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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컬처, 찐과 짭의 ‘가상 위계’ : Newcomers 77, 미술전문가 9인이 선정한 한국미술의 영파워

posted 2021.03.30

내일의 아트월드를 견인할 ‘영 파워’ 아티스트를 뽑았다. 일명, ‘뉴커머즈 77’. 이 매머드 특집에 미술전문가 9인이 추천위원으로 가담했다. 모두 오늘의 한국 미술씬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30~40대 ‘젊은 기수’다. Art는 이들에게 세 가지 추천 요건을 제시했다. (1) 만 39세 이하, (2) 개인전 1회 이상 개최, (3) Art 2018년 3월호 ‘동시대 미술인’ 참여 작가 제외. 여기, 총 77인의 차세대 미술가가 모였다. 뉴커머즈의 인적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여성 47인(팀), 남성 29인, 혼성 1팀으로 여성 작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미술계에 불어닥친 ‘우먼 파워’ 돌풍이 거세다. 연령대로는 1980년대생 50명, 1990년대생 25명. 디지털 네이티브 Y세대의 총집합이다. 지역별 특색도 눈에 띈다. 수도권 작가들은 동시대 매체론 탐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지역 작가들은 사회적 발언과 개인의 욕망을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Art는 뉴커머즈 77명의 작품을 5개의 주요 키워드로 분류했다. 동시대 미술의 키워드와 견주는 비평 작업이다. ‘젊음과 새로움’의 지형을 압축하는 지상전시다.

추천위원
권순우(취미가 대표), 권혁규(독립큐레이터), 남웅(미술평론가), 이동민(대구미술관 큐레이터), 이선(광주 이강하미술관 큐레이터), 정현(서울시립대 교수), 최수연(P21 대표), 홍이지(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황서미(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해시태그 컬처, 찐과 짭의 ‘가상 위계’’

동시대 문화는 ‘해시태그’를 타고 퍼진다. 서로를 팽팽하게 밀고 당겼던 과거 팝컬처와 서브컬처의 주도권 싸움이 무색하게, 이제 모든 문화는 SNS의 등에 업혀 행진한다. ‘디지털 원주민’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오늘의 문화를 소재 삼을까? 먼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포스트인터넷시대의 시청각 미디어를 작업에 끌어와 욕망의 네트워크로 미래 세계를 상상한다. SNS를 놀이터 삼은 ‘부캐’도 현실을 습격했다. 인플루언서, 아프리카BJ, 유튜버 콘셉트로 변장한 작가의 ‘멀티 페르소나’가 촌철살인 같은 가짜 뉴스로 현실을 비꼬고, 놀리고, 재가공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힙’한 분위기도 작업에 소환된다. 다시 돌아온 영 레트로, 화려한 사이버펑크, 장난스러운 애니메이션 키치가 무차별적으로 뒤섞여 동시대의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K-게임도 한국 시각 문화의 한 축이다. 원본의 존재가 무의미할 정도로 복제되고 열화된 디지털 이미지는 그럴싸한 캐릭터 초상화로 재탄생한다.

파일드 〈PLAANTS〉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사진, 디자인, 회화 전공자 5명으로 이뤄진 ‘이미지 그룹’ 파일드(Filed). 무차별적으로 가공된 이미지, 오브제와 공간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양태를 실험한다. “파일드는 예술품 만들기보다 프로페셔널한 상품, 극단적 상업주의가 포섭한 아방가르드 패션 또는 인테리어 디자인 만들기를 의도적으로 지향한다. 이것이 바로 파일드의 작업이 더 기이하고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정현)

김한샘 〈진리를 마주한 전사〉 혼합재료 55.8×51.3×0.5cm 2018.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김한샘은 16비트 RPG그래픽 게임 화면을 만드는 방식으로 영웅 신화에 나오거나 점성술 책에서 볼 법한 장면을 만든다. 탄생, 시련, 대결, 승리 등 수백 년간 반복된 클리셰 이미지는 작가가 만들어낸 부조처럼 보일 만큼 과장된 액자 속에서 확장한다. CRT모니터와 일러스트레이션 종이에서 재생산되던 이미지는 평면적 부조-액자와 서브컬추얼한 그래픽 화면으로 출력된다.

김태연 〈흑우-a+〉 한지에 채색 200×140cm 2020. 사진제공 아트인인컬처

김태연은 게임 네트워크의 세계관, 그곳에서 형성되는 관계, 유통되는 언어의 생태계를 동양화 형식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게임 길드에서 만난 동료를 인터뷰하고 이들의 얼굴을 상상한다. 상대가 사용하는 캐릭터, 게임 방식, 아이템, 게임상 직업과 성별 등을 지표로 초상화가 ‘연성’된다. “게임상의 넷 방언과 아이템 파편을 그린 그림은 구체성은 없되 알레고리로 가득한 타로카드 같다.”(남웅)

남진우 〈Victory for Justice〉 천에 유채, 코튼 콜라주 262×302cm 2017.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남진우는 아름다운 외형의 영웅, 괴기스러운 모습의 악당이라는 이미지 구조를 전복한다. 기묘한 형체의 대왕 오징어와 바다 괴물 크라켄을 동경해 그들로 가득한 중세시대 왕국을 상상했다. 선과 악, 천사와 악마의 특성을 모두 지닌 연체동물 주인공은 이분법의 불분명한 경계를 끊어낸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괴물로 내몰리는 존재, 그 세상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존재를 위한 서사시다.”

