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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 레지던시 모아보기 (3) 전국 사립

posted 2019.03.05

(3) 전국 사립 레지던시


이전까지 전국의 국∙공립 레지던시들을 살펴보았다. 이들과 비교할 때 지금부터 살펴볼 사립 레지던시들은 그 수가 적을지 몰라도 다른 어느 곳들보다 확실한 개성을 뽐낸다. 레지던시가 소속된 기업 등이 사회에서 지니는 뚜렷한 이미지와 정체성을 따르고 있거나, 운영 주체의 유연한 태도에 따라 급변하는 사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며’에서 짤막하게 소개한 오픈스페이스 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OPEN TO YOU’가 리서치, 아카이빙, 협업 등 비-물리적 작업을 하는 작가들만 모집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유연성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각각 미디어아트, 신진작가들의 소통과 교류, 고립된 섬 생활에 특화된 레지던시들이다. 당신의, 당신에 의한 작업에 꼭 맞는 개성이 어디에서 추구되고 있는지 살펴볼 시간이다.


인포그래픽 맵


1. (서울) 아트센터 나비,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Art Center Nabi, Nabi Artist Residency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26, SK빌딩 4층
전화 : 02-2121-1031
홈페이지 : http://www.nabi.or.kr/
이메일 : creative@nabi.or.kr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아트센터나비는 2000년 서울에서 개관한 미디어아트 전문 예술기관으로,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에 관련한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해왔다. 2016년부터는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국내 신진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또 해외의 미디어 아티스트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현재 네덜란드의 미디어아트 전문 기관 V2와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는데, 이곳은 1981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예술가, 디자이너, 과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데 모여 학제 간 융합 연구와 실천을 도모하도록 지원해온 곳이다. 아트센터나비는 앞으로도 계속 해외 미디어아트 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전경, 2018. ⓒ아트센터나비

무엇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18년 가까이 기술과 예술을 연구해온 미디어아트 전문기관답게 입주작가가 인공지능, 블록체인, 로보틱스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입주작가는 아트센터나비에 소속되어 나비 랩(Nabi Lab)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네트워킹하고, 랩이 보유한 여러 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작업할 수 있다. 입주기간동안의 활동을 소개하고 창작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와 자신의 비전을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 역시 개최한다. 지난해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입주했던 슐트 터르 보흐(Sjoerd ter Borg) 작가의 경우 입주기간동안 구글 스트리트뷰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서울을 둘러보는 영상 작업을 진행했고, 네덜란드로 돌아가 기술과 사회를 반영한 예술 작품에 수여되는 이카루스 상(Icarus Award 2018)을 받기도 하였다.


슐트 터르 보흐(Sjoerd ter Borg)의 이카루스 상(Icarus Award 2018) 수상 ⓒ작가

슐트 터르 보흐(Sjoerd ter Borg)의 이카루스 상(Icarus Award 2018) 수상 ⓒ작가

올해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2019 공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첨단 기술과 새로운 예술 사이에서 고유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면, 아트센터 나비에서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관련링크:
《Nabi Artist Residency 2018》 전시 스케치 및 작가 인터뷰


2. (광주) 오버랩, 오버랩 ACR : Cycles

OverLab., OverLab. ACR : Cycles


주소 : 광주광역시 남구 구성로76번안길 5-4
전화 : 062-351-2254
홈페이지 : http://overlab.creatorlink.net/
이메일 : overlab2015@gmail.com


