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이하 위켄드)》는 해외 주요 미술계 인사 및 전문 기관에 국내 갤러리 및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행사이다. 2017년에 열린 《위켄드》는 총 2회에 걸쳐, 《아트부산(Art Busan)》 및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기간에 열렸다. 그 중 K-ART 컨버세이션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미술전문가들의 패널토크로 총 6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아시아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본 세션에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저널리스트 멜라니 걸리스(Melanie Gerlis), 미술 시장 분석가 클레어 매켄드루(Clare McAndrew),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디렉터 애들라인 우이(Adeline Ooi), [아트 어젠다(Art Agenda)] 편집장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매거진[프리즈(Frieze)] 부편집장 에이미 셜록(Amy Sherlock)이 참여했다.
패널리스트
클레어 매켄드루(Clare McAndrew)
애들라인 우이(Adeline Ooi)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에이미 셜록(Amy Sherlock)
모더레이터
멜라니 걸리스(Melanie Gerlis)
진행‧정리‧사진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클레어 매켄드루(Clare McAndrew) / 패널리스트 2005년에 미술 시장 전문 컨설팅 기관 아트 이코노믹스(Arts Economics)를 설립하였다. 문화 경제학자이자 미술시장 분석가로, 미술 시장에 규제와 조세가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계 미술 시장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 아트 페어(TEFAF) 미술 시장 리포트를 발표하였으며 최근에는 《아트 바젤(Art Basel)》의 위탁을 받아 미술 시장 연구를 하고 있다. |
애들라인 우이(Adeline Ooi) / 패널리스트 2015년부터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의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현대 미술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 왔다. 동남아시아 현대 미술을 이끌어 나가는 갤러리 발렌타인 윌리 파인아트(Valentine Willie Fine Art)에서 디렉터로 재직한 바 있다. |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 패널리스트 세계적인 미술 매체 [아트 어젠다(Art Agenda)]의 편집장이다. 런던 킹스턴 대학교 및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 출강하며 여러 미술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현대 미술과 영화의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온라인 플랫폼 비드롬(Vdrome)을 설립했다. 2012년과 2017년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의 리서치 큐레이터로 활동하였다. 『Lost and Found: Crisis of Memory in Contemporary Art』의 공동 저자이다. |
에이미 셜록(Amy Sherlock) / 패널리스트 현대 미술의 담론을 이끌어가는 잡지 [프리즈(Frieze)]의 부편집장으로, 아시아 미술 현장에 대한 풍부한 취재 경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랜서 전시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런던의 현대 미술 축제인 《오픈 소스(Open Source)》의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
멜라니 걸리스(Melanie Gerlis) / 모더레이터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미술 시장 전문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지난 10년간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에 미술 시장 전문 에디터로서 경매, 아트 페어, 세계 미술 시장에 대한 기사를 기고해 왔다. 투자 회사 핀즈버리(Finsburry)에서 10년간 재직했으며 헤지 펀드와 투자 은행 등 금융서비스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
멜라니 걸리스: 오늘의 주제인 '아시아 미술 시장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해 주실 훌륭한 전문가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우선 이 주제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약 11년간 미술 시장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해 왔습니다. 모든 예술 분야를 다루는 신문사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냥 미술 시장만이 아니라 문화계의 모든 면을 다루는 신문사였죠. 그때 저는 미술관, 정책, 각종 규제 등을 포함하여 모든 문화 예술계와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를 다뤘습니다. 그런 신문에서 미술 시장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는 것은 꽤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2011년이었는데 오늘의 패널이신 클레어 매켄드루가 썼던 기사였죠. 중국이 영국을 제치고 미술품 판매 부문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 차이는 1퍼센트 남짓이었지만 정말 놀랄 만한 변화였죠. 그때부터 우리는 차이나 가디언 옥션(China Guardian Auctions)이나 폴리 옥션(Poly Auction)과 같은 경매 회사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 제 옆의 애들라인이 운영하고 있고 이전에 홍콩 국제 아트 페어였던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등의 아트 페어에도 참가하기 시작했죠.
