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세계 속 한국미술 메신저 (1)

posted 2019.01.08

《조선미술대전 (Treasures from Korea: Arts and Culture of the Joseon Dynasty)》 (2014.3.2.-2014.5.26.)이 진행 중인 필라델피아미술관 외관 모습

《조선미술대전 (Treasures from Korea: Arts and Culture of the Joseon Dynasty)》 (2014.3.2.-2014.5.26.)이 진행 중인 필라델피아미술관 외관 모습



기획·진행 박유리 기자





K-POP과 한반도 비핵화 정세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한 시대와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미술, 한국미술은 과연 어느 위치에 있을까. 서구 중심의 미술사와 해외 유명 작가에 가려 아직 그 빛은 희미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미술의 찬란함을 품고 세계 문화 속에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들이 있다. 이들이 일궈온 크고 작은 일들이 모여 세계 문화 속에 한국미술의 위상을 구축하고 후발주자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 역사가 된다.


[월간미술]은 해외 최전방에서 한국미술을 알리는 데 힘써온 한국미술 큐레이터와 연구자 12인의 활약을 보여주고 현재 한국미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계 미술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우선 해외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역사를 짚어보고, 이들의 노력이 각개전투로 그치지 않도록 인적 교류와 해외 박물관 지원, 국외 문화재 실태조사 등을 추진해온 국내 유관기관의 사례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사업을 소개한다.


각자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12인의 전문가가 공통으로 강조한 부분은 바로 현대미술이다. 미술관 소장품 확대라는 측면에서 고미술보다 구입이 수월할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동시대 맥락으로 재조명하는 데 꼭 필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현대미술을 꾸준히 알려온 해외 전시공간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전시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이처럼 개인, 기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한국미술은 그 빛을 잃지 않고 세계인의 문화 자산으로 공유될 수 있다. 이제 세계라는 밤하늘에 한국미술이 빛나는 별자리를 그리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바라본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과 한국미술 전문 큐레이터


윤금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한미 수교 130주년이 되는 2012년, KF 지원을 통해 전면 개보수를 마치고 11월 15일 재개관한 보스턴미술관 한국실 광경. 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1982년 한 • 미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미국에 최초 설치되었다.

한미 수교 130주년이 되는 2012년, KF 지원을 통해 전면 개보수를 마치고 11월 15일 재개관한 보스턴미술관 한국실 광경. 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1982년 한 • 미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미국에 최초 설치되었다.

흔히 큐레이터를 ‘박물관의 꽃’이라고 한다. 박물관의 교육기능이 중요해지면서 교육담당자(에듀케이터)의 역할이 부각되고 박물관 내 구성원 간의 상호 협업이 강조되는 요즘에는, 큐레이터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듯한 이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운영에 관한 한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의 성패가 한국미술 큐레이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실이 있는 해외 박물관의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국내 국공립 박물관의 큐레이터에 비해 그 활동영역이 훨씬 넓으며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존재 유무에 따라 한국실은 있으나 관객의 주목을 받는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열지 못한 채 의례적인 상설전만 유지하는 박물관도 상당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고용 문제가 한국실의 위치 설정과 함께 해외 박물관 한국실 설치 협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곤 했다.



