보미술문화재단에 기금을 출연해 서보미술상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우수작가를 선정해 1억 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에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공모와 지원 프로그램을 위주로 소개했으나, 국제교류 전시를 열고 이 과정에서 유무형의 자원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앞서 소개한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열려있다. 무엇보다 한국미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작가나 기획자라면, 먼저 한국 공적 기관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방법을 모색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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