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행사

Exhibition Calendar 2020

posted 2020.04.06


곽세원


이불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 퍼포먼스. 사진제공 이불 스튜디오

이불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 퍼포먼스. 사진제공 이불 스튜디오

지난 1월 2일 정부 신년합동인사회가 열렸다. 정부가 내건 표제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상생도약’, 이른바‘함께 잘 사는 나라’였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한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문대통령은 역대 최대 수준인 6조4803억 원 규모로 책정된 문화 분야 예산을 언급하며 정부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이처럼 희망찬 분위기로 경자(庚子)년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국공립 미술관과박물관, 주요사립미술관 및 갤러리등은 어떤 목표와 계획으로 올해를 준비 중일지 살펴보자.


먼저 윤범모 관장이 취임한지 1년여가 흐른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이 ‘더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기약하며 밝힌 2020년 전시계획을 보면 2019년부터 본격 가동된 4관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관별 핵심기능을 심화,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별로 예정돼 있는 전시 수는 서울관 11개를 비롯해 덕수궁관 3개, 과천관 5개, 청주관 2개, 총 21개다. 서울관은 지난해 8개에서 11개로 전시수가 늘어난 반면 과천관은 6개에서 5개로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월간미술』과 진행한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윤 관장이 밝혔듯 서울관이 활성화될수록 과천관이 소외되는 현상을 타파할 방안으로 과천관의 특색을 부각시켜 ‘연구중심·가족중심의 미술관’을 표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4월로 예정돼 있는 《서울관 상설전 2020+》를 계기로 신설되는 서울관의 상설전 소식은 반갑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미술품 40여 점을 시기별로 선보일 예정인 이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에 집중된 서울관 프로그램의 균형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3월~6월)와 과천관에서 진행될 《미디어로서의 판화》(5월~8월),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9월~2021.2월),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올림픽 이펙트》(11월~2021.3월)는 ‘장르’의 확장을 통해 균형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래현 〈노점A〉 종이에 채색 267×210cm 195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월간미술

박래현 〈노점A〉 종이에 채색 267×210cm 195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월간미술

국공립 미술관의 여성 관장 부임 소식이 유독 많았던 작년. 해를 넘겨 이들의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각 시·도별 미술관들은 어떤 전시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일까. 우선 올해 3개 분관 개관과 20주년을 맞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준비해야 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은 가장 분주할 것으로 짐작된다. 3개 분관은 미술 아카이브의 보존 및 연구기능을 중심으로 조성될 평창동 미술문화 복합공간(가칭)과 국내 최초 사진 전문 공립미술관이 될 서울사진미술관(가칭), 그리고 서서울미술관(가칭)이다. 사전 프로그램으로 각각 《임동식개인전-일어나올라가》(6.18~8.16 서소문본관), 국제심포지엄, 내러티브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20은 처음으로 외국인 예술감독 융마를 선정해 《하나하나 탈출한다(One Escape at a Time)》를 주제로 개최한다. “서울이란 도시와 어울리게 세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백지숙 관장의 의사대로 전시 및 프로그램과 서울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며, 올해부턴 SeMA-하나 미디어아트어워드 수상작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수집된다. 그밖에 《이불-비기닝》(12.15~2021.3 서소문본관)과 《브뤼겔에서 로스코까지》(12.8~2021.4월 북서울미술관), 그리고 구벨기에영사관이란 공간과 공명하는 《대기실프로젝트》(남서울미술관) 관련 전시들이 잇달아 개최될 예정이다.