1세대 한국미술 큐레이터 백금자 박사


1989년 미국 최대 동양미술 전문 박물관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의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채용된 백금자 박사는 2003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MET)에 한국미술 큐레이터가 임명될 때까지 미국 유일의 한국미술 큐레이터였다. 백 박사는 거의 매년 새로운 전시 기획안과 함께 전시 후원금을 신청하러 필자가 근무하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을 방문했다. 1990년대 해외박물관지원사업 초기 단계에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필자나 주변 동료들에게 백 박사와 같은 전문가의 잦은 방문은 부담스럽기까지 했는데 해외 박물관 사정을 잘 알게 된 지금은 충분히 이해된다. 유일한 한국미술 큐레이터로서 중국, 일본,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부서의 막강한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한국미술을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 박사가 기획한 《고려왕조: 한국의 계몽시대 918~1392》(2003.10.18.-2014.1.11.)는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지 37개 박물관, 사원, 개인 소장품으로 구성된 일생의 역작으로, 전시품 대여를 위해 수차례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아모레퍼시픽과 LA 현지인들의 후원으로 확장 재개관한 LACMA 한국실 전시(2009.9.9.-2009.12.13.)에 선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아모레퍼시픽과 LA 현지인들의 후원으로 확장 재개관한 LACMA 한국실 전시(2009.9.9.-2009.12.13.)에 선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2013.11.4. -2014.2.23.) 개막식에 전시를 주최, 지원한 기관의 당시 담당자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이소영 MET 큐레이터, 유현석 KF 이사장, 토마스 캠벨 MET 관장,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맨 오른쪽)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2013.11.4. -2014.2.23.) 개막식에 전시를 주최, 지원한 기관의 당시 담당자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이소영 MET 큐레이터, 유현석 KF 이사장, 토마스 캠벨 MET 관장,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맨 오른쪽)


2세대 한국미술 큐레이터 3인방: 이소영, 김현정, 우현수


MET의 한국실 설치는 우리 정부가 처음 시도한 이래 18년 만에, KF가 협상에 나선 지 3년 만인 1995년에 협약서명식이 거행되었다. 협상 끝에 한국실 설립 경비는 KF가, 한국 관련 프로그램 기금은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기금 용도에 큐레이터 고용 재원 포함 여부를 문제로 서명식 직전에 취소될 뻔한 아찔한 기억도 있다. 국내 중견 전문가를 큐레이터로 영입하려 시도했지만 초기 한국실은 국내 한국미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2003년 컬럼비아대에서 도자를 전공한 이소영 씨가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채용되면서 MET의 한국실 운영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미와 학습: 한국의 병풍》(2008) 《한국 르네상스의 미술 1400-1600》(2009) 《분청사기전》(2011) 《황금의 나라, 신라》(2013) 등 다양한 전시가 개최되었다. 특히 2013년 《신라전》은 한국실 설치 이후 한국실이 아닌 기획전시실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어 많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이소영 큐레이터가 올해 9월 하버드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당분간 MET에서 한국미술 기획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현정 씨는 강한 추진력과 투지로 신뢰감을 주는 큐레이터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한국실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일본계 아시아부장과의 설치 협의가 지지부진하다가 1999년 약 187㎡ 규모의 한국실이 개관되었다. 김현정 씨가 2006년 LACMA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부임하면서 4년 여의 준비 끝에 578㎡ 규모의 한국실을 2009년 재개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보다 3배 가까이 확장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한국적 미감을 한껏 살린 한국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원 조성을 위한 후원자를 찾는 일도 김 큐레이터가 직접 했다.


우현수 씨는 1997년 브루클린박물관 한국미술연구원으로 박물관계와 인연을 맺었다. 뉴욕 재팬소사이어티에 근무할 당시 갤러리 관장이던 알렉산드라 먼로(Alexandra Munroe)와 함께 기획한 《한일 초기불교전》(2003)은 [뉴욕타임스]로부터 그해 우수 전시로 뽑혔다. 미술사 전공에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어도 가능한 그가 펼쳤을 활약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06년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채용되었으며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미국 내에서 한국미술 전담큐레이터를 지명한 네 번째 미술관이 되었다.


이 세 명의 큐레이터는 한국미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미국 박물관 내 한국실을 이끌어가고 있는 든든한 중견 큐레이터들이다. 특히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각자가 재직한 세 박물관에서 《신라전〉,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김현정), 《조선미술대전》(우현수)이 연이어 열렸을 때 한국미술 큐레이터 3인방의 전성시대를 보는 것 같아 해외에 한국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 사람으로서 동지의식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



