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오랜 비엔날레 역사를 지닌 동남아시아 국가다. 매 홀수 년 3개의 도시(자카르타, 족자카르타, 수라바야)에서 비엔날레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비엔날레 현장은 인도네시아 미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1974년 설립된 자카르타비엔날레(2015. 11. 15~2016. 1. 17)는 지난해 최초로 해외 큐레이터 찰스 에셔를 영입하여 국제적 소통에 나섰다. 1988년 설립된 비엔날레족자(2015.1 11. 1.~12. 10)는 '갈등을 해킹하기'라는 주제 아래 자생적 아트씬의 활력을 보여주었다.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을 찾은 필자가 두 비엔날레의 접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다.
리빙턴 플레이스(Rivington Place)는 런던 동부의 문화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쇼디치(Shoreditch) 지역에 위치한 문화 공간으로 2007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비유럽권 국가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는 전시, 교육,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대미술 담론을 활발하게 이끌어 내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학술 기관인 국제시각예술연구소(Iniva, Institute of International Visual Arts, 이하 이니바)와 이니바 아카이브 및 각종 문화 예술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스튜어트홀 도서관(Stuart Hall Library)이 자리하고 있다. 기관의 역사와 주요 활동이 기록된 이니바 아카이브는 런던 동부의 다문화적인 지역성을 아우르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자료의 보고로서 기능하고 있다.
1994년에 설립된 이니바의 모든 활동은 기본적으로 기존 시각예술계가 내포하고 있는 위계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니바는 서구 중심의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균등한 시각 안에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있으며, 이를 지역민과의 활발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실천해 나가고 있다. 스튜어트홀 도서관은 이니바의 모든 활동을 기록한 아카이브와 시각예술 전문 자료를 보유한 전문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다양한 국가의 동시대 시각예술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고자 하는 이니바의 취지처럼 영국 내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다국적 문화 배경을 토대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가의 작품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4천여 권에 달하는 전시 도록과 1천여 권의 단행본과 140여 종 이상의 정기 간행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각각의 자료들은 정치, 문화, 젠더, 미디어 이론과 같은 범주를 다루고 있다.
이니바 아카이브의 소장 자료가 지닌 학술적 연구 가치만큼이나 아카이브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니바는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카이브 자료 열람을 기반으로 한 정기적인 그룹 토론(Reading Group)을 개최하고, 이니바에서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의 참고자료 목록(Project Bibliographies)을 별도로 공개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동시대 이슈들을 시각예술의 연장선상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통해 제공되는 자료 목록은 시각예술의 범주 안에만 국한될 수 있는 자료 검색의 한계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니바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자료들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자료로도 공개돼 있으며, ‘이니바 크리에이티브 러닝(Iniva Creative Learning)’이라고 마련된 별도의 웹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니바의 주요 프로젝트를 단행본으로 엮은 서적들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니바의 활동과 이를 기록한 아카이브는 아트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최근 국내 미술계의 다양한 움직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지역의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정부 차원의 노력이 구체적인 문화 공간 설립과 지속적인 운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아카이빙 활동 지원까지 닿아 있다는 점, 중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점진적으로 모색해 간다는 점, 이니바의 모든 프로젝트를 기록으로 남긴 아카이브가 건강한 담론을 생산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 및 공유돼 제2, 제3의 프로젝트와 연구 활동을 잠재적으로 이끌어 낸다는 점, 기관의 역사와 활동을 기록한 아카이브가 기관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미술계에는 이제 막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고, 그에 대한 구축을 고민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컨텐츠 개발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이니바를 비롯해 해외 주요 아카이브가 걸어 온 행보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일은 역으로 국내 미술계가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여러 과제들에 대해 다각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비아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2003-2009)했으며, 현재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온라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미팅룸(meetingroom.co.kr)'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