두 번째로 신문의 1면을 장식했던 기사는 2012년 아시아의 두 경매 회사의 판매 실적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오랜 기간 러시아, 중동, 남미 등으로부터 미술품을 사고파는 바이어들을 수도 없이 봐온 저 같은 사람들은 아시아와 중국에 나타난 이런 현상 역시 한때 잠깐 반짝 성공했다 사그라드는 사례 정도로 치부해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 시장의 내면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판매 수치 자료 자체의 문제도 있었고 경매에서 사람들이 작품 값을 올리기만 하다가 구입하지는 않는다는 사례들도 심심찮게 들렸고요. 그냥 무시해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사례를 기존의 사례들처럼 치부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미술 시장과 미술품에 대한 열정의 성장세들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것이었고, 성장의 속도 역시 대단했으니까요. 저는 어제 홍콩에도 오픈하게 된 대규모 세계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 & Wirth)가, 이 분야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감이 없지 않지만 상하이와 베이징에도 지점을 오픈하게 된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단순히 중국과 홍콩만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제까지 다른 국제 아트 페어의 한쪽 부스에서만 봐왔던 갤러리들을 직접 방문할 수 있었고 이곳 미술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를 체감했어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역시 지금 이 미술계에 그들만의 견해와 능력들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럽과 같은 서구의 시장들이 꽤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 세션의 주제를 '아시아 시장의 미래'라고 하기보다 '아시아 시장은 곧 미래'라고 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다른 훌륭한 강연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 보고 싶습니다.
우선 문화 경제학자이자 2005년에 설립된 미술 시장 컨설팅 기관 아트 이코노믹스(Arts Economics)의 창립자인 클레어 매켄드루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아트 바젤》과 UBS가 위탁하여 진행하고 있는 클레어의 미술 시장에 관련된 대량 자료 분석 연구는 가히 미술 시장 분야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클레어 매켄드루: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아시아의 미술 시장은 전 세계적인 미술 시장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과 함께 큰 그림의 일부로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술 시장의 트렌드 중 한 획을 긋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현상이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연구에서 지난 10-15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지난 25년간 미술 시장의 판매 경향을 보면 정말 놀랍게 성장해 왔습니다. 1991년 가장 저조했던 시기(97억 달러)에서부터 정점을 기록한 2014년까지(682억 달러) 600퍼센트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었으니까요. 판매 실적으로 본다면 정말 대단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을 보면 그 성장세의 추진력은 주로 아시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미술 작품의 판매 실적이 일단 큰 몫을 했고(아시아 25.5% 중 중국 20%), 아시아인 구매자들이 아시아 내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시장들로부터 구매한 내역까지 수치에 반영되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아시아가 지난 10년간의 미술 시장 성장에 경이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현재는 시장들이 좀 더 세분화되고 주로 국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 미술품의 가격 하락 위험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1991년 불황에서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는 데 약 15년의 시간이 걸린 데 반해 2009년의 불경기 때는 금세 다시 회복되었는데 그때 미술 시장이 단지 미국이나 영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아시아의 구매와 판매에도 기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금융 위기 때에 미술 시장이 어느 정도 흔들렸던 때 특히 중국이 판매호황을 불러 왔죠.
ⓒArts Economics 2017
중국과 아시아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리적인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겠습니다. 일단 미술 시장의 판매 실적과 관련하여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전체 글로벌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멜라니가 얘기한 것처럼 특히 중국은 주목할 만한 대상으로 제가 유럽 아트 페어(The European Fine Art Fair(TEFAF)) 아트 마켓보고서를 시작할 때부터 그 현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2006년이나 2007년에는 고작 5퍼센트 정도에 불과했어요(2006:미국 249억 달러, 중국 41억 달러). 그러다가 작년에 세계 시장의3위로 올라섰고(2016: 미국 229억 달러, 중국 115억 달러), 2011년에는 일시적이었지만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죠(2011: 미국 189억 달러, 중국195억 달러). 세계 미술 시장의 얼굴을 전면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5년 전 중국은 등장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정말 경이로운 성장을 한 거죠.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Arts Economics 2017
2006년만 해도 미국 시장의 크기는 중국의 5배 정도였습니다. 그런 성장세로 중국 시장은 2010년과 2011년에는 일시적이지만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물론 2위와 아주 근소한 차이였지만요. 그 이후로 조금 둔화되었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세계 미술 시장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파이의 한 조각이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판매뿐 아니라 다른 견지에서 아시아 시장을 바라본다면 그건 해외 거래 실적입니다. 얼마나 많은 미술 작품이 아시아 국가들의 국경을 드나들고 있느냐는 것이죠. 이것 역시 현재 미술 시장의 그림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중국 그리고 특히 홍콩은 다른 아시아의 시장에 비해 아주 중요한 중추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중요한 시장들이 있는데 저는 미술 작품 거래의 측면에서 주요 다섯 국가를 선정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직 내수 실적이 주를 이루는 곳입니다. 국내에서 많은 국내작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에 이르면 홍콩이나 아시아 외의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술품 수출에 관해서는 지속적으로 해외 거래가 이루어지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거대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아직 그 수준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미국41%, 영국 26%, 아시아 9%(중국 4%)). 