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김복기(모더레이터, 아트인컬처 대표), 김나형(디스위켄드룸 대표), 김주원(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서진수(미술시장연구소장), 이대형(HZone 대표), 이장욱(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 주연화(홍익대 교수), 최혜연(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국내외 미술계의 핫이슈 ‘키아프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다. 사상 최대의 미술장터는 일단 성공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무엇보다 1조 원에 이르는 매출액을 기록해 서울이 글로벌 아트마켓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아직도 열기의 기운이 식지 않았다. Art는 지난 8, 9월호의 대대적인 프리뷰에 이어 두 행사의 리뷰를 싣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해 이 기관이 개최해 온 ‘시각예술 정책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2022 키아프 프리즈 서울, 리뷰와 과제’라는 주제를 놓고, 미술계 전문가 8인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펼쳤다.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아시아 진출, 이 새로운 판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프리즈의 서울 상륙은 기회인가 위협인가. 키아프 프리즈의 시너지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 아트페어가 시장 기능을 넘어 문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갤러리, 작가, 컬렉터와 더불어 국제 교류, 전시 등 미술문화 전반에 ‘프리즈’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정부는 아트페어라는 문화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육성할 것인가. 그리하여 어떻게 세계 속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여갈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
김복기 자연스럽게 프리즈 & 키아프의 과제 쪽으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프리즈 효과, 프리즈 특수, 이런 얘기를 나눌 수가 있는데요. 사실은 아트바젤하고 베니스비엔날레하고 한 일주일간의 시차를 둔 효과가 있지 않습니까? 이거는 수십 년간 진행된 겁니다. 그런 걸 봤을 때, 프리즈 효과라는 것이 마켓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마켓을 넘어선다면 방금 얘기했던 미술관의 문제, 작가의 문제, 미술제도하고도 연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 산업, 혹은 문화 정책하고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과제 쪽으로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연화 최근에 프리즈를 계기로 외국의 유명한 잡지에 한국 작가의 기사를 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기자를 섭외해서 내가 5명 정도 추천할 테니까, 한국 젊은 작가를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사를 만들자고 일주일 내내 기획했어요. 근데 결국 한국 미술시장 분석으로 빠져버리더라고요. 그러니까 해외에서는 한국을 철저하게 시장으로 봅니다. 한국에서 지금 바이어들이 어떤가에 관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선 시장 규모부터 현재의 바이어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려고 해요. 기관에서 온 친구들 경우에는 예를 들면 유즈미술관 관계자들이 한국 가서 뭐 봐야 하는지 묻길래, 이것도 던져주고 저것도 던져줬어요. 최근에 관심 가는 젊은 작가들 프로모션 한번 해보고자 제안했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서울시립미술관의〈조각충동〉전의 웹 사이트를 줬어요. 너무 안타깝게도 전시는 끝났는데요. 그걸 줬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보러 가고 싶다고, 자기네들이 이제까지 상상했던 전형적인 한국 미술과 다르다, 너무 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 기간에 그런 종류의 젊은 작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없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지금의 프리즈와 키아프가 서로 연계해서 판을 크게 벌려놨는데 말이죠.
해외에서 우리에 대한 관심이 뭐냐, 철저하게 한국을 시장으로 봐요. 지금 자기네들 작품을 팔 수 있는 시장으로 보는 것, 이건 불변입니다. 제가 해외 진출할 때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갔고, 그때 해외 다른 갤러리도 다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들어갔어요. 그 시장에 들어가려고 전략적으로 중국 작가 한둘을 끼워 넣어요. 그런 전략으로 지금 외국 갤러리가 한국 작가를 한둘 보는데요. 끼워 넣을 때는 우선 인지도 있는 작가를 넣어요. 그래서 그게 팔리든 안 팔리든 한국인들, 작품을 살 바이어들, 컬렉터들이 걸어 들어와서 크리틱을 할 수 있는 거죠. 근데 이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잘 활용해야 하는 거 같아요. 철저하게 시장으로 보지만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결국에는 ‘수입’이 아니라 우리 것을 내보내는 ‘수출’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거죠.
