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아트 인 시티] 새로운 공간들(1) 서울
- Untitled & Titled Spaces

posted 2022.02.18


더아트로는 한국이 가진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를 소개하고, 최근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미술 현장을 조명해보고자 이번 특집을 기획하였다. 미술관, 갤러리 외에도 도시 곳곳에 매력적인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미술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 문을 연 전시공간이나 예술 프로젝트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미술 현장에 대한 콘텐츠 또한 대규모의 국공립 또는 사립미술관, 국제 미술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이에 더아트로는 다양한 미술 현장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로 ‘공공미술’, ‘공간’, ‘작품’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하여 3개의 연재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첫 번째 기사 ‘도시 속 공공미술’에서는 국내 여러 지역의 공공미술을 소개한다. 도시 내 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진행되어온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리고 시민들이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미술을 알아보고, 한국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두 번째 ‘새로운 공간들’ 에서는 최근 새로 생겨났거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곳곳의 공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국의 대표 미술 도시인 서울, 부산, 대구, 광주의 미술현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기획하였다. 마지막으로 ‘미술 작품 속 도시’에서는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고,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이 한국을 찾는 많은 해외의 미술 애호가들과 시각 예술 관계자들에게 한국 문화현장 안내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특집의 두 번째 기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도시 곳곳의 공간들을 소개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국·공·사립미술관 이외에도 다양한 전시공간이 생겨나며 새로운 미술 지구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특집에서 다루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는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다양한 국제 미술행사들이 끊이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는 도시이다. 각 도시마다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문화를 반영하는 여러 공간들이 존재하고, 그 공간들에는 이들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과 성격이 녹아들어 있다. 지역 곳곳 역사·문화적 성격을 담은 공간들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전시 및 행사들을 통해서 도시 내 지역들의 특색과 고유한 특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Untitled & Titled Spaces


서울. 이곳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활기찬 도시 가운데 하나다. 모두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서울은 수도를 넘어서 거의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곳으로, 미술계에서도 이곳은 많은 예술가의 집이자 놀이터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도모할 기회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그 어느 지역보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는 물론이고 대안공간과 신생 공간이 밀집된 도시 서울에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 미술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미술계에서 아시아의 입지가 날로 높아지고 있고, 그간 동서양 미술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홍콩과 상하이와 같은 도시에 많은 제약이 생기며, 이제 세계인의 관심은 한국의 서울로 옮겨오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외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서울에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과 그들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새로 생겨나는 공간들 가운데 우리가 살펴볼 곳들은 소위 ‘신생 공간’이라 불리는 곳들이다. 흔히 ‘대안공간’과 비슷한 결을 가진 공간들을 한꺼번에 일컬어 ‘신생 공간’이라 불리고 있지만, 이들은 20여 년 전 미술계에서 일어난 대안공간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대안공간 탄생의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미국에선 1960년대 말 제도화된 기득권층을 전복하고자 ‘대안 문화’의 움직임이 일었고, 이와 함께 미술에서도 반제도화적, 비주류 예술 활동에 주목하는 활동이 활발해졌다. 대안공간은 대체로 비영리 전시공간을 일컬으며 미술관과 상업화랑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시 미술계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기도 한 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의 확산이 있었지만 1997년 전례 없는 IMF 경제 위기 사태를 겪으며 지나치게 축소된 미술시장의 불황과 국공립 미술관과 제도권 미술계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였고 대안적 공간과 문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1세대 대안 공간인 쌈지스튜디오, 대안공간 루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대안공간 풀 등은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하는 신진 작가와 젊은 작가에게 길을 열어주고,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 주면서 미술계에 또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공간의 존재는 지금 시점에서 또 다른 ‘기성’ 공간이 되어 버리면서 새롭게 생겨난 공간들은 아예 정의를 내리지 않는 방법을 통해 독립적인 전시 공간으로서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새롭게 생긴 공간’이라 해서 편의상 우리는 신생 공간으로 부르고 있기도 하지만 분명 이들은 기존의 대안공간과 그 궤를 다르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운영자들은 예술계에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공간을 통해 그들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전시 등을 마음껏 해볼 기회의 장소로 삼아 운영하는 것. 이렇게 상업 갤러리와 국공립 미술관과 사립 미술관 사이에서 신생 공간은 독특하고 독자적인 흐름을 선보이고 있다.


