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레지던시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운영하고 있어 생각보다 낯설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미 수도권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경우, 굳이 레지던시에 입주하는 것이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관건은 각 레지던시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작업의 기반을 마련해주느냐다. 본 편에서 다루어지는 곳들이 국∙공립인 만큼 재정적인 지원의 불안정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해외 작가들과 교류하며 창작하고 전시를 준비하거나, 혹은 자기만을 위해 시간을 비워둔 비평가를 만나 새로운 시각에서 꼼꼼하게 자신의 작업을 들여다보거나. 당신이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 주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창2동 601-107
※ 전화 : 02-995-0995
※ 홈페이지 : https://www.mmca.go.kr/artStudio/artStudioMain.do?menuId=7000000000
※ 이메일 : mmcachangdong@gmail.com
국립현대미술관은 2002년부터 국내외 예술가와 전문가 교류를 위하여 서울 창동과 경기도 고양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는 국제 레지던시 네트워크인 레스 아티스(Res Artis), AAC(Alliance of Artists Communites)의 회원으로, 역량 있는 작가들이 다수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도 이곳을 거쳐갔다. 2017년부터는 작가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연구자로 참여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마크 메이어(Marc Mayer), 스펜서 미술관의 크리스 어컴스(Kris Imants Ercums) 등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이 이미 다녀간 바 있다.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하는 작가와 연구자는 일 년에 두 번, 각각 5월과 11월에 입주기간동안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혹은 연구 세미나를 개최한다.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레지던시 세미나 시간도 가진다. 현재 필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술 관계자, 다양한 상상력을 지닌 학생들과 만나 자신의 작업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들어온 입주작가, 연구자들과 함께 국내의 문화탐방 스케줄, 창작 워크숍, 연구 세미나 등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지던시가 위치한 ‘창동’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곳은 오래된 주거 지역으로서 전통시장까지 지니고 있는 서울 중북부 생활권에 해당한다. 시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하고, 작업하는 와중에 한숨을 돌리고자 동네 마실 나가기도 좋다. 지원은 매년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되니 꾸준히 홈페이지를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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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창동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스케치
※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범안로 15길 57
※ 전화 : 02-807-4800
※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sas_g 또는 https://geumcheon.blogspot.kr
※ 이메일 : geumcheon@sfac.or.kr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금천예술공장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옛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오픈했다. 덕분에, 일반적으로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한 다른 레지던시들과 달리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금천구는 현재도 많은 공장이 돌아가는 공업지역인 탓에 작가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특별한 영감을 받기가 쉽다. 예컨대 사운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주변 공장 지대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수집하고,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는 주변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연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입주 생활과 창작 과정이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야말로 금천예술공장의 특별한 매력이다.
한편 서울 시민들의 주거지역 깊숙이 자리잡아 있기도 한 금천예술공장은, 이러한 특성을 십분 살려 글로컬(Glocal, global+local)의 테마를 실천하고 있다. 입주작가와 주민들이 함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 금천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그 중 가장 큰 행사는 1년에 한 번, 작가들의 작업실을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다. 2019년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이미 지역사회의 쏠쏠한 축제로 자리잡은 듯하다.
금천예술공장은 개인 작업실 외에도 PS333이라고 불리는 대형전시장, 미디어랩, 창고동 등 작업과 전시가 모두 가능한 공간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또한 오픈스튜디오, 기획전시 외에도 기술+예술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DA VINCI CREATIVE Festival),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한 이슈를 다루는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 등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해외에서 들어온 입주작가들뿐만 아니라 근처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된다면, 모든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들에게 열려 있는 금천예술공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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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금천예술공장 9기 입주작가 그룹전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 전화 : 02-308-1071
※ 홈페이지 : https://semananji.seoul.go.kr/korean/studio/main.jsp
※ 이메일 : semananji@seoul.go.kr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며, 한강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난지한강공원 내 유휴시설을 개조하여 사용한다. 서울 시내에 위치하지만 날다람쥐가 스튜디오로 찾아오는 등 아름답고 거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국제 교류에 대해 말하자면, 이곳은 2006년에 개관한 뒤로 창동레지던시와 함께 레스 아티스(Res Artis)의 회원기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입주작가들이 해외에서 들어온 입주작가들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한 미술 현장들을 방문하고, DMZ나 북한산과 같이 한국의 역사, 문화, 자연이 살아 숨쉬는 현장들을 방문하며 서로 교류하도록 한다.
각 개인에게 이루어지는 지원은 무엇보다 비평 워크숍이 돋보인다. 국내의 유수 비평가와 1:1 매칭되어 이루어지는 이 워크숍을 통해 입주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깊이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입주 마지막 달에는 작가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여 그동안 창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성과보고전을 개최한다. 단순한 창작에 대한 몰입을 넘어서 비평과 기획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작가라면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이다.
※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 전화 : 032-760-1005
※ 홈페이지 : http://www.inartplatform.kr/index.php
※ 이메일 : limitedej@ifac.or.kr
한국의 근현대사를 몸소 느끼고 싶다면 인천아트플랫폼을 유심히 살펴보자. 이 레지던시가 위치한 옛 인천항은 서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국내로 근대 문물을 유입시키는 중요한 항구였다. 1883년 개항하여 오랫동안 물자의 이동 통로로 기능하였는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도심의 흉물 지역으로 전락해버렸다. 최근에 들어서야 아무런 역할을 갖지 못한 채로 방치된 옛 창고와 건축물을 어떻게 하면 잘 보존할 수 있을지 많은 논의와 고민이 이루어졌고, 여기에 많은 예술가들의 설득이 더해지면서 인천아트플랫폼이 탄생하였다.
이에 따라 1930년대 지어진 근대 건축물들이 창작스튜디오, 전시장, 공연장, 문화센터 등 총 13개의 동으로 다시 태어나 입주작가들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재로 등재된 역사적인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경험은 다른 레지던시에서는 겪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게다가 역사적 배경 덕택에 생겨난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반나절 여행하기 좋은 월미도, 첨단의 송도국제도시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과 지하철 1호선 역들이 근접해 있다. 레지던시 입주작가로서 어려움 없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골몰하는 한편으로, 바람을 쐬거나 문화 생활을 하기 위해 손쉽게 외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10번째 입주 작가를 모집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은 장르 간의 융합을 중시하고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작업을 해오는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를 선호한다. 이곳의 역사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작가는 잊지 말고 미술관 홈페이지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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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현장취재
안수연 (더아트로 에디터)
최선주 (프리랜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