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진 큐레이터들의 작은 플랫폼이 둥지를 틀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문화교류 인력양성 프로그램 ‘넥스트 아카데미(NEXT Academy)’의 일환으로, 큐레이팅 그룹 미팅룸이 기획한 ‘미팅 인 아시아’(4. 6-25)가 개최됐다. 초대된 9명의 한중일 ‘젊은’ 강사들은 매주 아시아 권역 미술의 주요 이슈를 심층적으로 강의하는 한편, 비슷한 또래의 참여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서로의 리서치와 네트워킹을 도왔다. 아시아를 무대로 한 국제교류의 초석을 다지는 만남, ‘미팅 인 아시아’의 현장을 기획 연재로 소개한다.
최근 2-3년간 문화예술계에서는 전문 기획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리서치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술가에 대한 직접적인 창작 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의 매개가 되는 기획자를 향한 지원은 좁게는 기획자 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넓게는 기관의 전문성을 도모하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작가의 창작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기관 소속 유무에 상관없이 문화예술계의 국제교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의 상황은 국내 기획자들에게 자국 내 업무능력 외에도 해외에서 개인 혹은 기관과 원활한 업무 교류와 의견,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미팅룸은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최 아래 아시아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양성 아카데미 ‘미팅 인 아시아’(Meeting in Asia)를 기획, 진행했다. 본 사업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 ‘넥스트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며, 4월 6일부터 25일까지 아시아미술의 국제교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경력 3년차 이상의 기획자 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미팅 인 아시아'는 ‘만남’과 ‘네트워킹’을 키워드로 아시아 권역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아시아 미술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 정보를 나눔으로써 국내 기획인력의 국제교류 직무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본 행사는 아시아 권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와 문화예술계 움직임, 미술계 키워드를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그룹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에 대한 결과물로써 지식과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지식정보 플랫폼을 구축하여 강사진과 함께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만남’과 ‘네트워킹’이라는 것이 그리 신선한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면서 드러난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만남과 교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시나 예술행사 기획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획자 개개인들은 자신이 활동한 결과나 현장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동료 기획자들과 함께 비평적으로 성찰하거나 의견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팅 인 아시아'가 이러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3, 40대의 기획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듣고, 앞으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3주간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미팅 인 아시아'는 아시아 미술계에 대한 참가자 개인 및 그룹의 심층 리서치를 통해 해당 권역을 다층적으로 이해함과 동시에, 전문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정보와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관심사를 확장, 심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국제교류에 관심 있는 기획자들이 동료 간의 지속적인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향후 전시 기획과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미팅룸은 기존의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지켜온 몇 가지 관습에서 벗어나야 했다. 우선은 강사진의 연령을 수강생과 비슷하게 낮췄다. 일반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전문 강사진의 경우, 대부분 미술계 경력 15-20년차 이상의 기획자나 기관장, 학예실장 급의 전문가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의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지만, 실무 경력 3년차를 갓 넘긴 수강생들에게는 국제교류에 대한 노하우보다, 국제교류를 위한 탄탄한 준비 과정과 동료들 간의 네트워킹, 지식과 정보의 공유 채널이 더욱 절실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 권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30대 중후반, 40대 초반의 전문가들을 이번 행사의 주 강연자로 초청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래에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행사의 참가자들은 강사와 수강생 간의 지식과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수평적 관계에서 기획자로서 가지는 개인적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구성이다. '미팅 인 아시아'는 총 12회로 구성되며, 수강생을 위한 사전 오리엔테이션, 본 강의, 결과 공유 워크숍 순서로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미팅 인 아시아'의 강연은 강사진이 직접 기획, 연구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어서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질의응답과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수강생 대부분은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향후 전시기획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실무 정보와 국제교류와 관련해서 알아두어야 할 사안들을 중심으로 질의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무엇보다 '미팅 인 아시아'의 강의는 내용적으로 현장 실무자들이 ‘아시아 미술’ 혹은 ‘아시아’에 대해 가졌던 편협한 시각과 제한된 정보에서 벗어나고, 형식적으로는 강사진을 비롯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료 큐레이터 간의 쌍방향 의견 교환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미팅 인 아시아'는 앞서 설명했듯이 참여자 간에 전문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킹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향후 실현가능한 전시를 기획하는데 있어 서로 연대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사업의 최종 단계로 설정했다. 현재 미팅룸은 ‘미팅룸’, ‘인덱스룸’에 이어 본 행사를 위해 마련된 ‘미팅 인 아시아’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은 행사를 통해 나눈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고, 강의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이와 더불어 '미팅 인 아시아'의 강사진과 참가자들은 현재 SNS(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강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의 기회를 자발적으로 마련해나가고 있다. 특히 해외 강사진들은 성실한 강의 준비를 통해 양질의 강의를 제공했으며, 스스로가 본 사업의 목적을 충분히 숙지하고 향후 수강생들 간의 네트워크를 자발적으로 구축하려 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끝으로 행사의 주관 처이자 한 명의 기획자로서 '미팅 인 아시아'는 ‘아시아’라는 주제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였다. 그만큼 묻고, 찾고, 풀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 미팅룸은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와 온, 오프라인 플랫폼을 토대로 앞으로도 동료 기획자들 간의 생각과 시각을 나눌 수 있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일회적인 강의로 끝나는 아카데미 사업을 지양하고,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지속적인 연대를 유지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예비 기획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관련링크
미팅룸 : http://www.meetingroom.co.kr
인덱스룸 : http://www.indexroom.co.kr
미팅인아시아 : http://www.meetinginasia.com
네오룩 홍보자료 : http://neolook.com/archives/20150406j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2003-2009)했으며, 현재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온라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미팅룸(meetingroom.co.kr)'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