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아카이브(Tate Archive)는 영국 근현대미술 자료를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수집하는 기관이다. 1970년에 설립된 테이트 아카이브는 19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영국 현대미술에 관련된 원본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크게 미술 아카이브 컬렉션과 갤러리 기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술 아카이브 컬렉션은 850여 개(2014년 7월 기준)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케치북 몇 권으로 형성된 소규모 컬렉션부터 수백 개의 박스로 이루어진 대규모 컬렉션까지 있다. 이렇듯 컬렉션의 규모가 각양각색인 이유는 기증된 자료가 다른 기록들과 섞이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기록의 ‘출처주의’ 때문이다. 대부분의 컬렉션 자료들은 작가를 비롯해 평론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기관들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미술 아카이브 컬렉션과는 별도로 테이트 아카이브에는 테이트 고유의 기관 자료, 즉 갤러리 기록이 있다. 대표적인 기록으로는 1897년 테이트를 설립한 헨리 테이트(Henry Tate)와 관련한 기록, 1890년대 이후 테이트 이사회 기록, 1911년 이후 각종 전시 기록, 1937년 이후 포스터, 기타 주요 사건 기록 등이 있다. 이러한 테이트의 갤러리 기록은 영국의 공공기록물법에 의해 보호되며, 갤러리 기록 관리 전담 부서의 기록 관리자(Record Manager)가 별도로 관리한다. 위에서 언급한 테이트 아카이브는 연구자 혹은 이용자에게 미술 정보 서비스를 지원하고 제공하기 위해 여러 정책과 절차에 의해 관리된다.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수집된 아카이브는 아키비스트, 카탈로거들에 의해 ‘출처주의’ ‘원질서 존중의 원칙’에 의거해 정리되고 ICA(International Congress on Archives)의 ‘국제표준기록물기술규칙(ISAD(G)(General International Standard Archival Description)’에 근거해 기술된다.
다양한 절차에 따라 구축된 테이트 아카이브는 일반인들에게 열람 서비스, 전시, 출판을 통해 공개된다. 정리된 소장 자료는 온라인 아카이브 카탈로그(Online Archive Catalogue)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테이트 아카이브는 수동적인 열람 서비스를 넘어 작가의 스케치북, 노트 등을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함으로써 아카이브 접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작은 글씨의 메모나 스케치북도 터치스크린의 확대 서비스를 통해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개의 아카이브 전용 전시장도 갖추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테이트의 직원들이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자각해 2014년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 공간에는 테이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테이트의 갤러리 기록들이 전시돼 있고, 다른 공간에서는 아카이브 특별전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이렇듯 테이트 아카이브는 40년 명성에 걸맞게 각계각층의 이용자를 분석해 아카이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몇몇 미술 관련 기관들은 해외 박물관과 미술관 아카이브의 수집, 구축, 관리, 활용 등에 대해 적극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아카이브의 모범 사례로 일컬어지는 게티 미술연구소(GRI, Getty Research Institute)의 업무 프로세스를 조사한 바 있다. 그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은 특수 자료(미술 관련 자료 12만여 점)와 미술관 자료(기관 자료 5만여 점)를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미술관 정리, 기술 지침에 따라 6명의 아키비스트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돼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듯 해외 기관에 비해 아카이브의 역사가 짧은 국내 미술관은 아카이브의 구축과 동시에 그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키비스트 및 관련 연구자들이 선진적인 미술 기관 아카이브에서 근본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아카이브 대상이 되는 미술 자료를 대하는 그들의 기본적인 태도이며 이 태도가 곧 시스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카이브는 시스템만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인력의 육성, 교육, 활용 등에 대한 정책도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이 전제될 때 현재 국내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비아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예술학으로 석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기록관리학을 공부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로 일하고 있다. 아카이빙한 전시로는 “미디어 소장품 특별전: 조용한 행성의 바깥”(2010-2011), “향(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2010-2011), “올해의 작가 23인의 이야기”(2011), “2012 올해의 작가상”(2012)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에서 근대미술자료 및 아카이브 컬렉션(최열, 김복기)을 구축,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였으며, 최근에는 기증 컬렉션(권진규, 강국진)과 전시 연계 아카이브 “이건용: 달팽이 걸음”(2014)을 담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