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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 - 자그딥 자그팔(인디아 아트 페어 감독) 인터뷰

posted 2020.06.23


더아트로는 한국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집 기사 ‘글로벌 미술시장 생존전략(How to Win the Global Art Market)’을 준비했다. 이대형 큐레이터의 글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언론, 컨설팅, 미술시장, 마케팅 전문가들로부터 지난 10년간의 글로벌 아트 마케팅 전략과 한국 미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을 묻는다. 글로벌 매체인 아트리뷰ArtReview) 발행인 카스텐 렉식(Carsten Recksik)과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총괄 편집장 제인 모리스(Jane Morris), 아트 컨설턴트인 퓨처시티(Futurecity) 파트너 셰리 도빈(Sherry Dobbin)과 아트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주도하는 아트 마켓 마인드(Art Market Minds)설립자 루이스 햄린(Louise Hamlin), 미술시장 전문가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디렉터 제임스 그린(James Green)과 인디아 아트 페어(India Art Fair) 디렉터 자그딥 자그팔(Jagdip Jagpal), 아트마케팅 전문가인 서튼(Sutton) 전(前) 디렉터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와 서펜타인 미술관(Serpentine Galleries)의 콘텐츠 수석 제시 링햄(Jesse Ringham)이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전세계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글로벌 인사이트를 통해 한국 미술의 한 단계 높은 도약을 기대해본다.


Jagdip Jagpal, Director, India Art Fair. Courtesy India Art Fair

Jagdip Jagpal, Director, India Art Fair. Courtesy India Art Fair

Q : 지난 십 년간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주요한 변화가 있었는가? 글로벌 매체와 지역 매체는 어떤 역할을 공유하고 협업하는가?


자그딥 자그팔 (이하 JJ) :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조직이 글로벌 전망과 마케팅 목표를 유지하면서 현지 관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나라별로 맞춤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인지했을 때 성공했다. 관객이기도 한 지역 전문가들과 현지 마케팅팀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전략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는 포괄적으로 적용했지만, 새로운 국가로 진출한 경우에는 맞춤형으로 접근했다. 이러한 전략은 메시지가 충돌하지 않는 한 공존할 수 있다. 인기 있는 글로벌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 포맷이 지역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을 제공했다.


글로벌 미디어와 현지 미디어가 오버랩되면서 핵심 메시지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핵심 요소들은 어떻게 분명하게 작용될지 결정한다. 현지 언론의 태도와 현지 관객들이 정보를 이용하고 접근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언어, 스타일, 톤 그리고 편집 스타일 또한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는 영역은 전문가 또는 부문별 특정 간행물 및 커뮤니케이션 관련 부분이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예술 잡지와 웹사이트가 이에 관한 이상적인 예다. 그러나 부문별 특정 간행물 대부분은 직접 연구하지 않고 영어권 작가들이나 서양 미술 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기존의 간행물 대다수는 서양에서 시작되었거나 서양 위주로 편집되고 있다.


Q : 우리는 오프라인 홍보에서 디지털과 모바일 마케팅으로 가는 급속한 플랫폼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 전략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당신은 그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JJ : 점점 더 많은 미술 단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기존 및 신규 관객과 소통할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미디어에서 확실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고 이와 함께 웹사이트,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SNS 전반에서 강력하게 편집한 서술과 어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서 경쟁자들보다 더 높은 가시성과 권한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Image Courtesy India Art Fair

사진제공 India Art Fair

인디아아트페어는 2018년에 브랜드를 완전히 쇄신했는데, 이는 남아시아에서 선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우리는 디지털 채널에 새롭고 독창적이며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게시하면서 일 년 내내 접근할 수 있게 하여 물리적 페어 이상의 브랜드 평판을 얻었다. 독자들이 지금까지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인도와 남아시아 작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활동 지역에도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진정한 통찰력을 얻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늘 이렇게 인디아아트페어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세계 최고의 페어들과 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다.


Q :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전이 미술시장에 주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JJ : 의심할 여지 없이, 미술시장은 최근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작가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여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관심 있는 관객을 찾는 등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기술은 작품의 제작과 홍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른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작품의 소장이력(provenance)를 문서화하고 추적하며, 시장성과 판매를 예측하거나 역사적 예술품이나 공예품에 관한 지식을 보존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 오랫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학술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영어로 된 간행물, 저널, 채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 및 제도 지원을 해야 하는가?


JJ : 대학이든 외부든 지식 생산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와 출판을 위한 보조금 및 장학금 지원과 더불어 국가는 예술 단체들이 대중과 현명하게 관계를 맺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소통하도록 장려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젊은 층의 참여와 디지털 예술 교육의 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토대 역할을 하는 혁신적인 편집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학계를 통한 관객 개발은 불가능하다. 접근 가능한 커뮤니케이션∙미디어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Q : 학계보다는 접근 가능한 커뮤니케이션∙미디어가 관객을 더 잘 개발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이것이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가?


JJ : 현대미술은 미술품부터 고대 유물까지 전체 규모로 보면 본질적으로 관객이 한정되어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 외의 미술계에서는 더 그렇다. 시장을 형성하려면 더 큰 관심을 끌어내야 하며, 그래서 관객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미술 작품의 소장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관객이 작품을 인지하고 감상할 수 있다면 이는 더욱 넓은 문화 현장을 둘러싼 대화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공공 전시와 페어는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역할을 하며, 제대로 된 전시라면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현대미술과 관련한 학술 언어는 교수 등 소수만 아는 전문 용어나 기술 용어에 많이 의존해 고학력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아티스트들도 공개 포럼에서 자신의 작품을 두고 토론할 때 학술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유럽과 북미 전역의 박물관들은 미술 작품에 간결하고 명확하며 유익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해 왔다. 새로운 관객을 늘리고 기존 관객을 계발시키는 핵심 요소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즐겁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전문가가 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 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 발전에도 적용된다.


