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한국의 국제 레지던시 모아보기 (2) 지역 국·공립

posted 2019.02.26

(2) 지역 국·공립 레지던시

‘지역(지방)’은 서울 근교가 아닐 뿐, 특성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긴 어렵다. 대전이 교통의 요충지라면 전주는 전통문화의 거리, 광주가 미디어아트의 도시, 부산이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 혹은 해운대와 광안리를 끼고 있는 도시라 할 수 있듯이 각 지역마다 대표 이미지도, 캐치프레이즈도 180도 다르다. 그런 각각의 지역에 위치한 레지던시들은 또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관할 지방자치단체, 재단의 비전에 따라 강한 지역색을 띄기도 할 것이고, 지원 프로그램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고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은 그러한 노력들의 결과물이다. 해외가 아닌 국내 레지던시에 입주한다 해도 단순히 창작 공간과 비용을 지원받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창작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포그래픽 맵

1. 대전문화재단 테미예술창작센터

DaeJeon Culture and Arts Foundation (DCAF), Artist Residency TEMI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 199번길 37-1
전화 : 042-253-9810
홈페이지 : http://www.temi.or.kr/
이메일 : temi2014@naver.com

대전 중구에 위치한 테미예술창작센터는 1979년 개관하여 대전 최초의 시립도서관으로 기능했던 ‘테미도서관’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테미도서관이 2012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면서 해당 건물이 예술가를 위한 창작센터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2014년 개관한 이래 현재 6기 입주작가를 맞았다. 평면, 입체, 사진, 영상, 뉴미디어 등 시각예술 전 분야를 다루고 나이 제한을 두지 않으며, 매년 장기 입주작가로 국내 5명, 국외 작가 1-3명을 모집한다. 올해부터는 단기 입주작가로 대전에 거주하거나 대전에서 활동하는 지역 작가를 4명 더 선발한다.
어쨌거나 테미예술창작센터는 입주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6개 정도로, 한 번에 많은 작가가 입주하는 다른 레지던시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덕분에 입주작가들이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고 가족처럼 지내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입주기간동안의 창작 성과에 대하여 전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서로 더욱 가까워진다.

아키코 나카야마 작가를 위한 이론가 멘토링, 2018. ⓒ테미예술창작센터

2018 입주작가 고재욱 개인전 〈For workers〉 오프닝에서 아키코 나카야마 작가의 퍼포먼스, 2018. ⓒ테미예술창작센터

또한 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역량 강화를 돕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외에도 지역 내 예술 창작과 향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예술가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015년부터는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입주작가들이 대전의 문화적 자산을 리서치하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최대 11개월까지 입주할 수 있는 이곳의 올해 입주 공모는 마감되었지만 내년도 입주 공모가 10월과 11월 사이에 진행된다. 관심 있는 작가는 천천히 준비하여 지원해보는 것도 좋겠다.

테미예술창작센터 스튜디오 전경 ⓒ테미예술창작센터

2.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FoCA (Palbok Factory of Contemporary Arts) Residency in Jeonju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
전화 : 063-211-0288
홈페이지 : http://www.palbokart.kr/
이메일 : 2019studio@hanmail.net

팔복예술공장 전경, 2018. ⓒ팔복예술공장

작업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줄 소재로 레지던시가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곳만 한 동네도 없다. 700여 채의 전통 한옥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전주향교 등 전통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전라북도 전주 말이다. 이 지역에서도 전주천이 흐르는 조용한 길목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은 작년 3월 개관하여 올해 2번째 입주작가를 모집하는 신생 레지던시다. 25년동안 텅 비어 있던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개조한 건물에 자리하여,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이 만나는 곳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놀이+교육 프로그램 ‘꿈꾸는 놀이터’, 2018. ⓒ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의 프로그램은 창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 놀이+교육, 커뮤니티 4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은 서로 순환적인 관계에서 운영된다. 시각예술에 한정되지 않고, 문학, 국악, 무용, 음악, 영화, 만화 등 여러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각 장르에 특화된 전문 기술자, 이론가가 상주하도록 하고 융합 작업이 가능한 랩(Lab)실을 운영하는 등 연구-구현-전시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공장 시설을 재생하여 사용하는 곳인 만큼 장소특정적 실천(Site-Specific Art)과 이에 관련된 아카이브 연구에 특화되어 있기도 하다.
기존의 미술관에서 탈피하여 보다 다층적인 ‘창작’의 큰 마당에서 함께 어울려 노는 곳, 팔복예술공장에서 어떤 새로운 예술이 탄생할 수 있을까? 지원 분야에 제한은 없으나 오디오비주얼, 필름&비디오, 사운드를 다루는 작가, 혹은 커뮤니티와 예술교육 연구 등 프로젝트 수행에 탁월한 작가를 우대한다고 한다. 해당 분야의 작가는 매년 입주 공모가 시작되는 11월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팔복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전경, 2018. ⓒ팔복예술공장

