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을 대표하는 신진 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 《젊은모색》이 5년 만에 재개되어 과천관에서 진행 중이다.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이번 전시는 김지영, 송민정, 안성석, 윤두현, 이은새, 장서영, 정희민, 최하늘, 황수연 등 신생공간 및 대안공간 그리고 갤러리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들이 참여하여 이목을 끌었다. 부제로 사용된 ‘액체 유리 바다’는 이 9명의 작가를 지시하는 공동의 키워드로, 액체, 유리, 바다처럼 현실의 안팎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유동적인 태도와 맞닿아 있다. 느슨한 연결고리이지만, 단순히 선정 작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동시대 작가의 특징을 ‘액체 유리 바다’라는 키워드로 엮고자 한 것은 전시의 설득력을 위해서도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한 젊은모색은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동시대 한국 미술씬을 가늠하는 지표로 기능해왔으며, 국립기관에서 주최한다는 점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그만큼 5년의 공백은 젊은모색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시 열릴 것에 대한 기대감의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새로운 시작”, “부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전시를 소개한 것 역시 이러한 부담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일 테다. 어찌 되었든, 신진 작가 발굴과 소개는 국립미술관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 젊은모색이 만들어갈 향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부활’한 젊은모색에 여러 질문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터. 젊은모색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한 이유, 비교적 젊은 관람객 수가 적은 과천관에서 개최한 이유, 앞으로도 젊은모색은 계속 진행될 것인지 등 젊은모색 자체를 둘러싼 궁금증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 이에 [미술세계]는 이번 전시를 담당한 최희승 학예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젊은모색의 현재는 어떤 모습이며 미래는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지면을 통해 들여다보자.
《젊은모색 2019》는 《젊은모색 2014》 이후 5년 만에 재개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5년의 공백은 젊은모색이 폐지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질 만큼 긴 시간이기도 한데, 어떤 논의들을 거쳐 《젊은모색 2019》 가 진행된 것인가요?
그동안 관장님이 두 차례 바뀌고, 서울관, 청주관이 생기는 미술관 내부의 변화 속에서 젊은모색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들은 계속 진행되어 왔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부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어요. 결과적으로 미술관 입장에서는 부활이 아니었지만, 시일이 너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외부에서 봤을 때는 ‘재개’ 혹은 ‘부활’로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백의 시간 동안 미술계 트렌드와 작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면서 나름의 전시의 틀을 만들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5년이라는 정비 기간을 가진 만큼 기존 젊은모색과 이번 《젊은모색 2019》 간의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은모색 2019》에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2015년까지 진행된 19번의 젊은모색 안에서도 형식은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한·중·일 젊은모색인 적도 있었고, 미술관 외부에서 작가를 추천한 적도 있었고, 격년제로 진행되거나 2013년, 2014년처럼 연년으로 진행된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주제가 있었던 적도 있지만 없었던 적도 있었고, 이번처럼 부제가 달린 경우도 있었거나 없었던 적도 있는 등 담당자와 기획자가 달라질 때마다 매번 그 모습을 달리했던 것이죠. 미술관 내부와 외부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봤을 때는 다 같은 젊은모색인데 내부에서는 그때마다 당시의 시대를 반영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를 찾아낸 것이었으니까요. 