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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매의 세계 – (1) 미술 경매, 미술의 가치는 누가 만드는가

posted 2021.12.03


‘불 마켓(Bull Market)’이란 황소가 뿔을 들어 올려 상대를 제압하듯 오랜 기간 상승세인 장을 일컫는 용어다. 현재 국내 미술 경매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단어를 사용해야 할 듯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 매출 규모는 1,48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거래액 490억 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상반기 826억 원, 2018년 상반기 1,030억 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연말까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는 비평과 기획을 넘어 미술계 그리고 미술사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미술품 경매를 살피고자 한다. 이 특집은 먼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특성과 매력, 경매 참여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경매시장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현황, 그 구조를 톺는다. 그와 함께 옥션사에 종사하는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와 경매사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현장 이야기도 듣는다. 이제 경매의 매력으로 함께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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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경제학자이자 현대미술품 컬렉터인 도널드 톰슨(Donald Thompson)은 “경매장의 망치가 두드려지는 순간, 그 가격은 작품의 실체 가치가 되고, 이는 미술사의 기록이 된다”고 했다. 미술 경매가 현대 미술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다. 미술시장에서 작품은 가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경매가 그 경제적 가치를 형성하는 공신력 있는 주체임은 이미 미술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수 세기에 걸쳐 예술 창작과 그에 따른 유통은 시장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존하며 향상되어 왔다. 그리고 미술품 경매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확산에 기여했다. 경매로 인해 미술품 거래는 과거에 비밀스럽고 비표준화적인 특성을 지닌 유통 방식에서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환됐으며, 작품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 시장을 주도해왔다. 미술품 경매는 최초설립(로마 시대로 추정) 이래 20세기까지 매개로서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미술시장에는 비교적 긴 주기를 걸쳐 형성되는 작품의 창조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판매가 동시에 발생한다. 여기에 일반적인 상품의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란 불가능하고, 새로움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일어나는 현대 미술계에서 작품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 역시 어렵다. 오늘날 미술 경매는 단순히 작품의 소비와 공급을 주관하는 기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평가하는 중심에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가의 명성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미술시장은 예술과 경영이 융합된 새로운 분야다. 따라서 역사적 관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에 대한 기여도를 파악하는 것은 미술사와 미술시장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국내 미술 옥션, 미술시장 호황기를 중점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는 독특한 체계를 형성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해왔다. 1979년 신세계미술관이 개최한 경매를 최초로 1984년 송원화랑 경매 등이 있지만, 대표적 기점은 1988년 가나화랑 주최의 ‘아트마켓 경매’라 할 수 있다. 이후 2001년 서울옥션으로 상호를 변경해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술 경매회사 설립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의 가격과 정보 등 자료가 공개적이지 않아 그 규모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경매를 통해 미술품 낙찰액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불투명했던 한국 미술시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홍보 활동으로 국내 미술시장 대중화에 기여하고 활성화하는 촉진제가 되어 문화예술 선진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2004년, 서울옥션은 ‘커팅 에지(Cutting Edge)’를 통해 원로 및 중견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낮고 개성 있는 20-30대 작가들 작품을 ‘블루칩 작가’로 형성하고 새로운 장르로 소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매 출품작들은 추정가의 약 두 배가량 오른 가격에 낙찰됐고, 100% 낙찰률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에게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작품을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며 수요자층을 확대했다.


이런 접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했다. 2004년 10월 홍콩 크리스티(Christie’s) 가을 경매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 8점이 약 1억 4,000만 원가량에 거래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근대미술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기 전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다소 낮은 가격대로 소개한 젊은 작가 작품들이 국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거래액은 계속 올라 2007년에는 약 6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미술시장에도 활기를 가져왔다.


