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뜨겁다.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한국의 수도 서울은 근래 새로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주요 미술 매체들은 서울을 떠오르는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소개하고 있는데1), 이처럼 서울이 주목받게 된 것은 기존 아시아 미술 중심지였던 홍콩의 정치 불안 상황 외에도 서울이 가진 문화적 인프라와 시장 성장 잠재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갤러리, 전시공간, 아트페어, 미술대학, 작가 및 컬렉터군 등 문화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서울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많은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서울에 한국 지점을 열었고, 진출하고자 하는 갤러리 역시 늘어나고 있다2). 특히 2021년은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고, 미술품 거래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해였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기증한 소장품 약 2만 3천여 점은 국민들이 미술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 박물관의 개관, 리움 미술관의 재개관에 이어, 송은 문화재단 신사옥의 전시 공간까지 다양한 공간들이 새로 생겨나며 미술계에 대한 주목이 끊이지 않았다.3) 그리고 올해 9월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로 인해 수많은 국내외 컬렉터, 미술 애호가, 미술 관계자들의 한국 미술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더아트로는 한국이 가진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를 소개하고, 최근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미술 현장을 조명해보고자 이번 특집을 기획하였다. 미술관, 갤러리 외에도 도시 곳곳에 매력적인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미술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 문을 연 전시공간이나 예술 프로젝트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미술 현장에 대한 콘텐츠 또한 대규모의 국공립 또는 사립미술관, 국제 미술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이에 더아트로는 다양한 미술 현장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로 ‘공공미술’, ‘공간’, ‘작품’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하여 3개의 연재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첫 번째 기사 ‘도시 속 공공미술’에서는 국내 여러 지역의 공공미술을 소개한다. 도시 내 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진행되어온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리고 시민들이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미술을 알아보고, 한국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두 번째 ‘새로운 공간들’ 에서는 최근 새로 생겨났거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곳곳의 공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국의 대표 미술 도시인 서울, 부산, 대구, 광주의 미술현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기획하였다. 마지막으로 ‘미술 작품 속 도시’에서는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고,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이 한국을 찾는 많은 해외의 미술 애호가들과 시각 예술 관계자들에게 한국 문화현장 안내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특집의 첫 번째 기사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공미술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민이 공감하고,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소개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참여 공공미술 전시, 공공미술 컨퍼런스 개최, 공공미술 관리 등의 세부 사업을 추진하며, 작품의 선정부터 창작과정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도시 내 적합한 환경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여 기존 공공미술 프로젝트들과 차별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서울은 미술관」의 진행 과정과 방향성 및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며 서울의 '공공미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윤슬’이란 어여쁜 단어를 몇 해 전 새삼 익혔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이 단어를 분명 예전에 배웠을 텐데 까맣게 잊고 있다, 2017년 서울 만리동 광장에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1호 작품인〈윤슬 :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강예린 작)이 설치되자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폭 25m의 대형 광학렌즈 같은 모양을 한 이 작품은 지면 아래 4m 깊이로 움푹하게 들어간 공간이 있어 관람객들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빛의 산란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장소를 경험하면서 완성되는 독특한 작품이다.〈윤슬〉은 설치 후 줄곧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처음 선보였을 땐 웃픈 피드백도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이 작품을 야외공연장이나 시설로 인식했는데, 이는 공공미술이 설치된다면 많이들 가지는 거대한 조형물이나 형상 위주의 작품이 놓일 거란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은 작품이 표현하고자 한 ‘장소경험’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가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문화예술이야말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 기능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문화 정책의 기본 토대를 성립해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서둘러 캐치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의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는 취지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추진되었던 ‘도시갤러리’ 사업을 이어받아 공공미술의 철학과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 확장하는 것으로, ‘디자인 서울’의 일환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은 ‘서울시민의 보다 나은 삶의 지향’을 핵심 철학으로 놓고, 시민의 삶 속에 스며들어 시민이 제대로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과 프로젝트 등을 완성해 선보이고 있다.
