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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미술시장에 관한 세 가지 신화

posted 2022.04.12


지난 2021년 12월 “미술시장과 온라인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라는 주제로 미술품 감정 및 유통기반 구축(KAMS Art Market & Appraisal)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 다양한 양상으로 확대된 온라인 미술시장의 움직임과 새로운 컬렉터층을 파악하고, 올 한해 미술시장 키워드로 급부상한 NFT와 메타버스 동향을 살펴보는 한편, 고도로 디지털화된 미술시장에서 데이터의 보안과 손실, 디지털 산업이 촉발한 환경위기, 관련 법규, 제도 및 경제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본 글은 KAMA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팀 슈나이더(Tim Schneider)의 ‘온라인 미술시장에 관한 세 가지 신화(Three Myths About the Online Art Market-and How to Leave Them Behind Forever)’에 대한 발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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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미술시장에 관한 세 가지 신화(Three Myths About the Online Art Market-and How to Leave Them Behind Forever)


이 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온라인 미술시장에 관한 글이다. 온라인 미술시장은 근본적인 면에서 큰 오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이 오해를 불식시키고 모두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는 미술시장 관련 기자로 일하기 전부터 온라인 미술 판매에 관심이 있었고 이 분야를 경험했다. 미술계에 처음 발을 디딘 건 2005년, LA의 한 현대미술 갤러리의 안내데스크에서 어시스턴트로 시작하였다. 사실 그 당시에도 온라인 판매라고 볼 수 있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미술시장은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여 생각보다 많이 바뀌지 않았다. 2019년 말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 대부분의 미술 작품 판매자들이 온라인 판매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방식이나 표준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세 개 정도의 기본 판매 채널이 있다. 첫째는 자체 운영하는 웹사이트, 둘째는 파생 플랫폼(third party) 또는 미술 작품 검색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아트넷이나 아트시의 갤러리 네트워크, 오큘라 등이 있다. 그리고 세 번째가 SNS다. 미술계에서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의미하지만 다른 플랫폼에서도 어느 정도 판매가 이루어진다. 2005년과 2019년 사이의 유일하고 실직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2000년대 중반만 해도 SNS가 지금처럼 엄청난 규모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인스타그램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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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Artnet Worldwide Corporation

현실적으로 이 세 갈래의 기본적인 온라인 판매 방식은 작품 거래 규모의 상한선을 명확하게 그어 놓은 듯 보인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이후, 하룻밤 사이 모든 것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3대 대형 국제 경매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에서 이뤄진 미술품의 온라인 판매 상황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18년에서 2019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다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치로 보면, 이 세 경매사의 2019년 온라인 판매액 총합은 9,500만 달러에 달한다. 2020년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렇게 온라인 미술시장 판매액이 열 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현상이다. 필자가 미술시장에서 일한 세월 동안 보았던 수많은 자료와 비교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그 전 시기로 가더라도 비슷한 양상으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2020년이 되면서 갑자기 폭증했다. 이제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2020년에 증가한 것은 총 판매 건수나 총 판매액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판매된 미술품의 평균 가격 또한 크게 상승했다. 3대 대형 국제 경매사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을 보면, 온라인에서 판매된 작품의 평균 가격은 약 11,000달러 (약 1,300만 원)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약 52,000달러 (약 6,100만 원)로 바뀌었다.


우리가 당시 팬데믹 때문에 오랫동안 집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 외에 무엇이 이런 변화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팬데믹이 온라인 미술시장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상기해야 할 점은, 2020년 시작된 온라인 미술 판매의 성공은 팬데믹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팬데믹은 그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온라인 미술시장에서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크게 변한 것이지 온라인 미술시장의 법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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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ing page for Gagosian's first online viewing room, concurrent with Art Basel 2018. Courtesy of Gago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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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arina Grosse, Untitled (2016). Artwork © Katharina Grosse. Courtesy of Gagosian.

