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국내미술계의 최대 행사는 9월 6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10월 3일부터 7일까지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2013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거시기, 머시기 Anything, Something' 라는 주제로 자연, 지역,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를 보여주고자 했고, 12회를 맞이한 KIAF는 국내 미술시장의 현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두 행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과 남긴 숙제는 무엇인지 리뷰를 통해 들어보자.
지난 10월 3일 개최된 ‘2013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13: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이하 키아프.)’가 7일 폐막식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관람객은 총 8만 5천여 명, 약 190억 원대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협회가 내놓은 결과 보고서에 기반하여 언론 매체들은 저마다 “경기 회복?… '2013KIAF' 그림 팔렸다… 190억 매출 작년보다 50억↑”([아주경제]), “2013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13) 폐막, 190억 판매에 8만 5천여 명 입장”([CNB 저널])이라는 제목으로 키아프의 성과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대부분의 상업 갤러리들이 마켓 불황에 울상을 짓고 있는 지금, 정말 키아프의 성과는 언론이 전달하듯 성공적이었을까? 아트페어는 기본적으로 ‘상업 갤러리들’이 함께 모여 미술시장을 열어놓고 작품을 ‘판매’하는 곳으로써, ‘작품 구매 고객’ 유치를 위하여 단순히 판매의 장을 구성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 교육 서비스 또한 제공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아트페어의 이 기본 정의에 따라 2013 KIAF를 살펴본다면, 그 성과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키아프2013의 성과, 정말 성공적이었을까? 올해 키아프에는 15개국 183갤러리(국내 130곳, 해외 53곳)가 참석하였다. 국내에서 15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하였고, 일본, 중국, 독일, 영국 등 해외 갤러리는 총 53곳이 참여하였다. 키아프는 몇 해 전부터 매해 키아프에 초대국가를 정하여 특정 국가의 갤러리들이 키아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주빈국은 독일이었다.
모든 페어가 그러하듯, 최고 브랜드의 최고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 가장 좋은 페어이다. 키아프 또한 어떤 갤러리들이 어떤 작품들을 가지고 페어를 열었느나에 따라 그 퀄리티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째로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라는 표현에 맞지 않게 한국 갤러리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더불어 해외 갤러리의 브랜드가 일반 대중은 잘 모르겠으나 각국을 대표하는 톱 수준의 갤러리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한국의 참여 갤러리들은 메이저 갤러리에서부터 신생 갤러리, 서울에 위치한 갤러리에서부터 지방에 위치한 갤러리까지 다양하였으나, 선보인 작품들 또한 대표작가를 선보인 몇몇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그 가격대에서부터 작품의 수준까지 지나치게 폭이 넓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손쉽게 살 수 있는 저렴한 작품들의 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키아프가 점차 저가 마켓으로 변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켓으로써의 키아프를 진단하다 상업 갤러리가 아트페어에 참여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아트페어가 진행되는 지역의 마켓이 어떠한 성격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어떤 가격대와 어떤 성향의 작품들이 주로 판매되는지가 특정 아트페어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바젤아트페어(Art Basel)’에서는 수백억 원대의 작품부터 몇백만 원대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거래된다. 평균적으로는 억대 이상이 주로 거래되며, 그렇기에 우리는 바젤을 최고 수준의 마켓이라 여긴다. 아시아의 주요 두 아트페어인 바젤홍콩(Art Basel, Hong Kong)과 싱가폴 아트스테이지(Art Stage, Singapore)를 비교해보면 바젤 홍콩에서는 억대 이상의 작품이, 싱가폴 아트스테이지에서는 억대 미만의 작품이 주로 팔린다. 당연히 전체 판매 규모가 큰 곳이 더 수준 높은 아트페어가 되고, 참여 갤러리로서는 그러한 곳이 더 매력적인 마켓이 되는 것이다.
이번 키아프에서 최고 가격대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들이 아니었나 싶은데, 가격대는 약 2억~5억이었다(특별전 백남준 작가의 작품인 <피아노>는 약 13억 원 정도였으나 이 작품은 페어에 전시된 것이 아니기에 제외한다). 이 외 대부분의 작품들이 1억 원대 미만이었으며, 가장 활발히 판매된 작품의 가격대는 2천만 원 이하였다(1천만 원 이하의 작품이지만,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유명 작가의 판화들이 상당한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국내 작가보다는 해외 작가를, 젊고 떠오르는 작가보다는 유명하거나 원로 작가를, 그리고 고가의 작품 몇 점보다는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 여러 점이 거래되는 키아프는 아쉽게도 여전히 상당히 미성숙한 마켓이나, 그럼에도 새로운 소비 주류층으로 떠오른 40대 신규 고객이 페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미술 마켓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키아프,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아트페어의 성과는 얼마만큼 좋은 컬렉터들에게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판매되었는가이다. 바젤아트페어의 ‘VIP 오프닝’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약 700여 대 이상의 자가용 비행기가 바젤 비행장에 착륙한다고 한다. 이 VIP 고객들이 바젤아트페어 전체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의 성패는 페어 첫날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좋은 작품을 거래하는 아트페어일수록 작품을 사고자 하는 고객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젤아트페어가 얼마나 좋은 아트페어인지를 방증한다. 작품 구매 고객은 적고 아이 쇼핑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그리고 미술 시장이 구매자보다는 감상자로 넘쳐난다면, 아트페어의 실질적인 기능과 성과에 있어서는 실패라 볼 수 있다.
키아프에 참여한 한 갤러리스트에 따르면, 부스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 100명당 하루에 몇 명만이 작품 가격을 물었다고 한다. 이는 작품 구매자보다는 감상자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아프에서는 그 성과를 발표할 때 총 몇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보고하지만, 아트페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컬렉터가 페어를 방문했느냐에 있다. 비율로 보았을 때 구매자보다 감상자가 월등히 높은 키아프는 관람객 유치를 통한 가시화된 방문객 숫자의 기록보다는 작품을 구매하는 VIP 고객의 관계 증진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 한계가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전반적 마켓의 불황, 2007~2008년 불었던 미술시장 과열의 상흔, KIAF를 주최하는 것이 화랑협회로 화랑협회 회원 갤러리라면 그 작품 퀄리티에 상관 없이 어떤 갤러리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문제점이 KIAF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계 속에서도 얼마만큼의 적극적 노력들이 있었는가가 더 중요한 법이다. 키아프가 끊임없이 창조적 마인드로 그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주연화
주연화(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Global MBA(SKK GSB)를 마친 후,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디렉터를 역임하였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비영리공간 SPACEDA(Direct Art)를 설립해 운영했으며, 2009년에는 독일 국가브랜드 혁신회(Land of Ideas)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을 역임하였으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서울, 베이징을 총괄 운영하였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