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프리즈&피악 유럽 아트마켓, ‘후끈’ 달아오르다

posted 2015.12.17

10월의 유럽 아트마켓은 런던의 '프리즈 위크' (Frieze Week, 10. 5~9)와 파리의 '피악 위크' (FIAC Week, 10. 22~25)으로 내내 '화끈' 했다. 초대형 설치부터 퍼포먼스 같은 비물질 작품까지 현대미술의 모든 것을 망라한 프리즈런던과, 고미술부터 2000년 이전에 제작된 미술품을 다루는 프리즈마스터즈, 프랑스 로컬갤러리의 힘이 막강한 피악. 전 세계 주요 콜렉터, 큐레이터, 기관 관계자 등 미술인이 모두 모인 '파티'의 현장이기도 했다. 특히 '프리즈 위크'는 역대 최대 관객 수를 갱신하며 그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페어의 히트작부터 부대행사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아트페어에서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현장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큐레이팅된 부스로 재탄생한다. 10월 중순 2주에 걸쳐 진행된 
런던의 프리즈 위크와 파리의 피악 위크를 통해 유럽 미술시장의 단면을 살펴보자. 10월 유럽의 미술시장은 런던의 프리즈아트페어 개막과 함께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 아트페어는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프리즈런던’과, 고대 미술품부터 제작년도가 2000년 이전인 현대미술까지 전시하는 ‘프리즈마스터즈’, 이렇게 두 개의 페어로 구성된다. 올해 13회를 맞이한 프리즈런던에는 27개국 164개 갤러리가, 4회째인 프리즈마스터즈에는 13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두 페어의 관람객수는 10만 5,000명으로 집계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프리즈마스터즈의 관람객이 5만 명으로, 작년의 3만 7,000명에서 급증하여 눈길을 끌었다.




프리즈, 라이브 작품의 신선함 vs 메이저 작가의 지루함


신선하고 혁신적인 미술을 선보이겠다는 프리즈 설립 초기의 목표는 프리즈런던의 ‘포커스’와 ‘라이브’ 섹션에서 잘 이어지고 있다. ‘포커스’는 신진 갤러리를 위한 공간으로 36개의 갤러리가 참여하여 전시장 면적의 약 25% 정도를 점할 정도로 중요성이 부각된 섹션이다. 설치작품이 많은 반면 영상이나 기술을 이용한 작품은 흔하지 않았다. 이 섹션에서는 특히 선데이페인터(The Sunday Painter)에 전시된 사마라 스콧(Samara Scott)의 “Lonely Planet II”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전시장 바닥을 파고 물을 넣은 후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용품들로 그 안을 가득 채웠다. 네일컬러 리무버, 공기청정제, 치약, 섬유유연제 등은 사소하지만 사람들이 변화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소비하는 물건들이다. 멀리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채에 끌려 가까이 다가가보면 하수도의 단면을 보는 듯한 불편한 기분이 든다. 작가가 말하듯이 “욕망과 역겨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작년에 첫 선을 보인 ‘라이브’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섹션으로 갤러리 부스들이 마주한 통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올해 KIAF에서 선보인 ‘스페셜 홀웨이’나 아트바젤홍콩의 ‘인카운터스’처럼 페어장 곳곳에서 대형 설치작품을 보여 주는 자리에 프리즈런던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라이브 섹션을 운영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한 작품은 일본작가 가가미 켄의 “If You Are Game, We’re Game”이었다. 30초 만에 여성은 가슴, 남성은 성기를 우스꽝스럽게 스케치해주는데 굳이 옷을 벗을 필요는 없다. 스케치는 무료이지만 이 퍼포먼스 전체를 사려면 6,500파운드(약 1,142만 원)를 내야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자칫 격식을 따져 답답할 수도 있는 아트페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다는 미사코&로젠(Misako & Rosen)갤러리의 의도가 100% 맞아 떨어진 퍼포먼스였다.