한국미술을 책임진 외국인 큐레이터


영국의 첫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제인 포털(Jane Portal)이다. KF와 영국박물관이 맺은 1992년 협약서에 우리가 건축 경비를 부담하고 영국박물관은 한국미술을 전담할 한국미술 큐레이터 고용을 책임지는 조항이 있다. 비록 한국실 공식 개관은 2000년으로 미뤄졌지만 영국박물관 측은 일찍부터 제인 포털을 임명했다. 당초 중국미술 전공자였기에 한국미술 큐레이터로서 적격성 문제가 거론되긴 했지만 그는 한국어 연수를 위해 9개월 간 방한했으며 한국미술 지식 습득을 위해 노력하며 한국실 개관을 준비했다. 그가 출판한 첫 도록 『한국: 미술과 고고학』은 일반인에게 좋은 한국미술 가이드북이 되었다. 몇차례 북한을 방문, 북한미술을 수집하면서 2002년 한국실 앞 공간에 북한의 정치적 선전물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어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08년 포털은 보스턴미술관 아시아, 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부장으로 이직했고 2012년 보스턴미술관 한국실 재개관을 총괄했다. 현재는 다시 영국박물관 아시아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제인 포털이 떠나있던 동안 영국박물관 한국실은 사샤 프리뵈(Sacha Priewe)가 파트타이머로 관리했고 현재 현수아(Eleanor Hyun) 씨가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은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영국박물관보다 일찍 한국실을 개관했다. 초기 한국실을 담당하던 큐레이터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런던대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한국미술을 전공한 샬롯 홀릭(Charlotte Holyck)이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약 6년 간 일하고 다시 SOAS로 옮겨 후학 양성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현재 로잘리 킴(Rosalie Kim)이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있다. 러시아 동양박물관의 이리나 엘리시바(Irina Elisseeva), 멕시코 국립문화박물관(인류학박물관) 한국실 담당큐레이터 실비아 셀릭손(Sivia Seligson)은 양국의 유일한 한국미술/한국실 담당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Mother-of-Pearl Lacquerware from Korea)》(2016.4.29.-2016.10.23.) 전시 광경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린 《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Mother-of-Pearl Lacquerware from Korea)》(2016.4.29.-2016.10.23.) 전시 광경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한국문화의 날’ 행사 장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KF와 공동으로 전시투어, 교육, 음식시식, 공연 등 한국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한국문화의 날’ 행사 장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KF와 공동으로 전시투어, 교육, 음식시식, 공연 등 한국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국실을 돌볼 큐레이터가 없다면


한국실은 상설 유물의 정기적인 교체, 연계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만약 한국실에 자랑할 만한 높은 수준의 유물도 없고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할 전문 큐레이터마저 없다면 마치 개점하자마자 장기 휴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일이 장기화되면 한국실을 방문하는 관객 수는 현저히 감소하고 박물관 집행부는 한국실의 용도 변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박물관의 위상이나 한국 유물의 질, 규모 면에서 우수한 한국실이며 많은 사람의 기대와 축복 속에서 2012년 재개관되었다. 재개관을 주도한 제인 포털의 이직 이후 후임자의 고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우수 도자를 소장한 스웨덴 극동박물관도 비록 한국미술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한국실 개관을 주도한 메테 지그스테드(Mette Siggstedt) 학예실장이 퇴임한 후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공석이다. 휴스턴미술관에 한국실을 개관하고 2014년 《조선미술대전》 순회전을 유치한 크리스틴 스타크만(Christine Starkman)도 박물관을 떠났다. 1~2년마다 새로운 기획전을 개최해온 MET의 한국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큐레이터의 부재뿐 아니라 이직과 재임용 과정의 공백이 긴 경우도 한국실 운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김현정 큐레이터가 LACMA를 떠나고 아시아 전시공간의 조정 문제가 대두되어 한국실 공간이 축소되게 되었을 때 한국실의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가 없어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의 빈 자리가 컸다. 약 3년 후 버지니아 문(Virginia Moon)이 채용되었지만 실무 경험 및 교민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으로 초기 적응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은 백금자 박사 퇴직 후 2010년 김현정 큐레이터가 오기까지 4년 여 간 한국미술 전시가 개최되었다는 기록이 없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의 경우, 2013년 한국실 개설을 위해 채용된 큐레이터의 돌연 귀국으로 박물관은 한국실의 개관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2015년부터 클리블랜드미술관 동양미술 담당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해온 임수아 씨가 올해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로 승진하며 다시금 한국실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미술 큐레이터 확대를 위한 노력과 과제


