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시장의 중심은 자본의 줄을 타고 옮겨 다니며 한 번 형성된 시장은 그 주인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뉴욕, 런던과 함께 현재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중심지는 홍콩이 그 교두보 역할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 유명 갤러리들은 홍콩에 분점을 내고 있으며, 아트 바젤은 2002년 미국 마이애미 진출에 이어 2013년 아시아 진출지로 홍콩을 선택했다. 이에 맞추어 홍콩 정부 또한 문화예술 산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는 등 지금 홍콩에서는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안방 주인이 되기 위한 많은 변화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아트바젤’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올해 첫 선을 보인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들여다보면서 왜 홍콩이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선택 받았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만이 세계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중국이 세계경매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일본, 한국 등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아시아 파워컬렉터들이 직접 지은 미술관과 재단에 구입한 작품들을 채워 넣고 있다. 서구의 갤러리와 딜러들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나오는 독특한 미적가치와 그 기준을 찾고,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
이처럼 아시아의 미술품 구매력이 신장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미술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동서양간의 미술시장은 균형을 이뤄가는 중이고, 온라인 아트페어 등의 다양한 미술품 판매채널이 생기고 있다. 또한 세계미술시장을 위기와 침체 속에서 건져 올려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아시아의 구매력 성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미술시장의 회복과 발전 신호를 제대로 보여 준 곳을 꼽으라면, 2013년부터 바젤의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홍콩 아트페어, ‘아트바젤-홍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홍콩 아트페어(Art HK)‘은 2008년부터 지난 5년간 운영되어 왔다. '아트바젤-홍콩’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올해는 35개국의 245개의 갤러리가 약 3,000여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인 만큼 참여 갤러리의 50%가 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갤러리로 구성되었다. 주최 측의 잠정적 집계에 따르면 올해 아트바젤-홍콩에는 프리뷰 날을 제외하고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홍콩 아트페어는 작년부터 이미 그 규모면에서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고시안(Gagosian), 화이트 큐브(White Cube), 콘티누아(Galleria Continua),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를 포함해 38개국에서 266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총 6만 7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08년 처음 페어를 시작할 때 1만 9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바젤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발한 이번 홍콩 아트페어의 전시 구성과 배치,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정돈되었고, 갤러리 부스 이외에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 공간이 더욱 강조되었다. 2012년, 아트바젤은 ‘아트-홍콩’을 인수한 직후 ‘갤러리’, ‘아시아원’, ‘아트퓨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나누어 이전보다 짜임새 있는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는 한 단계 수준을 높여 ‘갤러리’, ‘디스커버리’, ‘인사이트’, ‘인카운터’로 구분하여 아시아 신생갤러리와 신진작가를 돋보이게 만들었고, 큐레이팅 전시를 통해 아트페어의 상업공간을 전시공간으로 승격시켰다.
참가 갤러리의 50%를 아시아 기반 갤러리로 구성한 것이 ‘아트바젤-홍콩’이 다른 바젤 아트페어(스위스 바젤, 미국 마이애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디렉터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는 발표했다. 서구와 아시아 갤러리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아시아 지역 미술을 가지고 나온 갤러리가 많아졌다. 이는 최근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출신의 파워 컬렉터들이 아시아 근·현대 미술품을 수집하는 경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합자회사를 설립한 소더비가 ‘지금 중국시장에서의 작품 판매를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작품을 가지고 와야 한다.’라고 밝힌 말이 아트페어에서도 적용된 것이다. 즉, 서구작가일 경우 아시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브랜드파워가 있거나 색감에서 되도록 부를 상징하는 황색과 붉은 계열의 작품이 판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 컬렉터를 최고의 작품으로 모신다는 다소 묵직하고 세련된 ‘바젤-스위스’, 남미와 미국지역 큰손들의 휴양과 파티를 책임지고 있는 화려한 ‘바젤-마이애미’, 그리고 아시아 주요 컬렉터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고 다양한 아시아 현대미술을 세계무대에 소개하는 ‘바젤-홍콩’은 서로 다른 색을 띄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듯 보인다.
