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우리 기자
미술관에서 다중세계 유영하기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부터 장르를 확장하고 영역 간 경계를 허무는 다학제융복합 프로그램인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을 진행했다. 2019년에는 동시대광장, 2020년 모두를 위한 미술관 등을 주제로 퍼포먼스, 공연, 전시 등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부제는 ‘멀티버스(다중우주, Multiverse)’. 물리학 가설인 ‘다중우주론(Multiple Universe)’에서 파생된 용어인 멀티버스는 우리 우주 외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영화, SF소설 등 대중문화에서 활발히 다뤄지고 있으며 우주와 세계를 인식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문화시설 실감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권하윤, 김치앤칩스, 서현석, 안정주/전소정, 정금형, 후니다 킴 등 총 6팀이 참여하여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드론, 자율주행(LiDAR센서)과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질문하도록 제안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권하윤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2.12~3.28). 소수의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조성된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정해진 시간에 VR 퍼포먼스를 관람·체험하게 된다. 권하윤의 작품은 사전 예약이 바로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VR작품을 통해 새로운 픽션을 전달하는 작업을 해온 권하윤은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을 가상과 현실의 접점으로 끌어들였다. 기하학적으로 짜인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그 안의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만들어지는 섬세한 신체 동작은 관람자와 함께 하는 퍼포머의 미러링을 통해 그 자체로 작품으로 승화된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분리되지 않고 겹치면서 말 그대로 다중우주를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어 〈무심한 연극〉(서현석, 3.16~4.16), 〈기계 속의 유령〉(안정주/전소정, 5~8월), 〈헤일로〉, 〈무제〉(김치앤칩스, 6~7월), 〈장난감 프로토타입〉(정금형, 8~9월),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후니다 킴, 10~12월)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multi-verse.kr
월간미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