코키 타나카 〈연약한 역사(들)(Vulnerable Histories)〉(A road movie) 스틸 이미지 2019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제공 월간미술

코키 타나카 〈연약한 역사(들)(Vulnerable Histories)〉(A road movie) 스틸 이미지 2019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제공 월간미술

2020 부산비엔날레 개최를 앞두고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은 주요 의제로 상정한 자연·뉴미디어·인간을 테마로 하는 기획전-미디어아트의 발생과 전개를 살펴보는 《미술의 기술(가제)》(2.25~7.26), 하반기에 예정된 《Deep Sea Blue Surrounding You(가제)》, 《환상속의 그대(가제)》, 《푸른 종소리(가제)》 등-을 통해 동시대에 사유할만한 주제의식을 다룬다. 대구미술관은 대구시 수성구 미술관로‘40’에 위치한 미술관 주소를 홍보하기 위해 ‘함께하는 미술관, 미술관로 40’을 캐치프레이즈로 정하고 전시, 교육, 소장품·아카이브, 홍보에서각각 10건씩 총 40건의 사업을 진행한다. 게다가 《이인성미술상》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특별 기념전이 마련된다. 올해부터 관람료를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경기도의 5개 미술관 중 경기도미술관은 ‘함께 사는 방식’을 진단한 《우리와 당신들》(3.1~5.31)과 경기아트프로젝트(10.29~2021.2.21.)를,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대표적 방송 프로그램 작품을 소개하는 《TV 웨이브》를 3월 24일부터 상설로 선보인다.


사립미술관과 갤러리들도 다양한 전시를 준비중이다. 개관 50주년을 맞는 갤러리 현대는 기념 특별전을 1, 2부(4.2~5.17/5.28~7.12)로 나누어 연다. 전시는 현대화랑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임근준 미술평론가의 기획·지휘로 제작되는 연구 출판물과 국영문 온라인 플랫폼인 웹사이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굵직한 갤러리들에서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김민정, 곽인식, 김창열+심문섭(갤러리현대)과 박서보, 최욱경, 이우환(국제갤러리), 윤형근(PKM갤러리)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팀 아이텔 〈boot〉 캔버스에 유채 250×210cm 2004. 사진제공 월간미술

팀 아이텔 〈boot〉 캔버스에 유채 250×210cm 2004. 사진제공 월간미술

아트페어도 줄지어 열린다. 곧바로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화랑미술제가 진행되고,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4월 9일부터 12일까지, 한국국제아트페어는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양찬제 상업화랑 대표가 국내 미술시장 상황을 “기형적 불황”으로 진단한 바 있는데 올해는 시장 상황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미술 관련 대표 전시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신국보보물전 2017-2019》과 호림박물관이 세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선보일 《민화전》을 꼽을 수 있다.


이젠 해외로 눈길을 돌려 중국, 일본,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통신원들이 선별한 전시들과 가늠한 경향을 살펴보자. 먼저 가까운 중국과 일본부터. 유정아 중국통신원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2020년 상하이 미술계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 청년작가들의 전폭적 지원”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명당대미술관(明當代美術館)의 《창조하라-인공지능과 예술》(2019.11.7.~2.9), 중국 최초의 비영리 예술기관 OCAT(상하이)의 《OCAT×KADIST 청년미디어예술가 2020》프로젝트와 《장딩(张鼎): 고속형식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상하이에 최초로 분관을 개설해 화제를 모은 퐁피두센터와 시안미술관의 상호 교류협력이 올해도 활발히 이어질 전망인데, 두 기관이 협력하기로 한 5년 동안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최소 3회 이상 중국작가 전시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국제 미술계로 발돋움할 발판 마련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서 작년 한 해 동안 여러모로 관계가 소원해진 일본으로 건너가 보자. 무엇보다 일본은 올해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관광객 특수를 노린 듯 보이는 전시들이 눈에 띈다는 게 마정연 통신원의 전언이다. 모리미술관의 《STARS: 현대미술의 스타들-일본에서 세계로》(4.23~9.6)나 국립신미술관의 《MANGA 도시 TOKYO: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특수 촬영 2020》(7.8~9.22)이 그 예다. 긴자의 아티존 미술관(Artizone Museum), 신주쿠의 SOMPO 미술관(SOMPO Museum of Art), 교토의 교토시 교세라 미술관(Kyoto City KYOCERA Musem)의 리뉴얼 오픈 소식도 있다.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제7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7.8~9.22)와 삿포로 국제예술제(12.19~2021.2.14.)가 개막을 준비 중이다. 이들 지역예술제가 과연 올림픽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총리가 정부 주관 행사를 사적으로 이용해도 국민 대다수가 변함없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는 과거 고도성장을 향한 향수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이후 일본의 현대미술이 이러한 사회를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지켜보고 싶다”는 마 통신원의 소견에 동의를 더한다.