아트바젤-홍콩은 전시 외에도 지식과 정보 공유의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 자칫 상업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아트페어라는 공간을 다양한 기관이 준비한 프로그램 속에서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보인다. ‘갤러리스트와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페이스갤러리 디렉터와 작가 장샤오강의 대화 프로그램이, M+미술관 큐레이터와 홍콩지역의 작가들은 지역에서 성장한 재능 있는 작가에 대해, AAA(아시아 아트 아카이브, Asia Art Archive)에서는 글로벌 미술에 대한 토론인 ‘언팩킹 글로벌(Unpacking Global)’이란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홍콩이라는 지리적 입지 덕분에 아트바젤-홍콩은 서구와 아시아 지역의 최고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면서 동서양의 수준 균형을 보여줄 수 있는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하였다.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미적 가치를 지니되, 다른 문화권과 교류 가능한 여지를 가진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 ‘컬렉션 경향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지역의 작품들과 아시아의 관점으로 바라본 사회, 정치적 상황을 작품으로 풀어낸 동시대 미술,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텍스트 등 새롭고 실험적인 장르가 관심 대상’ 이라고 아시아의 신흥 컬렉터들은 ‘컬렉터 포커스1)’ 를 통해 밝혔다.
현대미술 관련 기관과의 협업도 돋보였다. 공식 교육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더욱 명성을 얻게 된 AAA는 홍콩아트페어가 비영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술시장 종사자 외 리서치기관, 대안공간등과 같은 비영리기관에도 고무적인 소식이다. 2000년 중후반부터 홍콩에서는 AAA와 같은 비영리 미술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파라사이트(Para site),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센터(Asia Society Hong Kong Centre), 원에이 스페이스(1a space), 프린지 클럽(The Fringe Club), 홍콩아트센터(Hong Kong Arts Centre), 우퍼텐(Woofer Ten), 오아이(Oi!) 등이 전시, 연구, 레지던스 등의 다양한 활동과 역할을 하고 있다.
1) Conversations-Collectors Focus-The Asia-Pacific Region, 페어 기간 중 열린 토크 프로그램. 참여컬렉터: Alan Lau 홍콩, Dick Quan 호주, Marcel Crespo 필리핀
큐레이팅 전시인 인카운터 구역에서는 양혜규 작가의 <단조롭고 불확실한 나날의 기록>과 오승열 작가의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큐레이팅 전시는 작년보다 넓은 공간에 설치되어서 관람객들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허락해 주었다. 큐레이터 유코 하세가와(Yuko Hasegawa)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트쇼핑의 공간에서 비엔날레급의 작품을 만나게 해주고, 대중의 문화향유를 넓혀주고자 했다.’ 고 말했다.
토크와 살롱 외에도 아트투어, 경매 등의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으로 더욱 풍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페어 기간 중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선 케이옥션이 참여한 유나이티드 아시아 옥션니어(United Asian Auctioneers)와 서울옥션경매가 열렸다. 또한 크리스티의 ‘20세기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는 한화 약 600억원 (HKD 414,950,000)의 성과를 거뒀으며2) 이 경매에서 홍경택 작가의 연필1이 약 9억6천만원에 낙찰되었고, 백남준, 강형구, 최소영 작가 등이 좋은 성과를 얻었다.
[표1] 13‘ 아트바젤-홍콩 참여 한국갤러리 및 한국작가
구분 | 갤러리 | 주요 참여 한국 작가 |
---|---|---|
갤러리 Galleries 171개 갤러리 참가 |
아라리오 갤러리 | 권오상, 강형구, 이동욱 |
학고재 | 이세현, 홍경택, 이배, 이우환, 이용백, 이영빈, 유현경, 송현숙 | |
갤러리 인 | 배준성, 황인기, 박선기, 한운성, 강석현 | |
국제 갤러리 | 김수자, 이우환, 양혜규, 김홍석, 이기봉 | |
원앤제이 갤러리 | 박지나, 이정, 강홍구, 오승열 | |
피케이엠 갤러리 | 이불, 배영환, 함진, 구동희, 임민욱, 이상남 | |
갤러리 스케이프 | 이형구, 김정욱, 정수진, 안규철, 유영호, 김성수 | |
인사이트 Insights 47개의 아시아-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갤러리들로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임 |
313 아트프로젝트 | 김인숙 |
갤러리 엠 | 이재용 | |
박여숙 갤러리 | 강강훈 | |
카이스 갤러리 | 원성원 | |
인카운터 Encounters 유코 하세가와(Yuko Hasegawa)기획한 총 17점의 설치작품전 |
양혜규 오승열 |
|
디스커버리 Discoveries 27개의 갤러리 참여, 상금 25,000달러의 ‘디스커버리 상’을 수상한 이머징 아티스트들의 1인 혹은 2인의 작품 전시 |
없음 | |
총 | 11개 갤러리 |
참고: http:www.artbaselhongkong-online.com
2) http://www.christies.com/results