해외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발전 과정을 대략적으로 짚어본다면 1989년 처음 고용된 백금자 박사와 1990년대 초 임명된 제인 포털이 1세대 한국미술 큐레이터라면 이소영, 김현정, 우현수 큐레이터가 2세대 그리고 현수아, 로잘리 킴, 임수아 등이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그동안 한국실을 거쳐 갔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한국미술 전문가 다수가 있다. KF에서는 그동안 해외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지속적 충원과 양성을 위해, 한국미술 단기교육프로그램(해외한국미술큐레이터 워크숍), 장학사업, 미국 내 한국미술(사) 교수직 설치를 통한 미술사 전공 후학 양성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또한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파견과 인턴십 파견사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 기반조성 사업 결과로 현재 잠재적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숫자는 1980년대에 비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즉각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해당 고용 재원의 부족에 있다. 박물관 별 재정 사정에 따라 고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고용 형태도 다르다보니 큐레이터 입장에서는 고용불안 문제도 있다. 안정적이고 전면적인 해외 한국미술 큐레이터 확보의 중요성이 범국가적으로 인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지속적인 양성프로그램과 함께 큐레이터 고용기금 조성 방안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술을 통한 문화교류 가교


장은영 (한국국제교류제단 문화예술사업부 차장)


처음으로 해외 대학에서 한국/동아시아 미술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2018 한국미술워크숍: 조선시대 미술’(2018.7.15.-22.) 참가자 단체사진

처음으로 해외 대학에서 한국/동아시아 미술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2018 한국미술워크숍: 조선시대 미술’(2018.7.15.-2018.7.22.) 참가자 단체사진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고 일컬어질 만큼 문화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국제교류재단(KF)도 공공외교 전문기관으로서 한국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F는 1991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28년째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국제적 우호친선 증진을 목적으로 국제인맥 구축, 한국학 증진 등 외국과의 각종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문화교류로 해외 박물관에 한국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독립된 한국실 설치, 한국 유물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의 육성, 박물관의 한국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KF의 지원으로 전 세계 28개 박물관에 한국실을 설치하거나 확장 개관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영국박물관, 로열온타리오 박물관을 비롯한 7개국 18개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를 지원했다. 더불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과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 10개 박물관은 한국실 확장 개보수를 통해 새로 문을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실 개설에서 나아가 박물관 내 한국 상설전시나 특별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재를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한국 문화 소개 및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KF는 해외박물관에서 한국 유물을 관리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이 한국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1999년부터 매년 한국미술 큐레이터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워크숍이 개최되기도 전에 사전 신청을 희망할 정도로 인기 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KF와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워크숍에 참가하는 큐레이터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한국미술에 대한 정보 교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한국미술 전시를 기획하는 등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KF가 갤러리 현대와 2016-2017년 미국의 스토니브룩대 찰스왕센터, 캔자스대 스펜서 미술관, 클리블랜드 미술관을 순회하며 개최한 책거리 병풍 전시, 2018년 러시아 국립동양박물관과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서 순회 개최한 민화 전시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 사례이다. 책거리 병풍 순회전시의 경우 세계적인 학술잡지 [오리엔테이션]과 미국 주요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면 전체에 소개되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2018년 11월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한중현대미술포럼’ 장면

2018년 11월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한중현대미술포럼’ 장면

이처럼 KF는 해외 한국미술 전문가들을 위한 지원은 물론,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KF 글로벌 챌린저’ 사업도 시행 중이다. 우리 청년들을 해외 기관(정책연구소, 박물관, 해외 대학 도서관 등)에 파견해 각종 조사, 연구 등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국제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 지원 등을 통해 축적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유수 박물관에 인턴을 파견하고 있다. 인턴들은 현지 박물관의 시스템 습득, 한국 유물 조사, 한국 전시 기획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물관에 인턴으로 파견된 청년이 박물관에 취업되는 등 우리 청년들의 해외 진출 사례도 나오고 있다.