《젊은모색 2019》의 경우 “액체 유리 바다”라는 주제가 나오기까지 리서치와 작가 선정 과정이 매우 중요했고, 작가들이 모두 한 점 이상의 신작을 제작하며 전시를 준비했다는 것이 기존 젊은모색과 구분되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2014년과 비교해보면, 2014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각 학예사들이 작가를 추천한 후 자신이 추천한 작가에 대해 글을 쓰는 등 처음부터 매칭된 작가와 학예사의 관계가 드러났다면, 올해는 학예사들이 추천한 작가들을 바탕으로 담당자인 제가 전시를 진행했어요. 세부적인 흐름들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이처럼 유동적이고 유연한 부분이 젊은모색이 지닌 큰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젊은모색은 특정 주제를 지니고 있는 전시라기보다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주목하고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작가 선정부터 어떤 논의를 거쳐 “액체 유리 바다”라는 부제가 도출된 것인지 전반적인 전시 준비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각 관의 학예사 27명이 특별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작가를 추천한 후 리스트를 추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추천 리스트를 가감 없이 만들었을 때 33명의 작가가 나왔고, 그 33명 안에서 공통되는 특징들로 큰 주제를 잡았어요. 이 작가들이 어떤 주제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작업에 어떤 흐름과 경향들이 있는지 살펴봤을 때 특유의 분위기가 감지되더라고요. 그리고 추천 리스트에 포함된 33명 외에 미술대학 학부를 찾아가기도 하는 등 추천 리스트의 빈틈을 메꿔보려 했어요. 거의 50명 이상의 작가들을 만나거나 리서치했던 것 같아요. 리스트의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해왔고, 그중 누가 젊은모색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약 5번에 거쳐서 진행한 후 9명의 작가들을 선정했습니다. 3차 회의에서는 최종 후보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요. 이처럼 “액체 유리 바다”는 5번의 회의를 거치는 동안 33명의 작가에서 19명, 11명, 9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나온 키워드들입니다. 결국 9명의 참여 작가들에게서 발견된 공통의 키워드라 할 수 있고, 동시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자유롭고 유동적인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해요. 마치 스마트폰의 액정 유리처럼 현실을 반영하면서 시대적인 고민을 담아내기도 하고, 파도에 몸을 맡기듯 유연하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튜브 등을 유영하며 자유로운 창작을 이어가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부생까지 리서치 범위를 넓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술씬에 잘 노출 되지 않은 새로운 작가를 결과적으로 소개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 역시 누군가는 정말 충격적으로 젊었으면 좋겠고, 누군가는 굉장히 실험적이어서 미술관에서 할 수 없을 법한 일들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파격을 위한 파격을 할 수는 없었어요. 그리고 너무 어린 작가들이나 위태로운 상황의 작가들을 오직 전시의 화제성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에 33명+α 리스트에서 시작을 했지만, 결국 선정된 결과를 놓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기의 목소리가 완성되어 있는지 였던 것 같고, 여기에 덧붙여 작품의 완성도, 기관에서 대형 전시를 할 수 있는 역량, 국가의 세금을 커미션으로 받아 운용할 수 있는 능력 등도 작가 선정 기준의 일부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작가로 선정하는 기준은 내부적으로 합의된 것이었나요?
학예사, 학예관 구분 없이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젊은’ 작가를 추천한 것인 만큼 학예사들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동했지만, 큰 전제는 있었어요. 미술관에 미소장된 작가도 그중 하나였는데, 젊은 작가임에도 이미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들은 리스트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대형 기획전에 포함된 경험이 없는 사람을 큰 전제로 두었고, 나이 제한은 없는 상황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젊은 작가를 추천한 것이었어요.
그런 차원에서 ‘올해의 작가상’, ‘현대차 시리즈’, 젊은모색의 연령대가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젊은모색 2019》에 참여한 작가들의 연령이 28~38세 정도인데요. 《올해의 작가상 2017》에 참여했던 옥인콜렉티브나 《젊은모색 2019》의 황수연, 장서영 같은 작가들은 사실 동세대이기도 하죠. 젊은모색의 경우 선정 작가들의 연령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구분하는지요?
