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향

프리즈&키아프 성과와 과제, 전문가 8인의 심층진단(1)

posted 2022.12.20


대담 김복기(모더레이터, 아트인컬처 대표), 김나형(디스위켄드룸 대표), 김주원(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서진수(미술시장연구소장), 이대형(HZone 대표), 이장욱(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 주연화(홍익대 교수), 최혜연(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국내외 미술계의 핫이슈 ‘키아프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다. 사상 최대의 미술장터는 일단 성공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무엇보다 1조 원에 이르는 매출액을 기록해 서울이 글로벌 아트마켓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아직도 열기의 기운이 식지 않았다. Art는 지난 8, 9월호의 대대적인 프리뷰에 이어 두 행사의 리뷰를 싣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해 이 기관이 개최해 온 ‘시각예술 정책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2022 키아프 프리즈 서울, 리뷰와 과제’라는 주제를 놓고, 미술계 전문가 8인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펼쳤다.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아시아 진출, 이 새로운 판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프리즈의 서울 상륙은 기회인가 위협인가. 키아프 프리즈의 시너지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 아트페어가 시장 기능을 넘어 문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갤러리, 작가, 컬렉터와 더불어 국제 교류, 전시 등 미술문화 전반에 ‘프리즈’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정부는 아트페어라는 문화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육성할 것인가. 그리하여 어떻게 세계 속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여갈 것인가.


키아프 서울 개막일 전경. 9월 3일에서 6일까지 총 7만 명 이상의 관객이 방문했다. 입장 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공동 개최로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아트씬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17개 국가 164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키아프 서울 개막일 전경. 9월 3일에서 6일까지 총 7만 명 이상의 관객이 방문했다. 입장 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공동 개최로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아트씬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17개 국가 164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김복기 반갑습니다. 아트인컬처는 지난 8월, 9월호에 키아프 & 프리즈 특집호를 발간했습니다. 이어서 10월호에는 전체 리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참여자를 섭외하다 보니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정책 포럼과 서로 겹치는 거예요. 예경도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 그럼 같이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데 공감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토론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제가 ‘키아프 & 프리즈 성과와 과제’라는 큰 주제를 놓고 10개 정도의 의제를 뽑았습니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행사의 의미나 쟁점을 썼고, 또 기자로 세계 각국의 아트페어에 초대받아 현장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아트마켓의 상황을 견주는 사안도 마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9월에 서울에서 큰 아트페어 두 개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미술장터였습니다. 이름만 듣던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출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키아프가 650~6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프리즈는 한때 1조 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나왔지만, 8,500~9,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정확한 실상은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 토론은 크게 몇 가지 쟁점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프리즈의 한국 진출은 세계 아트페어의 판도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글로벌 미술시장은 미국과 서유럽 그다음에 동아시아, 이렇게 세력화되어 있지요. 여기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도 한 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3년 아트바젤이 홍콩에 진출했습니다. 이것은 글로벌 아트페어의 주도권 경쟁과 관계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둘째, 이번 행사가 열리기 전에도 쟁점이 됐던 내용인데요. 과연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가 우리한테는 기회 요소인가, 위험 요소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제 행사를 치렀으니,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났는가를 따져야 할 겁니다. 셋째, 예경의 일과 관계된다고 보는데요. 오늘날 아트페어라는 것이 단순히 마켓의 기능뿐만 아니라 전시, 비평, 국제 교류, 나아가 사회 교육적 기능까지 맡고 있습니다. 더 폭넓게 본다면 한 도시, 한 국가의 문화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관련 기관에서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직간접적인 지원 정책은 무엇인가, 이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미술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오셨습니다. 좋은 토론 기대합니다. 먼저 미술시장 측면에서 본격적인 토론의 문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주연화 교수, 어떻습니까?


김수자〈연역적 오브제〉2016_제5회 아트바젤 홍콩(2017)에 전시된 김수자의 대형 설치작업.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출품작이다. 김수자는 이 기간에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아시아아트어워드를 받았다.

김수자〈연역적 오브제〉2016_제5회 아트바젤 홍콩(2017)에 전시된 김수자의 대형 설치작업.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출품작이다. 김수자는 이 기간에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아시아아트어워드를 받았다.

