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미술전문가

한국의 미술품 경매 20년 역사,
그리고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

posted 2018.05.08

기획 케이옥션 홍보마케팅팀
진행 케이옥션 홍보마케팅팀, 아트부산 2018


케이옥션


한국 미술시장의 산업화와 문화예술분야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고자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홍보실장. 사진ⓒ케이옥션 손이천
손이천은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자 홍보실장이다. 2017년 4월 한국미술 최고가 경신 경매 를 진행 했으며(김환기의〈고요〉65억 5천만원 낙찰),전재국(전두환) 미술품 컬렉션 경매를 2013년 12월, 2014년 3월에 진행한 바 있다. 사진ⓒ케이옥션

Q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시장,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미술품 경매의 역사에 대해 정리해 주신다면?


A 2018년은 한국에 미술품 경매회사가 생긴 지 딱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8년 최초의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설립되었고, 2005년 케이옥션이 생겨 그 해 11월 첫 경매를 연 후 독점체제였던 미술품 경매는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했고, 두 회사는 국내 양대 경매회사로 자리매김한다. 경매회사가 생기기 전 미술시장은 주로 화랑을 통해 한정된 사람들끼리 거래가 이뤄지는 ‘닫힌 시장’이었던 데 반해, 경매는 누구나 공개경쟁을 통해 작품을 살 수 있고 판매 과정과 결과가 공개되는 ‘열린 시장’이다. 그렇기에 경매를 통해 미술시장의 수치화와 통계화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을 뿐 아니라 뿐 미술시장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서울옥션이 독점체제였던 시기, 미술시장에서 경매회사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케이옥션설립 이후 양사가 경쟁하며 미술시장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케이옥션이 설립되기 전인 2004년 경매시장의 규모는 89억원 정도였지만, 2007년에는 1800억원이 넘는 낙찰총액을 기록, 3년 새 20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최고점을 찍게 된다.


※ 연도별 낙찰총액
연도별 낙찰총액


그 후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미술시장은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나고, 2014년 하반기 단색화 열풍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6년 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된다.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4인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단색화 열풍은 반 토막이 났던 미술시장을 본 궤도로 올리는데 핵심역할을 했고,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김환기의 최고가 경신 레이스도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힘이 되어 2017년 경매 낙찰총액은 약 1900억원 규모로 껑충 뛴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품 중 최고가는 2017년 4월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되어 65억5천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뉴욕시대 전면점화 작품 <고요 5-IV-73 #310>이 차지하고 있으며, 2위부터 5위까지도 모두김환기의 뉴욕시대 전면점화 작품이다. 이 기록은 최근 2년반 사이 쓰여진 기록이며, 얼마 전 경매에서 이중섭의 <소>가 47억원에 낙찰되며 김환기에 이어 최고가 6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에서 발표한 자료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미술경매시장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다. 국내 미술품 최고가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하고 있는 김환기는 지난 20년간 667점, 약 1600억원어치가 판매되며 거래총액 1위에 이름을 올렸고, 880점, 1063억원이 거래된 이우환이 2위, 674억원어치가 거래된 박수근이 3위를 기록했다. 정상화는 단색화 열풍에 힘입어 370억원, 천경자는 334억원, 이대원은 326억원, 박서보는 320억원, 김창열, 김종학은 각각 284억, 261억원어치를 팔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경매 평균가로 본다면 안중근의 작품이 2억7898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거래된 안중근의 유목이 12점에 불과한 작품의 희소성 때문이다. 2위는 박수근의 작품이 2억4070만원, 3위는 김환기로 2억3721만원의 낙찰평균가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중섭, 김홍도, 이우환, 이인성, 정상화 등이 이어갔다.


