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아트마켓 ‘핫이슈’ 『Artprice』,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19

posted 2020.04.09


박수강 에이엠콤파스 대표


글로벌 아트마켓을 뜨겁게 달군 핫이슈는? 미술시장 리서치 전문 컴퍼니 에이엠콤파스의 대표 박수강은 아트프라이스 2019년 리포트를 분석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의 동향을 핵심 요약한다. Art는 아트프라이스가 1년간 경매 낙찰 총액을 기준으로 순위 매긴 작가 500명 중 랭킹 1~100위를 공개한다. 또한, 500명 중 1980년대 이후 출생 작가를 다시 리스트업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활약에 주목했다. 특집 화보 작가 오스카 무리조, 에브리 싱어, 아담 팬들턴, 안젤 오테로를 포함해 총 33명이 랭크됐다.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발표한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19' 는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경매에서 낙찰된 동시대 작가(1945년 이후 출생)의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판화, 비디오, 설치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분석한 것으로, 작품 가격은 낙찰가에 구매 수수료를 포함해 미국 달러로 표기했다.


동시대미술 경매 시장은 18억 9,000만 달러 규모로, 20억 달러를 넘겼던 2013/14년과 2014/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21,996명 작가의 작품 71,400점이 낙찰되어, 역대 최고의 낙찰 작품 수를 기록했다. 경매 시장에서 동시대미술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00년 3%에서 2019년에는 15%로 상승해서, 근대미술(43%)과 전후미술(2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했다. 생존 작가의 작품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아트프라이스는 제프 쿤스(Jeff Koons)의 작품이 고흐나 세잔의 작품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현상에서 보듯이, 현대의 미술시장은 인기 있는 동시대 작가를 미술사에 이미 이름을 남긴 주요 작가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9년 동시대미술 시장의 동향은?


동시대미술 경매 매출이 가장 높은 국가는 39%의 점유율을 보인 미국이며, 뒤를 이어 중국이 28%, 영국이 23%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은 전년 대비 18% 증가해 7억 2,4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을 이끄는 5명의 작가인 장-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제프 쿤스, 카우스(Kaws),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경매 매출이 4억 8,550만 달러에 달해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100만 달러가 넘는 낙찰 작품은 106점에 달했고, 작품 수급의 균형이 잘 맞아 유찰율이 25%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 평균인 39%에 비교해 훨씬 낮은 편이었다. 중국은 전년에 비해 13% 하락했다. 그러나 홍콩 시장만 보면 56% 상승해 아시아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로써 홍콩은 뉴욕,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동시대미술 시장이 되었다. 홍콩 경매에서 미국과 유럽 작품이 증가함에 따라, 카우스,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 토니 크랙(Tony Cragg)가 자신들의 최고 경매 기록을 세웠다. 영국은 전년 대비 20% 줄어든 4억 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평균보다 낮은 32%의 유찰률을 보였고, 100만 달러를 넘는 낙찰 작품이 81점에 달해 여전히 건실한 시장임을 입증했다. 그 외 국가를 살펴보면, 일본은 전년 대비 38% 성장해 2,000만 달러에 근접해서 1%의 점유율을 보였다. 싱가포르는 전년 대비 65%나 줄어들었다. 프랑스도 39% 하락해 2.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경매 회사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소더비(Sotheby’s)가 6억 2,31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크리스티(Christie’s)로 4억 8,1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고가 시장을 공략해온 필립스(Phillips)는 2억 2,570만 달러로 3위에 올라,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이 세 회사의 매출이 시장의 70%를 차지한 반면 낙찰 작품 수는 10%에 불과해, 소수의 고가 작품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 언급한 1~3위와 9위에 오른 서울옥션(1,740만 달러)을 제외하고 4~8위와 10위를 모두 중국 경매사가 차지했다. 4위에 오른 차이나가디언(China Guardian)은 7,350만 달러의 경매 매출을 올렸다.