지금, 한국은 미술시장의 핫 플레이스
주연화 제가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근무했던 게 2014년부터인데, 그때 상하이에 진출했어요. 그 이유는 이미 글로벌 시장이 상하이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에 아트바젤이 홍콩으로 진출했고요. 그런 움직임 속에서 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이 가졌지요. 중국의 시장 규모가 크고, 또 홍콩의 경우 언어적인 장점이 컸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앞으로 많이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하고 있었어요. 근데 지금 상황은 우리한테는 큰 기회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라는 것이 결국 내재적 요소나 외재적 요소에 의해 굉장히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건데요. 절대적으로 외부 환경, 특히 홍콩과 중국의 관계,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중국이 어쩔 수 없이 전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한국으로서는 정말 큰 기회로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인가 예경에서 프리즈의 디렉터를 초청해 포럼을 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개인적으로 프리즈 측과 나눈 이야기로, 바젤은 이미 들어왔는데 아시아 진출 안 하느냐 물었더니, 프리즈는 그때 상하이로 들어올 생각으로 계속 관망하고 있는데 결정을 못 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중국의 정치적 불안이라든지 코로나에 대처하는 상황이 프리즈가 아시아 진출을 결정하는 여러 환경적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에 들어갔던 외국인들이 다 외부로 빠져나왔어요. 내부 비즈니스도 모두 중단되고요.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으로 기회가 흘러들어 올 수 있었죠.


싱가포르 경우에도 이미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가 2011년부터 8년 정도 운영하다가 문을 닫았어요. 정부 지원으로 굉장히 활발하게 아시아의 주요 아트페어로 성장했는데요. 그게 문을 닫은 것을 보면 사실 프리즈 서울은 저희에게 엄청나게 큰 기회죠.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홍콩 같은 전례를 보면, 일정 기간 역할을 하다가 끝났거든요. 그게 한국으로 옮겨 오는 상황이라서, 저는 이 5년을 우리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우리가 글로벌 미술 중심지로서 견고하게 자리를 잡을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시험 무대’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복기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가 8회까지 열었죠. 9회 바로 직전에 급작스럽게 무너져 국제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 아트페어의 설립자는 아트바젤 디렉터였던 루돌프 로렌조였잖아요. 근데 싱가포르에서 일정 부분 성공도 거두었지만, 실패할 때는 정말 험하게 깨질 수 있다는 전례를 보여준 것 같아요. 싱가포르는 내년에 새로 아트싱가포르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역시 최근의 중요한 움직임은 홍콩인 것 같습니다. 홍콩은 ‘일국양제’라는 장점이 흔들리면서 아트페어 개최지로서 한계가 드러났고, 여러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2016 페어장 입구 전경.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는 로렌조 루돌프가 2011년 설립한 아트페어다. 2019년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돌연 취소된 이래, 다시 열리지 않았다.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2016 페어장 입구 전경.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는 로렌조 루돌프가 2011년 설립한 아트페어다. 2019년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돌연 취소된 이래, 다시 열리지 않았다.

서진수 21세기에 들어와 한국 미술시장은 2006, 2007년의 첫 호황 그리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단색화 붐을 거쳐 작년부터 세 번째 비즈니스 사이클을 맞고 있습니다. 글로벌 아트마켓은 북미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 동북아 시장 등 세 지역이 축을 이루며 성장하고 있고, 그중 아시아 미술시장은 지난 몇 년간 홍콩과 상하이가 서로 각축전을 벌여왔는데, 이제 서울에 기회가 온 것입니다.


