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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매의 세계 – (3-3) 인터뷰 : 정태희 서울옥션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posted 2021.12.09


편집부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미술품 경매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업무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있고 또 고미술, 해외미술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메이저 경매를 담당하는 미술품 경매팀에 속해있으며 근현대미술을 다루는 포지션을 맡고 있다. 메이저 경매라 하면 서울옥션이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회차별 미술품 경매를 의미하고, 세부적으로는 근대기 이후 국내외 서양화, 조각, 사진 작업 등을 기반 하는 작품을 경매로 다루는 파트를 일컫는다. 메이저 경매는 서울옥션에서 진행되는 경매들 중 가장 큰 규모로 연 4-6회 가량 진행되는데 그러다 보니 한 경매를 준비하기 위해 2-3개월 동안 기획 콘셉트를 수립하고, 해당 경매에 필요한 작품들의 수급을 영업 스페셜리스트들에게 요청하는 일을 한다. 수급된 작품을 중심으로 주요 출품작을 선별하고, 작품의 감정을 진행한다. 특히 메이저 경매 근현대 파트에는 다양한 해외미술품들도 출품되지만 1930-1940년대 근대 서양화부터 1950-1970년대 추상 작품, 1990-2000년대 현대 미술작품까지 한국 미술사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 근현대기 미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시장에 선보일 수 없는 가격이라면 다시 소장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각 위탁 고객을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들에게 출품 가능한 가격을 알려 출품될 수 있도록 금액 제안을 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갤러리, 화랑, 아트페어 등 1차 시장 가격 움직임과 국내외 경매회사들의 출품작 가격이나 전시 흐름도 수시로 체크한다. 미술사적 지식과 작품의 해석 능력, 국내 근대기 서양화 작품부터 해외 현대 미술품까지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박서보〈묘법 No.030530〉2003 캔버스에 한지와 혼합재료 200.3×259.8cm 161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박서보〈묘법 No.030530〉2003 캔버스에 한지와 혼합재료 200.3×259.8cm 161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미술품 경매 시장이 계속 달아오르고 있다. 미술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데, 현재 근현대미술 경매신의 동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지난해 코로나 이슈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위축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미술 경매 시장은 저점의 변곡점을 지나 상승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서울옥션의 경우 홍콩 경매가 팬데믹 이후 진행이 어려워져 해외 세일을 염두에 뒀던 작품을 국내로 흡수해 다양성을 확충했고, 온라인 접속을 통한 실시간 응찰이나 VR 뷰잉룸 등의 시스템도 구축했다. 따라서 과거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천경자 등 한국 근대기 화단의 고가로 여겨지던 작가들뿐 아니라 주로 홍콩 세일을 통해 소개됐던 김환기의 1970년대 뉴욕 시기 대형 점화 작품 등도 국내 메이저 근현대 미술품 경매로 선보이고 낙찰되고 있다. 더불어 해외 컬렉터들에게 인지도와 수요가 높은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윤형근, 이배 등 단색조 회화 추상 작품들도 시기와 크기가 다양해졌고, 아시아 현대 미술작가들 작품도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메이저 경매에서 경합해 팔리는 모양새다. 한국 현대 실험미술 태동기 선두에 있던 이건용, 김구림 등의 작품도 주목받으면서 컬렉터들의 한 차원 깊어진 눈에 한국 현대미술품이 포함되며 시각적 확장을 이끌고 있다.


Q    근현대미술은 젊은 작가를 발굴해 미술계와 미술시장에 기여하는데, 최근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등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 작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시장의 참여자들이 다양해지고 시장의 확대가 일어나며 20-30대 컬렉터층 활동이 늘어났다. 이들은 기존의 거래가 활발하던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지만, 해외 경험과 SNS를 통해 인지한 다양한 해외 작품과 시장 흐름을 파악해 새로운 작가층에 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2019년 11월 서울옥션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 경매 시장인 2차 시장에서 그동안 잘 선보이지 않았던 신진 작가들이나 아직 메이저 화랑, 기관 등에서 전시하지 못한 작가를 조명하고 미술계에 알리기 위해 ‘ZEROBASE’ 온라인 경매를 선보였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자신들의 주관과 안목을 통해 젊은 작가들 작품을 0원부터 응찰해 낙찰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시작가를 이처럼 낮게 책정한 데는 이유가 있는데, 2차 시장 가격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고 연배에 따라 유사하게 규정된 한국 젊은 작가들 판매 가격에서 탈피해보고자 함이었다. 작품성과 시장성이 좋은 작품으로 경매를 구성하고 컬렉터들이 자신의 안목과 기준을 갖고 허용되는 금액까지 응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온라인 경매 플랫폼이다.


Q     근현대미술 또한 옥션 거래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회화 위주다. 영상, 퍼포먼스 등도 국내 옥션에서 거래된 예도 있는지 혹은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미술시장이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분점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다수의 전시 작품들 또는 경매 출품작이 평면 회화 작품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조각 작품 등이 거래되고 있지만, 대다수가 순수 회화 위주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아직 미술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가의 수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백남준, 박현기 등의 작품이 종종 경매를 통해 선보이는 것이 고무적이며, 한국 현대미술작가 중 해외 활동 폭이 넓은 이불, 양혜규, 서도호, 이수경 등의 작품들도 경매를 통해 출품되는 숫자가 늘고 있어 한국 근현대 미술시장의 다양성 확보의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이건용〈Bodyscape 76-1-2019〉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45.5×53cm 160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이건용〈Bodyscape 76-1-2019〉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45.5×53cm 160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최근 많은 갤러리와 페어에서 온라인 뷰잉룸 등의 기술이 활용된다. 서울옥션도 보이거나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꿈꾸고 있나. 미래의 옥션 형태와 그 흐름을 가늠해본다면.


코로나19 이후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다양한 온라인 시스템이 개척됐지만, 신규 컬렉터와 같이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VR 이미지만으로 작품이 주는 감정과 아우라 그리고 표면의 세밀한 질감까지 사실적으로 전달하기란 한계가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응찰 결정은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실물을 보지 않고도 그 감격을 느껴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향후 여러 옥션하우스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최근 서울옥션은 온라인 뷰잉룸을 제공해 한국 미술시장에 목말라 있는 해외 컬렉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원활하게 작품을 즐기고 출품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E-BOOK을 적극 활용해 실물 도록을 받지 못하더라도 깊이 있게 출품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 스페셜리스트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콘텐츠들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기반으로 진행되는 메이저 경매의 경우 응찰자가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경매 진행과 동시간에 응찰 버튼을 클릭해 진행하는 ‘온라인 실시간 응찰’도 구축했다. 이처럼 IT 신기술을 어떻게 경매와 전시에 빠르게 접목하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미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21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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