그리고 그 중에서도 중국이 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부분은 구매 부문 중 특히 수입 부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특히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장도 역시 중요한 구매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경매 회사를 보면 판매 수치로 볼 때 30퍼센트 가량이 아시아의 구매자들에 의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어떤 경우에는 유럽권역의 국가들보다 더 높은데 이 역시 지난 10-15년 전과 비교해서 아주 큰 변화입니다. 이 현상은 아시아의 부의 성장이 미술품과 같은 사치품에 대한 구매 욕구를 증가시킴에 따라 어느 정도 '부'가 가져온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에 의해 사치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국내 시장의 미술품 거래뿐 아니라 런던, 뉴욕, 홍콩 등과 같은 곳에서의 거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Arts Economic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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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미술품 수입에 관해 흥미로운 점은 누가 미술품 구입에 한몫했느냐는 것입니다. 1990년으로 돌아가 보면, 일본은 전체 글로벌 시장의 수입에서 거의 30퍼센트에 달하는 아주 거대 구매자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당시 일본인들이 특히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사면서 부채질을 하게 된 그 유명한 미술 거품이었습니다. 이는 철저한 구매요구 기반의 거품, 즉 부로 인해 급격히 팽창한 거품 현상이었습니다. 그 부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시장에 몰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높은 가격에 책정되지 않았던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사들이는 데 쓰였죠. 이 현상은 1990년쯤 일본 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갑자기 끝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니 미술 시장에서 어느 정도 투기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던 사람들의 부의 범위가 축소되었죠. 그게 그 사람들이 투자한 미술품들 때문이었다기보다는 그 외의 다른 곳에 투자한 것에 따른 결과였지만요. 그렇게 일본은 미술 시장에서 떠나게 됩니다. 그 이후로 아시아에서 수입을 통한 구매는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2006년쯤 중국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수입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죠. 이 시기에 TEFAF 보고서를 작성하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인도와 중국이 있었어요.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될 국가가 둘 중 어디일지에 관한 예측을 하고 있었죠. 왜냐하면 어느 쪽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를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아직까지는 중국이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입 면에서도 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아시아 시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구매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물론 자국 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런던이나 뉴욕과 같은 다른 시장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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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을 몰고 온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부의 성장입니다. 지난 10년간 1인당 GDP의 성장 중 세 자리 수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중국(284%)과 베트남(173%), 필리핀(108%), 인도(105%) 등 중국의 경제와 관련 있는 국가들입니다. 여기에 일본은 없어요. 일본을 이 국가들과 같이 볼 수가 없는 이유는 경제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GDP의 성장률은 꾸준히 평균 약 9퍼센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104%),홍콩(55%) 등은 50퍼센트 이상의 GDP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G7국가들이 25퍼센트 내외인 것과 비교가 됩니다(독일 13%, 프랑스 1%,영국 -9%, 이탈리아 -9%, 미국 -9%). 안타깝게도 몇몇 국가는 심지어 연봉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연봉이 급속히 증가할 거라는 것과 그런 현상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1990년대의 미국의 평균 연봉은 중국의 자그마치 70배였어요. 2006년에는 20배가 되죠. 지금은 7배 수준으로 점차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보면 여전히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인구의 비율이 현저히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연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미술 시장의 참여율은 낮은 거죠. 이것은 향후 미래 시장의 발달에 긍정적인 신호이며 잠재적인 발달 가능성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자산의 원동력은 앞으로 미술시장이 어떻게 발달하느냐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Arts Economic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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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에 있어서 또 다른 결정적인 요소는 지금 현재 고액순자산보유자(High Net Worth Individuals)들, 말하자면 백만장자, 억만장자들이 미술 시장에 투자하는 금액 때문에 전체 자료가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수치들을 분석해 보니 이런 소수 사람들의 행동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여전히 가장 많은 백만장자들이 살고 있는 국가이죠(미국 41%,일본 9%, 영국 7%, 중국·독일·프랑스 5%). 세계 백만장자의 인구비율을 보시면 아시아는 2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요(일본 9%, 중국5%, 오스트레일리아 3%, 한국 2%, 기타 아시아 4%). 억만장자의 수를 보면 그 비율이 더 큽니다. 아시아 기반 억만장자의 비율이 40퍼센트에 달해요(중국 16%, 인도 4%, 타이완 2%, 한국 2%, 인도네시아 2%, 일본1%, 오스트레일리아 1%, 기타 아시아 10%). UBS가 작성한 억만장자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아시아에서는 사흘마다 신흥 억만장자가 만들어진다니 정말 경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죠.