케이옥션 신사동 사옥 2017년 2월 현장경매 프리뷰ⓒ케이옥션

케이옥션 신사동 사옥 2017년 2월 현장경매 프리뷰ⓒ케이옥션

Q 2017년 시장의 특징은 어땠나요? 그리고 수석 경매사로 활동 중인만큼 2017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4월 경매에 출품되었던 김환기의 <고요 5-IV-73 #310>이다. 55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서면, 전화, 현장의 경합 끝에 65억50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던 순간이다. 경매사로 활동하며 이렇게 중요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의 경매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2017년 경매시장은 2016년보다 낙찰총액이 소폭 증가했다. 주춤해진 단색화 작가들의 가격상승폭을 온라인경매 성과와 다양한 기획경매 실적으로 채웠다. 또 단색화를 이어갈 수 있는 작품성과 시장성을 갖춘 다양한 추상작품과 근대 미술품을 선보이며 경매 출품작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온라인경매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케이옥션은 2006년 첫 온라인경매를 실시한 이후 2013년까지 연 평균 5회에 지나지 않던 온라인경매 횟수를 2015년에 19회로 늘렸고, 2016년은 37회, 2017년은 60회로 마무리되었다. 또 낙찰총액을 보더라도 지난 4년 사이 7배나 증가하여 시장에 힘을 보탰다. 전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온라인경매 매출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10%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온라인경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온라인경매를 통한 미술품 경매의 저변이 확대되고 신규 고객의 유입이 이루지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온라인경매의 매출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의 취향에 맞춘 채널의 다양화, 디지털 마케팅의 강화 등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뿐 아니라 초보자도 부담 없이 미술품을 접하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것이다.


여기에 고미술 분야의 성장을 위해 각 분야별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전문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좋은 성과로 이어져 낙찰총액 상승에 힘을 실었다. 근현대 미술품에 비해 진위감정이 어렵고 저평가되어 있던 작품가격들이 경매회사의 신뢰할 만한 감정과 평가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될 때 고미술 시장도 더욱 성장하고 활성화 될 것이다.


케이옥션 신사동 사옥 2017년 2월 현장경매 프리뷰ⓒ케이옥션

케이옥션 신사동 사옥 2017년 2월 현장경매 프리뷰ⓒ케이옥션

Q 2018년 케이옥션의 전략은? 그리고 3월 경매에서 고악기 경매를 시작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시작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전망은?


A 케이옥션은 미술에 대한 국내 수요층의 저변 확대 및 다변화를 통해 미술 시장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 작가의 작품에 집중하면서 지역 고객의 적극적 발굴과 참여를 부산지역 프리뷰를 열고, 뮤지컬 갈라, 미술 전문가의 강의 등을 함께 진행하며 문화예술체험의 장으로 미술품 경매를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새로운 미술애호가의 영입을 위해 SNS를 활용한 온라인마케팅, 다른 기업과의 협업,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자선경매 실시하는 등 미술품 경매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온라인경매 특히 프리미엄 온라인경매를 더욱 강화하여 위클리 온라인경매와 정기경매를 잇는 가교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 다채로운 기획과 아이템, 작가, 작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온라인경매 시스템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갈 것이다.


3월 경매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고악기 경매는 향후 고악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고악기 경매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검증된 좋은 악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악기경매가 이뤄진 적이 없으며 국내 대부분의 악기는 약 250개 정도 존재하는 악기사나 딜러를 통해 거래가 되고 있다.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연주자와 좋은 악기를 사고자 하는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기시장은 체계화된 유통 시스템이나 경매가 없고 공신력 있는 업체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경매회사가 생기기 전 미술시장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체계적이고 건전한 유통시장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 고악기 경매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케이옥션 2017년 4월 현장 경매의 경매 현장ⓒ케이옥션

케이옥션 2017년 4월 현장 경매의 경매 현장ⓒ케이옥션

Q 아트페어의 역할과 영향력, 나아갈 방향은?


A 화랑, 경매회사와 함께 미술시장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체인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건전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무척 중요하다. 경매에 비해 닫힌 시장인 화랑들이 보다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는 장이라고 여겨진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다소 문턱이 높은 화랑에 비해 많은 작품과 시장의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도 다수의 아트페어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 아트 바젤이나 아트 바젤 홍콩은 전세계에서 화랑이나 컬렉터들이 모여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여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발전하였다. 국내의 아트페어도 미술품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Q 미술시장에서 케이옥션 그리고 경매회사의 역할


A 국내 미술품 경매역사를 함께 써온 경매회사로 앞으로도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 그리고 미술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1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화랑과 아트페어가 활성화되고 발전할수록 2차 경매시장도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서로 경쟁하는 상대가 아닌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고 상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대중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과 요구는 점점 커져가고 그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소수만 향유하는 미술이 아닌,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의 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케이옥션 2017년 4월 현장 경매의 경매 현장ⓒ케이옥션

케이옥션 2017년 4월 현장 경매의 경매 현장ⓒ케이옥션

※ 이 글은 케이옥션에서 기획 및 집필하여 아트부산 2018 도록에 수록되었으며,(재)예술경영지원센터케이옥션,(사)아트쇼부산과 협의하에 아트로에 재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