외국 갤러리의 성과 역시 높았는데 가고시안 디렉터 닉 시무노빅(Nick Simunovic)은 “작품을 세 번 다시 걸었을 정도로 작품 판매성과가 높았다”고 밝히며,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갤러리가 많이 눈에 띄고, 작품도 새롭다. 작년대비 참여 갤러리 수를 줄이고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려고 한 주최 측의 노력이 엿보인다. 작품 및 참여갤러리 수준 조절은 사실 이미 작년부터 시작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문화사막이라 불리던 홍콩이 아트페어라는 이벤트를 성장시키면서 홍콩의 문화발전에 어떻게 이용 하는가’라는 점이다.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지금 홍콩에서는 세계적인 경매사인 소더비,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경매를 개최하고, 테이트 모던(Tate Modern) 2배 규모의 M+(Museum Plus)미술관이 개관을 준비 중이며, 미술관을 포함한 예술복합단지가 서구룡반도에 $2.8 billion(약 30조)예산으로 건설 중이다. 이와 더불어 홍콩아트아카이브를 비롯하여 파라사이트아트, 원에이 스페이스와 같은 독립 비영리기관과 아시아작품 컬렉터인 버거 부부가 개관한 버거컬렉션(Burger Collection)등의 개인미술관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기관들의 협력 전시가 아트페어 기간에 맞추어 선보였는데, 아우평 예술촌에서는 원에이 스페이스와 홍콩의 버거컬렉션이 협업하여 기획한 《 I Think It Rains 》 전시가 열렸고, M+미술관 야외공원에서는 《 Mobile M+: Inflation 》3) 야외 조각전이 개최되었다. 이 곳에서는 최정화 작가의 대형 연꽃 설치작품 과 폴 매카시 작품 등이 전시되었다.
홍콩은 지금 아트페어를 단지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플랫폼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트페어라는 이벤트를 기반으로 홍콩 미술계의 인프라를 강화시키고 전반적인 문화 환경의 수준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현대미술시장의 중심지로서 문화 선진국의 길을 다지고 있는 홍콩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틴 브레몬드(이하 마틴) : 물론 가장 먼저 아트바젤이란 브랜드가 홍콩아트페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홍콩 미술시장의 발전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죠. 작년에 뉴욕의 리먼 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가 홍콩에 오픈했고, 화이트큐브와 가고시안, 페로탱 갤러리는 이미 홍콩에 들어와 문을 열었죠. 그래서 이번 아트페어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습니다. 많은 서구 갤러리들의 참여로 ‘너무 서구미술 중심이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사실 그렇기도 했죠) 함께 선보인 기획전 ‘인카운터’와 토크 프로그램, 그리고 아트바젤의 높은 운영 수준을 보게 되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아트바젤-홍콩에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아트바젤은 오랫동안 아트페어 비즈니스를 해왔고 이번 홍콩에서는 작년보다 더욱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홍콩아트페어팀이 아트바젤 홍콩으로 무리없이 순조롭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이 아트페어가 매년 성장하여 지금의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마틴 : 관람객들에게는 여러 나라에서 온 훌륭하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홍콩아트페어는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 부분이 매우 빈약했습니다. 그러나 아트바젤이 이번 주에 그 차이를 줄여 놓았습니다. ‘인카운터’의 설치전시는 아주 훌륭했고, 아트바젤 조직위는 흠 없는 진행을 부여줬으며, 갤러리들은 A급 작품을 쇼를 위해 가지고 왔습니다. 제 시선을 끈 갤러리는 Blum & Poe, Karsten Greve, ShangART, Lehmann Maupin 갤러리가 그 사이에서 돋보였습니다. 수준이 낮은 부스는 최소한으로 줄였다고는 하지만, 조금은 있었습니다.
마틴 : 무엇보다도 아시아지역의 문화를 더 많이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아시아 지역 갤러리와 작가들을 생각보다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점에 있어서 약간 실망했는데, 부스들 사이를 지나 다니면서 바젤, 마이애미, FIAC, 프리즈 혹은 다른 국제 아트페어와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홍콩에 있다는 걸 딱히 느낄 수가 없었죠. 앞으로는 더욱 아시아 미술에 초점을 맞춰서 다른 주요 아트페어들과의 차이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홍콩은 VIP와 주요인사로 가득 찬 곳입니다. 아트페어 시작 이전부터 바젤그룹은 엄격하게 초대장과 입장권 대상자를 선별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직 서구(바젤그룹)에서는 아시아 컬렉터들이 누구인지 잘 알기 힘들고, 너무 엄격하게 VIP 대상자를 고르는 것은 아시아의 잠재적 컬렉터를 떠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런던 소더비 대학원에서 아트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선화예술문화재단 기획팀에서 근무하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실태조사보고서에 해외미술시장 부문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심천, 홍콩), 러시아, 런던 등에 거주하며 국제 아트페어와 미술행사에 대한 기사를 기고 한다. 현재는 감성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