사업을 통해 구현된 작품들이 IF(21년〈홍제유연〉), SEGD(19년〈자하담〉), DFA(19년〈자하담〉), Good Design Award(20년〈녹사평역프로젝트〉) 등 유수 디자인어워드에 뽑히며 글로벌 인지도를 얻고 있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기획에서부터 역사적 맥락과 연결된 도시디자인 작업을 진행하여 단순히 도시미관개선이나 치장의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주었고, 장소에서 사람이 만나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과 주요한 거점이 되는 작품으로 지역사회 내의 특별한 장소성을 만들어 교감의 장을 열었다(SEGD 수상 평)”는 호평 또한 얻고 있다.
「서울은 미술관」 구성과 운영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기조 아래, 시민 누구나 공감하고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도시 서울’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크게 3가지의 카테고리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대표작품을 설치하는〈역 속 명소〉 만드는 사업이다. 일상의 장소를 공공미술 명소로 바꾸는〈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구현〉과 시민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작품을 구현하는〈공공미술 시민아이디어 구현〉사업이 여기에 해당되며 두 번째는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로〈공공미술 축제〉와〈대학협력 공공미술〉,〈서울로미디어캔버스〉등이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서울은 미술관」 정책의 방향모색, 저변확대 등을 위한 기반조성 사업이다. 2016년부터 매년 주제를 달리하여 공공미술 담론을 나누는〈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 컨퍼런스〉를 비롯해〈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운영〉,〈기록화 사업〉등이 이에 속한다.
대중에게 열린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고 예술적인 감성을 느끼는 경험을 확대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서울시는 실제로 조직 내 전문 인력을 보강하며 동시에 전문가로 구성된 공공미술위원회의 심의·자문을 혁신, 강화하고 있다.
공공미술 사업의 기획과 운영은 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작품설치의 경우 우선 대상지 공모를 통해 시·구유지 중 공공미술이 필요한 대상지를 공모하여 적합성을 검토하고, 각 대상지의 특성과 맥락에 적합한 사업기획과 작품공모를 진행한다. 공모의 형식은 지명공모나 공개모집으로 추진되며, 시민이 작품선정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심사, 시민선호도 조사 등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열고 있다. 시민 참여형 사업 중 공공미술 축제는 도심의 열린 공간에 시민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관람과 체험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예비 공공미술 작가인 대학생들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대학협력 공공미술은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자문을 위한 워크숍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물질인 미디어를 공공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한 서울로미디어캔버스를 통해 공공 미디어아트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영상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맥락과 차별점
공공미술 전반을 다루기 위해 매년 5~8개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은 미술관」은 2개의 작품구현사업과 시민, 대학, 미디어 작가가 참여하는 3개의 참여형 사업, 2개의 정책기반 조성사업으로 구분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존 공공미술 정책이 형상 위주나 관계 중심(커뮤니티)으로 치우쳐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시대성’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품의 ‘생애주기’를 적용한 것 또한 동시대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시대가 변하면 당연히 작품의 의미와 가치도 변하게 마련이며 도시의 장소는 시민의 공유재임을 서울시는 인식한 것이다. 단지 예산이 많이 투입되었다고 존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생동하며 변화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고견을 바탕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경우 작품의 재료와 특성에 맞는 생애주기를 적용하여 그 주기가 도래하면 연장·보존·이전·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시민 축제와 전시, 컨퍼런스, 시민발굴단의 경우 일시적인 생애주기를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는 단기적 주제를 선정하고 논의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 전략은 공공미술이 도시와 시민의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게 만들어 준다. 장기 설치작품이나 일시적 행사의 단점과 한계점을 보완하여 시대성을 담아내는 의미 있는 공공미술을 지속화시키려는 목적이다.
