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해주 큐레이터·아트선재센터 부관장
파트타임스위트는 2009년 결성된 아티스트 콜렉티브이다. 박재영, 이미연, 이병재 세 명의 멤버로 시작하여 2013년부터는 박재영과 이미연이 듀오로 활동 중이다. 그간 수차례의 그룹전에 참여했고, 2017년 일본 교토에서의 개인전 《부동산의 발라드》를 가진 후 최근 합정지구에서 그들의 두 번째 개인전이자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에어(AIR)》(8.31~9.29)를 열었다. 그들은 예술 작업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면서 주어진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방법들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콜렉티브의 작업 외에 2010년부터는 프로젝트 밴드 파트타임스위트사운드(P-tss)를 결성·활동하며 두 장의 EP를 발매하기도 했다.
어느덧 10년의 활동을 지속한 파트타임스위트의 출발은 2009년 갓 미술대학을 졸업한 세 명 멤버의 공통된 현실 상황에 대한 판단이었다. 전시나 작업의 지속 가능성이 불분명한 불안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함께 대처하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콜렉티브 결성의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이를 토로하기보다는 이것이 현실의 광범위한 문제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 이것을 포괄하면서 미시적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주제와 방법론을 고려해왔다. 활동을 시작한 첫 해 그들의 작업은 특히 도시 안에 가려져 있는 특정한 공간과 장소에 주목했고, 이 같은 공간을 조명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맞닿아 있는 상황을 은유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물이 발목까지 차 있는 지하실에서 진행되었던 첫 작업 〈언더 인테리어〉(2009)나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빈 공터를 한밤에 돌아다니는 〈off-off-stage〉(2009) 모두 아직 점유되지 못했거나 습기와 곰팡이로 균열이 일어난 실내와 같이 약점과 제한을 갖고 있으면서 도시 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공간들을 통해 복잡한 도시 생태계 속의 여러 소외된 상황과 사람들을 연상하게 했다. 파트타임스위트가 결성된 첫 해의 작업들은 이처럼 장소에 대한 조명과 함께 그 장소에 일어난 행위가 일시적이고 사건적이라는 측면에서 퍼포먼스의 성격을 띠었다.
〈공중제비(Loop the Loop)〉(2009)는 그해 12월 세 명의 멤버가 한 건물의 옥상 난간 위를 서로 번갈아 걸어가는 퍼포먼스였다. 난간 위로 올라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있고, 허리에 두른 로프는 또 다른 멤버의 손에 쥐어져 있다. 세 명의 꼭짓점이 서로 하나의 접촉점을 유지한 채 서서히 이동해가는 긴장의 상황은 콜렉티브 멤버들의 공동의 의지, 거리 및 책임의 관계를 시사하면서 긴밀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 사이의 긴장과 협력을 암시한다. 해질녘의 빛 아래 깔린 저음의 간략한 멜로디와 박자로 구성된 음악이 세 사람의 움직임을 덤덤히 따라가는 장면이 같은 제목의 영상 기록으로 남아 있다. 장소의 선택,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행위의 선택에 있어 파트타임스위트의 작업은 직접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은유와 암시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시적인 접근이자 어떤 이슈를 작업의 형식적 실천으로 전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작업에 사용되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텍스트의 작성 방식이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음악의 사용에서 그러한 시적 효과가 부각된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사건과 상황을 면밀히 보거나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화면을 병렬·편집하는 것이 이들 작업의 특징이자 효과적인 측면이다. 파트타임스위트의 〈언더 인테리어〉에 관한 내용을 작가의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며 다음과 같은 문장에 주목하게 되었다. “어떤 못도 박지 않을 것, 그러나 침투할 것. 어떤 소리도 내지 말 것, 그러나 공명할 것. 어떤 것도 만지지 말 것, 그러나 묘사할 것.” 이는 당시 공간을 임대하면서 작가들이 지켜야 했던 임대인의 요구 사항과 그에 대한 반응을 적은 것인데, 주어진 “룰에 일견 적응하고 대처하면서도 동시에 그 공간의 룰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강령”으로 남긴 것이었다. 하나의 선언문으로 울리는 이 문장 속, 침투와 공명과 묘사는 주어진 상황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작가들이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방식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파트타임스위트의 작업에는 분명 어떤 저항적인 요소가 있다. 하지만 저항의 강경함보다는 일종의 전략적(예술적) 저항의 방식이 있다. 앞서 그들의 강령을 참조하자면 일종의 부드러운 침투이거나 참여자 혹은 당사자들 간의 거리를 유지한 채의 어떤 공명의 상태에 가깝다. 〈13평 클럽의 행진댄스〉(2015/2019)는 에르메스 미술상 전시에서 선보였던 영상 〈행진댄스〉의 라이브 퍼포먼스 버전으로, 천천히 굳어가는 시멘트가 깔린 13평의 공간 위에서 DJ의 라이브 댄스 음악에 맞춰 물을 뿌리고 시멘트를 밟으며 춤을 추는 일시적인 댄스 클럽이다. 여러 명이 함께 걷는 행진, 노동, 놀이이자, 굳어져 가는 상태로 지칭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공동의 강한 저항인 다층적 상황을 암시한다.