상업화랑(용산) 외관. 이미지 상업화랑 제공.     가삼로지을 외부 전경.

[왼쪽] 상업화랑(용산) 외관. 이미지 상업화랑 제공. [오른쪽] 가삼로지을 외부 전경.

1st: Center of Seoul City
그 가운데 서울의 중심부인 을지로, 서촌과 북촌, 인사동 등을 아우르는 종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크고 작은 화랑들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를 비롯해 2013년 문을 연 시청각과 통의동 보안여관이 뿌리를 내리며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다양한 공간에서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들이 대거 위치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을지로는 2015년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함께 행동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자신들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작품과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우리가 찾아볼 만한 공간은 어디어디 있을까. 먼저 2017년 3월 ‘누구에게나 열린 실험적 공간’을 추구하는 ‘공간 형’이 이화빌딩에 문을 열었다.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곳은 대체로 짧은 생명력을 가진 이러한 공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0월 쉬프트와 손을 잡고 ‘도록’이라는 또 다른 공간을 합작해냈다. 한 건물에서 공간 형은 비영리 공간으로, 쉬프트는 일반적 갤러리의 형태로, 또 도록은 카페와 같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공간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순항하고 있다.


왼쪽 공간형 《뉴필러》 김한나&윤인선 작가 전시 전경, 사진 : 김연제. 이미지 공간형 제공. 오른쪽 《드러난땅에살고있어요》 전시 전경, 사진 : 최철린, 이미지 공간형 제공.

[왼쪽] 공간형 《뉴필러》 김한나&윤인선 작가 전시 전경, 사진 : 김연제. 이미지 공간형 제공. [오른쪽] 《드러난땅에살고있어요》 전시 전경, 사진 : 최철린, 이미지 공간형 제공.

2017년 전시 기획자 김명진이 문을 연 상업화랑 역시 을지로에 위치한다. “이런 곳에 전시 공간이 있어?”라고 생각되는 곳, 쉽게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는 상업화랑은 을지로의 역할에 주목하며 미술적 활동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적이면서도 산업적인 역할에 주목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을지로는 대부분의 작가가 재료를 구매하거나 기술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그 기술자들이 즐비한 을지로 내부에 전시공간은 많지 않다. 그렇게 작가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작가 친화적인 환경에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10여 명의 전속작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2019년에는 문래동에 분점을 냈고, 2021년 7월 용산 청파동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막 개관전 《then( )》을 치렀다. 이 세 곳을 통해 실험적이면서도 작가 지원적이며 미술·문화계 담론을 생성하는, 그야말로 종합적인 공간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상업화랑 용산의 개관전 《then( )》의 전경사진. 이미지 상업화랑 제공.

상업화랑 용산의 개관전 《then( )》의 전경사진. 이미지 상업화랑 제공.

이 밖에도 이름을 지우고 익명과 가명을 전제로 한 전시를 선보이는 가삼로지을, 올해 박광수 작가의 《크래커》전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카다로그, 2019년 현재와 미래, 현실의 경계를 확장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 아웃사이트,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기획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산낙원 d/p, 사진작가 박진우와 오진혁이 만든 숍이자 작은 전시 공간으로 2018년 문을 연 N/A 등 최근 5년 간 작가 및 기획자 중심의 공간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d/p 전시장 외부. 이미지 d/p 제공. 촬영: 김한솔 오른쪽 전시 전경, , 이병호 임노식 2인전, 허호정기획, 2021. 이미지 d/p 제공.

[왼쪽] d/p 전시장 외부. 이미지 d/p 제공. 촬영: 김한솔 [오른쪽] 전시 전경, 이병호 임노식 2인전, 허호정기획, 2021. 이미지 d/p 제공.