또한 밀도 높은 서울 속 한정된 공간에 공공미술이 개입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단순히 작가의 작품전시장인 공공장소가 아니라, 소외된 자원을 시민에게 환원하거나 잊힌 지역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시민이 함께 향유하고 즐기는 장소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시민참여 공공미술
서울시는〈미디어캔버스 시민공모〉처럼 친근하게 시민을 동참시키는 프로그램을 현명하게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경우 시민이라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계획이 변형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어떤 입장일까. 이혜영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과장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시민이 참여한다는 점은 조심스럽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단지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시민이 부차적으로 참여하는 것의 의미는 아니다. 공공미술은 기본적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즐기는 미술이다. 공공미술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화합의 과정이다. 공공미술 작가도, 시민도 공공미술을 위해 서로 한발 물러서고 한발 참여해야 한다. 작가와 시민의 의견에 따라 작품의 계획이 수정되는 과정이 필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좁히고 또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갈등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작가와 시민, 타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개입하여 의견을 나누는 열린 공론의 장이 중요하다. 특히 ‘관’에 대한 선입견과 대화의 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는 부분, 작가의 의도보다 정책입안자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기 위해 ‘서울은 미술관’은 5년간의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와 기획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혔고, 그간의 성공과 실패 사례 집적을 통해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공공미술의 추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가와 시민이 잘 만날 수 있도록 타분야 컨설팅, 설명회, 공공미술위원회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피력한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한 공공미술의 하향평준화 혹은 작가 역량을 축소한다는 우려와 비판은 늘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있다. 우선 공공미술은 순수미술이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전시의 작품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서울시는 도심에 설치되거나 행해지는 공공미술 작업들은 시민의 세금에 의해 집행되며, 불특정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함께 공유하는 공유재로서 공간이나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회적인 정서적 합의가 전제되는 것을 필수로 놓는다.
시민이 생활하는 삶의 장소에 놓이는 것이기에 시민과의 접점을 최우선으로 1989년 미국 연방광장에 설치됐다 대중의 요구로 철거된 리처드 세라의〈기울어진 호〉나 최근 뉴욕에 설치된〈베슬〉이 여러 차례 투신자살을 야기해 폐쇄된 사례 등을 떠올리며 필연적으로 시민의 개입과 관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작품성과 사회적 정서와의 간극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는 2019년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 설치된〈타원본부〉(정지현 작,〈공공미술 시민아이디어 구현〉)를 시민 참여 공공미술의 좋은 본보기로 꼽는다. 장소에 대한 시민의 이야기가 작품의 씨앗이 되고, 작가가 그 씨앗을 받아 싹을 틔워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가의 예술성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또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건축이나 디자인 등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과 자문, 협업을 통해 작가적 역량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의 성공과 실패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기획, 진행된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도 서울시는 2018년 추진한 지역 단위 공공미술〈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을 대외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성공한 사례로 든다. 해외 언론 기사, 잡지, TV, 라디오방송 등을 통해 150건 이상 보도되었고 퀘벡 디자인협회, 홍콩기자협회, 주한 해외 통신원 프레스투어, 문화부기자 프레스투어 등 해외기관 및 언론사 방문 취재가 이뤄진 데다 프로젝트가 재현된 2019년 3월, 전달 대비 승하차 인원이 117% 증가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2019년 1~4월 수송실적 보고도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5월에 가 볼 만한 곳’으로 선정됐고 2019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문화본부와 서울교통공사, 용산구가 협업하여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녹사평역 중앙부 메인 홀과 지하 1층~지하 5층 원형 홀과 대합실, 승강장 전체에 조성한 예술과 식물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이쯤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고 성공과 실패 등 결과를 가늠하는 핵심성과지표는 무엇인지 또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궁금하다. 하여 서울시에 물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공공미술 사업의 핵심성과지표는 시민참여도와 만족도다. 작품을 향유하는 시민들이 얼마만큼 만족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민참여 수와 만족도 조사를 통해 시민이 선호하는 공공미술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 참여하는 작가 또는 예비작가(대학생) 또한 시민이기에 참여작가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컨설팅의 과정이 모든 사업에 필수요소다. 이를 통해 공공미술 작가들의 참여 기회를 높이고, 향후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공공미술 작가의 잠재된 역량을 키우고, 또한 시민으로서 작품의 과정에 참여하고 수준 높은 미술 작품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서울시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핵심성과지표”라고 이혜영 디자인정책과장은 말한다.