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된 〈XXX〉(2015)나 문화역 서울 284에서 진행된 〈라이브 에디팅〉(2012)과 같은 몇 차례의 라이브 퍼포먼스 역시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용하고 거기에 영상을 삽입하며 동시에 여러 참가자가 함께 해당 시간을 공유하는 방식을 쓴다. ‘멀티스크린 싱크로나이즈드 뮤직 비디오 상영회’라는 부제가 붙은 〈XXX〉는 작가가 의뢰한 다섯 명의 동료 작가들이 각자 촬영한 도시의 여러 공간과 장면을 하나의 무대에서 동시 상영하는 콘셉트이다. 그들은 음악과 작업의 의도만을 공유한 후 각자의 개별적인 작품들을 제작한다. 다른 시선과 타임라인으로 생산된 이미지들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는 장면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저항의 유효한 방식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제작된 〈초 다음 초〉의 경우 80년대 민중미술의 유산, 이미지로만 남은 민중가요 등에 인터넷 매체의 어린 유저들의 말투와 목소리를 입힘으로써 오늘날 현실의 관점에서 소화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이는 역사, 이미지의 흐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최근 작가들이 전개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과 현실과의 간극 또는 실제 현실을 잠식하고 있는 데이터의 세계에 대한 질문들을 포괄한다. 장소의 맥락과 역사를 다루는 것은 이들 작업의 중심축이고 이는 미술의 장소와 그 제도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전시기획 오피스인 ‘사무소’가 사용했던 2층 양옥 건물의 차고를 활용한 〈사무소 패치〉(2011)는 그곳에 아카이빙된 방대한 자료를 그들의 방식으로 다시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면서 사무소의 한정된 기능을 연장하였고, 영상 작업 〈한 개 열린 구멍〉(2015)에서는 지금은 아르코미술관으로 이전한 인사미술공간의 아카이브의 자료와 기록을 기반으로 2000~2008년까지 생산된 한국 현대미술에서의 말과 이미지들을 병렬하면서 동시에 작업을 의뢰한 기획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퍼포먼스 장면을 포함하여 미술의 제도와 역사, 그 안을 유영하는 사람들의 행위와 이야기를 고루 담았다.
장소의 물리적 상황이나 역사 맥락을 종적으로 파고드는 작업들의 한편으로, 장소를 횡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도들이 또한 축에 있다. 예컨대, 민통선을 횡단하는 10일간의 여정 사이에 들은 이야기들을 낭독하고 작은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말과 풍경의 나열 위에 지도상의 선으로만 표시된 장소들에 양감을 부여한 〈드롭 바이 덴〉(2010), 그리고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을 이동하면서 지어지다 만 건물들, 점유지, 헐겁게 들어선 집 등의 광경을 찍은 〈부동산의 발라드〉(2015)를 들 수 있다. 이 작업들은 자동차 여행을 매개로 장소를 연속하여 기록하는 풍경의 원경과 그 접면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근경을 교차하면서 장소가 가진 복잡한 상황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보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들의 장소에 대한 관심은 비물질적인 공간으로 옮겨간다. 온라인상을 떠도는 이미지와 말, ‘구독’과 ‘좋아요’ 사이의 무감각한 감각을 가리키며, 기계적 인간과 인간적 데이터의 교차를 질문한다. 무한한 좌표의 공간을 작업을 통해 끄집어내고 그 단면을 온라인 밖의 현실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지점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2016)는 개인의 피폐한 감정 상태와 여의도 벙커 공간, 공사장, 고시원, 광장의 이미지들을 VR의 화면 안에 담았다. 장치를 통해 실제로는 가닿을 수 없는 매우 높은 곳에서부터 매우 낮은 곳까지의 시선의 스펙트럼이 무중력의 허무한 공간으로 치닫는 오늘날 개인의 경험과 감정 상태를 더 없이 적절하게 구현한다. 인터넷상을 떠도는 감시 카메라의 이미지들을 소환한 〈이웃들 ver.1.0〉(2019)과 〈이웃들 ver.1.1〉(2019), 그리고 가장 떨리는 신체를 가진 이들과 이들의 신호를 포착하고자 하는 데이터 사이의 결합과 충돌을 보여주는 〈오토〉(2019)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신체가 발을 딛는 장소와 정신적인 혹은 시각적인 신체 경험이 작동하는 장소 사이의 마찰을 이야기한다.
파트타임스위트의 작업은 처음부터 도시의 삶과 공간이라는 조건에서 출발했다. 그들이 전개하는 제도에의 질문, 역사에의 관찰, 저항의 방식 고안 및 장소에 대한 탐색의 방식도 역시 도시적 삶의 경험에 기반한 산물이라고 느낀다. 언어의 선택과 매체의 활용, 협업의 방식에 있어서 세련됨과 투박함, 공유와 거리, 근경과 원경을 고루 활용하면서 도시에 나열된 코드를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각자의 감각 장치들을 장착하고 매일을 걷고 일하고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상태가 그 안에 있다. 가까이에 있으나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은 조심스럽고 예민한 감각, 그 적당한 거리를 늘 염두에 두고 주제를 선택하고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이, 또한 지속적으로 윤리적 선택을 요구하는 지난한 일인지,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도시의 개인들이 공감과 이성과 모순의 결합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미시적인 투쟁과 저항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그들의 작업이 왜 이렇게 공명을 일으키는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김해주는 전시 기획자이며 2022년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