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팬데믹 이후의 미술시장 – 클라라 룽게(ZKM 큐레이터) 인터뷰

posted 2022.08.05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 다양한 곳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디지털 측면에서 기회와 도전이 확장되며 사람들은 디지털을 통한 전환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미술계에서도 가상현실(VR) 전시 방식 및 온라인 경매 도입, 온라인 뷰잉룸의 활성화, 온라인 미술시장 플랫폼 등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들이 생겨났다. 2022년 리오프닝 시대를 맞이하여, 더아트로는 지난 2년 동안 미술계가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과 변화에 대해 예측해보고자 이번 특집기사를 기획하였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각예술 전문가 7인과 “팬데믹 이후의 미술시장”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클라라 룽게(Clara Runge, ZKM), 유니스 리(Eunice Lee, 휘트니 미술관), 요한 쾨닉(Johann König, 쾨닉갤러리),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 프리즈 페어), 팀 슈나이더(Tim Schneider, 아트넷 뉴스), 제니퍼 프랫(Jennifer Pratt, 아트시), 사이먼 피셔(Simon Fisher, 오큘라) 등 미술계의 다양한 부문에서 종사하는 7인의 전문가가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된 미술 산업에 관해 이야기한다.


독일 zkm의 큐레이터

클라라 룽게, 독일 ZKM 큐레이터

Q.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미술시장과 전시의 작동 방식을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는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는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미술관과 전시 공간, 갤러리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문화 영역에 새로운 시도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 방식을 발 빠르게 요구하는 환경으로 이어졌다. 예정된 전시들은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물론 온라인 전시 및 행사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봉쇄령이 새로운 위기를 만들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여러 온라인 콘셉트가 등장했다. 아트 페어와 옥션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미술시장이 작동하는 방식도 당연히 영향을 받았다. 점점 더 디지털 공간에 집중하게 되었고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타깃 그룹,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콘텐츠 영역의 시작을 알렸다.


Q. 온라인 미술시장 또는 온라인 채널의 성장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리라 생각하는가? 온라인 시장을 확장해야 할까, 축소해야 할까?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안해달라.


온라인 미술시장의 성장은 NFT(Non-Fungible Token), 즉 대체 불가능 토큰을 둘러싼 크나큰 관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여 디지털 오브제의 고유함과 소유자를 증명할 수 있는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이제는 디지털 예술을 전통적 매체인 조각이나 회화처럼 소장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공간에서 작업하던 작가들에게는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이제 그들이 자신의 작업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다. 하지만 유명한 옥션 하우스의 경매를 통해 작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과대광고와 함께 투기 거래를 위한 공간도 커졌다. NFT를 디지털 예술과 동일시할 수는 없으나 이제 NFT는 투기시장의 대상으로 평가받곤 한다. 언젠가 이 버블이 터질 수 있으므로 여기에는 큰 위험이 따르는 한편 미술시장과 금융 관련 분야로 굉장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로지 NFT에 대한 관심보다는 디지털 예술을 향한 관심이 더 흥미롭다. 이는 종종 시장 구조에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되는데 여기서 작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매체 자체를 실험하면서 자신이 몸담은 시스템과 상황을 비판적으로 비추어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입장에 관해 배우며 디지털 공간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떠한 의미에서는 온라인 시장 너머의 영역에 관심을 두는 편이 흥미로우리라 생각한다.


Q. 디지털 예술은 여러 방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그리고 디지털 예술이 전통적 예술만큼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컴퓨터의 도입은 작가들이 예술적 실천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게 했고 창의성 및 저자성에 관한 우리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이미 1948년에 기계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침투하여 종국에는 시를 쓰리라 예측하기도 했다. 1960년 무렵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데 처음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컴퓨터가 함께 사용되었다. 컴퓨터의 영향력은 디지털 예술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이 새로운 표현방식을 찾는 데 중요하다. 1960년대의 초기 컴퓨터 그래픽에서 시작하여 이후 예술가들은 모션 트래킹, 혹은 머신 러닝 소프트웨어와 같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실험하고 개발하며 컴퓨터 기반의 작품까지 만들게 되었고 디지털 예술이라는 분야와 그것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근래에는 예술적 탐구가 NFT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디지털 예술의 가치 역시 배가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로 다른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온체인 NFT(on-chain NFTs)1)는 블록체인에 작가 및 소유자 정보뿐만 아니라 작업을 생성하는 코드 전체가 들어있다. 불과 몇 줄의 코드로 작가는 복잡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이는 분명 숙련된 기술의 증거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 디지털 예술은 전통적 예술만큼 가치 있다. 물론 가치는 항상 각 작업의 구현도, 기술, 개념에 좌우되나 디지털 예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성을 고려하면 민주화, 탈중앙화, 연방 및 집단 협력의 이상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이상은 언제나 실제로 실행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Q.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에 대한 당신의 전망이 궁금하다. 급변하는 미술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각 산업(아트 페어, 갤러리, 재단, 예술가 등)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팬데믹으로 우리는 융통성을 갖고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공간이 앞으로의 실험에 적절한 구조를 제공하므로 디지털 예술은 계속해서 중요할 테지만, 지금의 과도한 선전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러길 바란다.) 투기보다는 예술과 그 가능성에 집중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지금 실존적 위기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예술적 아이디어와 함께 국제적인 대화와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봉쇄령 가운데서도 우리는 디지털로의 확장을 통해 국경, 국적, 물리적 만남을 넘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는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에도 활용해야 할 공동체의 잠재력을 시사한다.