김복기 네. 바젤과 프리즈, 두 아트페어하고 그다음 수준의 아트페어와는 수준 차이가 좀 많은 것 같습니다. 바젤과 프리즈의 공통점은 유럽에 일단 본부를 두고, 일차로 미국에 진출했고, 이차로 아시아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미술시장의 점유율이 미국, 영국, 중국을 빅3로 치지 않습니까? 이런 판도와 아트페어의 판도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진수 키아프와 프리즈 동시 개최의 가장 큰 성과는 연중 한국 미술시장의 가장 뜨거운 시기를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작년 키아프의 경우 핫한 기간이 4~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공동 개최를 하면서 주요 갤러리는 이미 8월 중순부터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아트페어가 끝나고 결산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므로 8~9월 내내 핫 시즌이 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미술시장이 이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정부가 출판, 방송, 광고, 게임과 더불어 미술시장을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대형 서 교수 말씀에 동의합니다. 올해 베니스 바젤 카셀 런던 파리를 돌며 미술계 인사 100여 명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국과 서울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 블랙핑크 등 한류의 영향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프리즈 서울에 기대감이 가장 컸습니다. 미술시장의 중심이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는 큰 흐름에, 홍콩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한국 특히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대안적 허브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가, 이런 논의가 가장 활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소개해 드리면, 거시적 관점에서 글로벌 미술계를 바라보는 몇몇 인사들은 서울로의 관심 이동을 지정학적 관점으로만 해석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말하자면 부의 이동이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한다는 관점에 세대적 관점까지 더해서 분석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대(약 14억 원) 작품을 서양에서는 5060세대 이상이 구매하는데, 아시아에서는 3040세대 이하의 젊은층도 자신 있게 구매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젊은층의 문화 소비의 발원지를 추적하면, 한류의 본산인 서울은 향후 20년은 보장된 좋은 시장인 셈입니다. 같은 관점으로 2030세대의 막강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중동(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아부다비)과 아프리카도 향후 좋은 후보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019년 옥션하우스 크리스티가 AI 디지털아트를 경매 시장의 주요한 아이템으로 분류해 세미나도 열고 옥션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전통 시장에서 도저히 동의하기 어려운 콘셉트의 작품이었고, 미학적으로나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충분한 논의조차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NFT까지 확장되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당시 크리스티 뉴욕의 수뇌부에게 어떻게 이렇게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은 “테크놀로지가 예술에 기여하는 무한한 가능성도 높이 사지만, 동시에 실리콘밸리의 잠재된 젊은 스타트업 리더들과의 자연스러운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경우 부의 이동이 전통적 관점의 물리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에서 NFT, AI, 메타버스 등 디지털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역시 세대의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부의 지역 이동(국경, 메타버스)과 세대 이동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바젤이나 프리즈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더 빠르게 캐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다 근원적인 원인과 욕망을 이해한다면 우리도 조금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서울에 방문한 해외 인사들은 서울에서 새로운 작품과 전시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한국의 새로운 실험적인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단색화가 다른 모든 기회를 다 죽여버린 것 같다고요. 단색화만 걸거나 단색화하고 비슷한 것들로만 편식해서 걸어 놨으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바젤에 언리미티드, 프리즈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구매하는 테이트미술관과의 협업 등 한국도 실험적이고 용감한 전시를 선보여야 합니다. 철학과 시대 담론의 경연장인 베니스비엔날레에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결국은 새로운 볼거리 때문이지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프리즈 런던의 작은 버전으로 치부되거나 시장의 유행에 담합하듯 동어 반복을 한다면, 한국에 불어온 글로벌 미술계의 ‘순풍’은 언제든 ‘역풍’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한국 미술계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이게 과제입니다. 작가, 큐레이터, 화랑 모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트페어의 브랜딩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화랑 하나하나, 작가 하나하나의 경쟁력과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화랑의 경쟁력이 아트페어의 경쟁력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한국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브라질 화랑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실험적인 우수 화랑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중장기적인 역량과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는 ‘레티튜드’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리즈 뉴욕 2014 전경_제1회 프리즈 런던이 왕립리젠트공원에 돔 텐트를 치고 시작한 이래, ‘텐트 마켓’은 프리즈의 상징이 됐다. 프리즈 뉴욕도 맨해튼 랜들스섬에서 뱀 모양 텐트를 치고 출발했으나, 2021년부터는 ‘더 셰드’로 장소를 이전했다.

프리즈 뉴욕 2014 전경_제1회 프리즈 런던이 왕립리젠트공원에 돔 텐트를 치고 시작한 이래, ‘텐트 마켓’은 프리즈의 상징이 됐다. 프리즈 뉴욕도 맨해튼 랜들스섬에서 뱀 모양 텐트를 치고 출발했으나, 2021년부터는 ‘더 셰드’로 장소를 이전했다.

1조원 미술시장, 미술도 문화 산업
이장욱 일단 키아프는 원래 자생력이 있는 아트페어라 생각합니다. 2013년 바젤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하기 전까지 홍콩아트페어가 홍콩의 금융 허브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산업의 하나로서 아트를 다루면서 굉장히 떠올랐지만요. 2006년 당시 한국이 1인당 국민 소득이 한 2만 달러 정도 될 때였나요? 일본은 3만 달러가 넘었을 때인데요. 아트페어도쿄와 비교했을 때 키아프가 훨씬 더 실험적이고 컨템퍼러리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많았고요. 일단 행사 규모도 아트페어도쿄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어요. 아트페어도쿄를 가면 그중에 30~40% 정도는 컨템퍼러리아트라기보다는 약간 공예품 같은 게 많이 있었고요. 요즘은 좀 분리가 됐습니다만요. 또 롯폰기아트나이트와 같이 아트페어도쿄가 운영되어서 신선한 경험은 많이 하게 됐지만, 마켓 자체는 뭐라 그럴까요? 공격적이지 않다 보니까 한국이 홍콩 다음에는 거의 아시아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바젤이 2013년부터 홍콩을 끌어가면서 차이가 크게 나게 된 거죠. 그리고 그때 이후로는 수많은 해외 메이저 갤러리가 한 빌딩에 모여있거나 하는 변화가 왔고요.