근데 역사적으로 보면, 미술시장의 흐름이 르네상스 시대부터 북유럽, 그다음에 영국과 프랑스, 그다음에 뉴욕, 지금은 아시아로 흘러들어 오는데, 이게 한 6~700년의 역사인데요. 사실 아주 단순해요. 결국에는 문화를 창작하는 쪽에서 시장이 생기는 쪽, 즉 돈이 있는 쪽으로 창작물들이 흘러들어 가요. 이탈리아에서 북유럽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 흘러들어 가죠. 돈은 있는데 아직 문화가 없는 나라로요. 그다음에 영국에서 뉴욕으로 흘러들어 가죠. 뉴욕이 황무지예요. 돈은 있는데 문화가 없으니까 유럽의 문화유산이 흘러들어 가요. 그러다가 지난 50년 동안 뉴욕의 컨텐츠가 성장했어요. 지금은 이제 아시아로 흘러들어 오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자연스러운데요. 이때 그들의 과정을 보면, 수입하면서 수출하는 과정으로 갈 때, 상당히 오래 걸리긴 하거든요. 근데 어떻게 조금 더 전략적으로 빨리할 수 있는지 그 부분이 중요합니다.
제가 현장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두 개의 아트페어가 있어요. 상하이에 웨스트번드아트페어가 있고 아트021이 있죠. 하나는 정부 지원이고 하나는 민간이 주체예요. 일반적으로 갤러리들이 두 아트페어를 볼 때, 정부 지원이 뭔가 더 윤택하고 비용이 더 적게 드니까, 초반에는 그쪽을 선호하는 느낌이 있어 보여요.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정부라는 말이 미술에 개입하는 순간 정부의 뭔가가 변화하면 언제든지 타격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거든요. 서구 유럽 같은 경우는 철저히 시장을 자유주의 경쟁 체제로 봅니다. 근데 거기에 공기관이 관여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것을 위험 신호로 보는 부분이 있거든요. 혜택의 신호로 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부분에서는 물음표를 계속 던져요. 이제까지 중국 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위험 요소, 즉 지나치게 정부가 많이 지원하는 부분이 좋으면서도 리스크로 존재하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데, 후방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해야 합니다. 후방의 영역이 시장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뒤에서 우리가 수출해야 할 것을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라든지 작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라든지, 그리고 그 좋은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큐레이터라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에 저한테 문의하는 많은 해외 분들이 작가를 추천해 줘도 어디 가서 이 작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정보가 안 나와, 이름의 철자는 뭐야? 계속 물어봐요. 이름부터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좀 힘들게 작가 이름 한 명 추천해 주면, 작품 설명까지 모두 제가 제공해 줘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후방 지원이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복기 한국 미술의 수출이란 게 말하기는 좋지만, 실제로 얼마나 험난한지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방금 주 교수께서 작가 이름을 이야기했는데요. 도쿄에서 갤러리 운영하는 오랜 지인이 젊은 한국 작가 7명의 이름을 한문으로 알려달라고 나한테 부탁했어요. 젊은 작가니까 한문 이름이 노출되지 않아서 이 작가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알아냈어요. 일주일 걸렸어요. 서울을 수십 번이나 방문해 ‘한국통’으로 알려진 어느 중국 미술평론가도 자료를 보지 않고 한국 작가 이름과 작품을 제대로 연결하는 숫자가 10명을 넘기지 못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비엔날레나 미술관에 진입하는 작가는 아무래도 제한되어 있죠. 아트페어 같은 미술시장이 작가 이름을 알리는 데는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 많습니다.