1981년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면서 젊은모색의 연령대 기준은 계속 변화를 겪었습니다. 만 35세인 적도 있었고 만 40세였던 적도 있었거든요. 현재 적용하고 있는 ‘나이 제한이 없는 미술관 미소장 작가, 대형 기획전에 참여한 적이 없는 작가’라는 기준은 비교적 최근 정립된 것입니다. 또 이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 겠지만, 유동적인 연령대와 기준들이 젊은모색의 핵심적인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동시대를 반영하고자 시스템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니까요. 그러다보니 70년대 중후반생의 작가가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었어요. 학예사의 취향일 수도 있고, 그 작가가 소개된 기회가 그동안 적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죠. 젊은모색에 참여할 수 있는 ‘젊음’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젊은모색 2019》에 참여한 작가들의 경우 신생공간이나 대안공간 혹은 갤러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립기관의 맥락과 공간적 특성은 앞선 기관들과는 명백히 구분되기도 하죠.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국립기관에서 전시하는 것이 작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작가들이 제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술관의 어법과 시스템이 가장 견고하고 난이도가 제일 높은 곳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에요. 커미션 금액을 지급하는 절차, 그리고 금액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작가가 수행해야 하는 행정 절차가 다른 기관에 비해 복잡합니다. 국가의 세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가가 작업 시작 전에 작업 계획서도 만들고 예산사용 계획도 만들어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이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봐요. 앞으로 다른 국공립기관은 물론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으니까요. 미술관 제도와 만나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경험해보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일반 관람객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을 것이고요. 안성석 작가의 경우 실제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편의와 촉각적 재미를 위해 물침대를 설치했고, 최하늘 작가는 관람객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관객들이 지나가기 어렵도록 더 공격적이고 빽빽한 설치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젊은모색이 지닌 무게 때문에 즐기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인증, 다르게 말하면 부담감이 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젊은모색에 참여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보여줘야 작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작가들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젊은모색 역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수상제도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작가상이나 현대차 시리즈처럼 일종의 수상제도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전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를 ‘어워드(award)’나 ‘리워드(reward)’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젊은모색은 올해의 작가상처럼 작가 한 명을 뽑아서 상을 주는 것이 아니고, 그보다는 젊은 작가의 그룹을 미술관에서 보여준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수상제도로 작동한다는 비판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 같습니다. 1981년 젊은모색 첫 회 도록을 찾아봤는데, 아직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적지만 실험적이고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미술관에서 보여줌으로써 작가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는 기획 글이 있더라고요. 이 목적은 지금도 동일합니다. 이것이 어떤 수상제도로 의미 부여되고 작가에게 혜택을 준다기보다, 전시라는 틀로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젊은모색의 정체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1980년대는 전시 공간도 많지 않았고 젊은 작가들이 자생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드물었기 때문에 국립기관에서 이들을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신생공간을 비롯한 여러 대안적 공간들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젊은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도 이어졌기 때문에 자신들의 작업을 노출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진 게 사실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젊은모색이 미술계에서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젊은모색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 스펙트럼》이나 혹은 서울시립미술관(이하 SeMA)에서 신진작가들에게 주는 지원금처럼 젊은 작가들을 다루는 기관의 제도들과 주로 비교하게 되는데요. 《아트 스펙트럼》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고, SeMA의 지원금도 점차 축소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각 지역에서도 지역의 청년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있고, 서울시에서도 청년을 키워드로 많은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젊은 작가들이 전시를 잘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현재로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생공간에서 작업이 보여지는 것과 미술관에서 보여지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봐요. 가장 중요하게는 국가 시스템과 작가가 만나는 경험이 일어나니까요. 그리고 젊은모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게 일어난다면 그 또한 전시로 선보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오히려 접근성이 좋은 서울관에서 전시할 경우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과천관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과천관에서도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학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지만 서울만큼의 화제성은 얻기 힘들 거라 생각하거든요.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고, 많은 것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젊은 작가의 레이어를 더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원래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던 서울관에서 또 다시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녹여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간직해온 과천관에 젊은 작가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 그리고 과천관에 새로운 층위의 관객이 유입되는 것 자체가 이번 전시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젊은모색 2019》을 찾아오는 관람객의 유형을 보면 기존 과천관 전시에서는 많지 않았던 20~30대 젊은 관람객들 이 다수인데요, 이를 계기로 과천관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고 가세요. 반대로 20~30대가 아닌 기존 관람객들에게도 과천관에서 젊은 작가들을 만나는 일은 흔치않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는 《젊은모색 2019》을 준비하며 의도했던 결과이기도 하죠.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전》처럼 돌아가신 원로 작가의 전시와 함께 《젊은모색 2019》처럼 동시대 작가들이 호흡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고 입체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초 윤범모 관장님의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그리고 새롭게 신설된 청주관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면서 과천관의 경우 미술사적인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윤범모 관장님 취임과 청주관 신설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점차 관장님의 방향성 아래서 과천관의 색깔이 좀 더 분명해질 것 같아요.