KF는 또한 지속적인 한중문화교류와 동아시아 현대미술 담론 확장에 기여하기 위해 2014년 중국 베이징798문화창의 산업유한공사(베이징798)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래 매년 ‘East Bridge 사업’의 일환으로 전시, 포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정현 인하대 교수의 기획으로 2018년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한중현대미술포럼'이 개최되었다. 지난 2~3년 간 한중 관계에 경색 국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East Bridge 사업이 다섯 차례에 걸쳐 추진된 것은 KF와 베이징798이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간 문화교류 기반을 넓히기 위해 애써온 노력의 결과이다. 이번 포럼은 KF가 주최하는 국내 최초 국민참여형 종합 공공외교행사인 ‘제1회 공공외교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으며, ‘전시’ ‘지식’ ‘자기조직화’를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큐레토리얼 전개 현황을 공유했다.


KF 문화예술 사업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국내외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문화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수 콘텐츠를 발굴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개척자의 마음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재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문화예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 나가고자 한다.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로 세계 박물관과 소통하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활용1팀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1월 3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리 및 운영을 위임받아 2015년 말부터 복원공사를 착수해 2018년 3월 12일 준공을 완료했으며 한미수교 136주년을 기념하는 5월 22일 공식 개관식을 열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1월 3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리 및 운영을 위임받아 2015년 말부터 복원공사를 착수해 2018년 3월 12일 준공을 완료했으며 한미수교 136주년을 기념하는 5월 22일 공식 개관식을 열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를 매개로 세계 박물관과 소통한다. 재단은 2012년 7월 27일에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기관으로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 환수, 보존•복원, 활용사업을 수행한다. 미국과 일본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고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2012년 문화재청 매입)을 올해 5월 22일 정식 개관해 운영 중이다.


국외문화재의 정의는 ‘국외로 반출되어 현재 대한민국의 영토 밖에 소재하는 문화재’에서 2017년 3월 21일 ‘외국에 소재하는 문화재로서 대한민국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해외 소재 동산문화재뿐만 아니라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 및 한국 이민사, 독립운동 관련 자료 및 사적지, 외교공관, 외국인이 한국에서 제작한 회화, 출판물, 근대시각자료 등도 국외문화재에 포함된다. 재단이 조사해야 할 대상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필자는 국외문화재 실태조사와 보존•복원•활용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재단의 주요 사업과 해외 박물관들과 협업해온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스위스 생갈렌역사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색색시가(POESIE DER ARBEN)》(2017.9.2.-2018.6.10.)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조사 장면(2018.6.15.-20.)

스위스 생갈렌역사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색색시가(POESIE DER ARBEN)》(2017.9.2.-2018.6.10.)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조사 장면(2018.6.15.-2018.6.20.)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의 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