도쿄아트페어 2022 타나베 치쿠운자이 섹션. 타나베는 대나무 공예를 가업으로 4대째 이어받은 작가다. 전통 대나무 바구니를 짜는 방식으로 대형설치작업을 제작한다.

도쿄아트페어 2022 타나베 치쿠운자이 섹션. 타나베는 대나무 공예를 가업으로 4대째 이어받은 작가다. 전통 대나무 바구니를 짜는 방식으로 대형설치작업을 제작한다.

2006년쯤에 우리 미술계에도 붐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당시에 옥션을 통해 갑자기 억 단위 낙찰이 되는 스타 작가들이 한때 반짝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가 줄어들게 되었지만요. 지금 물론 한국 미술이 강하다라는 사실을 견인한 것은 단색화의 영향이 분명히 있어요. 단색화의 흐름을 보면요. 그때 2014년에서 2017년 한 2, 3년 사이에 당시 서울옥션 주가가 한 7배 정도 뛰었거든요. 단적으로 정상화의 작품 가격도 1억 원에서 7, 8억 원 정도까지 올랐어요. 그때 지표로 보면요. 그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게 된 건 국내 화랑의 엄청난 서포트와 노력이 있었고요. 그런 걸로 인해 베니스비엔날레에 단색화 전시들이 열리고요. 그러면서 이것이 세계 미술사의 일부분으로 딱 들어온 이후로, 단색화가 향후 날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세계에 있는 수많은 컨템퍼러리 뮤지엄들이 ‘머스트 해브’ 장르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컬렉터들과도 별개로 세계 미술관들이 그것을 소장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한국 미술의 재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죠. 긍정적인 면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먼저 진도를 많이 빼놨다고 할 수 있죠. 결과적으로는 단색화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미술시장을 따라가고, 어떤 서포트가 될까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는데요. 단적으로 미술시장에서 단색화가 반짝거릴 때 옛날 단색화 작가들을 많이 가지고 있던 갤러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연간 5,000억 정도 한 번 찍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후로는 한 4,000억 원대에서 계속 행보를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지금 온 국민이 자주 먹고 있는 참치 캔 시장이 연간 5,000억 원이 넘어요. 그러니까 참치 캔 만큼도 소비되지 않아요. 이게 올해를 기점으로 바뀌는 건데요. 다이소 같은 경우에 지금 매출 1조를 찍었습니다. 그런 걸 따지면 미술이란 게 어마어마한 부의 상징, 특정한 재벌의 전유물 같지만 실제로는 미미한 상황이에요. 저는 프리즈 때마다 영국을 많이 갔다 왔는데요. 10여 년 전에 갔을 때 영국 사람들이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 한국이 정확히 어디에 있냐, 뭐 이런 것도 묻곤 했어요. 그런데 2018년 정도부터는 유명한 패션 그룹의 부회장이 저를 딱 보자마자, 이것 좀 한국에서 사줄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 뭐냐니까, 그냥 이러더라고요. 정상화. 그래서 옥션에서 한 번 도와준 적 있어요. 그런데 이제 점점 K컬처가 유럽으로 들어가고 2018년도에 드디어, 한 명은 작가, 한 명은 갤러리스트인데 저한테 한국의 10대를 소개해 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왓츠앱으로 친구 맺게 해주고 싶다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 딸, 아들이 K팝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이동 같은 것이 감지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지죠.


