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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매의 세계 – (3-4) 인터뷰 : 이은주 서울옥션 해외미술 스페셜리스트

posted 2021.12.09


편집부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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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술 경매시장 돌풍이다. 당초 3달에 한 번 열리던 경매가 올해는 매달 열리고 있고 200-300억 원 규모, 낙찰률도 90%를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 확산 여파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대표했던 홍콩이 주춤하는 사이, 서울이 국제 미술시장으로 떠올랐다. 미술품을 통한 재테크 열풍과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더해졌고, 국내 미술시장은 폭발적으로 급부상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층도 생겨났다. 이 결과로 국내 미술시장에서 해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옥션 대구 경매에서 시작가 15억 원에 출품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작품〈Infinity-Nets (WFTO)〉는 치열한 경쟁 끝에 31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해외미술품 최고 낙찰가 1위였던〈Infinity-Nets (OWTTY)〉가 14억 5,000만 원에 낙찰된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Q     실제 경매에서 해외미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또 과거와 비교해 현재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 경매에서 해외 작품이 차지하는 수량은 근현대미술 전체의 25-30% 정도다. 하지만 작품의 금액을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비중은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경매 최고 낙찰가 1위부터 5위까지의 집계를 살펴보면 2위인 김환기를 제외한 모든 순위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과 야요이의 작품으로 채워졌고 금액의 합은 무려 100억 원이 넘는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국내로 작품을 위탁하려는 해외 컬렉터들의 문의가 늘어나면서 해외미술품 비중과 품목의 범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잘 알려진 해외 작가들 작품만이 안정적으로 거래가 지속되었다면, 현재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신고가를 경신하는 추세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따라 국제 미술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 경매에 적극적으로 선보이려 한다.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Jazz〉2019 캔버스에 혼합재료 60×60cm 162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Jazz〉2019 캔버스에 혼합재료 60×60cm 162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MZ컬렉터들의 유입도 두드러진다. 연일 최고 낙찰액 기록과 시장 저변 확대에는 이들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기존 컬렉터들에 비해 그들만의 특성이 있다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미술품 수요층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는 것이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한 자금의 유동성이 미술시장으로 몰리면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높은 젊은 구매층이 급증했고, 전반적으로 응찰자들의 평균 연령대도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 미술품 구매자의 세대별 비중을 따져보았을 때 젊은 세대들이 52%를 차지했고 구매 예산도 상승했다. 이들은 해외 경험과 글로벌한 정보력을 갖춘 세대이자 문화 소비에 익숙하고 또 취향을 반영하여 구매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미술품의 거래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요시모토 나라(Yoshitomo Nara)〈123 Drumming Girls〉플라스틱 피규어 15×6×5cm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요시모토 나라(Yoshitomo Nara)〈123 Drumming Girls〉플라스틱 피규어 15×6×5cm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해외미술 영역은 그 영역과 분야가 광범위하다. 올해 거래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흥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하신다면.


요즘 미술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30-40대 작가들의 고공 행진이다. 가장 기억이 남는 경매 작품을 꼽자면 스페인 화가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의 작품이다. 지난 8월 162회 경매에서 선보였던 원화 캔버스 작품이 3,500만 원에서 시작해 뜨거운 경합 끝에 1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시작가 대비 약 5배가 넘는 놀라운 가격이다. 이로 인해 드로잉부터 피규어까지 위탁을 원하는 문의가 쇄도했고 해외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실제로 한 달 뒤 라이브 경매에 에디션 피규어가 출품됐고 시작가 200만 원에서 또 한 번 5배가 뛴 1,000만 원에 낙찰됐다. 작품으로 인정되기 어려웠던 아트상품도 그 퀄리티가 높아지고 희소성이 인정되어 최근 경매시장에서 상당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Q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미술을 직구하는 해외경매대행 서비스 등 다양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온라인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옥션도 이에 따라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주요 경매사의 오프라인 경매 응찰을 대행해 주는 해외경매대행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1년 만에 작품 누적 금액 200억 이상을 달성했다. 또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현장, 서면, 전화로만 응찰이 가능했던 참여 방식에 라이브 비딩을 도입해 해외 고객들까지 실시간 온라인 응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미술품 거래 장벽을 낮추고 나아가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유통구조를 더 강화하고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디지털 아트 콘텐츠 발굴 및 신진 아티스트 육성을 위해 서울옥션블루와 두나무(업비트)가 협력한 ‘XXBLUE NFT 아티스트 공모전’.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국내 디지털 아트 콘텐츠 발굴 및 신진 아티스트 육성을 위해 서울옥션블루와 두나무(업비트)가 협력한 ‘XXBLUE NFT 아티스트 공모전’. 이미지 퍼블릭아트 제공.

Q     NFT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최근 ‘UDC 2021’에서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가 직접 그 현황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군 디지털 아트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큰 화두다. 작품의 진위,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NFT는 디지털 예술품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술시장에 그 영향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과 수집하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활성화되면서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에 나서게 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서울옥션은 시장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컬렉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신진 아티스트들까지 발굴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미술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Q    마지막으로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이들에게, 특히 해외미술 영역에 관심 둔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내용과 주의사항에 관해 조언 부탁드린다.


해외미술품에 관심이 있다면,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다.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해외 주요 갤러리들과 소속 작가 그리고 아트페어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작가를 발견한다면 해당 작가의 작품이 안정적으로 수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매시장이다. 안정적으로 거래되는 작가들의 작품은 경매 출품 빈도가 높고 응찰자들의 경쟁률이 높다. 시장 분위기를 판단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들의 원화 작품은 가격대가 상당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드로잉이나 에디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해외 에디션 작품을 구매할 때에는 발행 수, 기법, 작가의 친필 서명이 있는지 혹은 재단 인증 도장이나 보증서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 이 원고는 퍼블릭아트 2021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퍼블릭아트와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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