김순기, 〈Target-Painting〉1985, 캔버스에 유화, 92 x 72.5 cm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김순기,〈Target-Painting〉1985, 캔버스에 유화, 92 x 72.5 cm
제공: 아리리오 갤러리

Q. 한국 현대미술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에는 아름답고 인상적이며 전통적인 문화가 있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집중하는 매우 미래지향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이 빚어내는 흥미로운 대화가 한국의 동시대 미술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지닌 예술적 실천과 최신 기술 그리고 과학적 방법을 어떻게 융합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매력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Q. 주목하고 있는 한국 작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나는 ZKM에서 재불작가인 김순기의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력 전시로, 이수정 학예사가 기획하여 2019년에 열린 김순기의 회고전 을 올해 ZKM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여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깊이감을 자아내며 굉장히 인상적인 김순기의 작품과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를 이토록 집약적으로 살펴보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니카 이(Anicka Yi)처럼 반드시 함께 언급할 만한 훌륭한 동시대 한국 작가가 많지만, 지금은 다가오는 9월에 열릴 《김순기: 게으른 구름》 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1)블록체인에 미디어 파일, 메타데이터, 거래 내역 등 모든 정보를 저장한 경우 온체인 NFT라 하는데 데이터 처리 속도, 네트워크 혼잡, 유지 비용의 문제 등으로 일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바깥에 저장하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인 편에 가깝다. 이는 오프체인(off-chain) NFT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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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Market in the Post-Pandemic World – An Interview with Clara Runge


The Covid-19 crisis has heralded huge changes across every aspect of society. The pandemic amplified opportunities and changes, especially in the digital realm, and people are now paying close attention to digital transformations. The art scene particularly saw unprecedented new phenomena, such as the adoption of virtual reality (VR) exhibitions and online auctions, the activation of online viewing rooms, and the expansion of online art market platforms. Embracing its reopening in the year 2022, TheArtro presents special feature to look back and reflect upon the changes that the art world has undergone over the past two years, as well as to project future prospects and outlook. To this en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seven visual art experts working in various art fields worldwide. Clara Runge (ZKM), Eunice Le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Johann König (König Galerie), Victoria Siddall (Frieze), Tim Schneider (Artnet News), Jennifer Pratt (Artsy), Simon Fisher (OCULA) each participated in this project and discussed the transformation of the art industry since Covid-19.


Q. Do you think that Covid-19 has changed the way the art exhibition/market operates? If so, in what ways? (e.g., collaboration with international museums, foundations, etc.)


Covid-19 had huge impacts on all areas of life. The temporary closure of museums, exhibition spaces and galleries brought new challenges to the cultural sector, demanding rapidly new ideas and ways of acting. Planned exhibitions were either postponed or moved online. Of course, online exhibitions and online events existed before, but lock-down created a new urgency, which fueled the emergence of new and innovative online concepts. The same applies to art fairs and auctions. This indeed affected the way the art market operates. The focus of moving more and more to the digital space opened up new possibilities, new target groups and maybe also even new contents.


Q. What are the consequences (pros & cons) of the growth of the online art market/channel? Should we expand or downsize the online market? Can you suggest any specific improvement measures?