ⓒArts Economic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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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수치는 단순히 인구 비율이 아니라 그들의 자산 규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고액순자산보유자들의 자산입니다(2001: 유럽33%, 아시아 태평양 지역 19%, 북아메리카 29% / 2015: 유럽 23%,아시아 태평양 지역 30%, 북아메리카 28% / 2025: 유럽 19%, 아시아태평양 지역 40%, 북아메리카 24%). 이건 좀 다른 의미의 정의예요. 이건 투자 가능한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경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표가 보여주는 건 말 그대로 이런 지표가 역동적으로 계속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자산이 북미의 자산보다 더 많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죠. 지난 15년간의 고액순자산보유자의 통계를 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심지어 미국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역사상 처음 나타난 일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더군요. 다음은 캡제미니(Capgemini)와 제가 매년 연구하고 있는 세계 자산에 관한 리포트에 따른 것인데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고액 순자산 부분에서는 아직 가장 중심에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고액순자산보유자의 인구비율 수치가 높고 중국과 일본 모두 전체 자산 보유 수치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세계 컬렉터들을 양산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 컬렉터들은 단순히 아시아 지역 안에서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부터 구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현장 거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자산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는 미술 시장에서의 참여율이 낮다는 점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소수의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들이 미술품 구입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중상위층이 중간 규모시장을 잘 지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측 역시 긍정적입니다. 매켄지(Mckinsey)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에는 중국의 도시 인구 증가율이 최고에 달할 것이고, 그 도시 인구 중 아시아에서 중상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2012: 최상위층 800만, 중상위층 3,600만, 중산층 13,800만, 빈곤층 7,400만 / 2022: 최상위층 3,200만, 중상위층 19,300만, 중산층 7,900만, 빈곤층 5,700만). 이런 예측은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 이유는 지금 현재로서는 중상위층의 비율이 낮으며 특히 중국에서 그런 현상이 제일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는 높은 구매율은 결국 극소수 인구의 구매 활동에 기인한 결과라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면 경매 회사나 미술품의 질적인 수준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급자에 비해 구매자가 충분히 많지 않은 경우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고요. 이것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학 관계입니다.
ⓒArts Economic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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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아시아에서 자산이 갖는 원동력은 현재 아주 강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은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고액 순자산보유 인구율이 높다는 것은 건강하고 적절한 미술 시장이 형성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긴 합니다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호주나 일본을 보더라도 고액 순자산 보유 인구 비율이 아주 높은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미술 시장은 작은 편입니다. 그러니 시장이 형성되는 데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여기서 필요한 요소를 세 개의 톱니바퀴로 비유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자산입니다. 아시아에는 자산은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그 자산으로 미술품 이외의 것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요소는 고도로 발달된 문화 기반 시설입니다. 아직 아시아나 중국에서는 발달 단계에 있죠. 좀 전에도 인상주의화가, 전문가, 미술관 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정말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이 요소는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부분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역사적인 부분들을 어떻게 따라잡느냐에 관한 것이고 또 그런 부분은 미술 시장에서 고려된 적이 없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죠. 이런 부분이 미술 시장과 맞물려 성장하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단순히 미술관들과 같은 기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갤러리들의 조직이나 구성, 그 외의 부수적인 편익 시설들, 예를 들면 운송 택배 등과 같은 미술 시장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문화된 서비스들도 이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적정한 수준까지 발달되고 자리 잡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서로운 법적 환경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미술품을 사고 파는 사업들을 장려하는 시장의 형성이 중요할 것이고, 국외적으로는 미술품의 흐름이 건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국가들을 보면 이런 흐름 중 미술품을 수출하는 부분은 원활한데 미술품을 수입하는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양쪽 다 원활하지 못한 국가들도 있죠.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미 1950년대부터 주요 시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일단 미국으로는 자금이 유입되면 다음에 저절로 일련의 시장들이 함께 따라 들어가고 또 그 안에서 자연스레 잘 돌아가게끔 되었어요. 그 이유는 미국의 경제적, 규제적 상황이 사업 친화적인 환경을 잘 갖추고 있어서 사람들이 사업을 잘 운용하고 수입과 수출을 원활하고 쉽게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회계친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도 소비자들 측면에서도 잘 보호된 시장이고요. 그러니 모든 게 확실하게 보장되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세 가지가 제가 생각하는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들입니다. 아시아 시장이 이 세 가지를 잘 갖추게 되면 미래의 미술 시장에 가장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들라인 우이: 아시아 시장의 미래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한 10분간은 과연 아시아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짚어 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한 점은 아시아는 하나의 큰 대륙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아시아 미술 시장에 관심이 많아요" 또는 "아시아 미술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라는 얘기를 할 때마다 '아시아의 어디를 말하는 거죠?'라는 질문부터 떠오릅니다. 그래서 클레어가 그와 같은 통계수치를 소개한 것이 기뻤습니다. 저의 발표 내용과 서로 관련된 부분이 꽤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저는 한 10분간 지리 선생님 역할을 한 번 해볼까합니다.