매체로는 회화가 가장 인기 있고, 낙찰 작품의 44%와 경매 매출의 68%를 차지하며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100만 달러가 넘는 작품 284점 중 244점이 회화였다. 그럼에도 동시대 회화는 가격 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100만 달러를 넘는 작품은 낙찰된 회화작품의 0.8%에 불과하고 74%는 5,000달러 미만에 거래되었다. 조각은 매출의 15%를 차지했고, 제프 쿤스, 카우스, 마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 토마스 슈테(Thomas Schutte),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드로잉은 매출의 11%를 차지했는데, 회화와 판화 분야 인기 작가의 드로잉이 수요가 높았다. 판화는 낙찰 작품의 16%, 매출의 2%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지만, 작가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기에 주시해야 한다. 판화 시장의 인기 작가인 장-미셸 바스키아, 볼프강 틸만스 (Wolfgang Tillmans),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작품은 20만 달러를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뱅크시(Banksy)와 카우스의 판화 수요도 급증해 인기 작가임을 입증했다.


아프리카 미술의 인기 상승


전년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영국인 작가 시장이 급성장했다면, 2019년에는 아프리카 대륙 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가 늘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보여준 아프리카 미술의 존재감과 아프리카 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룬 전시와 아트페어의 성황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미술 경매 매출이 가장 높은 시장은 런던이다. 런던과 파리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미술이 주로 거래되고, 뉴욕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작품이 주로 거래된다. 경매의 유찰률도 낮아져서 25~45%를 유지하고 있다. 소더비의 아프리카 미술 경매 매출은 20년 만에 10배로 성장했다. 콩고의 쉐리 삼바(Cheri Samba)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총 46점이 낙찰되며 160만 달러를 기록해 134위에 올랐다. 1999년 1만 4,500달러에 낙찰되었던 는 2017년 6만 8,000달러에 되팔리며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6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다. 1991년생 콩고 작가인 에디 카무안가 일룽가(Eddy Kamuanga Ilunga)는 2019년 4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2016)이 최저 추정가의 세 배인 10만 6,000달러에 낙찰되며 경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상위 500명 작가의 경매 매출이 16억 8,000만 달러로 시장의 89%를 차지했다. 상위 50명으로 좁히면 64%를 차지해 소수 작가에게 집중된 시장이다. 국적별로는 상위 100명의 작가 중 중국인이 33명, 미국인이 28명이었다. 상위 10위 작가 중 6명이 미국 작가였다. 장-미셸 바스키아(1위), 제프쿤스(2위), 카우스(3위), 크리스토퍼 울(4위), 조지 콘도(5위), 키스 해링(7위)이 이름을 올렸다.


1위인 바스키아가 동시대미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근대미술 시장의 피카소에 비견할 만하다. 경매 매출 1억 5,71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10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고 낙찰가 작품 상위 10점 중 4점이 바스키아의 작품이었다. 2위에 오른 제프 쿤스는 1억 1,18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986)이 9,100만 달러에 팔리면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3위인 카우스는 9,36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전년에 비해 7,830만 달러가 증가해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 특히 홍콩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 낙찰 작품의 58%가 아시아에서 팔렸다. 경매 기록은 2019년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나왔다. (2005)이 낮은 추정가의 15배가 넘는 1,480만 달러에 팔린 것이다.