리만머핀의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 서도호의 “Hub, London Studio”가 보인다리만머핀의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 서도호의 “Hub, London Studio”가 보인다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페어의 가장 중요한 섹션인 ‘메인’은 이제는 웬만한 메이저 아트페어에서 만날 수 있는 똑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좀 실망스러웠다. 세계의 대도시들이 같은 체인의 상점들로 채워지며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요즘 같이 미술시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도전적인 작품보다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를 앞둔,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는 프랑스 컬렉터 실비안 레비(Sylvian Levy)의 말(온라인 매체 [아트시]와 진행한 인터뷰)이 실감 나는 상황이었다. 한국 갤러리로는 국제갤러리(양혜규 등)와 갤러리현대(문경원& 전준호)가 참여했다. 리만머핀(Lehmann Maupin)빅토리아미로(Victoria Miro)의 부스에는 서도호 작가의 천으로 만든 방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야외 전시장인 조각공원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갤러리현대가 이승택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판매 소식은 페어 기간 내내 넘쳐 났다. 갤러리부흐홀츠(Galerie Buchholz) 부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마크 레키(Mark Leckey)의 대형 풍선 작품 “Felix the Cat” 앞에서는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다양한 포즈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 작품은 프리뷰 당일 7만 5,000달러(약 8,690만 원)에 판매됐다. 리슨갤러리(Lisson Gallery)는 런던 왕립예술아카데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의 “Iron Root”(2015)를 50만 유로(약 6억 1,538만 원)에 중동 컬렉터에게 팔았다. 화이트큐브에서는 데미언 허스트의 “Holbein(Artist’s Watercolours)”(2015)가 120만 달러(약 13억 9,044만 원)가 넘는 가격에 주인을 만났다. 리만 머핀에서는 서도호의 작품이 인기가 많았는데 “Hub, London Studio” (2015)는 35만~45만 달러(약 4~5억 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프리즈아트페어에서는 프리즈프로젝트라는 비영리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올해에는 페어가 열리는 리젠트파크의 임시 텐트에 영감을 받아 이동식 건축의 대안적 쓸모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들이 페어장 곳곳에 전시됐다. 그중 AYR콜렉티브의 “Comfort Zone”은 ‘똑똑한 침실’을 표방하여 아이폰 충전기가 설치된 여섯 개의 침대를 갖다 놓았다. 특히 젊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침대에 눕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오래도록 쉬어 가는 바람에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침대에서는 전문적인 테라피스트들이 치열한 노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장 스태프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웰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왼쪽) AYR콜렉티브 <Comfort Zone>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5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_관람객이 쉴 수 있는 침대와 휴대폰 충전기를 배치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네트워킹에 치중한 아트페어의 현실을 에둘러 비판한 작업. 오른쪽) 톰 프리드먼은 인체 형상의 목조각으로 페어의 칵테일 파티 장면을 연출했다.왼쪽) AYR콜렉티브 <Comfort Zone>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5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_관람객이 쉴 수 있는 침대와 휴대폰 충전기를 배치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네트워킹에 치중한 아트페어의 현실을 에둘러 비판한 작업.
오른쪽) 톰 프리드먼은 인체 형상의 목조각으로 페어의 칵테일 파티 장면을 연출했다.

올해 프리즈프로젝트의 수상자는 1986년생 미국 작가인 레이첼 로즈(Rachel Rose)였다. 프리즈아트페어 텐트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리젠트파크에 서식하는 쥐, 여우 등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의 조명과 음향을 설치했다. 동물의 생활상을 경험하며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는 의도가 내포된 작품이었다. 작가는 서펀타인새클러(Serpentine Sackler)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 또 다른 영상작품 2점을 선보이며 자신의 폭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뽐냈다.


한편, 프리즈마스터즈는 새롭게 창작되는 작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여 주는 아트페어인 만큼 작품을 보여 주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는 또한 매년 참신한 시도로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치열한 아트페어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즈’란 섹션 역시 이런 실험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참여 갤러리들은 기원전에 만들어진 이집트 나무 조각, 일본 에도시대 담배함인 네츠케 등 박물관의 전시에서나 봄 직한 역사적 유물들을 전시했다.


‘메인’ 섹션에서는 카스텔리갤러리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갤러리콘티누아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말보로파인아트가 프랭크 아우어바흐의 작품을 선보이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20세기 미술을 보여 주는 개인전 형식으로, 한국의 갤러리현대는 박현기, 학고재는 정상화 작가의 개인전으로 꾸몄다. 이외에도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는 권영우를, 악셀페어보르트(Axel Vervoordt)는 윤형근을, 도미니크레비(Dominique Levy)는 정상화의 작품을 전시해 국제 미술시장에서 단색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부스는 헬리나마드(Helly Nahmad)의 부스였다. 작년에 1960년대 파리의 컬렉터 아파트를 연출해서 인기를 끌었던 이 갤러리는, 이번에는 장 뒤뷔페가 영감을 얻었다는 1940년대 프랑스의 정신병원을 연출했다. 언뜻 보기에는 작업에만 열중하는 작가의 스튜디오처럼 보이는 이 세트는 환자들의 작품을 관찰하는 과정까지 거치며 완성된 부스로 페어 기간 내내 사진 찍는 관람객들로 넘쳐 났다. 이 부스에 전시된 장 뒤뷔페의 작품은 점당 65만~350만 달러 범위에서 거래됐다.


