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부
Q 근현대미술, 고미술, 해외미술로 나눌 때 어떠한 기준이 적용되며, 고미술은 어떤 영역을 아우르는가.
쉽게 말하면 고미술은 오래된 한국의 물건을 다루는 영역이다. ‘오래되었다’는 말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대체로 100년 이상의 것들을 이른다. 회화, 서예, 도자기, 목기, 불교공예, 서적, 석조 등 정말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시기를 나누기 모호하다고 말하는 지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회화의 경우 화가들이 일본 유학을 떠나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근현대와 고미술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붓과 먹을 사용하던 이들이 유화라는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일컬어지는 춘곡 고희동의 작품들은 종이에 먹과 채색을 사용한 것과 유화물감을 사용한 것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춘곡이 서양화가로 분류됨에도 그가 종이에 먹, 채색으로 그린 것은 고미술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경우엔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을 나누는 지점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가 크게 작용한다 할 수 있다.
Q 고미술은 그것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가 깊고 넓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올해 낙찰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흥미로운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
아무래도 겸재 정선의 실경 두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앞으로 겸재 실경 작품을 또 그런 구성으로 소개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다. 그 두 작품이 전시장 가운데 가벽에 설치되어 있었고 전시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그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생각난다. 어떤 고객들은 어떤 게 더 좋은지 꼽으며 열띤 토론을 했고, 또 어떤 고객은 조용히 혼자 그 앞에 서서 오래도록 감상했다. 좋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에너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구나 싶었다.
Q 문화재 반환 의미에서도 고미술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단원의〈공원춘효도〉가 68년 만에 국내로 환수된 것도 그 중 한 예이고, 국외 환수 작품을 모아 ‘귀환’이라는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옥션이 이에 관해 어떠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외국에 있는 소장자가 한국 작품을 우리나라에 판매하고 싶을 때 어떻게 중계할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 시간적 한계 때문에 작품의 실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작품 위탁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 기준이 엄격해 국내로 들어오면 다시 재반출이 어려운 탓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정보를 동원해서 2차, 3차 검토를 충분히 거쳐야만 한다. 단원의〈공원춘효도〉는 다행히 정병모 교수가 실물 조사를 했던 작품이었고, 안산시를 비롯한 사랑의종신기부운동본부의 협력이 있어 더욱 확신을 갖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2018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재단 후원 경매를 열어 다방면으로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고 있다.
Q 2030 젊은 수요층 사이에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불고 있다. 미술 경매시장, 특히 고미술 영역에도 이들이 미치는 영향이 있나.
아쉽게도 고미술 시장에 2030 젊은 고객층이 많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고리타분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워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래된 것이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미술이 새롭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장르가 어떻게 하면 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모색해 나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뉴트로’의 열풍이 고미술 영역에도 불어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Q 스페셜리스트는 경매의 어떠한 과정을 담당하는가. 또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위작 검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는 작품의 위탁부터 판매 그리고 배송까지를 포함한 경매 진행 전반을 맡고 있다. 경매에 출품될 작품들을 선정한 다음, 기획하고 작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도록을 제작하는 업무가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도록에 실리게 될 작품 사진 촬영, 캡션 제작과 원고 작성도 한다. 정말 A부터 Z까지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위작 검증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감정을 진행한다. 워낙 분야가 다양해 한 번의 경매를 위해 최대 12번의 감정을 진행한 적도 있다. 스페셜리스트도 이 과정에 참여하며 감정위원들과 꼼꼼히 크로스체크를 한다. 이런 수많은 과정이 서울옥션을 믿고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Q 고미술 스페셜리스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가.
고미술 전반을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국내 예술에 대한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고미술 분야 스페셜리스트는 책임감이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는데, 내가 다루고 있는 작품이 우리나라의 보물이거나 지정문화재인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미술 영역으로 진입하고 싶다면 국립박물관을 자주 방문하고 그곳에서 전시되는 유물과 특별 기획전을 보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고미술 관련 전시들이 어떤 흐름과 방향으로 가는지 체험해볼 수 있고, 그곳의 유물들이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시간이 흘러 근현대미술 역시 자연스레 고미술로 편입되고 그 영역은 확장을 거듭하게 된다. 고미술만이 가지는 매력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이 과연 어떤 이유에서 그 수많은 시간의 풍파를 이겨내고 지금 내 앞에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고미술을 바라보면 재미있다. 작품을 대면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어떤 지점에서 예술적 감동을 느끼고 한 마음으로 이를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을지 상상해보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고미술은 사람들이 예술적 감동을 느끼는 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며, 그 사람들의 마음이 시간이 흘러 퇴적되고 축적되는 만큼 그 가치를 더해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고미술의 비전 아닐까.
미술 경매의 세계 – (1) 미술 경매, 미술의 가치는 누가 만드는가
미술 경매의 세계 – (2) 미술 경매 구조 그리고 현황
미술 경매의 세계 – (3-1) 인터뷰 :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미술 경매의 세계 – (3-3) 인터뷰 : 정태희 서울옥션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미술 경매의 세계 – (3-4) 인터뷰 : 이은주 서울옥션 해외미술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