Q : 가격대가 한정된 ‘어포더블 아트페어’부터 사진 중심 페어까지 아트페어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새로운 종류의 아트페어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는 어떤 종류의 아트페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JJ : 아트페어는 폭넓은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나는 아트페어가 다양한 형태와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언제나 그에 대한 요구가 있으리라고 믿지만,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고 투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변화하는 환경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마도 현재 한국에 필요한 것은 한국의 수준 높은 현대미술과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지역 아트페어일 것이다. 이 방식은 인도 현대미술도 성공시켰다.


Installation view, David Zwirner Booth #E1 at India Art Fair, 2018 Courtesy David Zwirner

Installation view, David Zwirner Booth #E1 at India Art Fair, 2018 Courtesy David Zwirner

Q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아트페어가 인도의 현대미술을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지역 페어를 세계적으로 만들었는가?


JJ :2020년 인디아아트페어는 올해 2월에 막을 내렸다. 이번 페어는 많은 국내 관객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외국인 방문객들도 끌어들였다. 2018년부터 2019년, 그리고 2020년까지 인디아아트페어는 매년 국내 관람객과 첫 방문한 컬렉터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찾아오는 미술관의 디렉터와 큐레이터, 손꼽히는 컬렉터와 언론, 예술가의 수가 증가했다. 이렇게 다양한 부류의 방문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페어의 확실한 정체성 때문이다. 그 정체성은 바로 남아시아 최고의 미술, 갤러리, 재단을 위한 모든 요청을 한 곳에서 충족시키는 원스톱숍(one stop shop)이라는 점이다. 그 표현을 페어 홍보에 사용하고, 방문객들은 그에 맞는 경험을 한다. 인디아아트페어에는 전세계 미술 작품이 있지만, 국제적인 블루칩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범위는 무척 다양하며, 그 가운데 인도 미술시장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새로운 작품들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는 자신의 작품이 인도 컬렉션에 포함되도록 애쓰면서 인도를 위한 독특한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페어는 많은 남아시아 작가를 불러 모았고, 그들 중 많은 이가 체류하거나 강연, 공연, 워크숍 등의 페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프로그램들은 관객이 볼 수 있게 설계되었고, 영상과 공연, 강연이 혼합되어 있다. 학문적인 토론은 포함하지 않지만,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거나 관객이 참여하여 그 날의 미술과 이슈를 토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Q : 한국 미술사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떤 한국 작가들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게 되었는가?


JJ : 한국 미술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나는 세계 현대미술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얻으면서 한국 현대미술계를 알게 되었다. 리버풀 테이트에서 처음 본, 놀랄 만큼 인기있는 백남준의 작품은 물론이고 이불, 서도호, 이정의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감상하고 감탄했다. 그들 중 다수는 해외에서 공부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작품활동을 이어 나가며 세계 유수의 박물관, 갤러리, 페어에서 주요 전시를 열었다.


Q : 당신이 현재 하는 일은 전체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JJ :인디아아트페어는 지난 12년 동안 인도와 남아시아 근현대미술을 주제로 국제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기여하였다. 가능하다면 우리는 나라 전체의 아티스트들을 프로파일링하여 서로 대화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강연, 공연,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책 사인회를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는 인도 문화사에 관한 더 깊은 비판적 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도의 활기차고 성장하는 예술계를 표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페어에서 인도의 갤러리와 기관들은 12,000m2 공간에서 적어도 70%를 차지하며, 신예들과 더불어 떠오르는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나에게는, 아트페어가 지역 커뮤니티에 확고하게 연결되고 강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Q : 새로운 컬렉터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국제 컬렉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의 어떤 측면을 강화해야 하는가? 컬렉터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JJ : 미래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국내외 새로운 컬렉터들과 교류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디아아트페어에서는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워크스루(walkthrough)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인도와 남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페어와는 별도로 정기적인 일대일 지지 모임을 열고 강력한 웹사이트와 편집된 SNS 전략을 마련했는데, 남아시아 미술과 예술가들에게 접근하는 데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인도의 한국문화센터와 한국 갤러리의 인디아아트페어 참여는 한국 현대미술의 관객을 증가시켰다. 또한 인도와 국제 컬렉터들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 구매로 이어졌고, 인도 컬렉터들이 다른 나라 페어를 방문할 때도 구매할 수 있게 하였다. 인도의 컬렉터들은 인디아아트페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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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딥 자그팔 (Jagdip Japal)

자그딥 자그팔(Jagdip Japal)은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2020년 인디아아트페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를 위해 큐레이토리얼(curatorial) 전략을 강화하고 인도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 기존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이뤘다. 자그팔은 예술과 문화, 출판, 미디어, 그리고 명품과 패션 등 수많은 창조산업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이어왔다.
자그팔 디렉터는 인도로 거처를 옮기기 전, 마리아 발쇼(Maria Balshaw) 박사가 설립한 영국-남아시아 네트워크인 뉴 노스 앤 사우스 같은 영국의 비영리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시기에 테이트 모던에서 국제 파트너십과 프로그램을 관리했다. 또한 월리스 컬렉션과 런던의 알메이다극장 이사이자, 노팅엄 뉴 아트 익스체인지 고문이었다. 2012년부터는 런던 왕립예술대학 개발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법학을 공부했던 모교인 런던 정경대학 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