위) 런던 헬리나마드(Helly Nahmad )의 프리즈마스터즈 전시 전경. 장 뒤뷔페의 작품과 함께 1945년 무렵 작가가 머물렀던 정신병원의 모습을 재현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아래) 래이티아 바도 하우스만 <When the Sun and Neptune> 2015위) 런던 헬리나마드(Helly Nahmad )의 프리즈마스터즈 전시 전경. 장 뒤뷔페의 작품과 함께 1945년 무렵 작가가 머물렀던 정신병원의 모습을 재현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아래) 래이티아 바도 하우스만 <When the Sun and Neptune> 2015

피악, 비유럽권 갤러리의 약진


프랑스 ‘정통’ 아트페어의 우아한 아우라 이제 파리의 피악으로 넘어가 보자. 파리에서는 피악의 VIP 오프닝 시작 이틀 전부터 소규모 아트페어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10월 19일 개막한 ‘아시아나우’였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페어는 아시아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페어로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갤러리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갤러리 19개가 참여했다. 한국 갤러리로는 313아트프로젝트가 참가했고, 쾰른에 근거지를 두고 한국 작가들을 많이 소개하는 초이&라거,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인 리차드고파인아트, 그 외 아른트(Arndt), 드사르스갤러리(de Sarthe Gallery), 에두아르말랭그갤러리(Edouard Malingue Gallery) 등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활동하는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미셸 마제루스 “Overdose” 1997 피악 전시 전경 미셸 마제루스 “Overdose” 1997 피악 전시 전경

전시 작가들은 나티 우타릿(Natee Utarit)과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 등을 포함하여 아시아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 중심이었다. 한국 작가는 이세현 최수앙(이상 초이&라거) 이우환 박서보(이상 313아트프로젝트) 이배(프랑스 RX갤러리) 등이 선보였다. 10월 20일 화요일에는 피악의 자매 페어인 ‘오피시엘(Officielle)’의 오프닝이 있었다. 신진 작가와 동시대 미술에 특화된 오피시엘은 올해 2회째를 맞이하여 17개국 6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50개의 해외 갤러리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의 갤러리들로 부스 전체를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꾸민 갤러리들이 많았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상하이의 메이드인갤러리(MadeIn Gallery)는 루핑위엔 개인전을 열었는데, 온 카와라의 “Today Series”를 차용한 날짜 그림과 중국 전역에서 공수한 각종 문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피악이 열리는 그랑팔레의 투명한 유리 천장은 이 아트페어의 우아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아트페어와는 다른 아우라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만든 커미션 작품인 우창(Wu Tsang)의 대형 조각이 2층 발코니 정면에 설치되며 우아함이 더욱 고조되었다. 피악의 최근 경향을 보면 유럽 갤러리의 참가 비율이 2013년 73%에서 2014년에는 65%, 올해에는 68%로 다소 낮아지고 비유럽권 갤러리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23개국에서 온 173개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관람객은 7만 명이 넘었다. 1층에는 근현대 미술 갤러리가, 2층에는 신진 작가를 선보이는 ‘라파예트 섹터’를 포함하여 동시대 미술과 신진 작가 위주의 부스가 들어섰다. 우선 일층에 위치한 대형 갤러리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왼쪽) 우창 “Pay No Attention to the Man Behind the Curtain” 2015 피악과스와로브스키의 파트너십 ‘스와로브스키 프로젝트’의 첫 커미션 작업. 그랑팔레 중앙 입구에 놓여 페어의 ‘얼굴’이 됐다. 오른쪽) 비비안 루보 “풍선, 카운터, 전기 스쿠터 전송, 샹들리에, 슬립 링, 오토바이 체인, 24볼트” 2015왼쪽) 우창 “Pay No Attention to the Man Behind the Curtain” 2015 피악과스와로브스키의 파트너십 ‘스와로브스키 프로젝트’의 첫 커미션 작업. 그랑팔레 중앙 입구에 놓여 페어의 ‘얼굴’이 됐다.
오른쪽) 비비안 루보 “풍선, 카운터, 전기 스쿠터 전송, 샹들리에, 슬립 링, 오토바이 체인, 24볼트

개빈브라운(Gavin Brown’s Enterprise)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작품인 빨간색 자동 개폐 커튼을 부스 정면에 설치해 마치 공연 무대와 같은 효과를 연출했다. 하우저&워스(Hauser & Wirth)는 지난 1월 파리에서 샤를리 앱도를 겨냥해 발생한 테러와 관련 지어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부스를 큐레이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데우스로팍(Galerie Thaddaeus Ropac)에서 인기가 있었던 작품은, 부스 안쪽에 자리 잡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던 얀페이밍(Yan Pei-Ming)의 호랑이 그림으로 30만 유로(약 3억 6,928만 원)에 판매되었다.