Christo 〈The Arc de Triumph (Project for Paris, Place de l'Etoile–Charles de Gaulle)Wrapped〉 Collage, Pencil, charcoal, wax crayon, fabric, twine, enamel paint, photograph by Wolfgang Volz, hand-drawn map and tape 30.5×77.5, 66.7×77.5cm 2018 Photo: André Grossmann © 2018 Christo. 사진제공 월간미술

Christo 〈The Arc de Triumph (Project for Paris, Place de l'Etoile–Charles de Gaulle)Wrapped〉 Collage, Pencil, charcoal, wax crayon, fabric, twine, enamel paint, photograph by Wolfgang Volz, hand-drawn map and tape 30.5×77.5, 66.7×77.5cm 2018 Photo: André Grossmann © 2018 Christo. 사진제공 월간미술

Hito Steyerl 〈How Not to Be Seen: A Fucking Didactic Educationa〉 MOV File 2013; HD video, single screen in architectural environment; 15 minutes, 52 seconds; Image CC 4.0 Hito Steyerl;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rew Kreps Gallery, New York and Esther Schipper, Berlin. 사진제공 월간미술

Hito Steyerl 〈How Not to Be Seen: A Fucking Didactic Educationa〉 MOV File 2013; HD video, single screen in architectural environment; 15 minutes, 52 seconds; Image CC 4.0 Hito Steyerl;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rew Kreps Gallery, New York and Esther Schipper, Berlin. 사진제공 월간미술

현대미술의 중심지답게 뉴욕은 올해 게르하르트리히터, 재스퍼 존스, 피터 사울, 도널드 저드, 니키 드 생팔 등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 서상숙 통신원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재개관과 허드슨 야드 오픈 등으로 예술공간이 확장된 작년에 이어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밝혔다. 이젠 유럽으로 가보자. 한지선 통신원이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영국은 미술계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사를 반영한 전시들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17세기 작가 아르테미시아(4.4~7.26)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9.26~12.8) 등 올해도 여전한 여성들의 강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프랑스는 크리스토와 장클로드의 신작으로 봄을 맞는다. 35년만에 파리의상징 ‘개선문(L’Arc de Triomphe)’을 포장한 작업으로 4월 6일부터 19일까지 선보인다. 2009년에 작고한 부인 잔 클로드와 함께 계획한 마지막 작업 중 하나로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5월과 6월엔 각각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 기념전과 2년간 준비해온 데미안 허스트의 첫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반면 독일 최정미 통신원은 평소의 시원시원한 성격을 보여주듯 2020년 독일의 전시 경향을 “반복과 연속성의 끝판왕!(에비게 비더쿤프트(영원회귀(Ewige Wiederkunft))”으로 축약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적인 국제 행사가 열리고 각 미술관 성격에 따라 고전부터 동시대까지 그들의 자리에서 제일 잘하는 것을 매번 ‘새롭게 반복’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 같다. 한국 미술계라고 크게 다를까 싶다. 오스트리아는 1월 6일 정치사상 최초로 우파 국민당과 진보성향 녹색당의 연립정부가 출범해 새로운 정치 지형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진아 통신원은 미술계 또한 새 정부가 내세운 ‘오스트리아답게’란 슬로건에 부합하는 전시들을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알베르티나와 루드비히재단 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젊은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쿤스트할레 빈, 세쎄시온, 2017년부터 현대미술 기획전을 선보이는 빈 돔 미술관 등이 마련한 전시들에 과거와 큰 차이 없는 체제 안정을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이 깃들기를 바란다.


2020년 국내 주요 미술관 갤러리 전시 일정


2020년 해외 주요 미술관 갤러리 전시 일정


※위 일정은 1월 말 현재 해당 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일정 및 세부 내용은 변경될 수 있음


※ 이 원고는 아트인컬처 2020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트인컬처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곽세원

월간미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