6위를 차지한 나라 요시토모는 4,25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1999)이 440만 달러에 팔리며 경매 기록을 세웠다. 8위에 오른 알베르트 욀렌(Albert Oehlen)은 27점이 낙찰되며 3,4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2,130만 달러가 증가해 26위에서 일약 8위로 뛰어올랐다. 2019년 6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1998)가 750만 달러에 팔리며 경매 기록을 세웠다. 반면 피터 도이그(Peter Doig)는 전년 2위에서 2019년 10위로 떨어졌다. 주요 작품이 경매에 나오지 않으면서 경매 매출은 전년보다 7000만 달러 하락한 3,090만 달러에 그쳤다. 낙찰 작품 수 기준으로 1위는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660점), 2위는 카우스(622점)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3위에는 무라카미 다카시(594점), 4위에는 뱅크시(550점)가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0명의 작가 중 여성 작가는 12명이었다. 제니 사빌(Jenny Saville),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줄리 머레투, 데이나 슈츠(Dana Schutz),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엘리자베스 페이튼(Elizabeth Peyton),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신디 셔먼(Cindy Sherman),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에이미 실만(Amy Sillman), 로카쿠 아야코(Rokkaku Ayako), 쑤렐레(Xu Lele)가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 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10년 전 리스트에 포함되었던 작가는 세실리 브라운, 신디 셔먼, 제니 사빌,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마를렌 뒤마, 세리 레빈(Sherrie Levine) 등 6명이다. 11위에 오른 영국 작가 제니 사빌은 2,88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10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1992)가 1,240만 달러에 팔리면서 가장 비싼 여성 생존 작가로 등극했다. 데이나 슈츠는 전년보다 730만 달러가 상승해 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37위에 올랐다. 출품 작품 15점이 모두 낙찰되었고, (2004)이 242만 달러에 낙찰되며 경매 기록을 세웠다. 경매 회사는 여성 작가 프로모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여성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가 등장하는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동시대미술 시장에서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활약


아트프라이스 보고서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Top 500 리스트에 1980~90년대 출생 작가 33명이 포함되었으므로, 밀레니얼 세대 작가를 분석해보았다. 여성 작가가 14명으로 Top 100 리스트에 비해서 성별 격차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은지데카 아쿠니일리 크로스비(Njideka Akunyili Crosby), 조던 카스틸(Jordan Casteel), 샤발랄라 셀프(Tschabalala Self), 토인 오지 오두톨라(Toyin Ojih Odutola),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 등이 포함되어 아프리카 미술의 인기를 입증했다. 가장 젊은 작가는 1990년생인 샤발랄라 셀프였다.


경매 매출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1~3위는 48위에 오른 하오량(Hao Liang)(585만 달러), 72위의 해롤드 안카르트(Harold Ancart)(370만 달러), 90위인 로카쿠 아야코(290만 달러)가 차지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하고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의 전속 작가가 되어 미술시장 뉴스를 장식했던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는 5점이 낙찰되며 159만 달러의 매출로 141위에 올랐다. 밀레니얼 세대 리스트의 마지막 작가는 안젤 오테로(Angel Otero)로 6점이 낙찰되며 25만 달러를 기록해 497위를 차지했다. 출품작이 전부 낙찰된 작가는 3명이었다. 해롤드 안카르트는 21점, 샤라 휴즈(Shara Hughes)는 16점, 로델 타파야-가르시아(Rodel Tapaya-Garcia)는 13점이 출품되어 모두 낙찰되었다. 낙찰 작품이 많은 작가들은 대중성이 높은 스트리트아트나 팝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었다. 일본의 로카쿠 아야코가 71점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 스트리트아티스트인 JR이 37점으로 뒤를 이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인 아부디아(Aboudia Abdoulaye Diarrassouba)는 29점이 팔렸고, 포르투갈의 벽화 작가로 유명한 빌스(Vhils)는 23점이 낙찰되었다. 밀레니얼 작가 33명 중 22명의 경매 기록이 2019년에 나왔다. 이 중 3명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하오량이 193만 달러, 미차오밍(Mi Qiaoming)은 177만 달러, 은지데카 아쿠니일리 크로스비가 139만 달러로 각각 경매 기록을 세웠다.





※ 이 원고는 아트인컬처 2020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트인컬처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박수강 / 에이엠콤파스 공동대표

미술시장 분석회사 에이엠콤파스 공동 대표. 연세대 학사, 뉴욕주립대 회계학 석사,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싱가포르 캠퍼스) 아트 비즈니스 석사. 공저 “아트마켓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