오픈스튜디오 전시 《Cycle 003: BALANCE》 전경, 2018. ⓒ오버랩

공동창작 결과전시 《Cycle 003: BALANCE》 전경, 2018. ⓒ오버랩

오픈스튜디오 전시 《Cycle 003: BALANCE》 전경, 2018. ⓒ오버랩

공동창작 결과전시 《Cycle 003: BALANCE》 전경, 2018. ⓒ오버랩

‘오버랩 ACR : Cycles’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이 운영하는 독특한 형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국∙공립 미술관과 지역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가 입주작가들의 역량 강화와 결과보고 전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들 간의 교류와 소통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장르 및 매체에 대한 예술가들의 경험이 보다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2014년 오버랩이 필리핀 비사야 지역의 시각예술비엔날레 비바엑스콘(VIVA ExCON Oganization)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6년 공동창제작 형태로 확대되었고 현재 순환, 주기를 뜻하는 사이클(Cycles)이라는 이름 아래 레지던시 형태로 정착하였다. 2017년부터 필리핀 바콜로드 지역에 위치한 St. La Salle University의 IMI(Institute of the Moving Image)와 MOU를 맺어 더욱 안정적으로 입주작가를 모집, 지원하고 있다. 광주와 바콜로드 각 지역에 2개월씩 머무르며 작업하도록 한다.


필리핀 바콜로드 지역의 레지던시 전경 ⓒ오버랩

필리핀 바콜로드 지역의 레지던시 전경 ⓒ오버랩

입주를 희망하는 작가의 나이와 학력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 다만 문화 다양성과 소통, 협업을 중시하는 레지던시답게 작가 본인의 예술 철학과 열린 마음,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중요하게 여긴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작품활동 지원비와 공동 창작공간, 숙소 등이 제공된다. 아티스트 토크, 공개 워크숍, 현지작가 탐방, 필드 트립 등에 참여할 기회 역시 톡톡한 혜택으로 주어진다. 아쉽게도 현재는 광주광역시와 필리핀 바콜로드 지역 작가를 대상으로만 모집 공모를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입주작가 모집 지역과 국가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 내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독립큐레이터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ICC(Independent Curator Collaboration) 라는 프로그램도 별도 운영 중이다. 이곳, 오버랩이 그려내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자.


오픈스튜디오 전시 《Cycle 003: BALANCE》에 참여한 큐레이터와 작가들, 2018. ⓒ오버랩

공동창작 전시 《Cycle 003: BALANCE》에 참여한 큐레이터와 작가들, 2018. ⓒ오버랩

관련링크:
2018 오픈스튜디오 전시 《Cycle 003: BALANCE》


3.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Gapado Artist in Residence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로 137-7
전화 : 064-792-3540
홈페이지 : http://www.gapadoair.com/
이메일 : info@gapadoair.com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제주도 남단으로 10분 정도 배를 태고 가면 만날 수 있는 섬, 가파도에 새로운 형태의 레지던시가 문을 열었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현대카드와 제주도가 함께 진행하는 ‘가파도 프로젝트’
의 한 부분이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가파도 내 주민들의 자립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운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과 고유한 섬 문화가 지닌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그 중에서 레지던시는 문화 영역을 책임진다. 본관 1채와 별관 2채에 더하여 개인 숙소와 작업 공간, 갤러리, 테라스 등 다양한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따로 공모를 진행하지 않고,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뉴욕 MoMA, 런던 Tate Modern 큐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위원단이 작가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입주작가를 선정한다. 자문 위원단의 추천을 받은 입주작가가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국내외 출신 그리고 예술 장르와 관계 없이 대략 5명이 추려져 선발된다. 입주작가는 약 3-5개월 간 가파도에 머물면서 새로운 영감과 작업의 동기를 얻는다. 예를 들어 국내외 현장에서 활약 중인 큐레이터가 직접 가파도를 찾아와 작업에 대한 비평과 피드백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입주기간동안 창작한 작품을 외부에 전시하는 기회를 갖는다. 가파도라는 특수한 환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연계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작업실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작업실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커뮤니티룸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커뮤니티룸 전경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오늘날 작가들에게 고립된 자연 환경 속에서의 몇 개월은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해안가를 걷는 혼자만의 산책 외에도 섬 주민들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 같은 기간 입주한 해외 작가들과 함께하는 티 타임, 모든 것이 그렇다. 작년에 개관하여 지금까지 약 11명의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간 가운데, 이제 막 시작하는 이곳이 새로운 예술을 제안하는 문화적 허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관련링크: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소개 및 입주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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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판 읽기: International Artist Residencies in Korea (3)

안수연, 최선주

안수연 (더아트로 에디터)
최선주 (프리랜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