3. 대구문화재단 가창창작스튜디오

Daegu Foundation for Culture (DGFC), Gachang Art Studio

주소 :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 57길 46
전화 : 053-430-1236
홈페이지 : http://www.gcartstudio.or.kr/
이메일 : gachangartstudio@gmail.com

가창창작스튜디오 전경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가창창작스튜디오는 2007년 개관하였으며 “예술가와 시민 누구나 좋아하는 창작 공간”이라는 모토로 11년째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쳐간 한국 작가만 105명, 해외 작가만 51명인 중견 레지던시다. 만 40세 이하 예술가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이 특색이다.
기본적으로 입주작가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창작지원금을 수여하고 문화예술 투어를 진행하지만, 다른 레지던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들까지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창창작캠프’는 타 지역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을 초대해 1박 2일 간 캠프 형태로 진행되는 교류 프로그램이다. 매년 청명한 초여름, 영호남권 6개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작가 50여 명이 가창창작스튜디오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강연하며, 바비큐 파티까지 즐긴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국내외 여러 지역의 작가들을 만나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다.

삼산리 문화나눔의 날 전경 ⓒ가창창작스튜디오

이외에도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기반으로 한 ‘가창 아트맵 프로젝트’, 입주작가가 직접 기획하는 ‘가창 미술 아카데미’,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삼산리 문화나눔의 날’ 등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열린 삼산리 문화나눔의 날에는 지역주민 60여 명이 가창창작스튜디오를 찾아와 입주작가들과 함께 미술 아카데미 결과전시를 관람하고, 레크레이션, 노래자랑, 함께 비빔밥 먹기와 같은 코너를 헤쳐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입주작가들은 어느새 대구 달성군 가창면이라는 작은 마을의 일원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름 캠프와 마을 축제의 매력. 이 매력에 귀가 솔깃한 이들에게 가창창작스튜디오를 추천한다.

가창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전경 ⓒ가창창작스튜디오

4.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Clayarch Gimhae Museum, Ceramic Creative Center

주소 :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진례로 275-51
전화 : 055-340-7009
홈페이지 : https://www.clayarch.org/
이메일 : wisdom0923@gmail.com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경 ⓒ세라믹창작센터

도자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라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세라믹창작센터의 존재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현대 건축도자 전문 레지던시로서 도예(Ceramic)의, 도예에 의한, 도예를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는 시각 예술가가 오더라도 도예를 활용한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며 편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2m 이상의 대형 작품을 소화하는 가마와 여러 종류의 가스 가마, 목공실, 재료실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도자 전문 기술자들이 상주해 있어 기술적인 조언과 협력까지 얻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매년 작업 프레젠테이션, 문화예술 투어, 작품제작 시연 세미나 등으로 구성된 ‘국제도자워크숍(International Ceramic Workshop)’과 대학원 석,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도자아트캠프(Clayarch Winter International Ceramic Art Camp 2019)’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클레 중국 미술대학, 국립 타이완 예술대학, 아이치 현립 도자미술관이 주관한 《2018 아시아 현대 도예》전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대상으로 국제도자아트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라믹창작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모두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으므로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고민하는 최상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앞서 밝혔듯이 이곳은 도자뿐만 아니라 디자인, 회화, 조각, 설치, 건축 등 다른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에게도 열려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도자라는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생각, 새로운 기술, 새로운 경험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세라믹창작센터는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다. 오픈스튜디오와 작가 연구 세미나 외에도 경남, 부산, 울산 지역의 미술관, 창작공간들과 교류하는 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예가 익숙하거나 낯선 작가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곳. 공모는 매년 6월과 12월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