여러 신생공간을 소개했던 《SeMA Blue 2016: 서울 바벨》(서울시립미술관, 2016.1.19~4.5)의 경우 신생공간의 작동방식을 시립미술관이라는 화이트 큐브 제도 공간에서 나열식으로 전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젊은모색의 경우 전시 자체가 특정한 주제를 지향하기보다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에 더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염두에 두셨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작품 설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액체 유리 바다”라는 부제를 달았던 것은 전시에 소개된 작가들이 나열식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처음 작가 리스트를 접한 후 큰 주제를 잡고, 이 작가들과 만나면서 주제를 강화시키는 한편 주제를 다시 살피면서 작가를 추려가는 과정이 결코 기획의 과정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가 인터뷰와 아카이브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습니다. 9명의 참여 작가 리스트가 결정되었을 때 이미 “액체 유리 바다”라는 부제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기획자로서 “나는 이런 상태를 감지했고, 당신의 작업이 이렇게 편입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미세한 선을 작가들에게 제시했고요. 전시장 안에서 유리의 이미지가 보인다거나 액체가 흘러나오는 듯한 형상이 많이 보이는 것은 “액체 유리 바다”라는 키워드가 작가들에게는 젊은모색을 풀어나가는 단서로 작동한 결과라 생각해요. 김지영 작가의 경우 아주 구체적으로 ‘액체’를 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모습, ‘유리’는 현실의 구조를 비추는 창, ‘바다’는 동시대인이 반드시 목도해야 하는 현실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작업을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 역시 이번 《젊은모색 2019》의 특징 중 하나이고, 저 역시 세대를 공유하는 기획자 중 한 명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작가들과 나눴던 것같습니다.
전시 공간은 작가들의 요청을 최대한 구현한 것이었어요. 김지영, 장서영, 황수연 작가처럼 독립된 방을 원한 사람이 있고, 안성석, 윤두현, 최하늘 작가처럼 오픈 스페이스를, 송민정 작가처럼 복도 같은 공간을 원한 사람도 있어서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잘 조율하고자 했습니다. 어쨌든 이 전시는 개별 작업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전시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열식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작품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서로 겹쳐 보일 수 있는 지점을 만들기 위해 공간 디자이너와 협의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지영 작가 방에서 흘러나오는 팽목항의 북소리(〈바람〉, 2015/2019) 는 안성석 작가의 영상 〈나는 울면서 태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뻐했다.〉(2019)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교복 입은 여학생의 형상과 겹쳐지기도 하죠.
5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재개된 만큼 젊은모색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전시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미술관 내부에서는 앞서 말씀하신 올해의 작가상이나 현대차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 두 프로그램은 SBS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스폰서들의 장기 후원을 받는 프로젝트로 운영되어 비교적 안정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후원사의 부재는 지속적인 운영의 위험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오히려 미술관의 자원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대규모 전시 프로그램을 지속시켜왔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모색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논의해나갈 예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젊은모색을 담당했던 선배 학예사분들로부터 응원을 듣기도 했어요. 2021년이 젊은모색 4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니, 미술관의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술세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