기본적으로 터키에서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뉴질랜드까지 모두 아시아로 정의되죠. 하지만 그러기에는 정말 광활한 지역을 다뤄야 하고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아시아는 그 발달 면에 있어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그 이면에는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맞물려 있고요. 독립, 경제 개발, 격동의 시기를 포함한 그 밖의 모든 역사들 말이죠. 그래서 미술 시장의 측면에서 얘기할 때 아시아를 5개의 주요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중국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독특한 연구 대상입니다. 클레어의 지난 10년간의 통계만 보더라도 모든 면에서 놀랄 만한 도약을 했고 기하급수적인 발달과 성장을 했습니다. 중국 컬렉터들은 더 이상 낯선 대상이 아닙니다. 그들의 영향력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1차 시장과 2차 시장에서 각종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으니까요. 젊고 대담한 컬렉터들, 사설 미술관들의 증가 등 뭐가 됐든 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니까요.
다음 주요 지역은 동남아시아입니다. 이 지역은 아마 아시아 역사나 배경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거대한 용광로라고 할 수 있어요. 아시다시피 약 10개의 국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지역의 대부분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쟁취했고 우리 역시 최근까지 정말 혹독한 식민지시대를 보냈습니다. 제가 '우리'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말레이시아 출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정체성, 역사, 정치에 대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민지 시대 이후의 고통을 통감합니다. 뉴스를 보는 분들은 폴 포트(Pol Pot)에 대해서 잘 아실 거예요. 이런 모든 것들은 어떻게 보면 발달의 한 과정입니다.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일을 고려해 본다면 태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동남아시아로 다시 돌아왔을 때가 199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어딜 가나 다 태국 이야기만 했어요. 그 국가의 대단한 미술가들,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미술현장들에 관해서요. 그리고 그때 태국 정부에서도 세계 시장 전면에 나서지 못해 안달이었죠. 아마 2003년인가 태국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는데,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참가했었죠. 그러다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요. 탁신 통치, 레드와 옐로 대치, 권력 싸움 등의 사건 이후에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갑자기 잠잠해졌다고 해서 결코 더이상 태국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니까요. 당연히 존재하죠. 단순히 그 붐이 충분히 오래가지 못했던 겁니다. 그때 충분히 조명받아야 할 작가들이 한동안 전면에 나타나지 못했던 것을 지켜보기도 했죠. 그리고 싱가포르가 있습니다. 아시아의 지리학적 중추입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추뿐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로의 중추라고도 평가됩니다. 싱가포르가 지리학적 위치상 이 지역들과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니까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있는데, 이 두 국가는 결코 빼놓을 수가 없는 게 억만장자의 비율로 봤을 때는 인도네시아가 2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백만장자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요. 정말 흥미로운 불균형이죠. 이 두 국가는 미술 시장에서 가장 현저하게 두드러지는 신흥 국가들입니다. 아주 역동적인 예술 현장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제가 예술 감독 및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동남아시아 미술 시장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데 아까 얘기한 바와 같이 그곳엔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인도네시아에는 훌륭한 컬렉터들이 많고 그들은 모두 예술에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비영리 단체들이나 아주 활동적이면서도 일정수준 이상의 작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써는 갤러리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물론 두세 개 정도의 주요 갤러리는 있습니다만 그게 다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너도나도 갤러리를 오픈하려고 했어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이런 불균형이 아시아의 미술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아요.