온라인 미술시장에 대한 세 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오해는, ‘온라인 작품 판매는 범주가 좁고 가격대가 낮은 미술품에 적합하다’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통념이다.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작품은 주로 시각적으로 보기 좋고, 채도가 높고, 팝아트적인 판화 작품이나 대형 에디션으로 만들어진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격은 20,000달러 이하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2017년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의 온라인 뷰잉룸 전시에 등장한 쿠사마 야요이와 판화 작품들은 모두 아래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가격대는 15,000-20,000달러 사이였고, 전시된 모든 작품이 판매됬다. 여기까지는 통념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2018년 6월 온라인 갤러리 판매 분야 상황에 관한 기사를 작성 할 때,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온라인 뷰잉룸에서 1,000달러 정도의 저렴한 작품, 및 50만 달러에 이르는 작품들도 판매했다고 말했다.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에서 2018년 스위스 아트 바젤이 시작된 시점에 첫 온라인 뷰잉룸을 열었다. 가고시안은 통념을 벗어나 온라인 뷰잉룸을 아주 독특하게 접근했다. 단 열 명의 작가 작품만 선 보였는데, 가장 낮은 가격의 작품은 제프 엘로드(Jeff Elrod)의 ‘ESP(pink orange)’(2013)로 15만 달러였다. 그리고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된 작품은 95만 유로(약 110만 달러)로 알베르트 욀렌(Albert Oehlen)의 그림이다. 15,000-20,000달러 사이였던 작품의 가격대가 급등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예시들은 특별한 작품들의 경우이기에 통념이 오해가 아니라 위와 같은 사례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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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Oehlen, Untitled (1988). © Albert Oehlen. Photo: Rob McKeever. Courtesy of Gagosian.