김나형 지원의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보면, 일단 미술생태계를 좀 더 분석적으로 스테이지별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국내 미술시장의 역사가 그렇게 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쉽게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긴 한데요. 신생 갤러리, 중견 작가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 중견 갤러리 등 각각 그들이 만들고 있는 생태계에 대한 특징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석하고,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까 각 그룹에 맞게 지원 전략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각 스테이지별로 서로 필요한 지원 사업, 지원 방식, 금액 등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주 교수 말씀처럼 해외 갤러리는 한국을 철저하게 시장으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러 해외 기관이 한국에 왔을 때, 비록 처음에는 시장으로만 접근하더라도, 어느 시점에는 국내 로컬 생태계의 성장가능성과 기획력, 특징을 함께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굉장히 의미 있었던 질문 중 하나는 처음에는 물론 “너희 작품 가격이 어때?”가 질문이지만, 좀 더 소통하다 보면, “너의 철학은 뭐야? 너의 갤러리 지금 소명이 뭐야?” 그 부분을 정확하게 물어볼 때가 있어요. “너는 왜 이걸 시작하게 됐어? 너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니?” 그런 부분에 우리는 오히려 멘트를 굉장히 신중하게 준비합니다. 민간 차원에서 이미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지금 논의되는 상황인데, 결국 이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겠죠. 신생 갤러리가 국제 교류를 1부터 100까지 스스로 소화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제 교류 전시라든가 국제 교류 마켓 관련해서도 조금 더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이 더 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혜연 아트마켓을 둘러싸고 분명히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가져야 하는 스탠스는 미술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나 지원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더 탄탄하게 미술계를 만들어 나갈지, 저는 미술시장에 대한 접근보다는 미술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 교류에서 특히 신진 작가, 신진 화랑을 중심으로 기획력과 창의력은 풍부하지만 기본적 인프라가 부족한 부분에 후방적인 지원이라든가 전시 부분에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고요. 또 이번 키아프 프리즈 기간에 뼈아프게 받아들인 지적 중 하나는 서울의 미술 공공기관들이 크게 보여주는 전시를 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다가가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시 기관이나 국가 기관, 미술관 또는 박물관 같은 문화예술 기관들끼리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전시 계획을 짜는 일입니다. 또 미술관도 결국 이 기간을 기관 자체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할 겁니다. 이런 문제를 문화예술 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문체부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주원 사실 한국만큼 미술시장이 정부 의존하는 곳이 없죠. 각 화랑이 지원금을 달라고 자꾸 손 내밀 거예요. 사립 박물관도 미술관도 그렇고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돈 뿌려주는 지원보다는 최 사무관 말씀의 지원 방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환경, 지형 만들기. 그런데 문화부 산하에 시각예술 분야로 여러 기관이 있는데요. 각 기관끼리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같은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고, 또 기관 자료들은 어딘가로 증발해 버려요. 그러니까 유기적인 체제 아래 탄탄한 지형 만들기에 정말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일시적으로 돈 나눠주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오늘 이 자리처럼 예경이 하는 이런 포럼이 실제 정부가 하는 중요한 지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고요. 그런데 정말 문제는 미술계 사람들이죠. 우리 자신의 문제죠. 우리가 사실 담론이 없잖아요. 아까 이대형 대표께서도 얘기했지만, 저널이 중요한데, 사실 한국에 비평이나 담론이 사라진 지 오래됐어요. 그런 차원에서 이런 식의 논의, 즉 그야말로 현장이나 시장에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비평 구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지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복기 예. 저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는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도와야 하고, 갤러리스트도 도와야 하고, 큐레이터나 비평가도 도와야 하고, 또 오늘은 갤러리스트도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술잡지 도와야 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4개 미술잡지 대표자가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지원책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대형 미술계, 미술시장에 대한 메타 인지가 가능할 때, 비로소 문화 선진국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본과 시장,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안개 속에서 메타 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 미국, 독일의 미술관장들과 이야기해 보면.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관점이 매우 뛰어납니다. 매번 확인합니다. 어떤 지역, 유행에 함몰되지 않고 미래 전략을 고민하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해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앞서 여러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선 한국 미술계 내부의 생태계 분석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한국의 장점과 세계 미술계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고, 그 사이의 인터페이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작년 아부다비, 루브르, 테이트, 라크마, 구겐하임 관장 및 관계자가 화상으로 만나 나눈 컨퍼런스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4차산업, AI, 팬데믹 이후 미술관의 미션과 비전이 어떻게 바뀔 것이고,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객과의 접점은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이며, 결국 큐레이팅은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고민은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결국은 미술관 후원회, 파운데이션, 컬렉터는 미술관의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핵심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미술작품은 매거진, 미술관, 비엔날레 등 다양한 미술생태계의 입체적인 서포트를 받으며 만들어가는 상징적인 부가 가치입니다. 