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뉴욕 아트페어의 VIP 프로그램과 퍼블릭 프로그램

posted 2019.09.26


아트로는 2019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작가미술장터 등 크고 작은 아트페어의 개막을 맞아 아트페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을 다룬 기사를 마련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의 기획형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를 방문하여 현장을 살피고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진행한 필자들이 해외 아트페어의 다양한 면모들을 기초로 국내 아트페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앞서 첫 번째 글에서는 프리즈 아트페어를 통해 한국의 아트페어를 진단하며 그 방향성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두 번째로, 한국화랑협회의 권지은이 프리즈 아트페어, 테파프, 아트뉴욕에서 진행하고 있는 VIP 프로그램과 퍼블릭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권지은


현재 미술계는 이른바 아트페어의 홍수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대만의 당대 아트페어(Dangdai Art Fair)가 첫 선을 보이며 아트페어에 합류했고, 인도네시아의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가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아트 SG(Art SG)가 새롭게 열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여러 지역에서 아트페어들이 상·하반기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수많은 아트페어 속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아트페어의 성공은 많은 관람객의 방문과 더불어 컬렉터들의 구매를 통한 갤러리의 이익 보장일 것이다. 이를 위해 주최측에서는 실제 작품을 구매하는 VIP(컬렉터) 유치에 힘쓰며,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높여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또한 잠재적 VIP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미술관 및 갤러리 전시에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트페어나 갤러리 전시, 작품 구매는 일반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역일 수 있다. 인터넷과 SNS가 익숙한 젊은 세대는 직접 미술 관련 전시나 이벤트를 찾아보며 참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술계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을 통해 VIP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나가며, 각 페어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프리즈 뉴욕의 VIP 프로그램


프리즈 뉴욕 2019. 사진 마크 블로어. Courtesy of Mark Blower/Frieze.

프리즈 뉴욕 2019. ⓒFrieze. 사진ⓒ Mark Blower

세계 3대 아트페어(아트바젤(Art Basel), 피악(FIAC), 프리즈(Frieze)) 중 하나인 프리즈 아트페어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거대 규모의 페어이다. 프리즈 뉴욕(Frieze New York)은 2012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뉴욕으로 발걸음하게 하는 아트페어로, 세계적으로 퀄리티 높은 갤러리들의 참여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갤러리 섹션이 매력적이다. 또한 프리즈는 자신들만의 VIP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의 컬렉터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프리즈 뉴욕의 디렉터인 조 스텔라 사윅카(Jo Stella Sawicka)와 롤링 랜돌프(Loring Randolph)에 의하면 프리즈에서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컬렉터들을 관리하고 있다. VIP 리스트는 주최 측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며, 직접 초대장과 카드를 발송한다. 2019년에는 블랙, 핑크, 그린 총 3단계로 VIP 카드가 구분되었다. 제일 높은 단계인 블랙은 교통(페리) 이용이 자유롭고 입장 시간의 제한이 없는 프리패스였고, 핑크와 그린은 교통이 포함되지 않는 등 단계별로 입장 시간에 차이가 있었다. 교통 및 입장 혜택 외에도 VIP 카드 소지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 강연 프로그램, VIP 도슨트, 파티 프로그램 등의 신청 및 참여가 가능하다. VIP들에게는 카드 이외에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다른 혜택은 없지만, VIP 카드 소지자는 페어와 연계된 뉴욕 시내 미술관에 무료 입장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행사 기간 내내 VIP로서 대우를 받게 되는 이점이 있다.


한편, 프리즈는 이미 자체적으로 매거진, 미디어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동범위를 넓혀나가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홍보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세계 다양한 분야의 VIP들을 초청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쌓아온 관계를 통해 초대 손님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페어 자체의 질을 높인다. 특히 프리즈는 독일의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페어 기간 동안 VI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도이치뱅크의 VIP들만을 위한 라운지 운영, 도슨트 운영, 자체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고객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컬렉터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청소년(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도 힘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와 협업하는 프로그램인 프리즈 에듀케이션(Frieze Education)을 통해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서부터 미술에 흥미를 갖고, 향후 컬렉터 등 관련 종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테파프(TEFAF) 뉴욕의 VIP 프로그램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 테파프 뉴욕 스프링 2019.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 테파프 뉴욕 스프링 2019.

1980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하여 2016년에 뉴욕에서 첫 선을 보인 테파프는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고전 작품, 가구, 조각품뿐만 아니라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테파프는 출품 작품의 특성 때문인지 젊은 컬렉터보다는 노년층의 컬렉터를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림을 사고파는 페어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길 희망하고 있는 테파프는 컬렉터부터 일반 관람객들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테파프는 좋은 컬렉터를 초대하기 위하여 페어의 수준을 늘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이 그들의 컬렉터를 초대하고, 주최 측에서도 미술관 관계자나 VIP를 초대하며 고객들이 페어에 참여했을 때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다시금 테파프에 방문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주최자의 목표이다. 이러한 VIP 서비스의 일환으로, VIP 오프닝 날에는 페어장 내에서 VIP 방문객들을 위해 음료(와인, 샴페인 등) 및 간단한 음식을 페어가 끝날 때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관계자에 의하면, 행사 예산의 80%의 비용을 시설 구성 비용에 쏟을 만큼 공간 구성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또한 최고의 페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을 구성·섭외하여 작품 선정, 공간 구성, 음식 세팅 등의 측면에서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대접한다. 페어에서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환경을 늘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변함없는 모습을 통해 컬렉터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매년 페어를 찾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페어를 준비한다.