공공미술 vs. 대중 vs. 언론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시민들은 매우 즉각적인 피드백을 보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공미술 작품에 대한 반응들이 실시간 쏟아지고 이는 공공미술의 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책을 만드는 실무자들은 이러한 빠른 피드백뿐만 아니라 시간차가 느껴지는 피드백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다. 공공미술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 개념이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느린 피드백 또한 정책 방향의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글 서두에 언급한 「서울은 미술관」 1호 작품〈윤슬 :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의 경우 대형 조형물이나 형상 위주의 작품을 공공미술이라 여기던 관념을 무력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설치 후 시간이 지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중들은 장소를 품으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 공공미술에 애정을 드러내며 아낌없이 향유하고 있다.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공공미술의 의미와 방향성, 시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 까닭에 서울시는 관심과 참여의 한 방법인 시민 피드백이 보다 많이 다양하게 이뤄지도록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 공공미술
서울시는 2021년 11월, 시민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시민과 전문가가 협업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장소형 공공미술 시민아이디어 구현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서울대공원을 소재로 완성된 시〈솜사탕〉을 22m에 달하는 작품으로 구현한 보라리 작가의〈솜사탕코끼리〉와 문화비축기지를 대상으로 적은 육아일기를 모티브로,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서세희 작가의〈모래-시간〉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시작한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를 5년간 진행하고 그간 세계 디자인어워드 수상 등 수준 높은 공공미술 작품과 시민들에게 공공미술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도 선보였던 서울시는 공공미술 정책을 고도화하고 진흥하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정책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서울형 공공미술 비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문화도시 서울을 견인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2.0 비전인데, 이 새로운 비전은 「서울형 공공미술의 비전」이 될 것이며 그를 바탕으로 공공미술을 넘어 글로벌 문화비전을 담아내는 ‘도시예술(Urban Art)’도 추진될 예정이다.
서울시 공공미술은 ‘감성도시’ 구현을 목표로 한다. 공공미술은 작가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도시의 예술적 공유재이며,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열린 예술작품이 바로 공공미술의 진정한 의미임을 인식하고 서울시는 오늘도 전에 없던 공공미술을 기획하고 있다.
1)관련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Wallpaper, ‘Art and Seoul: global galleries are flocking to Korea’s capital’, 2021.07.11.,
https://www.wallpaper.com/art/mark-bradford-profile-hauser-wirth-menorca/
ARTNews, ‘The New Art Hotspot in Asia: Seoul’s Fast-Rising Scene Is Attracting International Attention’, 2021.06.08.,
https://www.artnews.com/art-news/news/seoul-south-korea-art-cities-to-watch-1234595000/
The Art Newspaper, ‘Korean wave: could Seoul become the art capital of Asia?’, 2021.10.15.,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1/10/15/korean-wave-could-seoul-become-the-art-capital-of-asia
2)2016년 삼청동에 프랑스 갤러리 페로탕(Perrotin)에 이어 2017년 뉴욕 갤러리 리만 머핀(Liman Maupin)이 개관하였고, 한남동에는 페이스 갤러리(Pace), VSF(Various Small Fires)가 각각 2017년, 2019년에 서울 지점을 열었다. 뒤이어 작년 4월 독일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가 청담동에 생겼으며, 10월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이 한남동에 첫 아시아 지점을 열었다.
3)2021년 국내에 새로 개관한 전시공간은 전국에 총 142개이다. 서울아트가이드, 「2021년 전시공간의 변화, 142개 처 개관」, 2022.1월호 Vol.241, pp.58-61.
디자인서울 홈페이지 https://design.seoul.go.kr
아트 인 시티 - 도시 속 공공미술(1) Borderless in Public art
[아트 인 시티] 새로운 공간들(1) 서울 - Untitled & Titled Sp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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