세계의 미술관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더 나아가 그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미술관 따로, 상업 화랑 따로 갇혀있습니다. 미술관은 시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 결정과 퀄리티 콘트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배타적인 선 긋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루브르, 테이트, 라크마, 구겐하임 이런 글로벌 미술관에서는 화랑, 시장, 자본과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디아아트파운데이션의 제시카 모건 디렉터는 최근 미술관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미술관의 인재 풀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컬렉션이 중요했던 20세기에는 미술사, 미학, 철학 박사 출신들이 미술관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으나, 21세기 들어 시대 가치, 경험 중심, 관객 참여형 전시가 주를 이루게 되면서 새로 채용하는 큐레이터들이 순수미술, 무용, 과학, 인류학, 사회학,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배경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고, 실제로 이들이 미술관 내에서 관객 경험 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창의적으로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앞서 서 교수께서 말씀했듯이, 이제는 공급자(큐레이터) 중심에서 시장 중심(관객, 컬렉터), 관객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전에 미술관의 미션은 오브제를 분석해, 그것을 전시로 꾸몄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 가치, 사회 가치를 어떻게 전시 경험이나 작품으로 만드느냐가 미술관의 성공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창작 과정, 창작 스튜디오의 역량, 작업실의 역량이 중요한 차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배순훈 관장께서 미국의 여러 미술관에 한국 미술계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기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가 컬렉션으로 다른 미술관을 이길 수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창작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세계적인 작가들도 한국을 찾아올 수 있고, 그 창작과 협업 과정에서 한국 미술계의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청사진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예술작품이나 예술경험은 여러 장르와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그것을 5년, 10년의 비전을 바라보고 준비해 나간다면, 한국 미술계의 매력은 지속 가능한 환경 속에서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서진수 아트페어의 산업 연관 효과는 굉장히 큽니다. 키아프가 6~7백억 원, 프리즈가 7~8천억 원이라는 시장 규모에 달하니 금융 보험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하여 키아프와 미술품 관련 금융거래를 잘 몰랐던 금융 종사자들도 이번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운송업 시장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고, 프리즈를 통해 숙박업도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아트페어의 정보를 공유하는 책자 제작 및 배포로 출판 산업도 연관이 큽니다. 한편 블로거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파급력 또한 날이 갈수록 커지는 요즘 같은 때에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
김복기 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칠게 이야기하면, 세계 최고의 모범 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바젤은 어떤가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메인 전시 이외에도 대형 조각 설치작품 위주의 언리미티드 전시를 열어 비엔날레와 같은 비평적 기능을 맡고 있죠. 또 우리의 경우 단색화라든지 특정 경향에 쏠려있는 현상을 다변화해야겠는데, 바젤은 같은 기간에 열리는 볼타쇼(Volta Show)나 스코프(Scope) 같은 아트페어가 있단 말이죠. 키아프는 이번에 키아프 플러스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왜 키아프 플러스로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더 성격 있게 해야죠. 키아프에서 빠진 갤러리 달래주려는 전시 같단 말이죠. 아무튼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더 특색 있는 섹션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요. 내년에는 새로운 위성 아트페어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연화 결국에 프리즈 & 키아프를 얘기할 때, 플랫폼을 명확히 해야 할 거 같아요. 플랫폼에서 우리가 뭘 할 거냐? 플랫폼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든 네트워크를 챙기는 것 자체가 너무 중요합니다. 우리가 행사를 하다 보면 돈도 쓰고 뭣도 쓰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중요한 사람들 다 골라다 놓고 나중에 그걸 활용할 줄 몰라요. 키아프와 프리즈를 앞에다 내세우고 판을 만들어준 다음에,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많은 사람을 데려다가 우리 것과 섞어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에서 끊임없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들을 우리 것과 연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키아프 플러스 말씀하셨는데요.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왜 세텍에서 여는지 모르겠어요. 위치도 너무 어렵고요. 그냥 코엑스에서 같이하면 안 되나 했어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요. 그러면서 조금 엣지 있는 작품으로 갔으면 해요. 하여튼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갔더니 황량하고요. 정말 좋은 콘텐츠도 있었는데요.