로버트 롱고(Robert Longo)의 숲을 소재로 한 목탄화 역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얼핏 보면 배병우의 소나무 숲 사진과도 닮은 이 그림은 50만 유로(약 6억 1,547만 원)에 주인을 만났다. 뉴욕의 퍼커스맥카프리(Fergus McCaffrey)는 일본 구타이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는데, 시라가 카즈오의 작품이 250만~400만 달러(약 29억~46억 원) 선에 거래되었다.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 부스에서는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작품이 점당 6만~35만 달러(약 7,000만~4억 원) 사이에서 거래되었다. 피악에서 선보인 한국 작품은 정창섭(갤러리페로탕), 이우환(카멜메누르), 윤형근(사이먼리) 등 단색화 작품 위주이며, 그 외 전광영(란다우파인아트)과 이불(리만머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2층의 부스 중에서는 미국에서 온 앤드류크랩스(Andrew Kreps)갤러기가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르크 카미유 셰모비츠 (Marc Camille Chaimowicz)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몄는데 장미와 아이스크림콘 등을 모티브로 벽지 러그 회화 가구가 어우러져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안락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실내를 연출했다.


왼쪽)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 오른쪽) 스튜어트쉐이브/모던아트의 마크 플러드 잉브 홀렌의 2인전 전시 전경, 프리즈아트페어의 2015스탠드프라이즈 우승작왼쪽) 프리즈아트페어 전시 전경
오른쪽) 스튜어트쉐이브/모던아트의 마크 플러드 잉브 홀렌의 2인전 전시 전경, 프리즈아트페어의 2015스탠드프라이즈 우승작

아트페어, 문화관광 매출의 견인차


피악과 프리즈 모두 부대행사로서 토크 프로그램과 조각공원 조성에 그치지 않고, 퍼포먼스, 아티스트 필름, 사운드아트 등 점차 다양해져 가는 미술의 모든 장르를 보여 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프리즈의 경우 조각공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페어장에서 진행되므로 아트페어 관객만을 위한 것이라면, 피악은 ‘벽을 넘어서’라는 뜻의 “Hors Les Murs”라는 제목으로 도시 전역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적인 행사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우선 조각 설치 작품의 경우, 파리 시내의 튈르리 공원과 식물원에 각각 20점 미만의 작품을 전시했다. 피악과 오피시엘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또 하나의 장소인 셈이다. 관광객뿐 아니라 파리 시민들 역시 많이 찾는 이 두 공원은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피악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야외 전시는 올해 12월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유명 보석상들로 가득 찬 방돔 광장에도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건축적인 작품이 설치되었는데, 그냥 지나치는 행인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 작품 안이 엄청나게 붐볐다. 또한 튈르리 공원에서는 아티스트 필름을 특별한 방식으로 상영했다. 바로 “시네페메르(Cinephemere)”라는 프로그램으로, 공원 한편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상영관에서 필름을 보는 것이다. 느긋한 토요일 오후에 산책을 하다 자리를 예약하고 상영 시간에 맞춰 돌아와 아티스트 필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뿐 아니라, 센 강을 따라서는 “Sounds by the River”라는 사운드아트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도시 전체가 미술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10월 중순 런던과 파리에서 연이어 열리는 아트페어 일정은 내년에는 좀 달라질 예정이다. 프리즈가 유대교 최대 명절인 속죄일(Yom Kippur)을 피해 2016년에는 10월 초에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피악과 2주의 시간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정 변경이 미술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런던을 기반으로 미술시장의 경제학과 역동성에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미술시장을 연구해 온 컨설턴트인 제레미 엑스타인(Jeremy Eckstein)은 “문화관광은 홍보 비용 1유로당 최대 7유로의 매출이 발생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큰데, 특히 아트페어 관람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 수준이 월등히 높아 도시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아트페어는 단지 미술시장의 연례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 본 기사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프로젝트비아(PROJECT ViA)의 지원으로 아트인컬처와 더아트로가 함께 기획·게재하는 글입니다.

박수강 / 에이엠콤파스 공동대표

미술시장 분석회사 에이엠콤파스 공동 대표. 연세대 학사, 뉴욕주립대 회계학 석사,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싱가포르 캠퍼스) 아트 비즈니스 석사. 공저 “아트마켓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