이번 프리즈 기간에도 사실 예전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갤러리 오너들도 우리 미술관에 방문해서 컬래버레이션이라든가, 자기 작가 쇼를 해보자는 제안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이게 지금 한국의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GDP 같은 경우에 미국이 22조 달러, 또 중국이 한 18조 가까이, 17조 얼마 이렇죠. 그런데 한국은 1.8조 정도고요. 우리보다 약간 밑에 있는 게 러시아죠.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 높은 5조 정도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컨템퍼러리 시장이나 움직임은 우리가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적극적이죠. 그것은 우리 특성도 있어요. 사람들이 디지털에 익숙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콘텐츠를 올렸을 때 실제로 전 세계의 SNS를 통해서 파급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아테네오베네토에서 현재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개인전을 하고 있거든요. 그 전시랑 지금 스페이스K에서 하고 있는 다니엘 리히터 전시가 규모는 비슷한데 그쪽이 조금 더 크죠. 그런데 올라오는 콘텐츠는 저희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부분들, 즉 한국, 서울이라는 특수한 도시 자체가 새로운 것을 쉽게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김복기 이장욱 팀장이 운영하는 스페이스K에서 지금 다니엘 리히터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프리즈 오픈 이틀 전인가요? 여기에서 파티를 열었습니다. 근데 이 전시가 외국의 어느 매거진에서 프리즈 기간 서울에서 열리는 핫한 전시 ‘톱 5’에 뽑혔습니다. 대신 알려드립니다. 또 아까 아트페어도쿄 말씀하셨는데요. 아트페어도쿄는 서 교수와 거기 현장에서 만나곤 했지만, 국제 아트페어의 반열에 오르기에 너무 부족합니다. 결정적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거의 반반 정도로 섹션이 나뉘어 있고요. 이 아트페어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작가의 본격적인 작품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갤러리도 몇 곳 참여하지만, 거의 이름이 없습니다. 아트페어도쿄는 지금으로서는 키아프와 비교 상대는 안 되는 것 같고요. 오히려 1990년대 초 거품 경제 말기에 니카프(NICAF)라는 좋은 아트페어가 있었죠. 참 대단했었는데, 그게 없어졌습니다.


키아프 & 프리즈, 시너지 효과는?
서진수 니카프(NICAF)가 결국은 아트페어 도쿄로 바뀌죠. 주최측은 거의 그대로고 명칭과 이사진을 교체했죠.


김주원 네. 이대형, 서진수 선생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서 교수께서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상당히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키아프 프리즈 서울을 보도한 일간지 기사를 보면, 주로 기자들이 프리즈 관계자들에게 계속 묻더라고요. 올해 성과가 어땠냐, 그럼 내년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요. 그럼 이들은 모두 우린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는데요. 실제로 키아프나 한국의 갤러리, 스튜디오에게 던지는 질문은 얼마 팔았냐, 못 팔았냐 이 정도밖에는 없단 말이죠. 이런 상황은 사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단색화만 있어서 너무 재미없었어”라고 했다는 이대형 선생의 지적하고도 연동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본 같은 경우, 물론 비교 대상이 안 되는데, 19세기 말에 만국박람회에 나갈 때 자포니즘 열풍을 일으켰던 것은 5, 6년 전부터 미리 미국 또는 유럽인들의 미적 취향, 일본의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계속 조사 연구하고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과연 우리는 프리즈 서울에 얼마만큼 시간을 들였고, 얼마만큼 연구했으며, 얼마만큼 전략적 사고로 이 시장을 열고 있는 건가요? 어떤 비평가가 자신의 SNS에 썼는데요, 이번 프리즈 서울은 ‘버블 잔치의 표상’이라고. 사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 만큼 너무나 즉흥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그래서 해외에서 단색화가 아무리 유통이 계속되고 수요가 있다고 할지라도, 포스트 단색화에 관한 준비를 사전부터 해야 했고요. 그들이 과연 한국 미술에 무엇을 원하는가를 실제적으로 조금 더 깊이 있게,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함께 구조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나형 저희 갤러리는 이번 키아프 플러스에 참여했습니다. 키아프 서울은 지원했지만 탈락했지요. 이번 키아프 프리즈 행사는 국내에서 발전 단계에 있는, 이른바 early stage 갤러리들의 기획력이나 잠재력을 점검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소규모이거나 새롭게 생겨난 신생갤러리들은 운영 스텝들과 작가들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보니 미술시장의 흐름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해 올 수 있었는데요. 저희는 프리즈가 결정 나기 전인 2020년부터 전체적인 갤러리 브랜딩을 고민하며 SNS나 온라인 플랫폼을 타깃으로 삼아 계속해서 홍보 작업을 시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마침 2022년에 키아프 &프리즈가 동시에 개최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과도 거두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같이 5년 차 정도 되는 몇몇 갤러리에도 해외 관계자들이라든가 아니면 국내 새로운 컬렉터, 혹은 해외 컬렉터들이 부스까지 와서 적극적으로 관람하거나 응원하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저희는 아직 규모가 작고, 소수의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중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가 발행하는 『디파쳐』라든가 아니면 프리즈가 발행하는 매거진 등이 먼저 연락이 와서 그동안 우리가 차곡차곡 준비해 왔었던 콘텐츠를 미리 숙지하고, 이 작가들의 향후 활동이라든가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스튜디오 방문까지 요청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점에 놀랐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하루에 한 통, 혹은 최근에는 거의 열 통까지도 베를린, 런던, 뉴욕 기반의 갤러리, 에이전시들 혹은 관계된 분들이 계속해서 국내 신진작가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해요. 전시 제안이라든가 페어 제안 등이 시작됐어요. 물론 저희는 국내신진작가들의 성장가능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같이 성장하기 위해 처음부터 뉴욕, 베를린, 런던에 있는 신생 갤러리들과 그들의 작가들에 대한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동일한 출발점을 염두하고 시작한 셈이죠.