재단은 설립 이래 줄곧 국외문화재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수행해왔다. 국외문화재는 20개국 17만2316점(2018년 4월 1일 기준)이라고 하지만 전세계 237개국으로 조사 범위를 확장하면 이보다 몇 배가 될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실태조사는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어떻게 나라 밖으로 나갔으며 현재 어떤 상태로 보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존•복원•활용과 환수 가능성까지 타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단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화재를 소장한 해외 기관 혹은 개인의 협조를 얻어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국외문화재의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물인 조사보고서를 국문과 현지어로 출판해 해외 기관과 공유하기까지 대략 4~5년이 소요된다. 조사 개요, 대표 유물의 문화재적 가치, 유물총목록과 입수경위 등을 총망라한 조사보고서는 재단과 해외 기관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값진 결실로, 국외문화재 정보를 국내외에 제공하고 전시 등 관련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등 큰 도움이 된다. 단 구입, 선물, 외교, 통상 등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와 약탈 및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구별해야 실태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실태조사 과정을 통해 훼손된 문화재의 보존•복원도, 국내에 없는 희귀 문화재의 발굴도, 국외문화재 반환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올해는 실태조사 과정 중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에서 〈양봉요지〉(1918)와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서 〈조선시대 갑옷〉을 반환받았다.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에 비장돼 있던 〈양봉요지〉 유일본이 왜관수도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자체(칠곡군) 간 협업에 의해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되었다.(2018.1.27.) 〈양봉요지〉는 카니시우스 퀴겔겐(Canisius Kügelgen 1884∼1964 한국명 구걸근) 신부가 1918년에 서울 백동(현 혜화동)에 위치한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쓴 책으로 한국 근대 양봉기술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에 비장돼 있던 〈양봉요지〉 유일본이 왜관수도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자체(칠곡군) 간 협업에 의해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되었다.(2018.1.27.) 〈양봉요지〉는 카니시우스 퀴겔겐(Canisius Kügelgen, 1884∼1964, 한국명 구걸근) 신부가 1918년에 서울 백동(현 혜화동)에 위치한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쓴 책으로 한국 근대 양봉기술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소장 〈조선시대 갑옷〉 기증식. 2018년 5월 3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 행사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테오필 가우스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장, 박현동 왜관수도원 아빠스가 참여했다. 반환된 갑옷은 조선 후기 보군(步軍)이 입었던 면피갑(綿皮甲)으로 착용자로 추정되는 묵서까지 남아 있어 조선시대 갑옷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소장 〈조선시대 갑옷〉 기증식. 2018년 5월 3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 행사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테오필 가우스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장, 박현동 왜관수도원 아빠스가 참여했다. 반환된 갑옷은 조선 후기 보군(步軍)이 입었던 면피갑(綿皮甲)으로 착용자로 추정되는 묵서까지 남아 있어 조선시대 갑옷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재단은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중국, 러시아 등 11개국에 소재한 한국문화재총 3만 6790여 점을 조사했다. 올해에는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5개국 10개 기관 및 개인 소장품 4433점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재단과 스위스 취리히대학 미술사연구소는 2018년부터 중장기로 여러 개 기관과 개인에 소량으로 흩어져 있는 스위스 소재 한국문화재를 공동조사한 후에 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1998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 이후에 수집된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과 부속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문화재에 대해 추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실태조사 결과물은 『국외한국문화재 총서』 시리즈로 발간되며 현재까지 총 20책의 보고서를 펴냈다. 올해는 캐나다 로열온타리오박물관, 일본 세이카도문고, 도쿄대학 오구라신페이문고 소장 한국문화재 조사보고서 국문판과 『일본민예관 소장 한국문화재 Ⅱ: 도자 ・ 회화편』(일어판) 총 4책을 발간했다.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보존・복원 지원으로 새 생명을 찾다


재단은 훼손이 심한 상태로 수장고에 방치된 국외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한다. 해마다 세계 박물관, 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신청을 공모•접수해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보존 대상은 국내로 반입 후 처리를 권장하고, 목가구와 같은 운송이 용이하지 않은 유물이나 해당 기관이 현지에서 보존처리를 원하는 경우 국내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수행한다. 해당 문화재의 보존처리 방법, 처리 과정에서 추출된 과학적 분석자료, 배접지에서 수습된 기록 등 다양한 정보들을 기록해 보존처리 보고서로 남긴다. 전시•홍보•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처리 기록영상 제작을 지원하며 보존•복원된 국외문화재를 국내에서 전시, 오픈스튜디오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재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8개국 18개 기관 30건의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해외 기관에 소장된 한국서화문화재는 보존처리 우선대상이다. 재료 특성 상 다른 문화재에 비해 손상이 심하고 상당 부분 일본식 장황으로 교체된 상태로 소장되어 있다. 이에 재단은 해외 기관 동아시아 보존처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고유의 장황이 일본과 중국의 장황과 다른 점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기 위해 2017년부터 '서화문화재 보존•복원교육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서 유럽 내 한국문화재 소장 기관에 소속된 서화류 보존•복원 전문가와 한국문화재 보존처리 경험자 등 10인을 대상으로 국내 서화류 보존•복원 전문가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를 초청해 ‘제2회 한국서화문화재 보존 • 복원’을 주제로 이론 교육과 실습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내주요 박물관•미술관 보존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해 각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 현황과 손상된 유물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년 4월에는 일본 보존전문가 및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주(駐)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회화, 전적, 목칠공예의 보존•복원 교육 워크숍을 실시할 예정이다.


캐나다 로열온타리오 소장 한국문화재 4점을 보존처리한 후 사단법인 한국장황연구회에서 열린 오픈스튜디오 장면(2018.5.8.)

