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세상 앞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표현을 구사하면서, 부조리와 넌센스의 제스처를 펼쳐보이면서 기성의 사회 시스템에 끝없는 물음표를 던지는 존재다. 그러므로 어느 작가가 어느 사회에 머물든지 간에, 이들은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해당 집단에 귀속시키기보다 해당 집단의 특색을 창조적으로 받아들이고 변용한다고 할 수 있다. 창작이라는 날개를 달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의 소식을 들고 오는 헤르메스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작가들과 더 깊은 정신적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새로운 지역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생경함과 당혹스러움, 신선함과 반짝이는 영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언젠가 평소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에 입주해보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이다. 특히 여행하는 길에 큰 매력을 느꼈던 나라, 혹은 태어나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나라로 떠나 긍정적인 의미의 ‘낯섦’에 둘러싸여 새로운 작업에 빠져든 자신을 꿈꾸어보기 쉽다. 더아트로는 그동안 이러한 작가들의 희망사항에 부응하고자 해외 아티스트 서포트 프로그램들을 다룬 기사를 소개하거나 국제 교류 활성화를 돕는 다양한 이벤트/전시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는, 발상을 전환하여 해외의 국제 레지던시가 아니라 국내의 국제 레지던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에도 작가들의 역량 강화와 국제 교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레지던시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의 국제 레지던시들 중 열한 곳을 선별하여 총 3부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각각 수도권 국•공립 레지던시, 지역 국•공립 레지던시, 전국의 사립 및 독립 레지던시로 구분된다. 한정된 취재 기간과 레지던시 별 바쁜 일정의 문제로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곳들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이 네덜란드의 라익스 아카데미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레지던시(ACC-Rijksakademie Dialogue and Exchange Program), 부산의 홍티아트센터 레지던시(Hongti Art Center Residency), 제주의 아트스페이스 이아 레지던시(Art Space IAa Residency) 등이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만날 열한 곳만으로도, 당신에게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게 만들 이유는 충분하다.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각 레지던시의 매력을 알아보자.
박은정, 더아트로 에디터
관련 링크: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익스아카데미 협력 레지던시
오픈스페이스 배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Open to You”
안수연 (더아트로 에디터)
최선주 (프리랜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