이장욱 이번 키아프를 보고 좋았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프리즈는 부스가 다닥다닥 붙어있었죠. 부스비가 비싸 매출을 확확 내야 하니까요. 약간 백화점식으로요. 반면 키아프는 전체 공간도 더 넓었고, 부수별 거리도 있었고요. 관람 환경이 더 쾌적했어요. 몇몇 갤러리는 단일 개인전 형식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도 좀 더 엣지 있게, 좀 더 넓은 데서 무언가 집중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사실 프리즈 런던에 출전하는 한국 갤러리는 두 개 정도예요.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이번 프리즈 서울에는 10개의 한국 갤러리가 참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프리즈에 내봤다가 안 돼서 키아프로 오는 해외 갤러리도 있겠죠.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 메이크룸도 프리즈가 아니고 키아프로 들어왔잖아요. 어쨌든 동시 개최가 여러 갤러리에 좋은 자극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아프가 앞으로 하이엔드로 갈 작가 혹은 좀 더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는 공간을 통해 프리즈에 진입하고 싶은 갤러리의 참여까지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프리즈 런던에서 위성 페어로 썬데이아트페어가 열렸고요. 홍콩도 아트바젤의 위성 페어로 아트센트럴이 있었지요. 메이저로 진입하기 위해 자신들의 실험적이고 엣지 있는 듯한 쇼를 아트센트럴에서 많이 펼쳤어요. 자기들이 영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키아프도 프리즈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가 충분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형 네. 이번에 바젤,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바젤에 있는 여러 미술관을 둘러봤는데, 이들이 한 테이블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촘촘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시몬 리 같은 경우는 모든 곳에서 등장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지금 이 순간 이 작가 너무나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제 뇌리에 딱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결국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한 막강한 정보의 속도와 질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시도해야 합니다. 보통 후발 주자들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고 거점 마케팅 전략을 펼칩니다. 예를 들어 키아프의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주요 시장에서 한국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거점별 앰버서더를 선정하고, 이들과 함께 전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하는 막연한 ‘뇌피셜’에 의한 아트페어 기획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아트페어에 오기 전부터 해당 거점 도시나 국가의 주요 고객들에게 한국 미술을 사전에 홍보하는 전초 기지 역할까지도 맡을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팔아야 할 서비스 역시 기초 공사부터 국경을 초월한 인재들이 뛰어들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언어 저널 담론, 글로벌 네트워크의 조건
김복기 우리가 아트페어라고 하면 컨벤션 센터에서 부스전을 하고, 또 거기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좋은 갤러리일수록 예약 판매가 많고, 상당 부분의 네트워킹은 오히려 밤에 많이 이루어지지요. 비엔날레도 그래요. 비엔날레라면 흔히 비상업적 비평적 기능에 치중한다고 우리가 알고 있지만, 사실은 베니스비엔날레의 병행 전시, 이른바 특별전의 전시 작가는 실제로 거의 유명 갤러리 소속 작가입니다. 글로벌 아트페어 이야기하다 보니, 저널의 기능을 실감합니다. 이번에도 우리 잡지는 해외 갤러리와 작가를 대거 소개했고, 해외 갤러리 광고도 많이 들어왔습니다만, 역시 언어의 문제가 장벽입니다. 글로벌 마켓을 위해서는 글로벌 잡지가 필요합니다. 2007년에 제가 영어 잡지 『아트인아시아』를 창간해 통권 50권까지 내고 몇 년간 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잡지를 복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이장욱 사실 문화적으로 가장 강한 콘텐츠는 문학입니다. 문학은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고 모든 지성인이 신문에서 시를 읽던 때가 있었고요. 그 정도로 탄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없는 이유는 영어 번역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학에서 이제야 부커상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콘텐츠가 이제야 막 지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가장 빨리 따라가는 방법은요. 이번에 예경에서 지원한 탐방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신미경 선생 작업실에서 너무 익숙하게 영어를 사용하니까 더 많은 질문을 이끌어내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잖아요. 언어적인 장벽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처럼 한자로 사람 이름 7명 받는 데 일주일 걸렸다는 언어적인 장벽에 좀 더 집중해서 지원해 보는 게 효과가 굉장히 좋지 않을까 합니다.