서울옥션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2005년, 부동산 억제 정책과 저금리 등의 원인으로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술품이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술품은 실제 사용하는 상품이 아닌 부동산, 주식과 비슷한 자산으로 볼 수 있어 금융과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미술시장은 자체적으로 호황과 침체, 회복을 겪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의 영향을 받고 변화를 보인다. 여기에 더욱 불을 붙인 건 2000년대 중반 중소 옥션들의 출범이다. 서울옥션 단독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의 전환과 급격한 활성화를 맞은 경매시장에 낙찰 신기록 언론 보도까지 잦아지며, 미술품 경매시장은 과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거래량 역시 압도적으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미술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해외 미술품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러한 미술시장 호황기에 맞춰 국내 경매회사는 온라인 미술품 경매까지 활성화한다. 첫해 연간 거래 낙찰률은 약 69%, 8억 3,078만 원의 거래액을 보였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는 서울에 집중적으로 형성된 시장을 전국구로 확산시켰고 중저가 미술품 공급과 유통의 방법을 넓혀 그 보급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미술시장에서 가격의 공개화와 유통의 투명화가 점차 확대되어 갔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2008년, 서올옥션은 홍콩에 새로운 법인을 세워 서구권 유명 작가들과 아시아권 작품들을 함께 출품하며 크리스티, 소더비(Sotheby’s)와 같은 세계적 경매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꾀했다. 서양 근대미술 거장 작품과 나란히 나열해 세계 컬렉터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세계무대에서 한국미술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고 국제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8년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증시, 부동산 시장 등 모든 투자시장과 미술시장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고가 미술품 거래가 부진하기 시작했고, 급격히 성장했던 경매시장의 과열로 인한 거품도 가라앉았다. 고가의 미술품을 다루기에 부담을 가지는 화랑 및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저가 미술품 시장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진작가의 작품과 다소 저렴한 판화와 드로잉 시장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렇듯 미술 경매는 시장의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 속 국내 미술계의 유통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스스로 역기능을 극복하며 확장 및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서울옥션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옥션.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국내 미술 경매 유의사항


미술시장의 중심,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이것만은 기억하는 것이 좋다. 먼저 미술 경매에서 추정가는 추정가일 뿐, 작품 낙찰가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유의해야 한다. 미술품 경매는 뜨겁고 치열한 경합이 붙어 초고가에 낙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 추정가에 맞춰 거래 액수를 산정하지 않아야 하며 본인 스스로가 구매 가능한 작품의 최대액을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가격대를 정할 때는 개인의 생각과 이전 경매 기록에 의존하기보다는 미술 전문가와 함께 의논해야 한다. 시장은 과거 기록에 상관없이 매우 냉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2년 10억 원에 거래됐던 작품이 2007년에 20억 원에 낙찰, 2009년에 20억 원에 출품했지만 유찰됐던 경우가 있다.


또한 미술 경매 ‘프리뷰(preview)’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미술품 경매 2-3주 전에 경매 출품작들이 전시되는 프리뷰는 경매에 대한 분위기를 예측하고 작품에 대한 중요한 정보(실제 작품의 크기, 질감과 색감, 작품 컨디션 체크, 시장 동향 등)를 얻을 수 있어 경매 참여자라면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직접 가볼 시간이 안 된다면 온라인 홈페이지나 경매회사에서 발행하는 도록을 활용해볼 수 있지만, 작품은 실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안목과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에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안목 있는 미술 전문가와 함께한다면 파급력이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단순히 작품 설명을 듣는다기보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미술적 안목을 자기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Infinity-Nets (KPEU)>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11.9×145.8cm 162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11.9×145.8cm 162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퍼블릭아트 이미지 제공.

미술품 경매의 위력과 매력


모든 예술은 자연의 영역이 아닌 문화적 구조물이기에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구조화된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부분인 시장에 대한 연구는 작가와 작품세계, 미술 양식, 미술의 역사, 시대 상황과 소비, 경제적 가치, 수집가 등 당시 미술계 주요 인물의 역할까지 포함하고 있어 미술사 연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술품 경매는 미술시장은 물론이고 미술 생태계, 나아가 미술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21세기 세계 미술시장에서 미술품 경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유통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고급화된 경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장의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며 미술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대중과 미술의 거리감을 좁히는 등 당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끊임없는 시도들이 그 저변을 확대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의 입지를 형성했다.


미술품 경매는 역사적으로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로 발전했고 미술시장의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진화해왔다. 그러므로 경매회사와 미술관, 작가, 화랑, 아트페어, 컬렉터가 협력해 미술품 경매를 통한 전략적인 마케팅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특정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역사적 양식과 국가적 문화예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21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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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글쓴이 최고운은 권진규미술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 등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체성 재조명을 전시기획하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했고 박여숙화랑,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방송, 강의를 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