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함께 젊은 갤러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비단 젊은 갤러리로 분류될 것이 아닌, 한국을 새롭게 이끌어나갈 3세대 갤러리로서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있는 ‘New Generation’이다. 이들 대부분은 개관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머지 않아 미술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2022년 국내 연간 화랑 수는 831개로 전년 대비 약 39%가 증가하였으며 연간 종사자 수 역시 2.159명으로 전년 대비 38.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호황과 함께 참여자 역시 크게 증가하였지만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된 현재 대다수의 신진 갤러리는 존폐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예술경영지원센터는 3세대 갤러리를 포함한 이들 신생 갤러리를 위한 지원정책을 강구하여 한국 미술시장 규모의 성장을 지킴과 동시에 정책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포럼을 진행하였다.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연화 교수를 모더레이터로 하여 노두용 대표의 <실린더>, 항윤철 대표의 <제이슨 함>, 송인지 대표의 <갤러리 스탠>, 윤두현 대표의 <갤러리 기체>, 김나형 대표의 <디스위켄드룸>, 5개 갤러리 대표들이 각자의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신진 갤러리의 성장 방안과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이야기 하였다.
<갤러리 기체> 윤두현 대표는 기체에서만 보여질 수 있는 새로움을 보여주고자 집중하였다. 옥승철과 유혜림으로 대표되는 두 작가를 필두로 이들의 작업이 미술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인정받기 위해 ‘작가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힘을 쏟으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 과정을 통해 기체의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협력 큐레이터를 통한 전시를 진행하며 작가의 성장에 총력을 기울여 지금의 기체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기체의 성장 동력으로 SNS의 발달을 꼽았다. 코로나 이후 SNS가 단순한 홍보채널을 넘어 하나의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며 효과적으로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에 큰 자금력이 없어도 홍보와 판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디스위켄드룸> 김나형 대표 또한 작가와 갤러리의 동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작가 중심의 운영 철학이 갤러리 성장 배경임을 밝힌다. 작가들마다 성장, 작업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들이 10년, 20년을 넘어 오랜 기간 성장하며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 파트너를 구축하여 작가들을 보내 작업 세계의 확장을 의도하며, 이 과정을 통해 해외의 다양한 컬렉터가 파생되는 효과를 낳는다. 김나형 대표는 위와 같은 활동을 통한 디스위켄드룸의 ‘브랜딩화’가 함께 진행되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노두용 대표의 <실린더>는 2020년 설립한 가장 젊은 갤러리로서 앞선 두 갤러리와 ‘작가의 성장’을 중시한 운영 철학을 공유하지만 더욱 실험적인 방식을 진행한다. 실린더의 연례 프로그램인 ‘토크 (Torque)’는 학부 졸업을 앞둔 작가들의 졸업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이다.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며 이들과 함께 개인전을 진행하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실린더와 작가의 ‘우상향’을 의도한다고 밝혔다. 또한 실린더는 전시를 선보이기 이전에 미술과 연관이 전무한 이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행위를 우선한다고 말한다. 아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대중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고 컬렉터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갤러리 기체>, <디스위켄드룸>, <실린더>는 갤러리 성장의 가장 원론적인 방법인 ‘작가의 성장’을 중시한다고 말하며 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세 갤러리는 각기 다른 방법을 통해 동일한 목표를 이루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제이슨 함>과 <갤러리 스탠>은 유연한 시각을 바탕으로 갤러리를 성장시켰다. 함윤철 대표는 작품을 사고 파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구매자와 판매자, 그리고 작가와 갤러리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적인 시야를 통해 갤러리를 성장시켰다. 송인지 대표의 <갤러리 스탠>은 미술 작품을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 생각하며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통한 ‘갤러리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고자 하였다.
<제이슨 함>의 함윤철 대표는 갤러리 운영을 사업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현재 저평가된 좋은 작가와 작품을 구매자에게 내놓으며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전략을 펼쳤다. Urs Fisher와 같은 해외 블루칩 작가를 포섭한 것 또한 그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함윤철 대표는 작가와의 관계성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관계 인지와 부드러운 표현을 통해 계약을 이뤄내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작가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라 밝힌다.
<갤러리 스탠>의 송인지 대표는 가장 과감한 방식을 펼친다. 문화예술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생각 아래 패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업을 진행한다.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 및 음악, 컬쳐 트렌드 등이 총집합한 행사인 2024년 ‘컴플렉스콘’에 아시아 최초로 초청을 받아 참여가 예정되어 있으며, 미국 서부에서 진행하는 K-pop 페스티벌에 진출하는 등 융복합적 문화의 일부로서 갤러리 형태에 접근하며 운영하고 있음을 밝힌다. 또한 전속 작가와 더불어 갤러리 스탠의 ‘크루쉽’ 개념을 통해 약 40명 정도로 구성된 작가 집단을 통해 갤러리의 색을 구축하고 있다.
위 3세대 갤러리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첫번째는 Globalization이다. 갤러리 기체는 (첫 해외아트페어로 독일 ‘아트 쾰른’에 참여했다가, 여러 측면에서) 접근성이 높은 국내와 아시아에서 토대를 다지는 게 먼저라는 확신을 갖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며, 컬렉터 뿐 아니라 현지 갤러리, 기관 등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성장 동력을 키웠다. 갤러리 스탠은 미국,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갤러리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이 규모와 관심도 면에서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며 젊은 작가에 대한 관심 또한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내 컬렉터들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Globalization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인지 대표는 한국의 컨텐츠 파워는 지금 전세계에서 열광하며 주목 받지만, 그것이 국내에서 소화될 수 있는 컨슈머 파워가 부족함을 꼬집으며 한계점을 짚었고, 윤두현 대표 또한 작품 구매를 제안할 때 다수의 구매력 있는 국내 컬렉터들이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이우환과 같은 대가의 작품을 여전히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발전을 위해 김나형 대표는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영원한 숙제라고 말하며 이들의 유입을 위한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노두용 대표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국내 컬렉터 층이 학창시절에 받은 원론적인 미술교육의 한계를 꼬집으며 컬렉터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의견으로, 함윤철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의 관심도가 프리즈 기간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의 한계를 이야기 하며 갤러리들이 더 모일수 있는 컨텐츠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윤두현 대표도 각자의 플레이어들이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비유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규모가 큰 갤러리, 신생 갤러리, 중간 규모의 갤러리 등 체급이 비슷한 갤러리가 모여 서로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한국 미술시장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임을 말하며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주연화 모더레이터는 현 시점 미술시장은 기회이면서 위기가 될 수도 있는 굉장한 과도기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단숨에 메이저 갤러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한 것이다. 3세대 갤러리를 포함한 앞으로도 생겨날 신생갤러리들이 어떠한 전략을 바탕으로, 또 적절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며 세계로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갤러리 ‘크래프트 온 더 힐’과 ‘호호재 서울’에서 근무하며 공예,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신진 작가 위주의 작업과 함께 시각예술의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진행하며 이들의 성장과 지원에 큰 목적을 두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