그러나 2, 3년 지난 지금 상황에서는 국력의 차이가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비록 출발점도 같고, 성장도 같이 하고 있으며, 같이 호응을 얻고 있는데도 말이죠. 서울이 더 잘돼야 하고 한국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계속해서 전략적으로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더 열심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잠재력을 갖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기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공공지원사업 없이 마냥 투자하는 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은 작가들의 작품의 작품가가 굉장히 낮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현재 저희는 공공지원사업인 예경 온라인 홍보 지원 사업을 통해 『아트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2년 차가 되니까 피드백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또 예경의 예비전속작가 지원사업이 없었으면 페어참가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거든요. 두 사업을 통해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의 잠재력을 좀 더 조명해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대형 제가 올해 전속 작가 지원 제도의 성과를 전시하는 미션을 부여받아 화랑 대표들과 작가들을 인터뷰했어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바가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미술계에서는 작가를 프로모션하던 시기가 있었고, 큐레이팅의 중요성이 더해져 큐레이터를 프로모션하는 단계까지 거치며 미술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조금씩 더 확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영국에 같은 시기에 갤러리를 열었을 때, 런던의 화랑 디렉터와 한국 화랑 대표가 미술계에서 갖는 위상이 점점 격차가 벌어집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는 갤러리 디렉터를 화상이란 단어로 치부하고 장사꾼처럼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러나 막상 화랑 대표들과 이야기해 보면 오히려 훨씬 더 높은 지성과 예술계에 대한 고민, 작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십니다. 문제는 브랜딩이 제대로 안 되어있다 보니 그분들의 철학적 비전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수 화랑 전시에 참여하는 갤러리 9곳의 대표를 인터뷰해서 그분들의 철학과 비전을 국영문으로 편집해 커뮤니케이션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적인 미덕으로 조용히 말 않고 겸손하게 계셨던, 그래서 숨겨져 있던 화랑 대표들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화랑의 매출 규모가 아니라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매력적일 때 사람들이 응원해 주는 겁니다. 화랑 대표, 갤러리 디렉터라는 위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 같은 건데, 지휘자 소개가 빠져서야 우리가 온전하게 전체 오케스트라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최근 젊은 작가들과 이야기해 보면 디렉터의 사상이 좋아서 함께 일한다는 소신 있는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디렉터를 프로모션할 수 있는 미술 전문 매거진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아요. 큐레이터도 화랑 디렉터와 교류하면서 생각을 끄집어내 줘야 하는 거 같고요. 우리가 아트페어든 화랑이든 어떤 걸 평가할 때 제발 숫자라는 잣대 하나를 가지고 평가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숫자로만 평가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프리즈, 바젤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세계 주요 아트페어 방문자 수 변화(2019~2021). 「USB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 2022」가 2019년 대비 2021년의 세계 주요 아트페어 방문자 수 추이를 공개했다. 코로나19로 프리즈, 아트바젤 등 초대형 아트페어의 방문자는 적게는 20%, 많게는 60%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아트페어는 키아프와 징아트(베이징, 2018년 출범), 아트021(상하이, 2013년 출범). 키아프가 팬데믹 기간 동안 보인 경쟁력은 프리즈를 유치하는 큰 요건으로 작용했다.

세계 주요 아트페어 방문자 수 변화(2019~2021). 「USB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 2022」가 2019년 대비 2021년의 세계 주요 아트페어 방문자 수 추이를 공개했다. 코로나19로 프리즈, 아트바젤 등 초대형 아트페어의 방문자는 적게는 20%, 많게는 60%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아트페어는 키아프와 징아트(베이징, 2018년 출범), 아트021(상하이, 2013년 출범). 키아프가 팬데믹 기간 동안 보인 경쟁력은 프리즈를 유치하는 큰 요건으로 작용했다.

