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미술전문가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posted 2016.10.14

2016 광주비엔날레(9. 2~11. 6)가 문을 열었다. 벨기에 출신의 예술 감독 마리아 린트는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 아래, 예술의 상상력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돌아보는 전시를 꾸렸다. 2016 광주비엔날레의 준비 과정과 내용 구성, 다국적 큐레이터들과의 협업 등 이번 비엔날레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글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홍콩 미술전문지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AsiaPacific)’과 함께 제작한 특별부록 ‘한국 비엔날레’에 먼저 수록되었다.




마리아 린트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마리아 린트(Maria Lind)는 2011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텐스타 쿤스타홀(Tensta Konsthall) 디렉터를 역임해 왔다. 그밖에 뉴욕 바드 칼리지(Bard College) 큐레이터학 연구센터 디렉터, 스톡홀름 IASPIS(The International Artists Studio Program in Stockholm) 디렉터, 뮌헨 예술협회(Kunstverein) 디렉터 및, 1998년 마니페스타(Manifesta)2의 공동 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2016 예술감독 마리아 린트 인터뷰

제11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였는가?


작년에 예술 감독으로 초빙된 후, 최빛나(Binna Choi), 아자흐 마모우디언(Azar Mahmoudian), 미쉘 웡(Michelle Wong), 마르가리다 멘데스(Margarida Mendes)와 함께 큐레이터 팀을 조직했다. 그리고 2015년 9월, 12명의 작가들과 함께 광주를 방문했다. 우리는 작가들에게 이 지역 안에서 작업하면서, 광주의 가능한 모든 기술과 재료, 도구, 수단을 이용한 지역 밀착형 작업을 할 것을 독려했다. 지난 겨울 동안 25명의 작가들을 추가로 초청했다. 이 중에는 아폴로니아 슈스테르쉬치(Apolonija Šušteršič), 아말리아 피카(Amalia Pica), 후 윤(Hu Yun), 베른트 크라우스(Bernd Krauss), 아흐멧 우트(Ahmet Ogut),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Natascha Sadr Haghighian), 구닐라 클링버그(Gunilla Klingberg) 등 최근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패턴 혹은 요소를 발견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기존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 초청을 진행했다. 그 공통요소는 바로 예술을 중심에 두려는 욕망에서 오는 것이었다. 즉, 예술 작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what the work does)에,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지진계처럼 그 자체가 스스로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예술의 능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베른트 크라우스(Bernd Krauss)가 그린 마리아 린트와 큐레이터 팀 초상 베른트 크라우스(Bernd Krauss)가 그린 마리아 린트와 큐레이터 팀 초상

주제인 “제8기후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왈리드 라드(Walid Raad)가 앙리 코르뱅(Henry Corbin)의 1964년 작품 <상상의 세계(Mundus Imaginalis)>에 나오는 이 문구를 추천해줬다. 코르뱅과 12세기 이란 철학자, 소흐라바르디(Sohravardi)의 주장에 따르면, ‘제8기후대’는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들이 찾아낸 세계 7대 기후대 너머의 또 하나의 기후대로, 실체적인 동시에 관념적인 공간이다. 실제로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상상력, 즉 ‘이마지날(imaginal)이 가득한 세계이기도 하다. 이 개념이 우리를 이끄는 등불은 아니었지만,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우리의 접근을 잘 설명해 주는 주제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술을 중심에 두고, 예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도록 한다 점에서 말이다. 이는 동시대 미술의 작용방식과 아주 흥미로운 유사성을 나타낸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뼈대만 남은 풍경과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나부치(Nabuqi)의 조각 작품, 전 배역이 여성으로 이루어지는 전통 국극에서 남성 역할을 연기하는 젊은 여성을 보여주는 정은영(siren eun young jung)의 영상 작품, 광주 교외에 있는 논 주변에서 펼쳐진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Fernando García Dory)의 참여형 공연 등이 있다.



다른 작가들을 찾기 위해 처음 선정한 25인의 작가들의 관심사들을 어떻게 추려냈는가?