김나형 언어와 지리의 장벽이지요. 지금 교류, 즉 운송 비용이 너무 비싸졌거든요. 그래서 작가들이 초대를 받아도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실비가 타진이 안 되거든요. 언어적, 지리적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장욱 이번에 프리즈 서울을 보면, 런던 프리즈랑 가장 큰 차이가 부스에 큰 작품이 없었어요. 제대로 된 조각작품이 아트페어에 나오지 않았어요. 좀 볼만한 대형 작품 말이에요. 그것도 운송 비용 때문이겠지요. 지금 글로벌 운송비가 거의 한 세 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서진수 지금까지 아트페어는 명실공히 시장이라고만 표현해왔는데 올해는 ‘문화’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문화가 한국에 유입된 것이니 이제 우리는 이를 어떻게 진정한 선진국 문화 단계로 승격시킬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이대형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술시장의 자산은 키아프입니다. 키아프는 협회라는 구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의 다른 실험적인 화랑이 진입하기에는 제도적 장벽이 높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경쟁 체계에 의한 갤러리 선정이 가능한 구조는 아닙니다. 균등한 수준 조절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멋지고 실험적인 전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또 다른 브랜딩이 되어 키아프에 힘을 실어주고, 많은 해외 컬렉터가 키아프를 방문하고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될 겁니다. 키아프의 경쟁력은 그것을 구성하는 화랑과 참여 작가의 매력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키아프 내부에 프리즈 런던이나 바젤에 있는 언리미티드 전시보다 더 멋진 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 그런 작가들이 많고, 큐레이터도 풍부합니다. 키아프의 주인공인 화랑의 경쟁력, 화랑의 주인공인 작가의 경쟁력까지 이들 모두의 매력을 높이려는 입체적인 고민과 집단 지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복기 오늘 이 자리에서 키아프를 좀 더 면밀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데 키아프는 주체가 (사)한국화랑협회이기 때문에 여러 회원 화랑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있어, 간단하게 진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리즈와 동시 개최로 키아프가 확실히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은 확실합니다. 나는 ‘별의 순간’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키아프의 앞길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토론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나형 김나형은 디스위켄드룸의 대표이며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공공디자인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게임개발자, 디자이너, 미술작가, 큐레이터 등과 함께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이 일상의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방식을 연구해왔다. 주요 참여 프로젝트로 ‘우리가족플레이연구소’, ‘문화로행복한공간만들기’, ‘리센트워크갤러리’ 등이 있다.
김주원 김주원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구미술관, (재)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학예연구실장,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수석큐레이터를 역임했다. 일본 CCA기타큐슈 초청 펠로우를 지냈으며 홍익대학교 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해외전문가 16인의 국내 작가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2022, (재)예술경영지원센터)를 공동 기획했다. 주요기획 전시로, MMCA 외국작품컬렉션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사 내면의 취향을 읽어낸 〈이것에 대하여〉(2020)와 음악적 특성을 띤 시각예술의 면면을 살핀 〈스코어: 나, 너, 그, 그녀{의}〉(2017)가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
이대형 이대형은 에이치존 대표이자 백남준문화재단 이사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 감독,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바 있다. 4차 산업시대 인간-예술-테크놀로지-사회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ONNECT, BTS›를 통해 5개 도시 22인의 작가들과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를, <코리아 리서치 팰로우 10x10>을 통해 글로벌 큐레이터와 국내 큐레이터의 연구 네트워크를 기획하고 있다.
이장욱 이장욱은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이다. 스페이스K는 2011년 설립된 코오롱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160 여 회 열린 스페이스K의 전시를 기획, 감독했다. Daniel Richte (2022), Justin Mortimer(2020), Daniel Firman(2017), Rose Wylie(2016), Caroline Walker(2015) 등의 한국 첫 개인전을 유치했으며, 최근에는 Neo Rauch & Rosa Loy(2021), Ryan Gander(2021), Hernan Bas(2021) 등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한국의 저평가된 작가의 재조명과 국내외 젊은 작가 발굴 및 지원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연화 주연화(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Global MBA(SKK GSB)를 마친 후,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디렉터를 역임하였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비영리공간 SPACEDA(Direct Art)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2009년에는 독일 국가브랜드 혁신회(Land of Ideas)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서울, 베이징을 총괄 운영하였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최혜연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입부해 문화통상협력 및 저작권, 한국어 해외확산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파견근무 이후 시각예술디자인과에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