최혜연 앞서 여러 전문가께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중요성, 그리고 그에 대한 미비점을 많이 제기해 주셨습니다. 프리즈와 키아프에 대해 그간에 언론에서 얘기가 되었던 게 해외 자본에 국내 미술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냐, 프리즈와 견주어 키아프가 초라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가 많이 됐는데요. 사실 프리즈랑 키아프가 경쟁 구도로 갈 수도 없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출 비율도 다르고, 아직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작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1%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개최됐다는 사실만 놓고, 곧바로 프리즈와 키아프의 어깨를 견주어서 비교하고, 한국 미술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공동 개최를 5년 동안 지속할 것이고, 이후에도 한국 미술시장, 한국 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우리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한국 미술시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저는 이대형 대표 말씀과 맥을 같이하는 게,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작가, 화랑, 아트페어가 어떻게 하면 기본기가 더 탄탄해지고, 더 매력적으로 국내외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 특색 있는 미술효과를 내기 위해 사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담론의 장이라든가, 국내외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 또는 젊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화랑에서 발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즉 지원 부분이 가장 클 것 같은데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술계를 주도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고요. 다만 현재 말씀해 주신 지원 부분이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향이 있을지, 화랑 브랜딩 방법이라든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을 저희가 이번 키아프 & 프리즈 공동 개최의 결과를 통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문화 지형, 갤러리와 컬렉터의 세대교체
서진수 이번에 가장 큰 변화라고 느낀 지점은 세대교체였습니다. 대개 세대교체라 하면 작가를 주로 얘기하는데 이번에 갤러리 관계자와 구매자가 확실히 세대교체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파악했을 때 감상하고 즐기는 시대에서 구매하고 투자하는 시장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목표도 서로 다릅니다. 미술관처럼 수집을 위한 집단도 있고, 투자를 위한 집단도 있고, 취미형 집단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구매자가 있으니 여기에 맞춰 공급도 다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화산업의 변동을 관찰하고 연구해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지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주원 최 사무관도 정부의 직접 개입이 어렵다고 얘기하셨지만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비교 단위도 아니고 위계가 맞지 않지만, 지금 초국가 시대에 굳이 제가 국가가 깊숙이 개입해서 뭘 해라 이런 게 아니라요.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할 일은 분명히 있다는 거죠. 공기관에 있는 제가 보기에, 이번에는 너무나 민간에 그냥 내버려 뒀고요. 그게 체계화, 구조화되기에는 소리만 많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환호를 보이고, 또 판타지처럼 우리에게 장면이 연출되니까, 그제야 주목하는 거죠.


사실 내년에 서울시만 해도 송현동에서 프리즈를 유치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분명하게 지원해 줄 것 또는 구조화할 것, 이런 것들에 개입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주 폭력적인 내셔널리즘적 구조 안에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우리 동시대미술 지형의 지속 가능성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면 한국 현상, 아까 김복기 대표께서 ‘프리즈 효과’를 얘기하셨지만, 그 효과의 지속이라는 것이 싱가포르 같은 경우 7년에 끝났고, 홍콩도 시들해졌습니다. 키아프 & 프리즈도 이런 식의 단발적인 행사로 끝내는 것보다는 그 효과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 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민간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이 같은 정책 포럼 등은 정부 차원의 긍정적인 장기적 전략적 개입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경이 프리즈 서울을 전후하여 기획했던 몇몇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8월 말, 해외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마케터, 기획자, 작품 판매 플랫폼 운영자 등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가 대표적입니다. 이 행사에 빅토리아 시달(프리즈 디렉터)은 물론 캐롤라인 브루주아(피노컬렉션 총괄), 카린 카람(『아트시』 글로벌 영업·파트너십 부사장), 지아지아 페이(전 유대인미술관 디지털 디렉터·구겐하임 디지털마케팅 부국장), 크리스찬 루이텐(아방아트-온라인 창립자), 아론 세자르(영국 델피나파운데이션 창립이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이 참가했습니다.