The growth of the online art market is strongly connected to the hype around NFTs, so-called ‘non-fungible tokens’, which are data units stored in the blockchain that both certify the uniqueness of a digital object and authenticate ownership. With this, digital art now can be collected like a traditional sculpture or painting. For artists already working in the digital space, this finally opened up the possibility to find new ways to make a living: to be paid for the work they are doing. This is one of the great effects. But in the auctions in renowned auction houses, which achieved exorbitant prices, the hype started and with that hype the space for speculative transactions grew. Now NFTs, which cannot be equated in general with digital art, are often described as the objects of an unleashed speculative market. This carries a great risk, because at some point the bubble might burst. At the same time, great attention is drawn to market and financially related topics. For me personally, it is not so interesting to only focus on NFTs, but rather more on digital art that often circulates below the radar of market structures. Artists that challenge the medium they are working with. Artists that reflect critically upon their own practice and the system/situation they are living and working in. I think it is worthy and necessary to focus on these positions to learn more about the potentials of the digital space. So, in a way, it might be interesting to move beyond the online market.


Q. What are the influences of digital art (NFT, metaverse, etc.) in various aspects? Is digital art as valuable as traditional art?


The arrival of the computer opened up new possibilities for artists in their artistic practice, and changed our notion of creativity and authorship. Alan Turing, the English mathematician, already predicted in 1948 that machines will permeate our thinking and will eventually even write poetry. Around 1960, analogue and digital computers were used for the first time for the production of artworks. The influence of the computer, as well as the development of digital art, is therefore crucial for the way artists find new ways of expression. Starting with the early computer graphics in the 1960s, artists later on developed computer-based artworks, which experimented, amongst others, with new interfaces, for example motion tracking, or machine learning software. The field of digital art as well as the possibilities it brings are huge. One of the latest artistic explorations oscillates around NFTs, which made digital art valuable for the art market. However, here there are also many different nuances: e.g., on-chain NFTs1), where the blockchain not only contains information about the artists and the ownership, but also the entire code from which the work is generated. With only a few lines of codes, artists are able to create complex images. This is definitely a sign of technical mastery. Therefore, in my view, digital art is as valuable as traditional art – of course the value, in fact for all art in general, is always dependent on the specific work, its realization, its technique and its conceptual ideas. When thinking about the potentials of digital art, and blockchain-technology in particular, I would say that the biggest influences lie in the ideals of democratization, decentralization, federation and collective collaboration. But of course, these ideals are not always easy to implement in reality.


Q. Post Covid-19, what is your outlook for the art market? What should each art industry (art fair, gallery, foundation, artist, etc.) do to prepare for this rapidly changing art market?


The pandemic has taught us to stay flexible and to react quickly to new situations. The digital space offers appropriate structures for further experimentation. Therefore, digital art will remain important, but maybe (and hopefully) the hype will decrease, in order to focus not on the financial speculations, but rather on the art and its potentials.
We are living in challenging times with existential crises surrounding us. Innovative artistic ideas, as well as international dialogue and exchange, are crucially important in order to find solutions to the problems that are affecting all of us. By expanding into the digital during the lock-down, we have learned that it is possible to connect no matter what – beyond borders, beyond nationalities, even beyond physical meetings. This creates the potential of a community that we should also further explore after Covid-19.


Q. What is attractive about Korean contemporary art? What’s special about it?


Korea is a country with an impressive, beautiful, and traditional culture. At the same time, it is very future-oriented and focused on new technologies. These two impacts create very interesting dialogues, which are quite often reflected in the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It is absolutely fascinating and inspiring how artists combine their artistic practice with cutting-edge technologies and scientific methods.


Q. Is there any Korean artist you are paying attention to?


At ZKM I am currently involved in the preparation of an extensive retrospective of Korean-French artist Soun-Gui Kim. The exhibition is a collaboration with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in Seoul, where it was curated by Soojung Yi and presented in 2019. I am so happy about this project because Kim’s work – so light and so deep at the same time, combining such a great variety of media – is absolutely impressive. It is such a great opportunity to work with her so intensively. And of course, there are many other Korean contemporary artists, for example Anicka Yi, whom I should mention here. But since the exhibition Soun-Gui Kim: Lazy Clouds will open in September and I am very much looking forward to it.


1)On-chain NFTs refer to NFTs that all information (media files, metadata, transaction history, etc.) is written and stored on the blockchain. Most NFTs may store their data off-chain due to the data-processing speed, network congestion, and maintenance cost. These are called off-chain NFTs.


클라라 룽게(Clara Runge)

클라라 룽게(Clara Runge)는 ZKM(독일 카를스루에의 예술과 매체기술 센터)의 큐레이터로, 2018년 가을부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BarabásiLab. Hidden Patterns》(2021), 《Omni-Vermille》(2020), 《respektive Peter Weibel》(2019) 등의 전시를 공동으로 기획했다. 2021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ZKM 소장품전 《미래의 역사쓰기》를 공동 기획했으며 최근에는 ZKM에서 열리는 김순기의 회고전 《김순기: 게으른 구름》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페터 바이벨》 전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