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미술전문가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posted 2016.10.27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역할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바뀌는 릴레이 인터뷰는 정용국→이대범→현시원→주재환→김남수 등이 참가하였다. 마지막 인터뷰이였던 김남수 안무비평가는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양아치 작가를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간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자.




윤재갑윤재갑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원저우와 상하이 하우 아트 뮤지엄(How Art Museum) 관장을 맡고 있다. 서울, 북경, 뉴욕 아라리오갤러리의 총괄감독과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했다. 또한 2003~2006년 대안공간 루프 공동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6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 윤재갑 인터뷰

2016년 부산비엔날레의 테마와 구성은 무엇인가?


비엔날레의 제목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 비엔날레의 주제를 잘 나타낸다. 올해 비엔날레는 뚜렷이 구분되는 세 가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Project 1, ‘An/Other Avant-Garde China-Japan-Korea’는 1960년대와 70년대, 80년대 한국과 일본, 중국의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해 다룬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 세 시기, 세 국가의 작품을 동시에 다루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서로 다른 역동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다 마코토(Aida Makoto),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기념비’, 2016(2008), 골판지, 설치, 가변 크기. 아이다 마코토(Aida Makoto),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기념비’, 2016(2008), 골판지, 설치, 가변 크기.

이번 전시에서 이 세 나라 역사의 분명히 다른 점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Project 1에는 다섯 명의 큐레이터가 참여한다. 한국의 김찬동, 중국의 베이징 민생미술관 부관장인 구어샤오옌(Guo Xiaoyan), J-팀이라고 알려진, 일본의 사와라기 노이(Noi Sawaragi), 타테하타 아키라(Akira Tatehata), 우에다 유조(Yuzo Ueda)가 총 64명(팀)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 전시한다. 일본의 경우, 전쟁 전후를 가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시점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시작한다. 제국주의와 침략, 핵, 그리고 인권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독재정권으로 인해 주류 예술이 형성되지 못했으며 예술계는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군국주의에 저항했다. 중국의 경우, 1978년 ‘북경의 봄’에서 1995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중국이나 기타 지역에서 반사회주의 운동이 싹트기 이전의 중국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보여준다.


Project 1과 같은 시도는 사상 최초라고 할 수 있으며, 세 나라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기 이전, 지역주의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했던 시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당시에는 각 국가에서 고립된 채 발전한 아방가르드 예술 양식이 부각됐다.



Project 1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데, Project 2는 어떻게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리게 되었는가?


Project 2는 주로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 장”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혼종성(hybridity)과 글로벌리즘, 1990년 이후 비엔날레의 컨셉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 전시는 1963년 세워진 부산 소재 최대 회사 중 하나인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그 회사의 사장을 알아 전체 빌딩을 비엔날레에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다행히도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작가 60명(팀)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며 30점은 유럽, 30점은 아시아 작가의 작품이다. 이중 세 명은 부산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다. 모든 작품이 열린 공간에서 칸막이 없이 전시된다.


왼쪽) 우 산주안(Wu Shanzhuan), ‘서양의 슈퍼마켓에서 사온 내 붉은색’, 선지에 먹채와 포스터칼라러,153×230cm, 1990-1991. 오른쪽)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Ibelisse Guardia Ferragutti), ’Selvage’, 퍼포먼스, 비디오, 60분, 2016 ⓒ Jochem Jurgens 왼쪽) 우 산주안(Wu Shanzhuan), ‘서양의 슈퍼마켓에서 사온 내 붉은색’, 선지에 먹채와 포스터칼라러,153×230cm, 1990-1991.
오른쪽)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Ibelisse Guardia Ferragutti), ’Selvage’, 퍼포먼스, 비디오, 60분, 2016 ⓒ Jochem Jurgens

Project 3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Project 3은 세미나와 모임으로 구성된다. 우선, 세미나에서는 전세계의 아방가르드 예술과 그 경향에 대해 다루며,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요한 이슈들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Project 1 “An/Other Avant-Garde”라는 주제 역시도 심도 있게 고찰할 것이다. “또 다른(another)”이란 “같은(the same)”과 동시에 “다른(other)”을 의미한다. 동시에 “같은(the same)”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는“an/other”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아마도 이 모임은 현 시대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 사상 최초의 자리가 될 것이다.


냉전이 종식되기 전, 예술계에서는 고립과 지역주의, 개인적인 특성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아방가르드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이때가 바로 세계화된 비엔날레가 선제적으로 변했고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교류하기 시작한 때이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은 어떻게 활용될 예정인가?


이 공장 중앙에는 약 20×50미터 면적의 정원이 하나 있다. 여기에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개폐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세미나가 열리기도 하고 개막식, 재즈 공연이나 현대무용 공연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비엔날레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열리지만 그 이후에도 내부 정원을 이용할 수 있다. 정원 밖 유리로 만들어진 공간에는 기록저장소와 아트샵, 카페, 펍이 조성된다. 80×140미터 규모의 중앙 건물은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 전시 전체를 밖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전시 공간은 인공조명과 방음벽으로 차단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 공간을 공장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 놓으려고 했다.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므로 경우에 따라 전시장이 약간 어두울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이 이 공간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조아나 라이코프스카, ‘My father never touched me like that’, 2014, 영상, 10분 52초. 조아나 라이코프스카, ‘My father never touched me like that’, 2014, 영상, 10분 52초.

이번 비엔날레는 당신의 이전 프로젝트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2003년 대안공간 루프 감독 시절 미술관 신축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베이징과 뉴욕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도 참여했다. 상하이 하우 아트 뮤지엄도 현재 신규 건물을 착공하려고 한다. 우연이겠지만, 나는 3년마다 새로운 건물에서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 건물이야말로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던 공간이다.



이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가?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렸던 자르디니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과 행사가 끝난 후 텅 빈 광주비엔날레 건물을 보면서 보다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중 24시간 시민에게 개방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다. 나는 이 공간을 음악, 춤, 미술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예술이 융합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또한 ‘고려제강 수영공장 문화재단’이라는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기관들도 이 공간을 연중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홍콩 미술전문지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AsiaPacific)’의 협력으로 발행되었으며, 아트 아시아 퍼시픽의 특별부록 ‘한국 비엔날레(Biennales in Korea, No.100, Sep/Oct 2016)’에 먼저 수록되었다.

HG 마스터스 / 아트아시아 퍼시픽 선임 에디터

HG 마스터스(HG Masters)는 홍콩 아트아시아퍼시픽(ArtAsiaPacific)의 선임 에디터다. 아트아시아퍼시픽에서 2008년부터 매년 초 53개국의 현대미술을 리뷰하는 연감호(Almanac) 편집을 담당해 왔다. 예일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2011년 앤디워홀재단이 미술평론가에게 수여하는 기금(Andy Warhol Foundation Creative Capital Arts Writers Grant)에 선정되었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