이들 해외 전문가들은 8월 29일부터 3일간 김아영, 박서보, 신미경, 서용선, 이동기, 이수경, 최우람 등 서울과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13인의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작업 전모 등 깊이 있게 한국 미술을 만나도록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미술관 큐레이터인 저를 비롯해 갤러리스트, 저널리스트 3인이 맡았습니다. 예경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과 균형적인 현장 접속을 위해 미술관, 갤러리, 저널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전문가에게 기획을 요청했습니다. 또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외에도 영문판 한국 대표 작가 소개 책자 출판과 마리아 발쇼(테이트모던 관장)를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콘퍼런스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장욱 키아프 프리즈 서울을 놓고 ‘메기론’과 ‘황소개구리론’을 들먹이는데, 기본적으로 한국은 싱가포르라든가 홍콩, 타이완 등과는 체질적으로 미술환경이 다릅니다. 왜냐면, 이들은 금융 허브 도시이기도 하지만, 대신 공급자가 부족해요. 그런데 우리는 수많은 미술대학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아일랜드 남쪽에 있는 작가 스튜디오를 가봤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정말 우리 미술대학 저학년 수준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어, 볼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간에도 수많은 아트 어드바이저가 한국에 있는 영 아티스트 혹은 중견 작가 작업실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는 제공할 공급자가 많다는 겁니다. 갤러리도 마찬가지죠. 해외 메이저 갤러리가 지금 한국을 가장 핫하게 보고, 이곳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국 작가를 발굴해서 자기들이 끌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공급자가 있어서 사실 이 논의는 한편으로 너무 갈라치기를 하려고 만든 용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키아프 & 프리즈는 우리에게는 기회이고요. 앞서 사무관과 학예실장께서 말씀했던 것처럼 정부의 역할이라는 게 분명히 필요합니다. 영화 산업도 스크린 쿼터제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오늘날 자생력을 갖췄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을 보호하려는 엄청난 지원이 있었지요. 이제는 우리가 몸집이 커져 헐리우드와도 맞붙을 수 있는 위상까지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이런 기회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지금 락다운이 있었고 정치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 우리한테 기회가 온 거고요. 물이 들어왔을 때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을 작가들이 신청하면 지원금을 500만 원씩 준다든가 비딩할 수 있는, 그런 식의 시스템을 만들어 갤러리스트들이 자기가 추천하는 작가들의 스튜디오 방문을 프로그램화한다든가, 이런 것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요.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프리즈 때 특별히 뭘 하질 않았어요. 생각해 보면 프리즈 런던 때는 영국왕립미술원에서 가장 좋은 전시를 하고, 테이트모던에서도 현대차와 협업해서 어마어마한 전시를 해왔습니다. 그곳에 유명인사들이 다 모여요. 우리가 아직 실질적으로 5,000억 원밖에 되지 않는 미술산업을 참치캔을 넘고, 다이소를 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내년, 내후년에 드디어 디카프리오 같은 유명인이 한국에 오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행사에 앞서 서울 시내의 호텔 예약이 다 끝났어요.


서진수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시장과 정부의 관련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시장이 1조 원 규모로 커졌으니 정부도 그에 걸맞게 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아트페어가 열려 해외의 컬렉터나 미술관장 등이 왔을 때 보여줄 만한 전시를 만드는 데도 정부의 큰 지원이 필요합니다.


※ 이 원고는 아트인컬처 2022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트인컬처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원본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였음을 밝힙니다.

프로필


김나형 김나형은 디스위켄드룸의 대표이며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공공디자인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게임개발자, 디자이너, 미술작가, 큐레이터 등과 함께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이 일상의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방식을 연구해왔다. 주요 참여 프로젝트로 ‘우리가족플레이연구소’, ‘문화로행복한공간만들기’, ‘리센트워크갤러리’ 등이 있다.


김주원 김주원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구미술관, (재)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학예연구실장,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수석큐레이터를 역임했다. 일본 CCA기타큐슈 초청 펠로우를 지냈으며 홍익대학교 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해외전문가 16인의 국내 작가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2022, (재)예술경영지원센터)를 공동 기획했다. 주요기획 전시로, MMCA 외국작품컬렉션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사 내면의 취향을 읽어낸 〈이것에 대하여〉(2020)와 음악적 특성을 띤 시각예술의 면면을 살핀 〈스코어: 나, 너, 그, 그녀{의}〉(2017)가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


이대형 이대형은 에이치존 대표이자 백남준문화재단 이사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 감독,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바 있다. 4차 산업시대 인간-예술-테크놀로지-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ONNECT, BTS›를 통해 5개 도시 22인의 작가들과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를, <코리아 리서치 팰로우 10x10>을 통해 글로벌 큐레이터와 국내 큐레이터의 연구 네트워크를 기획하고 있다.


이장욱 이장욱은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이다. 스페이스K는 2011년 설립된 코오롱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160 여 회 열린 스페이스K의 전시를 기획, 감독했다. Daniel Richte (2022), Justin Mortimer(2020), Daniel Firman(2017), Rose Wylie(2016), Caroline Walker(2015) 등의 한국 첫 개인전을 유치했으며, 최근에는 Neo Rauch & Rosa Loy(2021), Ryan Gander(2021), Hernan Bas(2021) 등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한국의 저평가된 작가의 재조명과 국내외 젊은 작가 발굴 및 지원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연화 주연화(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Global MBA(SKK GSB)를 마친 후,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디렉터를 역임하였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비영리공간 SPACEDA(Direct Art)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2009년에는 독일 국가브랜드 혁신회(Land of Ideas)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서울, 베이징을 총괄 운영하였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최혜연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입부해 문화통상협력 및 저작권, 한국어 해외확산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파견근무 이후 시각예술디자인과에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