그러나 이후 1년 반 동안 데이비드 즈워너와 가고시안은 이러한 사례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가고시안은 온라인 뷰잉룸을 시리즈로 열었다. 2019년 봄에 온라인 뷰잉룸 전체를 단 한점의 회화 작품을 위해 할애했다. 바로 600만 달러에 선보인 알베르트 욀렌의 1988년 작품 ‘Untitled’이다. 작품은 온라인 뷰잉룸을 연지 몇 시간 안에 바로 판매됬다. 갤러리 최종 판매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작가의 경매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고 확인해 주었다. 당시의 욀렌의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470만 달러였기에 상당한 성공이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2019년 6월 온라인 뷰잉룸에서 제프 쿤스(Jeff Koons)의 <풍성 비너스(Baloon Venus Lespugue)‘(2013-2019) 조각상을 800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훨씬 더 주목한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작품이 온라인으로 보여질 때 조각은 화면성에 제대로 잡기 어려워 판매가 힘들고, 편면 작품이 더 잘 팔린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그게 더 이상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 두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좋은 작가군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부유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반박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전력으로 노력한 갤러리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이를 말해주는 예시가 있다. 프리즈가 5월에 취소된 뉴욕 페어 대신 온라인 뷰잉룸을 처음 열었을 때다. 페어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즈 뉴욕에 참여 예정이었던 갤러리들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했는데, 당시 200여 개의 갤러리 중 약 83%가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작품의 대면 판매 외에 다른 방법을 시도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이 오래된 통념이 굳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아무도 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적당한 가격대의 매력적인 판화만 판매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두 번째 오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다른 판매 채널이다‘라는 얼핏 당연한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완전히 이분화된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온라인 판매란 무슨 뜻일까. 일반적인 미술시장 종사자라면 다음 세 개 답변 중 하나, 또는 세 개 모두를 답할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하는 온라인 판매란 다음과 같다. 온라인 전용 경매가 있고, 파생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판매가 있다. 아트넷이나 아트시 갤러리 네트워크 등이다. 그리고 점차 늘어나고 있는 아트페어 온라인 뷰잉룸도 여기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SNS를 통해 직접 이뤄지는 판매이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인스타그램 DM, 위챗 대화, 또는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 특히 NFT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스코드 채널 등을 통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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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ien Meyer fielding bids for a Gustave Caillebotte painting at the sale of the Cox Collection at Christie's New York. Courtesy of Christie's.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엄격히 구분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먼저 경매회사들의 관행을 보면, 지난 몇 년 동안은 경매사들이 최고 판매가를 기록할 작품들을 골라 국제 투어로 선보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예를 들어 2019년 이후 처음 진행된 11월 뉴욕 경매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때 판매된 작품 중 하나는 인상파와 현대미술로 구성된 콕스 컬렉션(The Cox Collection)이었다. 모든 면에서 미술관급 작품들이었다. 이 컬렉션을 판매한 크리스티는 네 개 도시에서 국제 투어를 진행했다. 홍콩에서 시작해 타이베이, 도쿄, 그리고 런던을 지나 몇 주 전 크리스티 뉴욕 경매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기 전까지 뉴욕에서 전시됐다. 추정가보다 수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가격으로 판매한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판매가 완료된 뒤 크리스티는 판매된 작품 컬렉션의 구매자가 미국과 해외로 크게 양분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컬렉터들이 컬렉션의 절반을 구매했고, 나머지 절반은 해외 컬렉터들이 구매했다. 그리고 이 해외 컬렉터의 일부는 원격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입찰했다. 이 지점에서 짚어볼 문제는 라이브 경매에서 작품 입찰에 성공한 온라인 입찰자가 있다면 이를 온라인 판매로 분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이다. 앞서 언급한 가고시안 뷰잉룸에서 470만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된 욀렌의 작품 ’Untitled’이나, 즈워너의 온라인 뷰잉룸에서 거래된 쿤스의 ‘풍선 비너스’ 조각상은 엄밀히 따지면 온라인에서 수백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 갤러리들이 컬렉터가 직접 방문하여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프라이빗 뷰잉룸에 작품들을 전시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질문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아주 다르다는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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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Koons, Balloon Venus Lespugue (Red) (2013–2019). © Jeff Koons. Courtesy of David Zwirner.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거래가 많다. 먼저, 온라인 문의로 시작하여 아트페어에서 비공식적 만남으로 연결된다. 문의한 컬렉터는 뉴욕에 있고, 갤러리는 LA에 있는데 아모리 쇼(Armory Show)에서 작품을 전시 중이라 갤러리 부스에서 미팅을 진행한다. 만남이 성사되고 이야기가 잘 진행되면 문자, 전화, 때로는 영상 통화로도 이어지며 관계가 깊어진다. 그 컬렉터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이미지들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컬렉터가 갤러리에 직접 찾아오면 프라이빗 뷰잉룸에서 공식 판매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리고 컬렉터는 작품 한 점 혹은 그 이상을 구매하기로 약속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온라인 판매로 보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이 거래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이 거래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볼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가 실제로 우리 생각처럼 그다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비즈니스와 우리의 삶이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를 유동적으로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온라인 판매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더 잘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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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otential deal flow calling into question whether the sale should be classified as "online" or not. Courtesy of Tim Schneider.

마지막으로 세 번째 오해를 알아보겠다.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하기만 하면 구매자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는 오해이다. 이는 팬데믹 전에도 그럤지만 팬데믹 이후에 더욱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온라인상의 경쟁이 정말 치열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2020년 가을 취재한 내용을 보면 컬렉터들은 매일 밤낮으로 받는 온라인 제안의 수가 너무 많아서 결국 지쳐버린다. 미술계 주요 컬렉터이자 한 미술관 이사는 본인의 이메일 수신함에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메일들을 “미술의 끊임없는 맹공격”이라 표현했다. 이걸 제대로 정리하는 방법은 그냥 ‘미술’이라는 제목의 폴더를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폴더 안에는 무려 2만 개의 이메일이 있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라이브 옥션 경매가 2020년 서구의 어느 곳에서든 이뤄질 수 있게 되면서 경매사가 기존의 전통적인 경매 일정을 중단하고 가능한 자주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아트 바젤은 평소에 진행을 하는 실제 아트페어보다 더 자주 온라인 뷰잉룸을 운영했다. 게다가, 새로 온라인 뷰잉룸을 연 모든 갤러리를 생각하면 더욱 규모가 늘어나게 되었다. 예술의 끊임없는 맹공격인 것이다.