종합해보자면 종로에서 특히 을지로는 대한민국 산업 시대의 상징인 곳이지만, 동시에 그간의 모습을 오랫동안 고집하며, 어찌보면 쇠퇴한 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는 이곳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도 관람객의 유입을 끌어내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펼친 ‘다시 세운’ 프로젝트 등을 시행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자 큰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현재 을지로는 ‘힙지로’라 불리며 한동안 이곳에서 볼 수 없던 20-30대 젊은 친구들의 활동 반경이 되었다.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결국 을지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생업의 현장과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경험의 장소가 한 데 뒤섞여 그야말로 복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 것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이미지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이미지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2nd: Projects of Seoul City
종로는 단순히 새롭게 생긴 흥미로운 공간만 집합한 공간이 아니다. 특히 평창동을 중심으로 ‘평창동 미술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건립 프로젝트가 2014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 가운데 오픈이 임박한 곳은 단연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다. 2017년부터 서울시는 19개의 컬렉션에 총 48,000여 점의 미술 아카이브를 수집해왔는데, 이를 순차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선보이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한국 시각예술의 흐름을 세대, 장르, 범주별로 구분해 자료의 사료적 가치와 공신력, 조사와 연구의 필요성을 두루 살피는 공간으로 조성될 이곳은 12월 개관을 목표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7월 원래 풍문여자고등학교가 있던 곳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역시 눈여겨 볼만한 공간이다. ‘공예’를 전면으로 내세운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으로서 박물관은 공예가 지닌 기술적, 실용적,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의 기능을 목표한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 2만여 점과 공예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공간이다.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에는 담벼락이 없어서 누구든 접근이 쉽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다양한 행정 기관이 모여 있는 종로의 예술적 역할은 중요하다. 삼청동의 갤러리들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사립 미술관에,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신설 미술관 프로젝트까지. 이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 우리는 더욱 풍성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가 《김제원 : 녹는 땅, 고인 기억》 전시 전경.

사가 《김제원 : 녹는 땅, 고인 기억》 전시 전경.

3rd: Seongbuk, Seoul
그렇다면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공간을 살펴볼 수 있을까? 먼저 성북구에는 현재 사가와 웨스, 그리고 (구) 명성교회를 전시공간으로 삼은 디스이즈낫어처치의 활동이 눈에 띈다. 특히 사가는 울산시립미술관의 강유진 큐레이터, 권태현 독립큐레이터와 박성환 아마도 예술공간의 책임 큐레이터가 운영위원을 맡아 공간 이름 그대로 ‘오래된 이야기를 보존하는 장소’로서 가꿔 나간다.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서사’에 집중하는 이곳은 개인과 역사가 어떻게 교차하며 알레고리를 형성하는지 살핀다. 9월 16일부터 10월 10일까지 김제원 작가의 개인전 《녹는 땅, 고인 기억》을 통해 ‘집’을 주제로 그 뒤편의 역사를 감각하고 기록한 풍경의 서사를 만들어나갔다. 공간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이 ‘서사’를 통해 이곳은 작가 개인과 이들이 속하거나 속하지 못한 사회, 그리고 타자 모두와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웨스(WESS) 외부 전경.

웨스(WESS) 외부 전경.

그런가 하면웨스는 독립기획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장혜정과 송고은이 필두로 김정현, 김성우, 김선옥, 권혁규, 맹지영, 박수지, 신지현, 이성휘, 최희승이 공동 운영자로 합류해 2019년 10월 결성했으며, 한성대입구역 근처에 공간을 열었다. 공동전시 및 개인 전시를 돌아가며 기획해, 각각의 기획자들이 현재 집중하는 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운 공간이다. 원래는 2년 정도 단기간 운영하며 추후 계획을 세울 예정이었는데, 다행히도 함께 하는 기획자들이 공간을 좀 더 운영하는 것에 의견을 모아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기획자들이 많은 만큼 영상, 설치,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 장르의 경계를 짓지 않는 전시를 선보이며, ‘따로 또 같이’를 내세우며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디스이즈낫어처치 외부 전경.

디스이즈낫어처치 외부 전경.

《돌의 실제》 전시 전경, 2020. 이미지 디스이즈낫어처치 제공.

《돌의 실제》 전시 전경, 2020. 이미지 디스이즈낫어처치 제공.