캐나다 로열온타리오 소장 한국문화재 4점을 보존처리한 후 사단법인 한국장황연구회에서 열린 오픈스튜디오 장면(2018.5.8.)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이 공동 개최한 ‘유럽 지역 보존처리 전문가 대상 한국서화문화재 보존•복원교육 워크숍’ 기념사진(2018.7.3.-6.)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이 공동 개최한 ‘유럽 지역 보존처리 전문가 대상 한국서화문화재 보존•복원교육 워크숍’ 기념사진(2018.7.3.-2018.7.6.)

2017년 국외문화재 보존복원지원 대상인 조선시대 〈제석천도〉와 〈치성광여래도〉 보존처리 관련 회의 장면(2018.9.27.).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의 김현정 큐레이터, 사사키 시오 동양 회화 및 지류 보존처리 전문가,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위 오른쪽부터)

2017년 국외문화재 보존복원지원 대상인 조선시대 〈제석천도〉와 〈치성광여래도〉 보존처리 관련 회의 장면(2018.9.27.).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의 김현정 큐레이터, 사사키 시오 동양 회화 및 지류 보존처리 전문가,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위 오른쪽부터)

최근 해외 기관에서 한국문화재 보존처리와 그 결과물을 전시로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보존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문화재의 전통적인 재질, 제작기법, 장황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 예술적 중요성에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외문화재 보존처리 대상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에 재단의 예산은 한계가 있다. 이에 민간기업 및 단체의 후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외문화재 보존처리를 후원하는 민간단체로 미르치과네트워크가 있다. 2015년부터 재단 측에 보존•복원 처리 지원금을 기부해 긴급하게 보존처리가 필요한 국외문화재 보존처리 및 그와 연계된 전시 등을 후원한다. 이처럼 국외문화재에 대한 민간의 관심과 후원은 재단 사업 추진에 큰 동력이 되고 해외에서 한국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알리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zoom in] 아모레퍼시픽, 영국박물관과 한국 고미술 회화 유물 보존에 나선다


2017년 12월 11일 아모레퍼시픽 서울 신본사에서 진행된 협약식에 참석한 현수아 영국박물관 큐레이터(왼쪽),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금진 KF 교류협력이사(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2017년 12월 11일 아모레퍼시픽 서울 신본사에서 진행된 협약식에 참석한 현수아 영국박물관 큐레이터(왼쪽),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금진 KF 교류협력이사(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2017년 12월 12일 아모레퍼시픽은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관장 하트빅 피셔) 및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시형)과 영국박물관에 향후 5년간 약 50만 파운드를 지원하여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고미술 회화 유물을 연구하고 보존처리에 협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의 보존처리는 보다 온전한 형태로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 보전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현재 유럽에서 한국 고미술 보존처리 전문 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영국박물관이 유럽에서도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한국 회화 유물 보존 연구에 첫 물꼬를 트고, 나아가 우리 전통문화와 고서화 보존처리 기술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에서 컬렉션의 규모가 가장 큰 영국박물관은 연간 약 700만 명이 찾는 곳으로, 현재 1500여 점의 한국 고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적합한 보존처리를 거쳐 새 생명을 얻은 우리 문화재가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해지는 것은 물론, 세계의 더 많은 관람객에게 선보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를 알리고자 국내외에서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영국박물관, 한국국제교류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한국 전통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확산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79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구 태평양박물관)을 설립하며 여성 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와 전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에는 미국 휴스턴미술관의 한국실 개관에 유물을 대여하기도 했으며 2008년 LACMA 한국실 여성관(Women’s Quarter) 설치를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정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3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2009년에는 LACMA 한국실 재개관을 기념하여 〈보석투각삼작노리개〉를 비롯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유물 총 36점을 LACMA에 출품했으며 2011년부터 5년간 매년 20만 달러씩 지원해 LACMA의 한국현대미술 작품 구입을 지원하는 등 지금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 이어지는 ‘세계 속 한국미술 메신저’ 기사는 2019년 1월 2주차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이 글은 월간미술 2018년 12월호(407호)에 수록되었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세계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박유리

월간미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