김재욱 〈신일월대구도〉 무빙이미지 2,320×880cm 2019.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신일월대구도〉는 조선시대 왕좌의 상징이자 배경인 〈일월오봉도〉의 동시대 버전이다. 대구의 과거, 현재, 미래가 중첩된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는 신비롭고 화려한 분위기의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의인화된 도시는 24시간 매일 살아 숨 쉰다.”

염지혜 〈커런트 레이어즈〉 싱글채널 비디오 26분 2017.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염지혜는 현실 이면에 작동하는 비가시적인 미지의 힘에 관심을 둔다. 이를 표면화하기 위해 과학, 역사, 철학, 종교, 구전, 믿음 등 다양한 학문을 도구 삼는다. 경험과 기억, 이미지와 꿈, 전설과 서사가 혼합되어 있는 불분명한 경계 지대….

옥승철 〈Deadlock〉 캔버스에 유채 150×150cm 2020.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옥승철은 만화, 영화, 게임 등 컴퓨터에서 변주되고 복제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다룬다. 원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화된 디지털 이미지는 캐릭터 얼굴이라는 구상화의 틀에서 재해석된다. 그에게 회화란 전통이나 과거가 아니라 전시기획과 공간에 맞춰 목적을 달리하는 굿즈 또는 3차원 오브제다.(정현)

선우훈 〈평면이 진정한 깊이다〉 디지털 드로잉 가변크기 2018.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선우훈은 압축된 정보를 수직, 수평의 연속적 이미지로 제시해 스크롤을 타고 내려오는 정치 사회적 서사를 구축한다. 이는 작가의 또 다른 작업적 배경인 웹툰과의 공통점(웹툰 〈데미지 오버타임〉으로 데뷔). 〈평면이 진정한 깊이다〉는 각 연도가 쓰인 건물의 옥상을 광주민주화운동, 6월혁명, 2002월드컵 등 광장으로 변신시킨 작품.

유아연 〈White Mirror: Prequel Version〉 닭, 실리콘 슈트, CCTV, 빔 프로젝터, 철망, 천 퍼포먼스 2020.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유아연은 포털 사이트가 추천하는 무맥락의 섬네일부터 인터넷의 구석진 곳에 놓인 기괴한 이미지까지 동시대 개인이 접할 수 있는/없는 것 사이를 유영한다. 〈White Mirror: Prequel Version〉은 흐물거리는 수트를 입은 아바타가 수탉과 함께 6시간 동안 갇힌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 욕구를 그대로 전시한 퍼포먼스. “능동적이라고 생각했던 인터넷 이미지 소비와 수집 행위가 실은 주체적인 것이 아닐 수 있음을.”(정현)

김효재 〈Z〉 싱글채널 비디오 4분 24초 2019.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디폴트’라는 세계관으로 작업을 설명해온 김효재는 Z세대의 디지털 환경을 시연한다. 춤추는 태아, 폭발하는 이펙트, 이모지의 혼재는 ‘부캐’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를 강하게 자극한다.

류성실 〈BJ체리장 2018.4〉 싱글채널 비디오 6분 2018.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온라인 BJ 체리 장과 관광지 가이드 나타샤 캐릭터를 연기하는 류성실. 장남 우선주의에서 기인하는 재산 분쟁, 싸구려 효도 관광 등 소시민적 욕망에 돈 문제가 뒤엉켜 생겨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박보마 〈At the Lobbies of S.E.X. Co〉 광화문, 종각, 을지로 일대 빌딩 로비 퍼포먼스 7시간 2020.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나는 빛나는 사물, 세계의 표면을 보며 그곳에 빠져서 사라지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그것은 물질일까 시간일까, 그 무엇도 아닌 것 같다.” 작가는 빛을 잡고 싶다는 욕망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반사체’라는 개념을 투영한 반가상 스튜디오 fldjf studio, 댄서 qhak, 수작업으로 물질을 감각하는 WTM decoration & boma, 리셉셔니스트 R, S.E.X. Co. 등의 여러 아이덴티티를 운용한다. 반사, 인상, 심상, 느낌, 가짜를 주재료 삼아 분위기로서의 힘을 탐구한다.

업체eobchae 〈nahee.app run daddy.app〉 싱글채널 비디오 11분 12초 2019. 사진제공 아트인컬처

김나희, 오천석, 황휘로 구성된 3인조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포스트인터넷시대의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가속화된 시청각 미디어를 활용/차용해 사회 현상을 비평적으로 조망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생식 기관이 연결된 세계, 철저한 계약과 역할 수행으로 작동하는 가족 사회 등 이들이 시뮬레이트하는 미래는 실제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낙차를 기이하게 재생한다.”(권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