테파프 뉴욕 스프링 2019.

테파프 뉴욕 스프링 2019.

프리즈와 마찬가지로 테파프에서도 신진 컬렉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뉴욕의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와 함께 인턴 프로그램 등을 실행하며 젊은 미술인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컬렉터들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한, 테파프는 강연 프로그램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초창기에는 VIP 대상의 작은 티타임으로 시작되었던 토크 프로그램이 지금은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컬렉터, 딜러 등을 초청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일반 대중에게도 오픈하여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테파프의 경우 갤러리 투어 프로그램보다는 미술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으며, 페어를 통한 하나의 문화 양성을 소망하고 있다.



아트 뉴욕(Art Newyork)의 VIP 프로그램


아트 뉴욕 2019.

아트 뉴욕 2019.

아트 뉴욕아트 마이애미(Art Miami)에서 파생된 아트페어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아트 뉴욕에서는 프라이머리(Primary)와 세컨더리(Secondary)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또한 프리즈의 VIP 카드를 소지하고 있을 시 아트 뉴욕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뉴욕뿐만 아니라 마이애미에서도 아트바젤의 VIP 티켓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아트 뉴욕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한편, 아트 뉴욕은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현장 매표소에서 200불의 비용을 지불하면 VIP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아트 뉴욕에서도 VIP들을 위한 VIP 프리뷰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트시(Artsy)와 함께 신진 컬렉터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페어 내 VIP 라운지는 행사장 가운데에 배치하여 작품 관람과 휴게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관계자는 많은 컬렉터를 유치하기 위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최대한 활용하며, 컬렉터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하여 VIP 홍보는 자체 홍보팀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의 프로그램들은 외주로 진행한다.



전문적인 VIP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한 프로그램 운영 - 퀀티셀리와 아트바젤


아트페어 자체적으로 VIP 고객과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운영하기도 하지만, 전문 회사를 통해 VIP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퀸터센셜리 라이프 스타일(Quintessentially Life Style)’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맞춤으로 제공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이다. 세계 5개 도시(뉴욕, 엘에이, 홍콩, 두바이, 런던)에 체인을 두고 있으며, 60곳이 넘는 파트너사들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맞춤 서비스의 예를 들자면, 구하기 힘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관람 티켓을 구하거나, 미슐랭 레스토랑의 예약을 돕는 일, 또는 럭셔리 브랜드와의 VIP 프로모션 기획 등이 있다.


퀸터센셜리 라이프 스타일.

퀸터센셜리 라이프 스타일.

퀸터센셜리는 과거 아트바젤 홍콩과의 협업을 통해 VIP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아트바젤에서 관리하고 있는 VIP 명단으로 퀸터센셜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퀸터센셜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 중 아트바젤에 관심이 있는 고객도 함께 초청해 VIP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트바젤과 퀸터센셜리는 서로의 VIP 명단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했다. 고객의 정보 관리는 퀸터센셜리가 최우선으로 꼽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퀸터센셜리에서는 고객의 정보 관리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거나 유출할 시 해당 직원에게 페널티를 부과한다.)


이러한 퀸터센셜리의 VIP 고객서비스는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퀸터센셜리는 고객을 진정한 VIP로 대우할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 이는 제휴사와 해당 전문가들이 함께 행사를 준비해 나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하나의 행사를 기획하는 데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을 둔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뉴스레터를 발송하여 행사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사전 이벤트를 열어 행사에 참석할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끔 돕기도 한다.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에 대하여


각 아트페어에서는 VIP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 또한 제공하고 있다. 프리즈의 경우 일반인 도슨트를 진행하여 페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라운지 부스들(미디어, 미술서적, 패션 등)은 미술과 다양한 분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은 페어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작품 이해를 돕는다. 올해 프리즈 뉴욕에서는 VR 체험 부스를 운영하여 작품을 관람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프리즈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버스도 일반 관람객들을 유치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프리즈와 구겐하임 미술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로 미술관 방문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프리즈 매거진, 타블로이드 등을 통해 공유되는 미술계의 소식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었다. 갤러리마다 비치된 ‘갤러리 맵(Gallery Map)’은 일반 관람객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갤러리에 가든지, 해당 지역에 있는 갤러리가 전체적으로 표시된 지도가 비치되어 있었다. 행사 시즌에 뉴욕에서 어떠한 전시를 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갤러리 전시 정보를 기재함으로써 소식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편리했다. 지도와 함께 아트페어에서 발간한 소식지도 함께 비치되어 있어 행사 소식을 곳곳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프리즈 뉴욕 2019. 사진 마크 블로어. Courtesy of Mark Blower/Frieze.

프리즈 뉴욕 2019. ⓒFrieze. 사진ⓒ Mark Blower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또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리즈와 테파프는 어린 아이들이 모두 컬렉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잠정적인 컬렉터로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미술계의 발전과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에서도 미술 교육을 통해 안목을 기르고, 역사적인 배경, 미술사의 흐름, 마케팅까지 이해하여 많은 인재들이 미술계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처럼 퍼블릭 프로그램이 아트페어가 진행되는 4~5일간의 짧은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하나의 문화로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페어 이후에도 갤러리 전시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전시소식을 곳곳에서 전하는 모습과, 향후 젊은 컬렉터의 양성까지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권지은

권지은은 싱가포르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갤러리현대 인턴을 시작으로 아트센터화이트블럭에서 갤러리스트로 재직하였다. 현재는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에서 아트페어 VIP프로그램과 갤러리 릴레이션(Gallery Relation)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