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오는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홀에서 열린다. 올해는 Art Seoul이라는 새로운 공통 명칭을 내세웠으며, 아시아권에서 국제적으로 발돋움 하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한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K-아트 컨버세이션’ 등을 통해 국제 미술계 전문 인사들의 초청을 대폭 확대했다. 필자는 이처럼 행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적극적 전략을 펼치는 이번 KIAF가 도약을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 경제적 위상 강화와 더불어 동아시아 미술시장의 규모 또한 매년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역내의 문화적, 인적 교류를 위한 인프라와 제도적 환경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고 시민들의 정보접근 역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범위한 가능성들로 인해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미 아트바젤과 같은 대규모 아트페어가 홍콩에서 시작되어 잠재성을 선점해가고 있다. 홍콩 아트바젤은 이미 3,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는 KIAF와 같은 아트페어를 15배 이상 앞지른 수치다.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역내의 다양한 도시들이 자신들의 특색을 강조하면서 문화적, 예술적 역량을 키워가리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예술적 허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일 것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한국화랑협회(Korean Galleries' Association)가 주도하여 2002년 창설된 이래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아트페어다. 여기에는 매년 평균 180여 개의 국내외 갤러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중 통상 60개에 달하는 해외 갤러리가 이 행사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에서 열리는 5일 동안의 아트페어 기간 중 이곳을 방문하는 인원은 평균 8만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매출은 200억 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한국의 경제적 규모를 감안할 때 매우 적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동시대미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그로 인한 애호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매우 커다란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기대되는 미술시장 규모가 1조 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면 4,500억 원에 머무는 현재의 미술시장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 KIAF 2016은 Art Seoul이라는 명칭을 함께 표기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새롭게 국제적으로 발돋음 하려는 야심찬 비전을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을 다양한 주체들이 공유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 문체부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당한 관심을 쏟았으며, 이를 위해 주요 예술정책자문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KAMS)를 통해 KIAF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협업했다.
금번 KIAF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다.
그 첫 번째는 국제적인 미술계의 저명인사들에게 한국의 아트 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권을 중심으로 약 100명 가까운 VIP 미술관계자 및 컬렉터들을 초대했다. 이러한 대규모 초청행사는 최초로 시도되었던 것으로, 한국 동시대미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해와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K-ART Conversation’으로, ‘2016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프로그램의 일환인 이 행사에서 국제적인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정책, 시장, 경영, 수집, 감정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새롭고 통찰력 있는 정보와 견해들을 공유했다. 이는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뿐 아니라 일반 컬렉터들에게도 유용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세 번째로 ‘스페셜 홀웨이(Special Hallway)’ 특별전이 열렸는데, KIAF 전시장 내부에 국내외 작가 9명의 대형조각 및 설치작업들이 전시됨으로써 아트페어를 거대한 동시대미술 전시장으로 변모시켰다. 아트페어가 단순히 미술품 거래의 공간이 아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위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획은 많은 아트페어 방문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올해의 주빈국인 대만을 소개하는 행사로서 현지의 대표적 갤러리들이 초청되어 아시아 미술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 대만 동시대미술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를 위해 대만 현대미술에 대한 특강이 10월 13일에 함께 열렸다. 또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직접 미술품 감정의 세부적인 노하우와 팩트들에 대해 설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점점 복잡해질 뿐 아니라 진위를 둘러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미술품 감정을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 보다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년에는 특별히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주관하는 ‘2016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행사가 열렸다. 해외 미술창작 및 미술시장 전문가들에게 국내의 갤러리 및 소속작가들을 홍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된 이 행사는 20여 개의 갤러리 쇼케이스, 개별 화랑전시, 토크 프로그램, 네트워킹 파티 및 아트 투어 등으로 구성되었다. 갤러리 쇼케이스는 선정된 20여개 화랑에서 추천한 신진작가의 쇼케이스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들이 함께 모여 화랑관계자, 기획자, 컬렉터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네트워킹 리셉션’을 운영했다. 이는 동시대미술의 가장 커다란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전문적인 프로모션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술계와 시장에서 이들을 알아보고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는 아트 스펙트럼, 공장미술제, 아시아프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프로모션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왔는데, KIAF와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토크 프로그램에는 세계적인 컬렉터, 아트딜러, 언론인 등이 초청됐다. 이제까지 국제적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있어 KIAF가 소극적이었다면, 이러한 전환은 새로운 전략적 도약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킹의 제고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금번 KIAF부터는 KAMS와의 협력을 통해 초청인사 부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을 위한 컨시어지 프로그램도 강화하여 일관된 스케쥴에 의한 리셉션, 투어, 렉쳐와 토크 등이 이어졌다. KIAF가 새로운 표준과 기준들을 수립해나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하겠다. 이러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전문성에 따른 경쟁은 당위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예술품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흥미로운 이벤트와 우수한 서비스를 위해 끊임없이 해결책들을 모색해야만 하는 것이다.
※ 이 원고는 홍콩의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AsiaPacific)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협력으로 발행되었으며, 아트 아시아 퍼시픽의 특별부록 ‘한국 비엔날레’(Biennales in Korea, No.100, Sep/Oct 2016)에 먼저 출판되었다.
계원디자인예술대 프로젝트아트 책임교수로 재직중이며, 서울대 서양화과,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 파리 국립1대학 조형예술과 D.E.A를 졸업했다. 제1회 아시아프(2008)과 2012년 서울국제미디어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