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결산

posted 2022.09.02



2022년 한국 미술시장, 1조 원대 진입 전망
3~4천억 원 규모를 유지해온 한국 미술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여전했던 2021년, 세계 미술시장 회복과 마찬가지로 ①뷰잉룸 개발, 전자 상거래 시행 및 플랫폼 진출 등 온라인 시장 확대, ②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의 적극적 수용, ③ 미술품 향유·소장 문화 확산과 투자화에 따른 가치 상승, ④ 철저한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 등 시장 주체자들과 미술품 애호가, 컬렉터들의 미술시장과 사회적 현상 변화에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 및 활동에 힘입어 비공식 한국 미술시장 최고 기록인 2007년 6천억 원을 훌쩍 넘은 약 9,157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다.1)
이러한 성장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2022년 상반기에 5,3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2), 일반적으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 시장 규모가 컸던 시계열 데이터 요소와 함께 ① 기존 애호가, 컬렉터와 더불어 문화생태계의 새로운 중심인 MZ세대의 적극적인 활동, ② 디지털 아트의 확장, ③ 해외 유명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의 한국 진출, ④ 유통, 패션, 금융 등 타 산업 분야의 미술시장 진출 등 시장 성장 호재가 될 만한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는 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성장한 1조 원대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2022(상) 한국 미술시장 규모 ∥ 단위 백만 원


한국 미술시장의 우려와 기대감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국내 주요 화랑, 아트페어, 경매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경기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년 대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에서 모두 “악화”, “정체”, “호전”이 고르게 분포하였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난해 다소 급격한 상승 속에 감지된 위기에 따른 하락과 재편 등의 우려가 혼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 의견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매출액, 작품판매량 등 단순 수치로만 미술시장을 판단하기보다는, 시장 호황 속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 속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 시장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결과로 해석된다.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경기동향 조사 주요 결과 ∥ 단위 %


아트페어의 성장
지난해에는 미술품 경매시장이 미술시장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아트페어 시장으로 그 흐름이 넘어왔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 아트페어에서는 오픈런과 더불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서는 등 그야말로 한국 미술시장의 뜨거운 현재가 바로 확인되었다.
화랑미술제를 시작으로 개최된 상반기 주요 6개 아트페어의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65.6% 증가한 1,429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방문객 역시 100만 명이 증가한 363만 명으로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화면 캡처 2022-10-21 140107.jpg


특히 2년 차 신생 아트페어로 한국 미술의 “핫플레이스”의 작가와 화랑이 대거 참가하며 주목받은 ”더프리뷰성수“와 근·현대 미술사적 가치와 미술시장 규모에 비해 대형 아트페어가 부재했던 대구에서 처음 개최된 ”아트페어대구“는 매출액과 방문객 등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며, 한국 아트페어 씬의 차별화와 다양성, 지역 아트페어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였다.


2022년 상반기 주요 아트페어별 매출액 및 관람객 현황 ∥ 단위 억 원, 만 명


하반기에는 키아프와 더불어 올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준비 중이고 MZ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형태의 아트페어와 미술품 직거래 시장인 작가미술장터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한층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시장 성장과 저변 확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춤한 경매시장
2022년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메이저 경매사의 실적 하락이 다소 영향을 미쳐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한 1,450억 원을 기록해, 2021년 2분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성장 이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을 통한 미술작품 구매의 편의성을 습득한 컬렉터 확산과 MZ 세대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라이즈아트, 헤럴드아트데이와 같은 온라인 전문 경매회사의 실적이 상승하였으며, 이건희 컬렉션으로 높아진 고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경매시장에 반영되며 마이아트옥션, 아이옥션, 칸옥션 등 고미술 전문 경매사의 실적 역시 상승하였다.


2022년 상반기 주요 아트페어별 매출액 및 관람객 현황 ∥ 단위 억 원, 만 명


작가의 다양화와 위협요인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의 변화이다. 여전히 작품 최고가 낙찰총액 등의 상위권에는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등 한국 블루칩을 비롯한 쿠사마야요이 등의 작가가 랭크되어 있지만 작년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22 상반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가 1위 작품 ∥ 단위 백만 원


온라인 경매시장에서는 그동안 낙찰 상위 랭킹에서 볼 수 없었던 아야코 록카쿠, 최명영, 윤명로 등이 등장하였고, 아야코 록카쿠, 스탠리 휘트니, 전광영, 사라 휴즈, 우고 론디도네, 김정호, 아담 핸들러, 청신, 콰야, 이종기 등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올 상반기 경매 거래 결과가 지난해 전체 거래 수치를 이미 뛰어넘었다.


[2022년 상반기 낙찰총액 및 낙찰작품 수 TOP 20∥단위 : 백만 원 /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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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남춘모, 심문섭, 이성자, 김구림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중견 이상급 작가와 장마리아, 콰야, 이슬로, 김희수 등 MZ 세대의 주목을 받는 젊은 신진작가, 아담 핸들러, 알렉스 카츠, 하비에르 카예하, 우고 론디노네 등 현 세계 미술시장이 주목하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작품 거래량이 증가하며 컬렉터와 애호가 확산이 기존 일부 작가, 장르, 작품에 몰려있었던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를 불러왔다.
특히, 청신, 콰야, 문형태, 김선우, 김희수 등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의 작품은 낙찰률이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하태임, 신흥우, 치하루 시오타 같은 작가의 낙찰률 또한 높게 나오고 있어 MZ 세대가 바꾼 미술시장의 흐름이 확인된다.
하지만,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고 거래량이 상승하며 성장과 변화의 모습을 보인 경매시장 이면에는 다소 불편한 사실이 존재한다.
당해연도를 기준으로 최근 3년 내 제작한 작품의 경매시장 출품량은 전체의 5% 이하로 극소수였는데, 미술시장의 성장이 시작된 2021년, 22.9%까지 상승한 점유율은 올 상반기 32.8%까지 증가하며 과거 미술시장 최고 활황기인 2007년 경매시장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19~2022(상) 한국 경매시장 최근 제작(3년) 작품 판매 점유율 ∥ 단위 %


이는 미술작품의 구입 및 소장이 문화의 향유라기보다는 시장 호황 및 투자 시장 성행에 발맞춘 지극히 투자 목적으로 소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시장에서 가격 방어가 불가능해지고 작가의 세계관, 작품의 예술성이 뒷전이 되는 등 안정적이고 건전한 미술시장 성장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기에 미술시장 관계자와 더불어 작가, 컬렉터 모두 시장의 기본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 상반기 한국미술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김봉수

글쓴이 김봉수는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사업본부 시각정보지원팀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3년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미술관 상속·증여세 관련 논문으로 예술경영 석사를 취득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시각 및 공연예술 실태조사,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시스템 구축, 미술품 대여사업 지원 등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