이번에는 인도 아대륙입니다. 태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인도는1990년대부터 2008년 경제 폭락 전까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아마 그 성장세로 인해 BRIC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들이 주목을 받던 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컬렉터들도 있었고, 그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2008년 이후중국과 비교했을 때 바닥을 치게 되죠. 하지만 현재 그 성장의 속도를 천천히 다시 올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이 경매에서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국내 시장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뭄바이 같은 곳에서는 갤러리 위켄드와 같은 것을 비롯하여 꽤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델리에서도 《인도 아트 페어(India Art Fair)》가 열리고 있고요. 여러 국내의 활발한 도시들은 이렇게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국내 밖으로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이 국가들의 식민지 이후에 겪어야 하는 장해 요소들입니다. 인도 역시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고 잠재의식 속에는 아무래도 동쪽으로보다는 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인도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런던이나 뉴욕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누군가 홍콩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하면 '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니까요. 오랫동안 익숙해져 버린 문화유산이나 역사와 관련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형성된 그들의 역사의식 때문에 아무래도 문화에 대한 친밀감이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다음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대만, 일본, 한국입니다. 이 국가들은 이미 가장 발달하고 성숙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경험 많은 컬렉터들, 튼튼한 갤러리 간의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는, 아마 서구 모델에 가장 유사한 시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게다가 훌륭한 미술관들도 많고요. 리움은 제가 아시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성취도 면에서나 영감적인 아이디어 면에서나 수준이 높습니다.
제가 이렇게 지리학적으로 살펴보면서까지 아시아 미술 시장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바는 아시아 국가들이 식민 국가들로서 문화 역사적으로 혼합된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내의 관계가 아시아 이외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보다 더 이질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인종적으로 더욱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두 국가 간은 동질적인 부분이 있겠지만요.
아시아에 대해서 또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정보의 흐름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그렇게 원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가 예전에 인도네시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좀 더 배워 보고 싶었을 때 그곳에 가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사람들과 직접 얘기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물론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요. 인터넷이 그런 점을 어마어마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들의 정보 흐름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국과 인도 간의 관계처럼 각 나라가 갖고 있는 상이한 친밀도의 경향 때문에 다른 대륙 간의 소통이 오히려 더 활발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시아라는 지역을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여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같이 있으면서도 결국 같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한국과 인도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두 나라 간에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물론 요즘은 K-POP 때문에 인도 사람들이 한국에 가는 일이 예전보다는 훨씬 흔하게 됐죠.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 보면 어떤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은 아시아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입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존재하고 세계가 정신없이 정말 빨리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산산이 분열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중심점의 역할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것에 대해 소개를 하겠습니다.
지난 10-15년간 아트 페어들은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아시아 미술을 위한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또는 미술 박람회 등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트 페어들이 아시아 국가참여율이 저조한 채 10-15년 정도 계속되다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국제 화랑 박람회(China International Gallery Exposition(CIGE))》인가 2007년에 상하이에서 개최된 《SH 컨템퍼러리(SH Contemporary)》인가에 처음으로 아시아 여러 지역의 많은 갤러리들이 다 함께 모였습니다.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인도를 비롯해서 다른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온 갤러리들을 본 때인 것 같아요. 그때 그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트 바젤 홍콩》이 그런 중심을 형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 같아요. 1년에 닷새 정도 열리니까 모두를 완전히 통합시킬 만한 충분한 시간이 되진 않더라도 말이죠. 이번 11월의 상하이 아트 위크(Shanghai Art Week)에 《아트021 상하이 아트 페어(ART021 Shanghai Contemporary Art Fair)》가 열립니다. 그것은 매년 아시아인들을 대대적으로 모이게 하는 국제 행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질문은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할 것인가?'하는 겁니다. 아까 클레어가 소개했던 경제적 자산, 정부의 법적 정책, 발달된 문화 기반 시설 등의 세 가지 톱니바퀴가 꼭 고려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긴 생태계이니까요. 물론 미술 시장에는 컬렉터, 갤러리 그리고 그 밖의 것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꼭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외의 다른 기반 시설들입니다. '그런 기반 시설들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잘 돌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과 같은 국가에는 많은 컬렉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반 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조차 없거나 있어도 아주 미미하며, 민간 투자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죠. 정말 문제입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요. 경제적으로만 볼 때 물론 아시아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각국의 경제도 발달하고 있고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통계들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다 좋은 소식이죠. 하지만 이것이 아시아 전 대륙으로 봤을 때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제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고 지켜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는 해외 주요 미술계 인사 및 전문 기관에 국내 갤러리 및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행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