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현실의 문제들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사회 현상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며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는 기회를 가진다. 오래전부터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사회적 담론 형성’은 예술가들의 예술적 실천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현재도 예술과 예술가들이 가져야 할 책임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사회적 현상에 저항하며 미래로 향하는 올바른 방향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예술과 사회는 서로가 긴밀한 영향을 끼치며 나아간다.
환경, 전쟁, 차별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년 여름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세계 곳곳의 전쟁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인종, 국가 간의 갈등과 차별 또한 끊이지 않으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토크에 참여한 사라 카메론 선데(Sarah Cameron Sunde), 이끼바위쿠르르 조지은, 다나카 코키(Tanaka Koki) 세 명의 작가는 이같은 문제를 각자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밝힌다. 이들은 사회 문제를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리며 우리의 의식 변화를 촉구한다.
이번 토크 세션에서는 앞서 밝힌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작품 속 메시지와 함께 해당 메시지를 담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와 함께 예술이 사회 문제의식에 작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사라 카메론 선데(Sarah Cameron Sunde)는 뉴욕에서 마주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도시가 자연 앞에서 끝없이 무력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기후 위기, 나아가 ‘물’이라는 존재가 인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하여 의식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36.5 시리즈>는 사라가 직접 12-13시간 동안 조수 사이클을 느끼며 물속에 서 있는 것을 촬영한 작업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의 행동에 동참하며 작품에 직접 개입하기도 하며 멀찍이 아티스트의 행동을 관찰하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사라는 허리케인을 경험하며 어쩌면 뉴욕이 물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을 가지며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후 위기에 저항하는 개인의 모습을 창작하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모습에 투영하여 해당 시리즈를 제작하였다고 밝혔다.
그녀는 방글라데시, 케냐 등 다양한 곳에서 작업을 진행하며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물을 숭배하는 토속부족과 작업을 하며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경험하고 이러한 퍼포먼스가 우리에게 어떠한 감응을 미칠지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다. 스스로를 스펀지와 같다고 칭하며 세계 곳곳의 경험과 지식을 뉴욕 작업실에 옮기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그녀는 뉴욕에서 시작된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 스케일, 인류 스케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라는 자신의 작업에서 참여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관람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작업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며 이 과정에 참여는 포인트가 되는 요소라 말한다. 그녀는 작업 속에 타인을 초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참여를 촉구하였으며 이러한 참여를 지속시키고 유지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참여라는 방법을 통해 얻은 개개인의 사고들이 장기적으로 연결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끼바위쿠르르의 조지은은 섬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인식과 함께 그 섬에 남아있는 전쟁의 흔적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녀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도를 포함한 다양한 섬에 방문하게 되며 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였다. 섬에 방문하기 위하여 활주로 등을 이용해야 했었고, 이는 그녀에게 이질감을 주었다. 이 이질감을 추적하니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고 이를 추적하여 탄생한 작업이 <열대 이야기>이다. 남태평양과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을 방문하며 벙커와 버려진 비행기 등 전쟁의 흔적을 발견하였으며 이 속에서 한국 사람들이 연관된 것 또한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학식이 깊지 않은 사람들이었기에 기록을 남길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으며 <열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포함하여 전쟁 희생자를 위한 섬 곳곳의 추모비를 촬영하여 영상에 담았다
<해초 이야기>는 <열대 이야기>와 같은 작업이라고 작가는 밝혔다. 그녀는 역사적으로 제주도의 해녀들이 감태를 일본에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모습이 남태평양 사람들이 지배자들에게 코코넛을 판매하는 행위와 닮았다고 생각하였다. 작가는 한국은 아픈 과거를 지우는 형태로 발전하였기에 미래에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제주 하도해녀합창단의 노래를 통해 이 아픈 과거를 보듬고 치유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조지은은 섬이 가진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보듬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두 작품을 내놓았다. <열대 이야기>를 통해 섬의 특수성과 상처를 말하고, <해초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들을 통해 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관하여 설명한다. 그녀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섬에 남은 흔적들을 어떻게 마주하여야 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라고 말한다.
마지막 발언자 다나카 코키(Tanaka Koki)는 <다치기 쉬운 역사들>을 통해 일본 자국내에 만연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며 이와 같은 차별과 혐오를 거두기 위한 의식 개선을 촉구한다. 영화는 3세대 재일교포를 주인공으로 하며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며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2개의 역사적 순간 중 하나는 1923년 간토대지진 후 조선인들의 학살이다. 한 공간에서 이 역사적 사실을 추모하는 사람과 혐오 발언을 옹호하는 사람의 대립을 보여준다. 코키는 해당 영화와 함께 컵을 계속해서 세우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영상작품 보여주며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작가는 2018년 일본 내 점점 증가하는 혐오와 차별 문제에 주시하고자 해당 작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일본 자국내 존재하는 차별 문제를 관람자에게 인지시키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컵을 끊임없이 세우려고자 하는 다른 작품을 통해 설파한다. 사회 구성원이 끝없는 노력을 통해 해당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코키는 아티스트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대부분 아티스트들이 정치적 행동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는 은유적인 메시지를 가진 작품을 ‘정치적인 타이밍’에 맞추어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므로 예술 활동에는 올바른 메시지와 타이밍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곧 아티스트가 사회에서 가져야 할 역할이라 말한다.
이번 토크를 통해 세 명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동일하다고 느꼈다. 사회와 예술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예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관람자의 의식을 변화시켜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보며 관람자는 예술가만의 고유한 시각, 감정. 표현을 살피며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예술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공감하거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세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예술이 가진 다양한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갤러리 ‘크래프트 온 더 힐’과 ‘호호재 서울’에서 근무하며 공예,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신진 작가 위주의 작업과 함께 시각예술의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진행하며 이들의 성장과 지원에 큰 목적을 두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