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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

posted 2018.11.23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 중 임상혁 변호사의 발표 장면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 중 임상혁 변호사의 발표 장면, 사진Ⓒ안수연

지난 11월 16일, 서울 혜화동 예술가의 집에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와 법무법인 세종이 주관한 행사로서, 본 개발 연구의 중간 단계에서 현장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정한 계약과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토론회 공간은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였다. 김성일 예술정책관(문체부)이 개회를, 양지연 교수(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가 사회를 맡았다.




우선 임상혁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의 발표 내용을 보자. 내년부터 국공립미술관, 국가보조금 기반 전시에 쓰일 수 있도록 개발 중인 '표준계약서'는 계약 유형에 따라 전속계약서, 전시 및 위탁매매계약서, 위탁매매계약서 / 전시계약서, 대관계약서, 전시기획계약서 / 미술모델계약서 / 위탁자가 존재하는 매매계약서, 위탁자가 존재하지 않는 매매계약서 / 건축물 미술작품 제작계약서 등 총 열 가지로 나뉜다.


'실제로 다운로드 받아서 쓸 수 있는 계약서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설정하였기에, 최대한 많은 상황을 포괄하여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해지도록 하는 대신 핵심적이고 물리적인 사안들을 중심으로 작성해 실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전시계약서의 경우 전시가 준비 중에 불합리하게 취소되거나 대체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고, 전시기획계약서의 경우 큐레이터의 표현과 아이디어 역시 보호받아야 할 영역임을 명시하였다. 매매계약서의 경우 매수인 입장에서 해당 작품이 직품이라는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서 황승흠 교수(국민대학교 법과대학)가 발표한 '미술창작 대가기준안'은, 앞으로 표준계약서에 포함될 부분으로서 미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 및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였다. 그동안 시범 적용되었던 '작가보수제' 및 '창작대가기준'을 손본 결과, 작가비와 사례비를 구분하고 작가비는 [1일 기준금액 X 전시 일수 X 작가별 배분율] 이라는 산출식을, 사례비는 [시간기준단가 X 창작시간] 이라는 산출식을 쓰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시간기준단가는 전시 경력을 산정하여 구분한 가,나,다 급에 따라 15,000~30,000원 선에서 결정된다.


이상의 발표들은 최초로 '표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고 미술 분야의 잘못된 관행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 중 패널들의 토론 장면. 좌에서 우로 이대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수홍(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최웅철(웅갤러리 대표, (사)한국화랑협회 부회장), 양지연(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이수정(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박은선(미술생산자모임 작가), 전유진(여성문화예술연합 정책 실장)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 중 패널들의 토론 장면. 좌에서 우로 이대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수홍(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최웅철(웅갤러리 대표, (사)한국화랑협회 부회장), 양지연(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이수정(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박은선(미술생산자모임 작가), 전유진(여성문화예술연합 정책 실장), 사진Ⓒ안수연


한편 공개토론 순서에서는 이대희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를 비롯한 패널들이 법과 미술 분야의 각 입장을 대변하여 표준계약서 시안에서 미비한 지점들을 지적하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언급하였다.


최웅철 대표(웅갤러리, (사)한국화랑협회 부회장)는 작가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갤러리가 작가에게 전속계약 해지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계약서 상 갤러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전시기간 외에 작품 위탁기간이 별도 기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수홍 교수(홍익대학교 미술대학)는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미술작품에 대한 일몰제(존속기한을 설정하여 기한이 끝나면 자동으로 관리, 규제 등을 폐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품이 대중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하는 시기를 지나 노후화되고 관리가 안 되는 경우,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 등에 대하여 창작자 및 관리자에게 일종의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박은선 작가(미술생산자모임)와 전유진 정책실장(여성문화예술연합)은, 본 표준계약서가 계약 상의 절차와 효력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미술 분야의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시각을 밝혔다. 예컨대 성폭력 문제가 만연한 미술 분야의 악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조항이 담겨야 하며, 각 전시 및 작품의 가치를 무시한 채 단순히 전시 횟수만을 토대로 경력을 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작품의 위탁매매와 같은 용어 사용에서도 알 수 있듯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최근의 다양한 예술 형태에 대한 고려와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이수정 학예사(국립현대미술관)는 미술 분야의 창작, 전시, 매매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술관이 작가와 전시계약서를 쓰고 법률 검토를 받는 관행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정착하였다고 발언하였다. 현재 개발 중인 표준계약서의 탄탄한 내용과 전격적인 보급, 활용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는 이유다.


내년, 본 행사에서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완성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가 공표된다. 이것이 국공립미술관 및 국가보조금 기반 전시를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유의미하게 쓰이기를 기대해본다. 아직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예술인 복지법 제5조(표준계약서의 보급)' 규정이 장려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공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작가 및 미술 단체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 피드백을 통한 표준계약서의 개선과 보완이야말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관련 뉴스 링크: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법무법인 세종,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토론회’ 개최
http://www.theartro.kr/kor/artnews/event_view.asp?idx=1912&b_code=20e&page=1&searchColumn=&searchKeyword=&b_ex2=&r_b_ex3=&r_b_ex8=

안수연 / 더아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