한편 2020년 8월 문을 연 이래 많은 미술인의 관심을 그러모으고 있는 공간 디스이즈낫어처치는 말 그대로 옛 명성교회 예배당의 특징을 살려 개조한 공간으로, 작가 이정형, 이예승, 정기훈의 ‘아워레이보’가 운영하고 있다. 전시, 공연, 행사,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 예고한 이들은 원래 교회의 역할이 그렇듯이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민들에게 익숙한 명성교회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새로워진 공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이들이 벌려 놓은 ‘예술’ 속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초대한다. 결국 더는 교회의 예배당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것이 이에 대한 예식을 치르는 것이라 부드러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듯 요즘 성북구는 많은 예술인의 관심을 받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최근 3년여간 혜화부터 한성대입구 사이 이러한 공간들이 생겨나며 자연스럽게 종로와 홍대 근처에 몰렸던 관심을 조금씩 끌어오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외부 전경.

타데우스 로팍 외부 전경.

4th: Yongsan, Seoul
이제 용산으로 넘어와 보자.페이스 서울, 갤러리바톤, Various Small Fires(VSF)타데우스 로팍까지 해외 유수 갤러리와 국내 탄탄한 전시 공간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앞서 언급한 상업 갤러리를 비롯해 삼성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카드 스토리지과 같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미술관과 전시 공간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신생 공간들까지 대거 밀집한 곳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서울은 이제 전 세계 미술인과 미술 애호가가 예의주시하는 도시이다. 한남대로 양옆으로 삼성리움미술관, 현대카드 스토리지, 갤러리 SP,P21, 페이스서울, 갤러리바톤, 파운드리 서울, 타데우스 로팍, VSF 등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가 둥지를 틀었고, 다양한 신생공간까지 중간중간 자신만의 색깔을 더하며 특색 있는 지역의 모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도 입부 전경.

[왼쪽]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오른쪽]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도 입부 전경.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의 발길이 뜸해짐에 따라 상권이 많이 죽은 이곳에 하나의 희소식을 더하자면 바로 삼성리움미술관(이하 리움)의 재개관 소식일 것이다. 지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관장직을 사퇴하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를 유지하던 리움은 지난 2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아예 미술관의 문을 걸어 잠갔다. 무려 1년 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리움은 현재 고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리움운영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다시 한번 현대미술과 고미술을 총망라하는 전시 오프닝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기증된 수많은 작품이 전국 미술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공개되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와 발맞춰 미술관의 문은 다시 한번 대중에게 활짝 열렸으니, 새롭게 단장된 리움의 면모를 확인하고 싶다면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비롯해 컬렉션 전시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왼쪽 제8회 아마도전시기획상 ≪Shadowland≫ 전경 . 오묘초,〈벗어나고 거스르는〉, 나무, 스틸, 가변설치, 2021(좌) , 오묘초,〈구멍(특히 신체의)〉, 나무, 스테인리스 바퀴_230×130×4cm_2021(우). 오른쪽 제8회 ≪아마도애뉴얼날레 목하진행중≫ 전경. 김유정,〈시간이 기억하는 통로〉, 틸란드시아 식물, 수집한 채널 간판, 수집한 호스, 그물, 철사, 아트네온, 가변설치, 2021. 이미지 아마도 예술공간 제공.

[왼쪽] 제8회 아마도전시기획상 ≪Shadowland≫ 전경 . 오묘초,〈벗어나고 거스르는〉, 나무, 스틸, 가변설치, 2021(좌) , 오묘초,〈구멍(특히 신체의)〉, 나무, 스테인리스 바퀴_230×130×4cm_2021(우). [오른쪽] 제8회 ≪아마도애뉴얼날레 목하진행중≫ 전경. 김유정,〈시간이 기억하는 통로〉, 틸란드시아 식물, 수집한 채널 간판, 수집한 호스, 그물, 철사, 아트네온, 가변설치, 2021. 이미지 아마도 예술공간 제공.

제8회 아마도사진상-압축과 팽창 개인전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 전경. 이미지 아마도 예술공간 제공.

제8회 아마도사진상-압축과 팽창 개인전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 전경. 이미지 아마도 예술공간 제공.