예를 들자면 우리가 찾아낸 작가들의 관심사들은 다음과 같은 점들이었다. 우선, 우리가 ‘불분명할 권리(right to opacity)’라고 명명한 추상화가 있다. 두 번째로 작가들은 ‘대지의 위와 아래’, 즉 대지권(landright),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천연자원뿐 아니라 이 땅의 위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더불어, 더불어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에 연결되는 지점으로서, 이차원적 이미지를 통한 의미와 표현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인 ‘이미지 피플(the image people)’이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분자에서 우주까지를 포괄하는 범주로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미한 지점과 가장 광대한 지점을 작가가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점이다.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태양의 공장(Factory of the Sun)’, 광주비엔날레2016 설치 장면, 이미지: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태양의 공장(Factory of the Sun)’, 광주비엔날레2016 설치 장면, 이미지: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전시는 어떤 구성인가?


추상적인 패턴/요소에 상응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서로 섞여있을 예정이다. 시내의 어떤 장소에서 전시하는 작가들도 있는 반면, 독립적인 공간을 갖추는 작가들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시는 비엔날레 홀에서 이루어지며, 각 층, 각 전시장은 상이한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된다. 작품이 밀집된 전시장도 있고, 공간을 많이 둔 전시장도 있을 것이다. 어떤 전시장은 매우 어둡고, 어떤 전시장은 아주 밝을 것이다. 따라서 ‘관람객과 예술작품 사이의 만남이 어떻게 구체화되는가’하는 전시 관람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예술 단체인 미테-우그로(Mite Ugro)와의 협업이나 작업과정은 어땠나?


미테-우그로는 도시 중심부의 재래 시장에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1월부터 일명 ‘월례회’를 가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테-우그로가 광주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지에 대한 응답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 중 하나가 '작가 스크리닝(Screening)’이다. 또한 기증을 받아 서적 수집을 시작했으며, 수집된 책으로 독서 모임을 열기도 했다. 두 명의 작가가 한 번에 한 작품을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큐레이터 팀, 지역 예술가들로 구성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예술작품 포커스(Artworks in Focus)'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인프라-스쿨(infra-school)’의 의미와 비엔날레 펠로우(Biennale Fellows)들에게 부여한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인프라-스쿨’을 위해 서울과 광주에 위치한 실제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강연과 워크숍, 평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계 기관은 서울대학교 등 대학교에서부터 독립예술학교 RAT School of ART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우리는 작품과 예술, 예술을 중심에 두는 것에 대한 논의들을 다루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광주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만큼 국제적 네트워크의 필요성도 절실했다. 그리하여 약 100개의 비엔날레 펠로우를 지정했다. 여기에는 예술 생태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판단되는 중소규모 시각 예술 단체들이 포함됐다. 예를 들면, 쇼룸(The Showroom, 런던), AIT 도쿄, 파라사이트(Para Site) 홍콩과 서울, 자카르타의 풀(Pool), 워크 온 워크(Work on Work), 루앙루파(Ruang Rupa), 인도의 클라크하우스(Clark House Initiative)와 캠프(CAMP) 등이다. 이들은 9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 ‘포럼(Forum)’에 참여한다. 포럼에는 기조연설 및 이후 등산도 계획되어 있다. 포럼은 작업 환경과 가치에 대한 것들을 주류에서 중시하는 바와 병행하여 논의하며, 상호간의 지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들을 다룰 예정이다.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Fernando García-Dory),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Fernando García-Dory), "도룡뇽에의 애도(Lament of the Newt)", 광주비엔날레2016을 위한 집단 퍼포먼스이자 농경 의식, 이미지: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이번 비엔날레와 텐스타 쿤스타홀(Tensta konsthall)에서 진행하는 당신의 현재 업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고찰(meditation)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텐스타에 있기 전부터 관심을 두어온 측면이며, 실제로 일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작가들과 예술 작품, 공동 작업자들 사이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알아내서 작품을 가장 잘 파악할 방법, 그리고 아직 작품에 친숙하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에 이를 공유할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 이 글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홍콩 미술전문지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AsiaPacific)’의 협력으로 발행되었으며, 아트 아시아 퍼시픽의 특별부록 ‘한국 비엔날레(Biennales in Korea, No.100, Sep/Oct 2016)’에 먼저 수록되었다.

HG 마스터스 / 아트아시아 퍼시픽 선임 에디터

HG 마스터스(HG Masters)는 홍콩 아트아시아퍼시픽(ArtAsiaPacific)의 선임 에디터다. 아트아시아퍼시픽에서 2008년부터 매년 초 53개국의 현대미술을 리뷰하는 연감호(Almanac) 편집을 담당해 왔다. 예일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2011년 앤디워홀재단이 미술평론가에게 수여하는 기금(Andy Warhol Foundation Creative Capital Arts Writers Grant)에 선정되었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