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ICI (Independent Curators International) 2013 도쿄 큐레이토리얼 인텐시브 심포지엄

posted 2014.04.16

지난 2013년 11월, 도쿄에서는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 ICI(Independent Curators International)와 모리미술관이 공동개최한 큐레이토리얼 인텐시브 심포지엄이 열렸다. 주제는 “What Does it Mean to be International?”. 아시아 현대미술 전문가들과 신진 큐레이터들이 모여 글로벌 맥락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위치를 점검하고 국제성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서로의 의견을 펼친 현장을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카타오카 마미가 전한다.




What Does it Mean to be Intemational?

2013 ICI 도쿄 큐레이토리얼 인텐시브 심포지엄 진행 장면2013 ICI 도쿄 큐레이토리얼 인텐시브 심포지엄 진행 장면

지난 2013년 11월에 개최된 심포지엄 ‘국제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What Does it Mean to be International?)는 모리미술관과 뉴욕의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Independent Curators International, 이하 ICI)가 공동 주최한 신진 큐레이터 대상 워크숍인 ’큐레이토리얼 인텐시브(Curatorial Intensive)’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번 도쿄 인텐시브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모인 12명의 신진 큐레이터들은 일주일동안 짜인 워크숍 일정에 참여했다. ICI와 아시아 각지에서 온 강사진의 강의를 비롯하여, 도쿄 내의 여러 근현대미술관 방문, 기획안 제안, 토의, 개인 튜터링으로 구성된 워크숍을 마친 마지막 날, 심포지엄이 열렸고, 그 동안 각자 준비한 최종 기획안을 발표하였다. 발표 이후에는 강사진들의 패널 토의가 펼쳐졌는데 이들은 각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1)


1) 강사진 및 참가자 정보: http://curatorsintl.org/intensive/what-does-it-mean-to-be-international


심포지엄 패널 토의 진행 장면심포지엄 패널 토의 진행 장면

‘국제화’, ‘국제적’ 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진행된 일주일 동안의 논의는 그 의미의 역사적, 지역적 다양성을 분명하게 하는 해석의 장이었다. 특히, 1950년대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단절된 휴머니즘적 연대를 복원하고자 국제전과 국제회의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시도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여러 주체들이 펼쳐나갔던 활동들이 여러 강의를 통해 강조되었다.


그 좋은 예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연대된 모습을 담은 《The Family of Man》(1955.1.24.-5.8)전을 들 수 있다. 이 전시는 사진작가이자 전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사진부문 큐레이터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의 기획으로, ‘사랑’, ‘어린이’, ‘죽음’ 등과 같은 문화와 문명, 시대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500여장의 사진에 담아 전시했다. 같은 해 독일의 카셀에서는 ‘도큐멘타’가 창설되었다. 이들은 나치 시대에 퇴폐예술로 치부되었던 20세기 전위예술을 재평가하고, 국제적인 아트씬(Art Scene)에서 독일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카셀 도큐멘타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전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으며, ‘인터내셔널 플랫폼(International Platform)’이라는 개념이 미술 분야에서도 공유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한편 필리핀의 패트릭 디 플로레스(Patrick D. Flores)는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렸던 ‘제1회 아시아・아프리카 회의(Asian-African Conference, AA)’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부터 독립한 제3세계 국가들이 새로운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로 인해 서로 대립하던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나아가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이 정책적으로 외부에 과시하려 했던 국제성과 민주화 이후 국가 정체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국제성을 예로 들며 변화하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국제성이 지니는 의미의 다양성을 지적했다.


패널 토의 장면. 왼쪽부터 하야시 미치오, 이숙경, 정도련, 카타오카 마미패널 토의 장면. 왼쪽부터 하야시 미치오, 이숙경, 정도련, 카타오카 마미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1950~60년대에 동양 사상에 대한 서구 미술계의 관심은 높았지만, 여전히 미술계의 주류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서양 미술이었다. 아시아를 포함한 비서구권에서의 고민은 서양의 이주자와 여행자로부터 얻은 정보나 잡지 등을 통해 어떻게 ‘국제 플랫폼’에 편승할 수 있을까, 혹은 이를 지역 고유의 문맥에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가와 같은 과제와 씨름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전위예술이라 일컫는 다수의 활동에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나타났던 ‘인터내셔널 플랫폼’을 향한 갈망이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서구의 주요 근현대미술관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심포지엄에서 소개한 뉴욕현대미술관의 C-MAP,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아시아- 태평양 미술연구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더 이상 20세기의 단선적인 미술사가 아닌,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해 온 미술사를 상대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즉, 단일한 구심점이 사라지고 세계 각지로 현대미술 중심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제화’, ‘국제성’이란, 자국이 세운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아시아 권역 내의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동서양을 막론한 모든 문화와의 상호교류를 추구하는 자세 자체가 ‘인터내셔널함’ 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시아의 젊은 큐레이터들은 ‘각 국가의 근현대미술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과, 그 해답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아카이브화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호소하였다. 우리는 국가라는 틀을 넘어 새로운 시점에서 문화와 예술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ICI의 워크숍과 심포지엄은 이러한 ‘새로운 국제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사진촬영] Mikuriya Shinichiro
[사진제공] 모리미술관

카타오카 마미 /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카타오카 마미는 2003년부터 도쿄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며, 주요 전시기획으로는 ≪Ai Weiwei: According to What?≫(2009 /US Tour 2012-13), ≪Lee Bul≫ (2012), ≪Makoto Aida≫(2012)와 최근 공동기획한 ≪Roppongi Crossing 2013: Out of Doubt≫ (2013)이 있다.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최초 국제 큐레이터로 일했으며(2007~2009), 그 전에는 도쿄 오페라시티 아트 갤러리의 초대 수석큐레이터를 지냈다.(1998~2002) 2012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 ≪Phantoms of Asia: Contemporary Awakens the Past≫ 전시 기획과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공동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일본 및 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가에 관한 강의와 저작에 힘쓰고 있으며, CIMAM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