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5일 컨퍼런스가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개최되었다. 더아트로의 첫 오프라인 행사인 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온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아시아 현대미술의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로 해외 큐레이터 5인, 국내 큐레이터 5인, 신진 큐레이터 5인을 중심으로 참가 등록자들과 토론그룹을 구성하여 동시대 키워드를 토론하는 열린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네트워크 활성화를 지향하며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일회성 컨퍼런스와 차별화된 한 달간의 사전 리서치 랩과 초청기간 동안의 워크숍, 컨퍼런스를 병행 구성하여 사전 협업구조를 통해 보다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담론 형식 및 중장기 프로젝트의 협력 방안도 논의하였다. 더아트로는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시아-퍼시픽 지역의 큐레이터들이 모여 아시아에서의 큐레이팅에 대해 뜨겁개 논의했던 5일간의 워크샵, 컨퍼런스를 모더레이터와 신진 큐레이터 자격으로 참여한 3인의 필자를 통해 기획에서 커퍼런스 진행까지의 현장을 소개한다.

워크숍 Day 2

[Curating in Asia]는 현장에서 일하는 해외 큐레이터 5인, 국내 큐레이터 5인 그리고 신진 큐레이터 5인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우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비공개 워크샵이 이틀간 진행되었으며, 국내외 큐레이터들은 한국, 호주, 인도, 싱가포르, 일본, 중동 등 아시아라는 범위 내에서 각자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 미술의 이슈와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를 가졌다. 비공개 워크샵 두 번째 날의 오전 세션에는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강재현, 싱가포르 미술관 디렉터 탄 분 후이(Tan Boon Hui), 코리아나미술관 Space C 책임 큐레이터 배명지, 일본 모리미술관의 큐레이터 나츠미 아라키 Natsumi Araki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연 학예연구사의 발표가 있었다.

사비나미술관은 잘 알려진 것처럼 예술과 과학, 수학, 건축, 심리학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간학제적 기획전과 중견 작가들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둔 기관이다. 이곳에서 전시 팀장을 맡고 있는 강재현 큐레이터는 2012년의 대표 전시로서 《소셜 아트(Social Art)》전을 소개하면서 SNS와 같은 매체의 발달이 소통의 변화를 야기했고, 미술관이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이나 예술가들의 표현 양식 또한 달라지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사례 발표 후, 싱가포르 미술관 디렉터 탄 분 후이는 매체의 발달과 소통의 변화라는 점에서 미술관의 역할이 점점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였고, 호주의 독립큐레이터인 알레시오 카발라로는 모바일과 웹이라는 미디엄을 통해서 관람객들을 모으는 홍보의 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미술관 디렉터인 탄 분 후이는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The local is also Global)’라는 주제로 지역적인 특성이 세계적인 교류를 위한 기저가 될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끌었다. 2013년 싱가포르 비엔날레(Singapore Biennale, SB 2013)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안마의 각 지역을 문화를 대변하는 로컬 작가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각국의 큐레이터들을 싱가포르에 모아 하나의 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는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대 미술의 이해와 미술적 실천으로 고유성을 명료화하고 있으며, 이 점이 기존의 서구식 전시 모델과 차별화 되는 지점임을 설명했다. 여러 큐레이터들에게 ‘지역성(locality)’과 ‘아시아성(Asia-ness)’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 발표였다.

코리아나미술관 Space C 배명지 책임 큐레이터는 2003년 초기 개관부터 최근 전시인 《Masquerade》(2012)까지 주요 전시들을 차례로 소개하였다. 각 사례를 통해 코스메틱 기업과 분명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전시공간인 Space C가 ‘전통과 현대 문화와의 조화’라는 기업의 비전을 어떻게 미학적 성과로 연결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Space C는 미디어 아트와 퍼포밍,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전시장 안에서 소화하고 융합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3년에 있을 10주년 기념 전시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그 기대가 더욱 크다. 발표 후 미술관의 설립배경이나 지배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큐레이터십의 독립성이 얼마만큼 담보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큐레이터의 전시기획과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것은 물론 전시 기획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장점과 전시가 기업의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방문객들의 특성과 기업 이미지를 섬세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는 답변을 주고 받았다.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나츠미 아라키(Natsumi Araki) 는 'The World is a Stage: Stories behind Pictures'라는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전시기획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모리미술관의 초기 전시부터 현재까지의 전시 및 작가를 소개하면서 미술 작품의 감상이 관람객들에게 생각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이는 문제 해결을 즐기는 긍정적인 방법으로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발표 후 샹카 바루아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강조되는 일본의 미술이 오히려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반문했다. 나츠미 아라키는 일본 미술계에서 대체적으로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직접적인 언급하기 보다는 정제된 미학적 표현을 강조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고 설명하며, 이는 오히려 관객에게 많은 것을 함의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또한 사회를 바꾸는 혁명적인 역할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 현장으로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미술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수연은 관람객과 현대 미술의 소통에 대해 관심이 많은 큐레이터다. 그는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선보였던 <소통의 기술> 전을 소개하였다. 본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양수인 작가의 작품 《있잖아요: 청계천 프로젝트》는 20초 동안 청계천 광장에서 개인의 생각을 공공장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회적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일련의 갈등을 가져오는 등 이수연 큐레이터는 그 과정을 통해 미술 작품이 가지는 소통의 역할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 정치적 목소리가 담긴 예술작품, 미술관 이외의 공간에서 작품의 발언권, 그리고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소통에 대한 다양한 질의가 오갔다.

각 사례 발표가 끝난 후 참여자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를 방문, 현재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창작 현장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 큐레이터들에게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서 특징적인 한국성을 발견했는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탄 분 후이는 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면서 대부분 서구식 교육을 받은 영향 때문인지 두드러지는 한국성을 정의할 수 없지만 그러한 특성을 유일성으로 규정짓기에 앞서 작가나 기획자 모두 자신이 속한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날카로운 조언을 주었다.

한국, 호주, 인도, 싱가포르, 일본, 중동 등 아시아의 각기 다른 출신의 큐레이터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상에서의 경험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전시 기획을 확대하고 있는 듯 보였다. 또한 그들은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 대안 공간, 비엔날레 등 다양한 형태의 전시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정만큼이나 신진 큐레이터들에게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보다도 큐레이터의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작가들을 만나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태도, 전시의 목적을 설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태도, 그리고 아직 배워나가고 있는 우리들, 신진 큐레이터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