이와 함께 찾아볼 만한 예술 공간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바로 아마도예술공간. 2013년 6월 과정과 담론을 비평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전시 기획자와 작가들이 한데 뒤섞인다.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전, ‘아마도사진상’, ‘아마도전시기획상’과 같은 연례 전시 및 공모전을 진행하며 기획자, 크리에이터의 역할에 오롯이 주목해 다양한 형태의 예술매개자를 양성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더불어 이곳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공간들이 생겼다. 그중에서 2019년 우사단로에 문을 연 오퍼센트는 문화, 종교, 인종이 뒤섞인 이태원의 장소적 특징에 주목한 신창용, 올타, 우한나, 이토 히사야, 주재환, 팀 뢰드 등 한국, 일본, 독일 작가 6명(팀)의 그룹전 《땅!》을 선보이며 복합문화예술프로젝트 공간으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그 이후 기획자 및 연구자 콜렉티브 ‘옐로우 펜클럽’, ‘불량선인’ 등 젊은 기획자와의 협업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갔다. 자체 기획 전시를 하지 않는 기간에는 전시, 공연, 연극, 워크숍, 모임 등 다양한 행사를 위한 공간 대관도 진행하고 있다.


작가 문보람, 정명우, 조익정이 운영하는 공간 윈드밀은 퍼포먼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놀이터’이자 ‘실험실’로서 작가 개개인의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이곳은 공연, 퍼포먼스, 스터디, 워크숍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며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윈드밀은 예술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구획에서 작업하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서로를 의지하고 독려하는 동료로서 함께 성장해 나갈 청사진을 그린다. 2021년 2월 김뉘연+전용완, 김찬우x최윤석, 남화연, 노혜리, 문보람, 유지영, 이양희, 정명우, 조익정, 최윤, 홍민기가 참여한 첫 번째 이벤트 《Windmill Screening vol.1 Stand by》를 개최해 충돌과 화합, 경계와 경계 없음 등이 혼재에 대해 퍼포먼스, 퍼포먼스 도큐멘테이션, 관객 총 세 범주 내 존재하는 서로 다른 입장을 조명한다. 9월 10일부터 26일까지는 손현선, 윤지영, 이은희, 장서영이 참여하는 《사이드-워크》를 통해 타자와 관계하고 또 구별되는 몸의 가능성을 살핀 바 있다.


빌라해밀톤 전시 이미지 제공.

빌라해밀톤 전시 이미지 제공.

한편 올 한 해 미술계를 휩쓴 대체불가토큰(NFT)을 주제로 한 전시로 주목받은 공간이 있다. 바로 빌라해밀톤. 빌라해밀톤 운영자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유진상 교수와 홍학순 작가가 공동 기획해 오디오 소셜네트워크 앱 클럽하우스와 카톡 오픈창을 통해 국내 참여 작가 86여 명과 함께 발전시킨 전시 《NFT 빌라》는 새로운 예술생태계의 출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태도를 모색한 자리였다.
해외 유수 갤러리의 서울 브런치는 물론 미술관, 다양한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자리 잡은 용산은 이미 국내외 작가들이 활발하게 소개되는 곳이다. 이곳에 새롭게 출사표를 낸 공간은 그래서인지 다양한 문화가 섞인 지역성을 녹여내거나 좀 더 세분된 장르 혹은 주제를 다루는 전시를 종종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빠른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만큼 빠르게 예술과 미술계 역시 변모하며 우리의 문화적 경험을 촉진하고 있다. 상업 갤러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새롭게 생겨나는 국공립 미술관, 사립 미술관, ‘어디라도 전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운영되는 수많은 신생 공간까지. 성격은 다 달라도 결국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우리나라의 심장인 서울을 기점으로 한국 미술계를 좀 더 활발히 활성화시키는 일일 테다. 걷는 방향은 달라도 이들 공간이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상호보완하며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읽기

아트 인 시티 – 도시 속 공공미술 (1) Borderless in Public art
아트 인 시티 – 도시 속 공공미술 (2) 어디까지 아니? 서울시 공공미술
[아트 인 시티] 새로운 공간들(2) 부산 – 누가 문화의 불모지라고 했지?
[아트 인 시티] 새로운 공간들(3) 대구 전시공간 가이드 : 최신 패치 버전
[아트 인 시티] 새로운 공간들(4) 광주 - 도시역사와 만나는 광주의 문화지형도

정송

노블레스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