약간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극으로 치닫고 있다. 미술품 판매자든 누구든 온라인에서 누군가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경우, 그 사람이 관심을 쏟을 만한 온라인상의 다른 모든 것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개념을 '옵션의 독재'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선택지에 크게 압도당하는 나머지, 결국 그냥 가장 존경받고 널리 호평을 받는 브랜드나 존재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끌리는 것 같다. 그리고 미술계에서는 대형 갤러리나 주요 국제 경매사를 찾게 된다. 왜냐하면 흙 속의 진주 같은 작가를 아무 갤러리에서 찾기도 어렵고, 이제 막 떠오르는 신인 작가라면 아직 주목할 만한 갤러리 전시를 열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세상에서 온라인에 접속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고 또 이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온라인에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온라인 뷰잉룸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할 때 재미있는 밈이나 새로 출시된 팝 음악 같이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제쳐두고 와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이 사람들이 보려고 했던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패션을 좋아해서 온라인 쇼핑을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갤러리, 경매, 작품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서 다른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있으니까', 또는 '웹사이트나 온라인 뷰잉룸이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자가 알기로 지아지아 페이(Jia Jia Fei)는 현재 미술계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전략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봄 그녀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주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냥 공간을 구축하는 것 이상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공간에 관한 대화와 맥락 또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닛 런던(Unit London)이라는 갤러리를 예로 들겠다. 유닛 런던은 2013년 설립되었고, 런던 지역에서 일종의 팝업 갤러리로 시작했다. 2013년과 2018년 사이 이들은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화이트 큐브 공간을 메이페어 지역에 만들 정도로 성장했다. 이 지역은 데이비드 즈워너, 가고시안이나 하우저&워스(Hauser & Wirth) 같은 갤러리가 있는 곳이다. 유닛 런던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들이 아트페어에 일체 참여하지 않고도 이러한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이한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닛 런던이 처음부터 디지털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으로 갤러리 업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온라인 참여를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했다. 이들은 네 명으로 구성된 전담 콘텐츠팀을 갖췄는데, 이는 규모가 큰 블루칩 스타일의 갤러리 정도가 운영하는 인력이다. 팬데믹이 찾아왔을 때 결국 이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깨달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유닛 런던은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응대하거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거나, 유닛 런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아마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옵션의 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디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사실 분리된 채널이 아니라는 개념으로 돌아가서 온라인 세계를 오프라인 세계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세 개의 오해를 수정해 보도록 하자.
#1. ‘온라인 판매는 범주가 좁고 가격대가 낮은 미술품에 가장 적합하다.’ 이제 이런 생각은 버려도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제, 어느 가격대의 어떤 미술품이라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2.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다른 판매 채널이다.’ 이런 생각 또한 버리길 바란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미술 판매, 아니 적어도 많은 미술 판매가 이제 다수의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온라인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니 여기에 주목하겠다'가 아니라, 다양한 단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3.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하면 구매자들이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이 생각 역시 버리길 바란다. 현실에서는, 판매자가 활발히 활동을 해야 구매자들에게 발견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판매자가 직접 나서서 디지털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들이 우연히 판매자를 찾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아이디어를 기억하고 이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갤러리나 경매 분야에서, 또는 한 명의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더 많은 발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팀 슈나이더(Tim Schneider)

팀 슈나이더(Tim schneider)는 아트넷 뉴스(Artnet News)의 예술산업 부문 에디터이며, 아트넷 뉴스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인 ‘더 아트 앵글(The Art Angle)’의 공동 제작자이다. 그는 경제, 기술, 데이터 분석 등의 주제에 대한 통찰력과 갤러리 분야에서 약 10여년간 일하며 쌓아온 경험을 결합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첫 저서로 2017년에 출간한 『The Great Reframing: How Technology Will-and Won’t-Change the Gallery System Forever』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