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이끌 글로벌 기획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 중 하나인 '기획단체 역량강화 프로그램 지원' 은 시각예술 단체를 대상으로 기획인력을 위한 세미나, 워크숍, 컨퍼런스 등 교육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단체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지 더아트로에서 들여다보았다.
잡지, 포스터, 기록사진 등의 시각문화 생산물들과 신문기사, 옛 문헌 등에서 발췌한 사회문화적 산물들, 기획자가 직접 편집한 사진과 자료의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소설책… 오늘날 동시대 미술을 위한 전시공간에서 우리는 미술 작가가 만든 작품 외에도 이와 같은 것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시 형태의 변화를 넘어 근본적으로 큐레이터가 자신의 연구 영역을 드러내며 동시대 문화예술 현장의 담론 지향적 흐름을 주도하는 지식 생산자로서 보다 다각적인 시각 생산물들을 다루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큐레이터들의 활동은 교육, 저작, 리서치 등 전시 외적인 형태로 확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술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문화의 산물들을 연구하면서 미학성과 더불어 인식적이고 지성적인 시각예술을 수행해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큐레이터들의 담론 생산의 토대 현재 국내의 미술현장은 작가의 작품과 명성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국내 현장 역시 담론 지향적인 큐레이터들의 활동이 확장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전반에서 큐레이터의 다양한 진화에 대한 이해나 국제 현장의 담론적 실천방식에 대한 다각적 이해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세계의 동시대적인 지평의 이해가 확산되고 적극 펼쳐질 수 있도록 신진 큐레이터는 물론, 미술가, 교육 종사자, 나아가 미술 관객들에게도 큐레이터의 지식 생산과 비평적 활동의 변화 양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내 담론생산 영역이 글로벌한 지평과 연계하고 공유하면서 수평적인 대화와 교류의 장으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민미술관은 이러한 배경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시각예술 글로벌 기획인력 육성사업 Project VIA의 지원을 받아, 동시대 국제 미술담론을 이끌어가는 큐레이터들의 릴레이 강연 프로그램인 ‘일민 큐레이터 렉처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2013 일민 큐레이터 렉처 시리즈 2013년 7월 열린 ‘일민 큐레이터 렉처 시리즈’의 첫 번째 강연자는 홍콩 파라사이트para/site의 디렉터인 코스민 코스티나쉬(Cosmin Costinas)와 코스타리카 테오/에티카TEOR/éTica의 객원 디렉터인 인티 게레로(Inti Guerrero)였습니다. 파라사이트에서 공동 기획한 전시 《역병의 해 일지. 공포, 유령, 반란, 사스, 장 국영, 그리고 홍콩 이야기》에서 두 기획자는 페스트의 진원지로 밝혀짐으로 인해 홍콩이라는 도시가 받아온 황화(黃禍, 황인종에 대해 백인이 갖는 공포), 2003년 사스 발병 후 홍콩에서 일어난 감염과 타인에 대한 공포, 같은 해 일어난 장국영의 자살 등의 소재를 리서치 아카이브와 시의적절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련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두 기획자는 지역적 시의성과 담론적 통찰을 확보한 전시기획의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8월 29일에 열렸으며, 강연자는 안젤름 프랑케(Anselm Franke,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 시각예술분과 수석 큐레이터)였습니다. 프랑케는 《전 세계. 캘리포니아와 바깥의 실종》, 《영년 이후》라는 두 전시를 통해 1945년 2차 대전의 종식 이후 글로벌 세계의 틀 짓기 양상, 탈식민화의 과정에서 보인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뒤엉킨 역사의 내러티브를 보여주었으며, 서구 모더니즘에 일반적으로 상정되어 있는 가치에 도전했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강연에는 미술이론과 실기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신진 큐레이터들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작가들과 큐레이터, 평론가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나누었으며, 상호 관심 분야를 나누고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민미술관은 앞으로 렉처 시리즈가 국내 기획자, 작가, 교육자 및 미술 관객들이 국제 동시대 미술의 담론 지향적 현장을 접하고 더욱 가까이 이해하는 계기인 동시에, 국내 기획자 및 미술인들의 활동 및 비평적 환경이 고립되지 않고 국제적 담론 환경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교류하며,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인도 출신의 큐레이터, 시인, 비평가인 랜지트 호스코테(Ranjit Hoskote)를 초청하여 그가 진행해온 지역 미술 신(scene)의 연구 방향과 그와 연계했던 전시 등에 대해 강연을 들을 계획입니다. 12월 초에 열릴 네 번째 강연에서는 카타르 마타프(MATHAF) 미술관의 관장인 압델라 카룸(Abdellah Karroum)과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다큐멘터리 포럼 예술감독인 힐라 펠레그(Hila Peleg)를 초청하여 그들이 진행했던 라디오 방송 프로젝트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볼 계획입니다.
참가신청은 일민미술관 홈페이지 공고 후 이메일 접수(info@ilmin.org)로 이루어지며, 관심있는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일민미술관 홈페이지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ilmin.org
일민미술관 교육담당 큐레이터. 일민미술관의 강연 프로그램이나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시와 관련된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